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 오랜 추억이 되었지만, 그 시절 대한민국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우리의 마음속에 겨울 감성을 피워냈던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겨울연가’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드라마 ‘겨울연가’ 하면 떠오르는 대표 명장면의 촬영지이자, 대한민국 속 또 하나의 작은 나라로 불리는 남이섬에 다녀왔습니다.
남이섬은 그저 ‘겨울연가’ 촬영지로만 알고 있었는데, 직접 방문해 보니 그 생각이 얼마나 짧고 얕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드라마에 담긴 풍경은 남이섬이 품은 수많은 아름다운 장면 중 일부였을 뿐이었죠. 남이섬을 단순히 드라마 촬영지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차고 넘쳤습니다. 애초에 남이섬은 무척 아름다운 곳이라, ‘겨울연가’가 아니었더라도 손꼽히는 관광명소로 사랑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를 남이섬으로 정하고 정보를 찾아보던 중, 꽤 특이한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나미나라공화국’입니다. 설명에 따르면 나미나라공화국은 남이섬 위에 세워진 국가 개념의 특수 관광지로, 독자적인 외교와 문화 정책을 펼치며 아름다운 동화와 노래를 선물하는 세상 유일무이한 ‘상상공화국’이라고 합니다.
그 설명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남이섬은 단순한 공간으로 자리한 섬이 아니었습니다. 테마파크 같은 즐길 거리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공연과 축제, 행사까지 열리는 하나의 자치공화국 같은 느낌이었죠. 또한 당일치기 여행은 물론 1박 2일 일정까지 꽉 채울 수 있도록 캠핑존과 숙박시설, 숲속 힐링 스팟도 가득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남이섬을 조금 더 여유롭고 온전히 즐기기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숲속 풍경과 숲 내음을 더 오래 담아가고자 캠핑형 체험 프로그램인 ‘트레킹온아일랜드’를 선택해 하루를 보냈는데요. 남이섬의 푸릇푸릇한 자연 속에서 즐긴 캠핑부터 테마파크 못지않은 각종 액티비티까지, 이번 남이섬 여행에서 눈과 마음속에 간직한 기록들을 하나씩 공유해 보겠습니다.
# 남이섬 입도
[나미나라공화국 입국]
📌남이섬 선착장
• 위치 : 강원 춘천시 남산면 남이섬길1 남이섬
• 운영시간 : 매일 08:00~21:00
• 주차료 : 4,000원~10,000원
• 이용 가격 : 일반 (성인) 19,000원
우대(중고등학생,중증장애인,국가유공자,70세 이상) 16,000원
특별우대(36개월~초등학생) 13,000원


남이섬 입도 전 선착장에 도착해 그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여느 섬에 들어갈 때와 같은 풍경이 아니라, 마치 다른 섬나라로 입국하는 것처럼 꾸며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웃음은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설렘에서 나온 웃음에 가까웠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해외여행을 앞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어딘가 기후가 확 바뀌는 여행지로 떠나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선착장을 이렇게 꾸미는 것만으로도 이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구나 싶어 감탄하며, 나미나라공화국 남이섬으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참고로 입장권 구매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현장 결제도 가능하지만, 인터넷 예매나 연간 멤버십 구매, 제가 이용했던 트레킹온아일랜드처럼 왕복 입장권이 포함된 패키지 사전 구매도 가능합니다. 현장이 복잡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남이섬행 배에 올라타고 5분 남짓 지나자 배가 출항을 시작했습니다. 선착장에서 남이섬까지는 단 10분. 짧은 시간이지만, 배 위에서만 맞을 수 있는 뱃바람을 느끼기 위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다른 바람과 달리 배 위에서 맞는 바람은 어딘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어디론가 떠나는 길에서 맞는 바람이라 그런 걸까요? 괜히 더 여유롭고 상쾌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동화와 노래를 선물하는 나미나라공화국의 배답게, 배 위에는 세계 각국의 국기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 국기들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여기저기서 여러 나라의 언어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죠. 나미나라공화국이 더욱 자치공화국처럼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배에서 내려 나무들이 예쁘게 난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조금만 걸었을 뿐인데도 곧바로 메타세쿼이아 숲길 같은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죠. 아직 가을이 되지도 않았는데 단풍빛을 띤 나무들과, 햇살이 만들어낸 황금빛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첫 순간부터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남이섬에서 쌓게 될 추억이 더욱 기대됐습니다. 얼마나 예쁜 장면들을 마음에 담게 될지 말이죠. 지금의 이 풍경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남이섬은 자연친화적인 섬답게 여러 동물이 살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타조와 공작을 만날 수 있습니다. 타조는 남이섬 입구에서 오른쪽 둘레길로 향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타조라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공작도 살고 있었는데, 공작은 타조처럼 울타리 안에 있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공작을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처음이라 타조를 볼 때보다 더 오래 시선이 머물렀죠. 두 마리 정도가 서로 교신하듯 한참을 울기도 했는데, 처음 들어보는 소리라 꽤 놀랐습니다. 공작이 화려하게 날개를 펼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앞에서 기다렸지만, 아쉽게도 그 장면은 볼 수 없었습니다.
# 남이섬 놀이시설
[나무 위 하늘자전거]
📌하늘자전거
• 위치 : 강원 춘천시 남산면 남이섬길1 남이섬
• 운영시간 : 매일 09:00~18:00
• 이용 가격 : 성인 19,000원
중·고등학생 16,000원
36개월 ~ 초등학생 13,000원
36개월 미만 무료

남이섬에 도착해 하늘자전거로 향했습니다. 줄이 꽤 길어서 처음에는 오래 기다려야 하나 싶어 망설였지만, 생각보다 금세 줄이 줄어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만큼 회전율이 빠른 편이었죠. 사진으로 봤을 때는 아이들 놀이기구 같은 느낌의 액티비티일 줄 알았는데, 막상 기다리며 높이를 보니 조금씩 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놀이기구를 정말 무서워하고 잘 못 타는 편이라, 주변 사람들보다 더 긴장했던 것 같습니다.


마침내 하늘자전거에 올라타 바닥이 뻥 뚫린 레일 위에 서니 긴장감이 배로 커졌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즐거운 표정으로 잘 타는 반면, 저는 무서워서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속도는 괜찮았지만, 레일과 지면 사이의 높이 차이가 꽤 있어서 자꾸 무서운 상상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5분 정도 지나자 그제야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남이섬의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길게 뻗은 잎과 가지, 과장을 조금 보태 형광빛에 가까운 초록 잎들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풍경을 보고 나니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고, 무서움에서 조금 벗어나 감탄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자전거가 끝났고, 무서움 때문에 온전히 즐기지 못한 점이 계속 아쉽게 남았습니다.
[자전거로 도는 남이섬 둘레길]
📌전기자전거
• 위치 : 강원 춘천시 남산면 남이섬길1 남이섬
• 운영시간 : 매일 09:00~18:00
• 이용 가격 : 30분 10,000 (30분)
10분 초과 3,000원
* 싱글자전거 이용 시 운전면허증 확인 후 이용 가능하며, 사진/모바일 면허증도 확인 가능합니다. 몸무게 90kg 이상, 자전거 미숙달자는 이용이 제한됩니다.

하늘자전거 옆에는 바이크 센터가 바로 위치해 있습니다. 남이섬에는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가 구비되어 있는데요. 일반 자전거, 2인용 커플 자전거, 4인용 패밀리 자전거, 싱글 전기자전거, 베이비 전기자전거, 댕댕이 전기자전거, 이지바이크 등이 있습니다. 이용 시간은 모두 30분이며, 이용요금은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날 한참 고민하다 전기자전거를 선택했습니다. 운전면허증을 맡기고 자전거를 배정받았는데, 느낌은 자전거라기보다 전동 킥보드에 가까웠습니다. 앉아서 주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서 주행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죠.
전기자전거를 받은 뒤, 바이크 센터 앞 인파를 지나 남이섬 둘레길을 돌기 위해 액셀을 당겼습니다. 걷기에는 멀다면 멀고, 무엇보다 풍경 하나하나가 너무 예뻐 계속 발걸음을 멈추게 되다 보니 끝까지 다 둘러보기 어려웠던 길을 자전거로 쭉 훑어볼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와중에도 몇 번이나 멈추고 싶었지만, 제한 시간이 있어 짧게나마 눈으로 모두 담기 위해 길을 재촉했습니다.
푸릇푸릇한 나무 아래, 옆으로 고요하게 흐르는 북한강, 은은하게 풍기는 피톤치드 향과 흙내음. 이 모든 요소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풍경을 완성해 주었습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많이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에는 깊게 남았습니다. 누군가 이 날의 풍경을 묻는다면,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기꺼이 추천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숲 속의 롤러코스터]
📌트리코스터
• 위치 : 강원 춘천시 남산면 남이섬길1 남이섬
• 운영시간 : 월·금·토·일
• 이용 가격 : 1회권 13,000원
2회권 20,000원
3회권 27,000원

개인적으로 남이섬 액티비티 중 가장 기대했던 것은 트리코스터였습니다. 처음에는 이름의 뜻이 궁금했는데, 트리와 롤러코스터의 합성어라는 설명을 듣자마자 재미있겠다는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트리코스터는 숲속에서 타는 롤러코스터이지만, 열차에 올라타는 방식이 아니라 몸으로 매달려 타는 놀이기구입니다.



트리코스터도 하늘자전거와 마찬가지로 막상 앞에 서니 무척 떨렸습니다. 사실 하늘자전거보다 더 긴장됐습니다. 레일 위에 올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줄 하나에 몸을 맡긴 채 타야 한다니 시작 전부터 심장이 두근거렸죠. 안전장치를 단단히 매어주시는 것에 조금이나마 안심하며 겨우 출발대에 올랐습니다.
출발대 바로 앞부터는 발판이 없어 스스로 발을 떼야 했는데,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안전요원님의 한마디에 눈을 꼭 감고 발을 떼며 체중을 실었습니다. 체중이 실려서인지 체감 속도는 무척 빨랐고, 몸을 고정하는 장치가 없어 타는 내내 이리저리 몸이 돌아갔습니다. 물론 지면으로부터의 높이도 상당했습니다.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돌고 또 돌며 외마디 비명과 함께 트리코스터를 즐겼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끝났지만, 그동안 무서워하는 티를 있는 대로 냈던 제 모습이 조금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탄 덕분에 후회는 없었습니다. 돌아보면 가장 재미있었고, 가장 짧게 느껴져 아쉬웠던 액티비티였으니까요. 다음에 다시 온다면 그때는 조금 더 용기 있게 즐기며 타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트레킹온아일랜드
[남이섬에서의 숲 속 캠핑]
📌트레킹온아일랜드
• 위치 : 강원 춘천시 남산면 남이섬길1 남이섬
• 운영시간 : 매주 토요일 및 공휴일
• 이용 가격 : 일반 55,000원
36개월 ~ 미취학 아동 30,000원
• 이용 혜택 : 선박 이용 (왕복) / 남이섬 입장료 (2일권)
자전거 30분(싱글, 커플,전기,가족자전거 중 택 1) /
하늘자전거 1회 / 투어버스 1회 / 나눔열차 1회(편도) /
트리코스터 or 트리고 1회 / 짚와이어 1만원 할인권 /
남이섬 식당 & 카페 10% 할인 (호텔 부대시설은 제외)


남이섬 숲속에서 즐기는 자연친화적 캠핑, 트레킹온아일랜드입니다. 트레킹온아일랜드는 캠핑 숙박뿐만 아니라, 앞서 소개한 남이섬 입장부터 액티비티 이용, 식당 할인까지 패키지로 누릴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인데요. 가격은 1인당 55,000원으로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이용요금과 할인 혜택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보니 아깝지 않은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남이섬 숲속에서의 캠핑이 포함되어 있어 흔쾌히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구매한 뒤, 입도 전 선착장 부근에 위치한 짚라인 센터에서 바우처를 수령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활동들을 모두 즐기고, 해가 뉘엿뉘엿 질 즈음 캠핑존에 도착했습니다. 캠핑 사이트는 1구역, 2구역, 3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 가장 명당으로 소문난 2구역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2구역이 명당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곳에만 설치된 알전구 덕분입니다. 마치 해외의 숲속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반딧불이에 둘러싸인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조명이었습니다.
캠핑존이지만 자연 보호를 위해 화기는 난방이나 물을 끓이는 목적을 제외하고는 사용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남이섬이 자연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떤 태도로 자연을 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캠핑 2구역에 텐트를 피칭하고 한 바퀴를 쭉 둘러봤습니다.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부터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부부, 화목해 보이는 가족 단위 여행객까지 다양한 관계의 형태가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형태에 따라 텐트의 색깔과 크기, 모양도 저마다 달랐죠.
위로는 푸릇한 나뭇잎이, 발치에는 잔디가 있었습니다. 초록빛을 머금은 주백색 조명과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까지 더해지니, 정말 어느 해외 여행지의 사진 같았습니다. 여권 없이도 닿을 수 있는 대한민국 속 해외 자연. 이런 상상 같은 표현이 실제로 펼쳐지는 곳이라니, 남이섬이 상상공화국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남이섬에서 보낸 1박 2일. 이번 여행은 남이섬이라는 섬을 둘러본 여행이라기보다, 남이섬이라는 자연에 머물다 온 시간이었습니다. 눈과 귀, 코로 느껴지는 사뭇 다른 자연의 감각, 사람들의 발걸음이 조금씩 줄어든 저녁의 고요함, 아침 햇살이 숲 사이로 천천히 번져오던 순간까지. 육지에서 마주했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감각을 주는 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남이섬은 ‘겨울연가’로 유명해졌지만, 이제는 그 수식어만으로 설명되기에는 너무 아까운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남이섬이 가진 매력이 훨씬 더 무궁무진했기 때문이죠. 어쩌면 ‘겨울연가’가 남이섬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남이섬이 ‘겨울연가’를 선택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이 섬은 어떤 이야기든 품을 수 있을 만큼 아름다웠고, 어떤 계절에 찾아와도 또 다른 장면을 내어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남이섬은 이제 제게 드라마 속 한 장면으로 남은 섬이 아니라, 다시 한 번 다른 계절에 머물러보고 싶은 자연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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