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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일상 속 유쾌한 농담을 건네는 예술가, 맥스 시덴토프 개인전

우리는 때때로 지나치게 진지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작은 실수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 빳빳한 일상 속에서 사소한 순간들은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어느새 조금씩 굳어버리곤 합니다. 그렇게 익숙함에 가려 무심코 지나쳤던 온 장면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만드는 전시가 있어 다녀왔습니다. 바로 서울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열리고 있는 맥스 시덴토프의 개인전 〈Seriously Not Serious〉입니다.

 

이번 전시는 맥스 시덴토프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으로, 사진과 영상은 물론 조각과 설치, 그리고 관객이 직접 손을 보태는 참여하는 작업까지 폭넓게 만나볼 수 있는 자리였는데요. 제목 그대로 유머를 다루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균형감을 품고 있었습니다. 짧은 웃음 뒤에 잠시 멈춰 서게 되는 순간, 그 틈에서 평소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거든요. 진지함을 비틀되 우습게 소비하지는 않는, 그 묘한 거리감과 너무도 아름다운 색조합이 어우러진 작품들이 이 전시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시는 하나의 직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무대’와 ‘상황’을 여행하듯 이어지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INTRO를 시작으로 여러 개의 섹션이 차례로 이어지고, 벽의 색과 조명, BGM, 공간마다 느껴지는 콘셉트와 메시지가 달라, 한 전시 안에서 여러 개의 다른 세계를 건너온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관객이 단순히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거대한 퍼즐의 한 조각을 직접 맞춰보거나, 이젤 앞에 앉아 작품을 그려보는 등 곳곳에서 ‘함께 완성해 가는’ 경험이 준비되어 있었거든요. 전시장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굳게 닫혀 있던 시선에 작은 균열이 생기고, 익숙했던 장면들이 어느새 낯설게, 그리고 새로운 영감으로 되돌아오는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오늘은 그 관람의 흐름을 따라가며 보고 느꼈던 것들을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 맥스 시덴토프

[ 일상의 장면을 유머라는 렌즈로 다시 바라보는 작가]

📌 방문 정보

• 전시명: 맥스 시덴토프 개인전 〈Seriously Not Serious〉

• 장소: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4 그랜드센트럴 3F)

• 전시 기간: 2026년 3월 27일 ~ 2026년 8월 30일

• 관람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입장 및 매표소 마감 오후 6시)

• 관람 소요 시간: 약 60분

• 입장료: 1인 입장권 20,000원

• 예매: 그라운드시소 공식 홈페이지 및 네이버 예약, NOL·인터파크 등 온라인 예매처 (현장 매표소에서 예매 내역 확인 후 입장, 혼잡 시 현장 웨이팅 발생 가능)

• 주차: 그랜드센트럴 빌딩 지하주차장 이용 가능 (관람 고객 2시간 무료, 초과 시 10분당 1,200원)

• 가는 길: 지하철 시청역·광화문역 인근, 세종대로변 그랜드센트럴 빌딩 3층

 

맥스 시덴토프는 1991년 6월, 나미비아 빈트후크에서 태어나 베를린과 로스앤젤레스, 암스테르담을 거쳐 현재는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컨셉추얼 아티스트입니다. 사진과 영상, 조각과 설치, 디자인, 출판, 상업 프로젝트까지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는, 일상의 장면을 독창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그 안에 날카로운 유머를 녹여낸 작업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는데요. 2023년에는 에미상을 수상한 감독이기도 합니다.

 

그의 작업은 대부분 사소한 순간과 작은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과장된 연출과 절묘한 타이밍, 예상 밖의 서사 장치를 더해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흔들고, 익숙함 속에 숨은 인간의 본질을 포착하죠. 특히 언뜻 보면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한 하이퍼리얼리즘한 조각 작업으로, 엉뚱하면서도 묘하게 마음에 남는 작업들을 만들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유머를 기반으로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균형감, 그 안에 담긴 질문과 태도가 바로 그의 시각 언어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13년부터 약 7년간 네덜란드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케셀스크라머’에서 활동하며 25세의 나이에 최연소 파트너로 발탁되었고, 이후 Gucci, Nike, Apple, Adidas, Hermès 등 글로벌 브랜드의 캠페인과 비주얼 아이덴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이끌며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서 새로운 시각적 문법을 제시해 왔습니다. 국내에서는 젠틀몬스터와 ‘제니’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도 그만의 독특한 시각 세계를 선보였는데요. 지금도 그는 유머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또 다른 방식을 탐색하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온 질문들을 끈질기게 던지는 실험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INTRO

[예술과 장난 사이, 작가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다]

전시의 시작점인 INTRO 구역은 작가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입구와도 같았습니다. 어두운 패널 위에 또렷이 새겨진 ‘INTRO’라는 글자 아래, 안내문에는 “그에게 유머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는데요.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을 이 짧은 한 줄이 미리 일러주는 듯했습니다.

 

이곳의 전시 서문과 설치 작품들은 맥스 시덴토프라는 작가를 엿보는 시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관객은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예술과 장난 사이의 경계를 넘기 시작하는데요. 안내문 끝자락의 “출구는 있지만, 탈출은 아직 불가능합니다”라는 위트 있는 문장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미 작가의 세계에 발을 들였으니 끝까지 함께 걸어보자는 일종의 초대처럼 느껴졌거든요.

 

첫 구역부터 가벼운 미소가 새어 나오면서도, 동시에 ‘이 전시, 단순히 웃기기만 한 곳은 아니겠구나’ 하는 기대가 차올랐습니다. 웃음과 사유가 같은 자리에서 출발한다는 것, 그 예고편을 INTRO에서 미리 받아 든 셈이었죠.

 

# Self

[스스로를 재료로 삼아 예술가의 존재를 묻다]

이어지는 구역에서는 맥스가 자기 자신을 작업의 재료로 삼아, 예술가라는 존재와 예술 그 자체를 진지함과 장난스러움 사이에서 탐구하는 작업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찍고, 조각하고, 연출하는 그의 작업은 이후 펼쳐질 전시 전체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를 품고 있었는데요. 진지한 얼굴로 농담을 건네고, 장난스러운 시선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사람. 그 모순과 매력이 공존하는 세계로 관객을 초대하는 구간이었습니다.

 

첫번째 구역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수줍은 예술가〉였습니다. 새하얀 받침대의 옆면에 뚫린 불규칙한 구멍 하나와 그 구멍 밖으로 살짝 내밀린 작가의 코를 보여주는 작업물입니다. 마치 작가가 받침대 안에 완전히 숨어 있다가 세상을 살짝 엿보고 있는 장면처럼 연출되어 있어, 보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맥스는 자신의 존재를 ‘작품을 올려두는 받침대’ 안에 삽입함으로써, 이 작품은 제도적 장치에 대한 유머러스한 아이러니를 만들어냈는데요. 본래 중립적이어야 할 받침대가 숨는 장소인 동시에 무대가 되며, 작품과 작가, 그리고 전시 구조 사이의 경계를 흐려놓습니다. 작고 간결한 개입을 통해, 드러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숨고 싶어 하는 현대 예술가의 모순적인 위치를 탐구하는 작업이라고 합니다. 코끝 하나로 ‘예술가는 자신을 어디까지 드러내야 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솜씨가, 단순한 농담처럼 보이면서도 한참을 들여다보게 만들었습니다.

 

# 내가 그리는 맥스

[이젤 앞에 앉아, 작가를 직접 그려보는 시간]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은 둥근 형태의 드로잉 룸이었습니다. 둥근 무대 위에는 속옷과 양말만 걸친 채 한쪽 발을 정육면체 받침대 위에 올린, 실물보다 훨씬 거대하게 제작된 작가 자신의 하이퍼리얼리즘 조각이 우뚝 서 있었는데요. 앞서 작가 소개에서 언급했듯,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한 피부와 솜털, 표정까지 그대로 살아 있어 한동안 그 앞에 멈춰 서 있게 되었습니다. 거대한 크기 덕분에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상을 마주한 듯한 위엄마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조각을 빙 둘러싸듯 여러 대의 이젤이 원형으로 놓여 있어, 관객이 직접 자리에 앉아 이 조각을 모델 삼아 그림을 그려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습니다. 미술 시간의 인체 크로키 수업을 그대로 전시장 안으로 옮겨온 듯한 풍경이었죠. 둥근 천장에서 떨어지는 조명과 나무 이젤이 어우러져, 공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아틀리에처럼 느껴졌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한쪽 벽면이었습니다. 관객들이 직접 그린 크로키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는데, 그 사이에 이 포즈를 만들어낸 이미지 생성 프롬프트가 손글씨로 적혀 있었거든요. ‘역동적인 서 있는 자세, 정육면체 받침대 위에 올린 왼발, 속옷과 양말’ 같은 묘사가 그대로 조각의 포즈로 구현되어 있어, ‘AI가 상상한 자세 → 실제 인간 조각 → 사람이 다시 손으로 그린 드로잉’으로 이어지는 묘한 순환이 느껴졌습니다. 누군가는 진지하게 인체의 근육과 명암을 그려냈고, 또 누군가는 그 위에 장난스럽게 스파이더맨 마스크를 씌워두기도 했습니다.

 

작가가 스스로를 재료로 삼는다는 이번 구역의 주제가, 관객의 손끝에서 다시 한번 확장되는 듯한 경험이었습니다. 그저 바라보는 대신 직접 한 점 그려보고 가니, 작품과 한층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고요. 잘 그리든 그렇지 않든, 이젤 앞에 앉아 연필을 쥐는 그 잠깐의 시간이 의외로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 Friends

[우정 그 자체로 규정된 관계 속에서 탄생한 작업들]

Friends 구역에서는 작가가 친구,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협업한 작업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Friends〉라는 제목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는데요. 하나는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고 서로의 창작을 지지해 온 협업의 관계이며, 다른 하나는 특별한 감정으로 이어지지 않고 우정 그 자체로 규정된 관계를 뜻합니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았던 건 증명사진을 활용한 작업이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평범한 증명사진처럼 보였는데, 알고 보니 맥스와 동료들이 함께 상상해 낸 엉뚱한 배경 속에서 탄생한 사진이라고 하더라고요. 규격과 격식에 갇힌 듯한 증명사진이라는 틀 안에 슬쩍 장난을 숨겨둔 셈이라, 설명을 읽고 나니 절로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이곳의 작품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실험을 나누고, 방향을 논의해 온 사람들이 작가의 세계를 어떻게 확장하는지 살펴보기 좋은 구간이었는데요. 혼자만의 천재성으로 완성되는 작업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느슨하고도 단단한 연결 속에서 피어난 결과물이라는 점이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같은 사진을 두고도 저마다 다른 개성과 예술성을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놀랍게 느껴졌고요.

 

안내문 말미의 “이 관계의 본질은 단순합니다. 이건 우정이지, 로맨스가 아닙니다”라는 문장에서는, 마지막까지 위트를 놓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진지하게 ‘협업’과 ‘우정’을 이야기하다가, 한 문장으로 슬쩍 농담을 얹어 긴장을 풀어주는 그 호흡이 정말이지 맥스 시덴토프 다웠습니다.

 

# 시대정신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아넣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

갤러리의 한쪽 구석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그 구석까지 바닥을 페인트칠해버린 노인의 모습을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정교하게 구현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정말 리얼해서 순간 사람이리고 착각할 만큼 정교했는데요.

 

이 작품은 오늘날 사회가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정치적·환경적 영역을 막론하고, 우리 스스로가 만든 문제들로 인해 점점 더 움직일 공간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꼬집는데요. 근시안적 정책과 당파적 갈등으로 인한 교착 상태, 구조적 문제들, 끝없는 자원 소비와 지속 가능성을 무시한 삶의 방식이 결국 우리를 기후 위기와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즉각적인 이익과 미래에 대한 무관심이 만들어낸 현재의 모습은, 조각 속 남자가 처한 곤경과 그대로 닮아 있습니다. 또한 작품 속 나이 든 화가는 많은 젊은 세대가 환경 위기부터 경제적 부담까지 오늘날의 여러 문제에 대한 책임을 '베이비붐 세대'의 유산에서 찾고 있다는 현실도 투영하는데요.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우리가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져 어떻게 고립되어 가고 있는지를, 비판적이면서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구석에 쪼그려 앉은 노인의 모습이 처음에는 농담처럼 다가오다가도, 그 페인트 자국이 결국 우리 모두의 자화상처럼 느껴졌습니다.

 

# Your Best Is Not Enough

[완벽을 좇는 현대인을 향한 단호한 한 마디]

새하얀 전시실 안, 한가운데에 작은 묘비 하나를 덩그러니 세워 둔 모습은 멀리서 보아도 묘하게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이 묘비 위에는 ‘유기농(ORGANIC), 방목(FREE RANGE), 저지방(LOW-FAT), 글루텐 프리(GLUTEN FREE), 유제품 프리(DAIRY FREE), 무설탕(SUGAR FREE), 생식(RAW), 비건(VEGAN)’ 등 현대적 식습관의 미덕들이 줄지어 새겨져 있습니다. 작품은 최적화와 순수함, 자기 관리, 그리고 자기 규율에 집착하는 현대 문화를 풍자하는데요. 완벽한 선택을 통해 노화를 지연시키고, 혼란을 통제하고, 죽음마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나 묘비는 단호한 결론을 제시합니다. 아무리 철저하게 관리해도, 우리는 결국 모두 같은 곳으로 향한다는 사실이죠. 작가는 이러한 장례적 형식을 빌려, 쾌락을 희생하며 ‘완벽한 삶’을 좇는 현대적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건강과 자기 관리를 위해 무언가를 끊임없이 ‘빼고 또 빼는’ 우리의 일상이, 결국 흙 위의 작은 묘비 앞에서 멈춰 선다는 그 간극이 묘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웃기지만 동시에 어딘가 서늘한, 이 전시에서 가장 여운이 길었던 작품이었습니다.

 

# It Takes A Village!

[ 8만 개의 조각을 함께 맞춰, 한 아이의 얼굴을 완성하다]

전시의 후반부, CHAPTER #4에서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관객의 손길을 기다리는 참여형 작품을 만나게 됩니다. 주황빛으로 물든 벽 한쪽에 ‘JIGSAW PUZZLE 80000 PIECES’라고 적힌 커다란 퍼즐 박스가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요. 작품의 제목은 〈It Takes A Village!〉.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오래된 속담에서 가져온 이름입니다.

 

눈앞에 놓인 것은 약 8만 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퍼즐입니다. 전시 기간 동안 방문객들은 그중 한 조각을 골라 직접 퍼즐에 맞추고, 그렇게 조금씩 한 장의 이미지를 완성해 나가는데요. 저도 바닥에 넓게 펼쳐진 퍼즐판 앞에 쪼그려 앉아, 빈자리를 찾아 조각 하나를 끼워 넣어보았습니다. 손끝으로 조각이 ‘딱’ 맞아 들어가는 그 작은 감각이,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내 손을 거쳐 간 한 조각이 이 거대한 그림의 일부로 영원히 남는다는 사실이 꽤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완성되어 가는 퍼즐에서 천천히 드러나는 것은 2025년 11월에 태어난 작가의 아이, 생후 얼마 되지 않은 아기의 첫 사진입니다. 아주 개인적인 기억에서 출발한 이미지는 수많은 관객의 손길을 거치며 하나의 얼굴을 찾아가는데요. 이 작품은 한 사람이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무수한 관계들을,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통해 완성되어 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상기시킵니다.

 

위트와 풍자로 가득했던 전시의 끝에서, 가장 사적이고 따뜻한 메시지로 마침표를 찍는 셈이죠. 내가 맞춘 조각 하나가 누군가의 얼굴을 이루는 일부가 된다는 사실이, 전시 전체를 통틀어 가장 뭉클하게 다가온 순간이었습니다.

 

전시를 둘러보다 보면 한쪽 벽에서 손글씨로 적힌 문장을 만나게 됩니다. “Have fun, we’re doomed anyway. (즐기세요, 어차피 우리 모두 망했으니까요.)” 다소 도발적인 한 줄이지만, 이 전시를 다 보고 나니 이만큼 맥스 시덴토프의 태도를 잘 요약하는 문장도 없겠다고 느꼈습니다. 세상을 너무 심각하게만 바라보지 않기 위해 필요한 약간의 거리, 그 틈에서 피어나는 웃음. 그것이 바로 이 전시가 건네는 메시지였습니다.

 

진지한 얼굴로 농담을 건네고, 장난스러운 시선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사람. 맥스 시덴토프 개인전 〈Seriously NOT Serious〉는 그 모순과 매력이 공존하는 세계를 천천히 거닐어볼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받침대 안에 숨은 예술가부터 직접 그려보는 드로잉 룸, 식단이 새겨진 묘비, 세계 평화를 위한 역설적인 지침서, 그리고 8만 개의 조각으로 완성해 가는 한 아이의 얼굴까지. 가볍게 웃으며 지나치다가도, 어느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는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습니다.

 

특히 관객이 직접 손을 보태는 참여형 구성 덕분에, 그저 ‘보고 나오는’ 전시가 아니라 ‘함께 완성하고 나오는’ 전시로 기억에 남았는데요. 유머를 다루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진지함을 비틀되 우습게 소비하지 않는 그 균형감 덕분에, 짧은 웃음 뒤에 남는 사유의 여백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습니다. 공간마다 분위기와 색감이 완전히 달라 천천히 둘러보기에도, 사진으로 남기기에도 더없이 좋았고요.

 

개념미술을 어렵지 않게 즐기고 싶은 분, 유머와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느끼고 싶은 분, 혹은 ‘이건 무슨 의미일까?’ 하는 질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만한 전시입니다. 관람 시간은 약 60분 정도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으니, 주말 도심 나들이 코스로 가볍게 묶어 다녀오기에도 좋습니다.

 

굳게 닫혀 있던 시선에 작은 균열이 생기는 순간, 익숙했던 장면들이 새로운 영감으로 되돌아올지도 모르니까요. 너무 심각해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필요한 요즘이라면,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여러분만의 시선과 생각으로, 맥스의 세계를 마주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