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당항에서 물길을 갈라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섬, 홍성 죽도를 아시나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본래 이곳은 대나무가 지천이라 '죽도(竹島)'인데요. 원래는 대나무의 '대'자를 본떠 '대섬'이라는 정겨운 이름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차가운 계절을 지나며 '죽도(竹島)'라는 한자 이름을 입게 되었지요.
드론을 띄워 하늘의 시선으로 내려다본 죽도는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짙푸른 대나무 숲이 뿜어내는 깊은 초록을 중심으로, 작은 무인도들이 마치 주군을 지키는 호위무사처럼 섬을 둥글게 감싸 안고 있었거든요.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만으로도 이 섬이 품고 있는 시간과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15분. 짧은 뱃길 끝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죽도는 예상보다 훨씬 더 깊고 매력적인 풍경을 품은 섬이었습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대나무 숲길을 지나 섬의 속살로 들어서면, 투박한 자연의 풍경 속에 숨겨진 의외의 즐거움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서 모여들게 만든 '섬마카세'의 정체부터, 발길 닿는 곳마다 마주치는 작은 섬들의 이야기까지. 날씨 탓에 안개에 싸여 신비로움을 더했던 죽도가 조금씩 그 베일을 벗으며 내어준, 1박 2일의 기록을 지금부터 하나씩 꺼내 보겠습니다.

# 남당항
[섬 여행의 설렘을 안고 방문한, 축제의 항구]
📌남당항 홍주해운 매표소
• 위치 :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로213번길 25-60
• 여객선 운항: 평일 하루 5회 / 주말·공휴일 하루 7회, 상세 내용은 홍성군청 참고
• 화요일 정기 휴항 (기상 악화 시 변동)
• 소요 시간: 약 10~15분
• 요금 (왕복) 대인 12,000원 / 학생 11,000원 / 소아 6,000원 / 경로 10,000원
* 도서민 50% 할인
*장애인 및 보호자 1인 대인요금 50% 할인 (복지 1,2,3급 중증 이상 복지카드 지참 시)
• 문의: 041-631-0103
• 주차: 남당항 공영주차장 이용
• 특이사항: 승선 신고서 작성, 주민등록증 지참 필요



죽도에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서는 남당항을 먼저 들러야 합니다. 경유지 삼아 죽도에 들어가는 배를 타러 방문한 남당항은,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곳이었습니다. 죽도행 배를 기다리는 동안, 어느새 배 시간이 다 된 줄도 모르고 항구 자체를 구경하고 있을 만큼 매력적인 항구였거든요.
꽃게, 새조개, 주꾸미, 대하. 남당항은 계절마다 주인공이 바뀌는 곳이라고 하는데요. 어느 때 찾아도 제철 어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을이면 대하입니다. 9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대하 축제는 남당항을 대표하는 행사인데요. 홍성 남당리 하면 대하를 떠올릴 만큼 전국적으로 유명합니다. 한 번이라도 이곳 대하 맛을 본 사람은 그 담백함과 구수한 향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고 해요.
겨울에는 새조개 축제가 열립니다. 12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잡히는 새조개는 쫄깃하고 담백한 감칠맛이 특징인데, 뜨거운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새조개 샤브샤브가 이곳 겨울의 별미라고 하니, 슬그머니 겨울 방문 계획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봄에는 4월에서 5월 말까지 바다송어 축제가 펼쳐집니다. 맨손 송어잡이 체험과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함께 열린다고 해요.
죽도 가는 길에 잠깐 들른 항구치고는, 남당항이 가진 이야기가 꽤 많았습니다. 특히 해산물과 시장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남당항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오면 죽도로 향하는 배를 탈 수 있는 매표소가 보입니다. 남당항에서 죽도로 가는 배는 하루 여러 번 운항합니다. 이른 오전 배를 타면 오전 내내 섬을 여유롭게 돌고 오후 즈음 나올 수 있고, 오후 배를 타면 글램핑이나 민박을 이용해 하룻밤 머무는 일정으로 섬에서의 특별한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주말과 성수기에는 자리가 빨리 차는 경우가 있어, 배 시간보다 30분 이상 일찍 도착하는 게 좋습니다.
죽도로 향하는 매표소 앞에서는 새삼 놀랐습니다. 이미 죽도의 매력을 먼저 알아챈 여행객들로 현장은 제법 활기찼거든요. 특히 어르신들 사이에서 이토록 인기 있는 곳일 줄은 미처 몰랐는데요. 승선을 기다리는 인파가 많아 배는 정해진 시간 외에도 쉼 없이 바다를 오갔습니다.
여행객들의 얼굴에는 출발 전부터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아직 배에 오르기도 전이었지만, 이미 여행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어요. 배에 올라탄 뒤에도 그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새우깡을 내밀면 재빠르게 날아와 낚아채 가는 갈매기를 보며,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거든요. 낯선 사람들끼리도 같은 풍경 앞에서 함께 웃게 되는 순간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묘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배 뒤로는 하얀 포말이 길게 일었고, 그 위를 갈매기들이 가볍게 날아다녔습니다. 멀리 있던 죽도가 점점 눈앞으로 가까워지는 그 15분은 생각보다 훨씬 짧게 느껴졌어요. 짧은 뱃길이었지만, 섬에 닿기 전부터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죽도에 가까워질수록 섬의 빛깔은 점점 또렷해졌습니다. 초록빛 대나무들로 포근히 덮인 섬과 항구 끝에 우뚝 선 흰 등대가 먼저 시선을 붙들었고, 갈매기들은 마치 제 고향에 돌아온 듯 선착장 위를 가볍게 날아올랐습니다.
섬에 도착하니 손을 흔들며 반겨주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여 저까지 덩달아 마음이 들떴는데요. 홍성군 유일의 유인도인 이 작은 섬은 서른한 가구, 예순 명 남짓한 사람들의 삶을 조용히 품고 있다고 합니다. 규모는 작지만, 그 안에 깃든 온기만큼은 결코 작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선착장에 내리면 가장 먼저 죽도마을 안내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망쉼터와 여객선 대합실, 선착장까지의 거리가 적힌 이정표였는데요. 작은 섬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둘러볼 곳이 많았습니다. 둘레길의 총길이는 약 3.5km. 경사가 거의 없어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는 점도 무척 반가웠어요. 안내판 앞에 서서 섬의 동선을 가늠해보고 있자니, 이곳은 서둘러 지나가기보다 천천히 걸으며 풍경과 쉼을 함께 누려야 더 잘 보이는 곳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바퀴 둘러보다 보면 2~3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갈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 동백꽃과 대나무 숲 트레킹 코스
[봄 죽도를 기억하게 하는 색깔들]
흐린 날씨 탓에 내심 걱정도 앞섰지만, 막상 섬에 발을 들이자 그 기우는 이내 감탄으로 바뀌었습니다. 오히려 습기를 머금은 대나무 숲의 웅장한 무게감이 공기와 근사하게 어우러졌거든요.
안개 낀 날의 죽도는 말로 다 못 할 서정적인 풍경을 자아냈습니다. 안개 속에서 홀로 색깔을 입은 듯한 색색의 동백꽃, 흐릿한 실루엣으로 멀어지는 대나무와 섬들, 그리고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녹아내려 하나가 된 수평선까지. 맑은 날이었다면 결코 마주하지 못했을, 오직 운무만이 허락한 신비로운 풍경입니다. 맑은 날에 방문했다면 대나무 숲의 푸름이 또 다른 매력을 풍겼겠지요.


트레킹 코스를 따라 천천히 발을 옮기다 보면 어느 순간 길 양옆으로 동백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동백은 피어 있을 때 만큼이나 떨어지는 순간도 인상적인 꽃입니다. 꽃잎이 흩날리듯 지는 것이 아니라, 꽃송이째 툭 하고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길 위에 내려앉은 붉은 동백들이 누군가의 손을 거쳐 하트 모양으로 모여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방문객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작은 전통이라고 해요. 떨어진 꽃을 주워 모아, 다음 사람을 위해 예쁜 자리를 남겨두는 것. 이상하게도 피어 있는 꽃보다 길 위에 내려앉은 꽃들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동백꽃 사이를 지나면 대나무 숲이 나옵니다. 죽도라는 이름의 이유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구간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발밑에서 느껴지는 푹신한 흙과 야자매트의 질감, 머리 위를 가득 메운 댓잎이 서로 마주치는 청량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걷는 내내 오감이 함께 즐거워졌고, 지나가는 아이들도 대나무 소리가 난다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덩달아 행복해졌습니다.
걷다가 중간에 대나무들이 양옆에서 빽빽하게 들어서며 만들어낸 울창한 초록빛 터널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마치 신비의 숲 같은, 이 대나무 숲 안으로 들어서면 온도가 한 단계 낮아지는 느낌이 들고, 동굴에 들어선 것처럼 서늘한 기운이 몸을 감쌉니다. 빛도, 소리도, 바람도 조금씩 달라지는 그 구간이 함께 온 사람들과 발걸음을 늦추게 만들었어요. 사진을 남기지 않으면 아까운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조망대와 마주치게 됩니다. 대나무 컨셉의 계단을 올라 시야가 열리는 순간, 발이 절로 멈춰졌어요. 썰물로 드러난 갯벌과 안개 속에 흐릿하게 떠 있는 무인도들을 배경으로, 동백꽃이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검은 모래 위에 걸쳐 있는 그 풍경이 너무나 고요하고 아름다워서, 제 일행은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휴대폰을 내려둔 채 그저 바라만 보았습니다.
죽도를 걷다 보면 조망대의 이름도 눈에 들어옵니다. 김좌진 장군 조망대, 한용운 선생 조망대, 최영 장군 조망대. 세 분 모두 홍성을 대표하는 역사 인물들이에요. 처음에는 섬 조망대에 지역 역사 인물의 이름을 붙여두었구나, 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막상 한 곳씩 올라서 보니, 각 조망대가 품고 있는 방향과 풍경이 모두 달랐습니다. 어느 곳에서는 무인도들이 가까이 들어왔고, 또 어느 곳에서는 천수만의 물길이 더 넓고 고요하게 펼쳐졌습니다. 세 곳을 모두 오르는 시간이 조금도 아깝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어느 조망대에 서더라도 무인도들은 시야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 섬들 사이로 밀물과 썰물이 번갈아 물을 채우고 비우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죽도라는 섬이 얼마나 오래된 시간 위에 놓여 있는지 잠시 생각하게 됩니다. 물이 찰 때는 섬들이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물이 빠질 때는 섬 사이의 바닥이 드러나며 길이 생깁니다. 갯벌이 나타나고, 물속에 잠겨 있던 바위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조금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섬이 천천히 숨을 쉬는 것 같았습니다.흐린 날이라 아쉬웠던 마음이, 조망대에 올라서는 순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맑은 날에 왔더라면 결코 볼 수 없었을 풍경이었으니까요.


진분홍, 짙은 빨강, 흰 바탕에 분홍 줄무늬. 색깔에 따라 다른 나무에서 피는 꽃이라고 하는데, 섬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세 가지 동백을 모두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빨간 동백은 꽃잎이 단정하게 모여 있었고, 줄무늬 동백은 조금 더 풍성하게 벌어진 모습이었어요.
하얀 동백은 안개 낀 바다를 뒤로 두고 서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흰 바탕에 분홍 줄무늬가 들어간 동백도 있었어요. 같은 동백인데 이렇게 다른 얼굴을 가질 수 있나 싶을 만큼, 죽도의 동백은 색과 모양이 제각각이었습니다.


마을길을 걷는 시간도 빠뜨리지 마세요. 낮에는 주민들이 대부분 바다로 나가 있어서 마을이 조용합니다. 빈 마당에 널린 그물, 처마 아래 쌓인 어구, 텃밭에 막 올라오는 쪽파. 이런 디테일들이 풍경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았는데요. 걷다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이 있었습니다. 가자미 덕장이에요. 줄에 가자미가 나란히 걸려 바닷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어요. 가자미는 봄이 제철이라, 살이 제일 통통하게 오르는 시기가 딱 이맘때라고 합니다. 손바닥만 한 가자미들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마르고 있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가자미들이 햇빛과 바람 사이에서 조금씩 마르고 있는 모습은, 죽도가 여전히 누군가의 하루가 이어지는 생활의 섬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 섬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방법들
# 글램핑
[섬에서의 하룻밤, 천수만의 밤을 품고 자다]

텐트에 짐을 풀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바다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천수만이 텐트 바로 앞에 있었어요. 육지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섬 안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조금 다릅니다. 육지의 바다는 멀리 펼쳐진 풍경처럼 느껴진다면, 섬에서의 바다는 그 안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듭니다.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곳에서 바다를 마주하고 있으면, 풍경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풍경 한가운데 잠시 머무는 기분이 들어요. 죽도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저는 이 첫 순간을 가장 먼저 말하고 싶습니다.
드론으로 내려다보면 해변 바로 앞에 텐트들이 나란히 줄지어 선 모습이 보입니다. 소나무 숲과 자갈해변 사이, 천수만을 코앞에 두고 머무는 자리입니다. 섬 글램핑이라는 말이 처음에는 조금 낯설게 들렸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왜 이곳의 하룻밤이 특별한지 금방 이해가 됐습니다. 텐트 문을 열면 바로 바다가 있고, 죽도를 감싸고 있는 무인도들이 시야 안에 들어옵니다. 숙소에 머무는 시간조차 여행의 일부가 되는 곳. 죽도 글램핑은 그런 방식으로 섬을 천천히 느끼게 해줍니다.

아침에는 또 다른 바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밤사이 물때가 바뀌면 텐트 앞 풍경도 달라져요. 전날 노을빛을 머금고 출렁이던 바다가 아침에는 갯벌을 드러내고, 물속에 잠겨 있던 바위들이 하나둘 모습을 보입니다. 같은 자리에 앉아 전혀 다른 바다를 바라보는 경험. 죽도 글램핑을 추천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루를 묵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 죽도쉼터 · 민박
📌 죽도민박 패키지
• 예약 및 문의: 010-8804-9171
• 1박 2일 민박 패키지 요금 (1인 기준)
성인: 130,000원 / 초등학생 이하: 70,000원
• 3식 제공
중식: 해물칼국수
석식: 제철회 + 제철해산물 + 매운탕
(꽃게, 낙지, 주꾸미, 전어, 대하, 우럭, 광어 등 제철 자연산 해산물)
조식: 바지락탕 정식 (가정식백반)
• 무료 체험: 죽도 주변 섬 유람 (5인 이상 시 운영)
• 예약 취소: 10일 전까지 100% 환불 / 이후 환불 불가



둘레길이 시작되는 지점에는 죽도쉼터가 있습니다. 간단한 음료와 매점이 있고, 야영관리소도 마련되어 있어요. 섬을 한 바퀴 걷기 전 잠시 숨을 고르기 좋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방문객을 반겨주는 또 하나의 존재도 있습니다. 바로 죽도쉼터의 마스코트 강아지입니다. 폭신한 갈색 털에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이 친구는, 고요한 섬에서 예상치 못한 반가움을 건네는 작은 터줏대감 같았습니다. 쉼터 앞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곁으로 다가와 앉아 있는 녀석을 마주하게 됩니다. 여행지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건 때로 거창한 풍경보다 이런 사소한 만남합니다.
죽도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다면 민박 패키지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요즘은 일명 ‘섬마카세’로도 불리는 1박 2일 패키지인데, 성인 기준 130,000원에 3식이 포함되는 구성입니다. 중식은 해물칼국수, 석식은 제철회와 제철 해산물, 매운탕, 조식은 바지락탕 정식으로 차려진다고 해요. 꽃게, 낙지, 주꾸미, 전어, 대하, 우럭, 광어 등 천수만 자연산 해산물이 밥상에 오르는 만큼, 단순히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보다 섬의 계절을 식탁으로 함께 만나는 시간에 가깝습니다.5인 이상 이용 시에는 낚싯배를 타고 죽도 주변 무인도를 둘러보는 유람도 무료로 포함된다고 하니, 조금 더 깊게 죽도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배 위에서 죽도를 한 번 더 돌아봤습니다. 동백꽃이 피어 있던 섬, 대나무 숲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던 섬, 작은 무인도들이 호위처럼 둘러싼 섬, 가자미들이 바닷바람에 천천히 마르던 섬, 밀물과 썰물에 따라 하루에 두 번씩 느낌이 달라지던 섬.
죽도는 크고 화려한 섬이 아닙니다. 대신, 천천히 걸을수록 보이는 것들이 많은 섬이에요. 봄의 죽도에는 바다를 뒤로 두고 피어난 동백꽃과 안개 낀 무인도, 썰물과 밀물 그리고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섬마을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당항에서 배로 15분. 짧다면 짧은 거리지만, 그 물길을 건너고 나면 일상은 생각보다 멀어지고 바다는 생각보다 가까워집니다. 봄의 홍성을 여행한다면, 천수만 한가운데 조용히 떠 있는 죽도에서 꽃과 바다, 섬의 시간을 천천히 걸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