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청이라는 이름엔 묘한 거리감이 있습니다. 민원이 있거나 용무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요. 광화문 광장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어 지나칠 때마다 눈에 들어오지만, 막상 들어가 볼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본 적이 없었던 건물이기도 했어요. 시민과 행정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게 있다고 느꼈달까요. 나와는 다른 세계 같은, 낯선 문 앞에 서 있는 느낌. 그 유리벽 너머로 늘 보이기만 했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 2월, 그 지하에 누구나 별 이유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10년 넘게 '시민청'으로 불리며 다양한 행사와 만남의 장소로 쓰였던 공간이, 이번엔 전시와 체험, 쉼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고 하는데요, 이름은 '내 친구 서울 서울갤러리'. 서울시는 이 공간을 통해 행정 정보와 도시 비전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이 직접 체험하고 참여하는 공공 문화 플랫폼으로 전환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입장료가 없고 예약도 필요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서울 한복판에서 잠시 쉬어갈 곳을 찾고 있다면, 혹은 가볍게 들를 수 있는 문화 공간을 찾고 있다면 이곳을 한 번 추천드리고 싶어요. 서울시청이라는 다소 딱딱한 이미지와는 달리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부담 없이 머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 내 친구 서울 서울갤러리
[서울의 이야기를 시민의 경험으로 바꾸는 곳]
📌내 친구 서울 서울갤러리
위치 : 서울 중구 세종대로 110 서울시청 지하 1·2층
운영시간 : 09:00 ~ 20:00 (11~2월 기준) / 3~10월: 09:00 ~ 21:00
휴관일 : 일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입장료 : 무료
문의 : 다산콜센터 02-120
누리집 : seoul.go.kr/seoulgallery

계단을 내려가기 전까지 솔직히 기대가 크지 않았어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간'이라는 말에 어쩐지 딱딱한 전시물들이 줄 서 있을 것 같고, 홍보성 문구들이 가득할 것 같았거든요. 마음속으로 살짝 각오하고 계단을 내려섰는데, 지하로 내려서는 순간 예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습니다. 천장에서 이어지는 식물들, 알록달록한 서울을 대표하는 캐릭터들, 그리고 넓게 트인 공간. 순간적으로 여기가 정말 시청 지하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하 1층과 2층에 걸쳐 전시관과 체험 공간, 카페와 책방, 공연장과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까지 한데 모여 있는데, 각각의 공간이 억지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정말 알차게 설계되어 있었어요. 돌다 보면 어느새 꽤 많은 것들을 보고 지나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딘가를 '보러' 간다기보다, 걷다 보니 계속 새로운 것들이 나타나는 방식으로, 서울이라는 도시를 주제로 한 하나의 큰 이야기 속을 천천히 걷는 것 같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이었습니다.
# 내친구서울 1관
[SEOUL MY SOUL · 미래서울모형 · 디지털 정원]

내 친구 서울갤러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습니다. 레고 브릭 10만 개 이상으로 만든 대형 조형물 'SEOUL MY SOUL'이에요. 해치와 소울프렌즈 캐릭터들이 글자 사이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데,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훨씬 크고 정교합니다. 알록달록한 색깔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공간 전체를 채우는 느낌이었어요. 서울의 브랜드와 캐릭터를 레고로 표현해 도시의 감성을 친근하게 전하려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 앞에서 절로 발걸음이 멈추고 카메라를 들게 됐습니다.
설명 패널을 읽어보니 해치 캐릭터는 서울 600년 문화역사와 함께한 상상의 동물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전통 신화 속 사방신의 특징을 품은 다섯 캐릭터가 함께하는데, 힘들게 하는 것들과 싸워주는 '화난 주작(Joo)', 달려가 도와주는 '충전 백호(Hou)', 함께 놀아주기 좋아하는 '댕댕 청룡(Young)', 걱정을 없애주는 '율로 현무(Moo)'가 해치와 어우러져 '해치&소울프렌즈'를 이루고 있습니다.
설명을 알고 나서 다시 보니 각 캐릭터의 표정과 자세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다는 걸 레고 10만 조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한참을 그 앞에서 서성였습니다.

1관으로 이어지는 복도에는 '디지털 정원'이 펼쳐집니다. 서울의 계절별 매력 식물들을 디지털 조경으로 구현한 긴 벽면인데, 파랑과 보라 색감의 꽃들이 살랑이듯 움직이는 게 걸음을 저절로 늦추게 만들었어요. 지하에 있다는 걸 잠깐 잊게 만드는 공간이었습니다. 햇빛 한 줄기 없는 지하 복도인데,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는 게 묘하게 위로가 됐어요. 계절의 색깔을 화면으로 담아낸 게 어딘가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웠고, 미래서울모형으로 넘어가기 전 잠깐 숨을 고를 수 있는 완충 역할도 톡톡히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복도를 지나면 1관의 핵심인 '미래서울모형'이 나옵니다. 처음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규모와 화려함에 먼저 놀랍니다. 서울 전체가 정밀하게 제작된 축소 모형으로 펼쳐져 있는데, 거기에 색색의 디지털 빛이 실시간으로 매핑되어 도시 계획 정보들이 시각화되는 구조예요. 강북 전망대, 강남 전망대 두 곳에서 각도를 달리해 내려다볼 수 있고, 어느 방향에서 봐도 다른 서울이 펼쳐졌습니다. 한강이 저렇게 굽어 흐르고 있었구나, 북한산이 저렇게 가파르게 솟아있었구나. 매일 그 안에서 살면서도 몰랐던 서울의 생김새가 한눈에 들어왔어요.

모형 주변으로는 AI 키오스크가 여러 대 배치되어 있어서, 내가 사는 동네를 직접 검색해볼 수 있었어요. 가락시장, 잠실한강공원, 송파구 가락1동 등 지역을 선택하면 해당 지역의 도시재생활성화사업, 재정비촉진사업(뉴타운) 등 구체적인 개발 계획과 현황이 표시됩니다. 특히 재밌는 건, 불빛으로 해당 구역이 켜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곳곳에는 자연스럽게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고,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구현된 미디어파사드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디어 아트존에 들어서면 서울시의 주요 정책과 도시의 방향성이 화려한 영상과 연출로 펼쳐지는데요, 평소였다면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을 이야기들이 한층 쉽고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행정과 정책을 조금 더 친근한 방식으로 접하게 되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도 자연스럽게 달라졌어요. 단순히 전시를 보는 시간을 넘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서울이라는 도시를 조금 더 관심 있게 들여다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곳은 재미를 기대하고 찾았다기보다, 내가 살아가는 이 지역을 조금 더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방문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둘러보니 키오스크 하나만으로도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서울이라는 도시를 꽤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손바닥만 하게 축소된 서울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그 안에서 매일 분주하게 움직이던 제 모습도 문득 아주 작게 느껴졌습니다. 도시를 이렇게 한눈에 조망하는 경험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한발 물러나 생각을 정리하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마치 일기장을 펼쳤을 때 마주하는 여백처럼, 복잡한 하루 사이에 잠깐의 틈을 내어주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미래서울모형 구역을 지나면 소원 메모들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 조형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알록달록한 종이들이 바람에 살랑이듯 매달려 있어요. 수치와 지도로 가득 찬 공간 안에 사람의 마음이 담긴 종이 한 장이 걸려 있다는 것. 서울의 미래를 내다보는 공간 안에 시민들의 소소한 소원이 함께 걸려 있는 풍경이, 어쩌면 이 갤러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가장 맞닿아 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었어요.
# 로봇카페 by Barisbrew
[AI 로봇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 한 잔]


1관을 다 돌고 나면 카페가 나옵니다. 이름은 'AI 로봇 바리스타 Barisbrew by Seoul Gallery'. 천장에서 늘어진 식물들과 로봇팔이 묘하게 잘 어울리는 공간이에요.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고, 번호가 호출되면 카운터로 가서 로봇팔이 만들어주는 음료를 받으면 됩니다. 기다리는 동안 로봇이 움직이는 걸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로봇이 컵을 집고, 음료를 채우고, 정확한 위치에 내려놓는 동작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산업용 로봇팔이지만 움직임이 매끄럽고 자연스러워서, 처음 보는 분들은 대부분 한참 서서 구경하게 됩니다. 사람의 온기가 없는 손이 만들어낸 커피를 받아 들고, 방금 걸어온 미래 도시의 모형과 600년 전 군기시 사이 어딘가에 서 있으니, 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시간 여행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맛도 무난하게 괜찮았습니다.

한 가지 눈에 띄었던 건 리유저블컵 시스템이에요. 음료를 다회용 컵으로 제공하고, 다 마신 후 매장 내 반납기에 컵을 넣으면 보증금 1,000원을 돌려받는 방식입니다. 컵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해 반납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도 꽤 직관적으로 설계되어 있었어요. 거창하지 않은 방식으로 도시의 내일을 조금씩 바꿔가는 태도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일회용 폐기물을 줄이려는 취지가 카페 운영 방식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점이, 공간 전체가 지향하는 방향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
# 서울마이소울샵
[서울을 담은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


카페 옆으로 서울마이소울샵이 이어집니다. 'SEOUL MY SOUL SHOP - SEOUL SOUVENIRS'라는 간판 아래 해치 캐릭터 굿즈, 서울 브랜드 상품, 각종 기념품들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어요. 딱히 뭔가를 살 생각이 없었는데도 구경하다 보니 꽤 오래 서 있었습니다. 물건 하나하나에 서울이라는 도시의 이름과 얼굴이 담겨 있어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서울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해치 인형, 에코백, 엽서, 서울 문양이 들어간 문구류부터 'SEOUL PICK!'이라는 이름으로 별도 큐레이션 된 서울 추천 상품들까지 종류가 다양했어요. 포장도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외국인 방문객들이 유독 많이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광화문 광장 바로 옆 서울시청 지하에서 서울 굿즈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접근성이 이 공간의 강점 중 하나인 것 같았어요. 서울을 처음 방문한 이들에게도, 오래 살아온 이들에게도, 각자의 방식으로 서울을 간직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었습니다.
# 군기시유적전시실
[발 밑에 잠들어 있던 600년의 시간]


서울마이소울샵을 지나쳐 안쪽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나옵니다. 군기시유적전시실입니다. 입구에서 안쪽을 들여다보는 순간, 먼저 규모에 놀랍니다. 돌과 흙이 그대로 드러난 발굴지가 넓게 펼쳐져 있고, 조선 시대 건물터의 흔적들이 발굴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전시되고 있었어요. 바로 옆에 최첨단 미래 도시 정보를 보여주는 공간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전혀 다른 시간의 층위가 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걸음 들어섰을 뿐인데, 수백 년의 시간이 발 밑으로 펼쳐지는 것 같았어요.
군기시(軍器寺)는 고려·조선시대에 무기와 군사 장비의 제조를 총괄하던 관청입니다. 현재 서울시청 신청사 자리가 바로 그 터였는데, 2008년 신청사 건립 공사 준비 과정에서 대규모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고,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지 45개소와 유물 500여 점이 출토됐습니다. 특히 보물로 지정된 '불랑기자포'와 관련 자료를 비롯해, 조선시대 무기류가 다수 확인되면서 이 자리가 군기시의 일부였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광화문을 지나 출근하는 현대의 서울 한복판에, 이런 역사의 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유물 케이스 안에는 이곳에서 발굴된 청자·분청사기·백자들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어요. 15~16세기 조선시대 유물들이 대부분인데, 깨진 채로 발굴된 것들도 그대로 진열되어 있어서 오히려 더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청자탁잔받침, 분청사기 접시류, 백자 완 등 당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던 도자기들이 유리 너머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어요. 누군가의 밥상 위에 올랐을 그릇들이 수백 년의 시간을 건너 이곳에 놓여 있다는 생각을 하니, 묘하게 마음이 조용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물 케이스 너머로 발굴지 전경이 함께 보이는 구조라, 출토된 맥락과 유물을 동시에 눈에 담을 수 있었어요.

전시실 안쪽으로 들어가다 발걸음을 딱 멈추게 만드는 유물이 있었습니다. 화살촉 수백 개가 한데 뭉쳐 굳어버린 덩어리, '철살수내'였어요. 화살촉들이 오랜 시간 땅속에서 산화되며 서로 엉겨 붙어 하나의 덩어리처럼 굳어진 것인데, 크기도 꽤 컸고 가까이서 보면 화살촉 하나하나의 형태가 아직 남아 있는 게 보였습니다. 수백 개의 화살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시간을 버텨냈다는 게, 어딘가 비장하고 처연한 아름다움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군기시가 무기를 제조하고 보관하던 곳이었다는 설명이 이 유물 하나로 완전히 실감이 됐습니다.

군기시는 1884년 근대식 무기 제조 관청인 기기국(機器局)이 설립되기 전까지, 조선의 중앙 무기 제조·관리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전성기에는 600명 이상의 장인이 근무했다고 전해지며, 총통·화포·칼·활 등 다양한 무기류를 생산했어요. 전시관에는 이 공간에서 출토된 총통, 철환 등의 실물 유물이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설명 패널의 내용과 실물을 나란히 보다 보면 조선시대 국방 체계가 꽤 구체적으로 그려집니다. 600년 전의 장인들이 이 자리에서 땀 흘리며 만들어낸 것들이 지금 이 지하에 남아 있다는 것. 그 무게감이 공간 전체에 조용히 배어 있었어요.

군기시라는 이름 때문에 무기 관련 유물만 있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선조들의 삶, 그터' 코너에는 이곳에서 발굴된 일상생활 유물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나막신(목제 신발), 월소(나무 빗), 나무 도구, 목제 주걱 등이 유리 케이스 안에 나란히 놓여 있었어요. 수백 년 전 사람들이 매일 아침 쓰던 빗과, 신었던 신발. 그것들이 지금 이 자리에 놓여 있다는 게 묘하게 가슴에 남았습니다. 화려하거나 큰 전시는 아닌데, 그 소박함 때문에 오히려 유물 하나하나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공간이었어요.
갤러리 전체를 통틀어 가장 서울다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래를 보여주는 공간들 사이에, 땅속에서 꺼낸 600년 전의 물건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서울이 지닌 시간의 두께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방식인 것 같았어요.
# 청년활력소 · 키즈라운지



군기시 유적전시실을 나오면 청년을 위한 취업상담 공간인 '청년활력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일자리센터와 연계한 청년 성공취업서비스가 운영되는 곳으로, 1:1 성장상담 전략 제시, 자기소개서·면접컨설팅, AI 역량 및 취업전략 수강, 진로설계와 직무역량을 돕는 취업교육 프로그램 등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전시 공간 한편에 이런 실질적인 상담 공간이 함께 있다는 게 처음엔 낯설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서울의 미래를 보여주는 공간 안에, 그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함께 있다는 것이 어쩐지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볼거리만 가득한 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내어주는 공간. 이곳만의 결 같은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원나무 옆으로는 '해치와 서울건축소'가 이어집니다. 아이들이 직접 커다란 폼 블록으로 건물을 짓고, 도시를 만들어보는 체험 공간이에요. 알록달록한 핑크와 노란 블록들이 쌓이고 무너지고 또 쌓이는 공간. 아이들이 상상하는 서울이 어떤 모습인지, 그 조각들이 흩어진 채로 바닥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데이터와 지도로 미래 서울을 그리는 동안, 아이들은 직접 손으로 자신만의 도시를 짓고 있었어요. 어쩌면 그게 더 진짜 서울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키즈 라운지에는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며 도시와 정책을 보다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꾸며진 놀이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해치의 마법방울’에서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지고, ‘발달9988 실험실’에서는 과학자가 된 듯 실험복을 입고 다양한 도구를 직접 만져보며 체험할 수 있어요. 제가 방문한 날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아이들의 드로잉 노트에는 각양각색의 해치 그림이 가득했는데, 전시를 둘러보는 동안 자연스럽게 해치라는 캐릭터에 푹 빠져든 듯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고, 보호자는 그 옆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구조라는 점도 좋았어요.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이런 구성 자체가 가장 현실적이고도 반가운 배려처럼 느껴졌습니다.
서울갤러리에, 이렇게 많은 것들이 담겨 있을 거라고는 방문하기 전엔 몰랐습니다. 해치 레고 조형물 앞에서 멈추고, 미래서울모형 옆에서 내 동네를 찾아보고, 로봇이 만들어준 커피를 손에 들고 돌아다니다 군기시 앞에서 또 한참을 서 있다 나왔더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지나 있었어요. 짧게 둘러보면 30분이지만,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두 시간도 모자란 곳입니다. 공간마다엔 각기 다른 서울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디지털로 구현된 미래 서울, 땅속에 잠들어 있던 600년 전 서울, 그리고 그 사이에서 커피를 마시고 주거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행복한 그림을 그리는 지금의 서울. 서울에 오래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이 도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내 친구 서울갤러리’에서 마주한 서울은 제가 알고 있던 서울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행정과 정책, 도시의 구조와 변화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이야기로 다가왔고,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서울시청이라는 공간도 한 시간쯤 지나고 나니 어느새 낯설지 않게 느껴졌어요.
개인적으로는 꽤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서울이라는 도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어른에게는 새로운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계기가 되고, 아이들에게는 즐겁게 뛰어놀며 좋은 추억까지 만들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더욱 추천하고 싶은 공간이었어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그리고 아이와 함께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실내 공간을 찾고 있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홈페이지에 방문해 보면 각종 스테이지 콘서트, 기타연주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예정되어있어, 방문 전 홈페이지에서 확인 후 방문 일정을 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홈페이지 링크: https://www.seoul.go.kr/seoulgallery/www/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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