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은 병오년 ‘붉은 말의 해’입니다. 말은 문명의 확산을 가속화 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속도와 기동력 그리고 힘의 상징이죠. 말은 하루 수십 킬로미터 이상을 달릴 수 있는 강한 체력과 지구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동안 트렌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 상황이었는데요. 그러나 2026년 떠오를 트렌드에는 경제 상황은 물론이고 국제 정세 같은 다른 모든 요인을 압도하는 커다란 힘이 작용하고 있어요. 바로 인공지능입니다. 이제 AI를 빼고 트렌드를 얘기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인공지능은 쓰나미처럼 세상을 뒤덮고 있어요.
매우 강력하면서도 한편 인간적인 동물인 말처럼, AI와 인간의 변증법적 작용이 중요해 졌는데요. 트렌드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 AI를 중심으로 2026년 소비 트렌드를 10대 키워드로 정리했어요.
# 2026년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
2026년의 10대 트렌드 키워드는 AI의 직접적인 작용과 그로 인한 생활 방식의 간접적인 변화를 한 축으로 하고, 그에 대응하는 인간적이고 본질적인 요소의 반작용을 다른 한 축으로 예측해 볼 수 있어요.

# 1. 클릭 없는 세상이 온다, ‘제로클릭‘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어느새 나의 지갑을 열고 나의 주변을 채우고 있어요. 요즘 쇼핑과 검색 플랫폼은 소비자가 무언가를 '찾기 전에’ AI가 ‘먼저 제시해' 고객의 클릭 수를 대폭 줄이고 있죠.
디지털 생활 전반에서 클릭이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제로클릭(Zero-click)'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클릭이 없는 사용자경험을 의미하는데요.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찾고 선택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먼저 판단하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클릭은 단지 수고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을 의미해요. 클릭이 줄어든다는 것은, 인간의 선택을 AI가 대신함으로써 고민을 줄여준다는 뜻이에요. 이는 소비의 주도권이 '검색하는 인간'에서 '제안하는 AI'로 넘어가는 구조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로클릭은 단순히 편리한 기술을 넘어, 소비의 패러다임과 인간의 선택이라는 본질적 가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2026년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여요.

# 2. 인공지능 전환 시대의 조직 운영, ‘AX조직’
하루가 멀다 하고 완성도가 높아지는 AI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영역은 역시 직장에서 일하는 방식입니다. AI의 전면적인 도입으로 과거 계층과 부서로 나누어져 있던 조직은 와해되고, 프로젝트별 업무 중심의 유연하고 자율적인 조직으로 빠르게 개편되고 있어요.
현재 전 세계적 조직은 AI 기술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앞다퉈 시도하고 있어요. Al의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어요. 업무에 AI가 활용되면서 우리 일터는 조직 운영의 대전환을 맞고 있는데요. AX조직(AI Transformation Organization)'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AX조직은 유연성과 자율성을 핵심 DNA로 끊임없이 진화하는 조직 모델이에요. 과거 산업화 시대에 최적화됐던 경직된 기능 중심의 부서 간 장벽, 즉 사일로(Silo) 구조와 계층 제로 표현되는 상하 간의 엄격한 구분이 사라지고, 극적으로 평평한 '울트라 플랫'과 '제로 디스턴스' 개념이 도입되고 있어요. 이제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재즈 뮤지션들처럼 '잼세션'에 익숙해져야 해요. 특히 이미 배운 것을 과감히 폐기하는 '언런(unlearn)'이 중요해지고 있답니다.

# 3. “아들아,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레디코어’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살아가는 신세대에게 새로운 생존 방식이 나타나고 있어요. 실패할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대신, 치밀한 대비와 예행연습을 통해 미래의 경험을 현재로 소환해 통제하려는 욕구가 강해진 것입니다.
불과 몇 년 전, 코로나19가 무너뜨린 일상의 혼돈 속에서 젊은이들이 '갓생'과 '루틴'이라는 트렌드에 열광했다면, 이제는 삶을 미리 계획하고 학습하며 살아가는 '레디코어(Ready core)'가 등장했어요. '준비된(Ready)’ 상태가 삶의 '핵심(core)'이자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됐다는 의미랍니다.
레디코어의 특징은 사전 계획, 인생 예행, 선제적 학습으로 요약돼요. 이들은 자신의 일정과 예약을 철저히 관리하고 인생을 시각화하며, 결혼과 출산, 육아와 노후 등 인생의 주요한 이벤트를 미리 경험함으로써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요. 마지막으로, 커리어와 자산 축적을 위해 선제적으로 학습합니다. 이는 '자기주도학습’, '선행학습'에 익숙한 세대의 코호트적 배경이 작용한 트렌드입니다.

# 4. 가격 구조를 파헤치는 초합리적 소비, ‘프라이스 디코딩’
제품의 가격 구조를 파헤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어느 제품이 100만 원이라고 하면, 예산을 고려해 그 가격에 구매할지 말지만 결정하면 그만이었죠. 하지만 요즘 소비자는 원가·유통·마진·브랜드 가치 등을 일일이 조사해 가격의 구성을 해체한답니다. 그것이 합리적인지,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지 검토한 후 구매를 결정해요.
이처럼 소비자가 더 이상 브랜드가 제시하는 가격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구성 요소를 분석한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행동을 '프라이스 디코딩(Price Decoding)'이라고 해요. 'decode'는 '해독하다'라는 뜻으로, 주로 암호를 푸는 행위를 가리키는데요. 프라이스 디코딩이란 현대의 초합리적 소비자들이 제품의 가격을, 암호 해독하듯 풀어내 구매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트렌드를 말해요.
즉, 가격을 형성하는 여러 요소 중 상품 가치와 브랜드 가치를 나누어 자신의 구매 기준에 맞는지 평가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행동입니다. 최근 명품시장의 위축이나 명품 대신 효과가 비슷하면서 훨씬 저렴한 대체품을 구매하는 듀프(Dupe) 소비의 약진 같은 현상도 프라이스 디코딩 트렌드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어요.

# 5. 유행은 더 작고 빠르게, 픽셀라이프
하루하루, 매일매일의 픽셀을 모아 소비에서도, 주거에서도, 취미에서도, 삶의 해상도를 높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소비자는 더 이상 하나의 유행에 오랜 기간 머물지 않아요. 찰나에 스친 트렌드를 가볍게 탐닉한 뒤, 미련 없이 다음으로 이동해요.
이렇게 잘게 흩어진 소비 조각들이 모여 전에 없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지형을 그리고 있는데요. 디지털 이미지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 ‘픽셀(Pixel)'처럼, 작고 많고 짧게 소비하는 방식이 일상이 된 거예요. 이를 '픽셀라이프'라고 불러요.
픽셀라이프의 첫 번째 유형은 픽셀처럼 작게 경험하는 '최소 단위 소비'예요. 먹어보고 싶은 음식을 소용량으로 맛보거나, 궁금했던 신상 화장품을 미니 사이즈로 써보는 식이죠.
두 번째 유형은 픽셀처럼 많이 누리는 '다층적 경험 추구'예요. 소비자들은 더 이상 하나의 최애에만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고, 둘이든 셋이든 더 많은 대안을 택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요.
마지막 유형은 픽셀처럼 짧게 등장하고 빠르게 사라지는 트렌드를 만끽하는 '찰나의 향유'예요. 페스타·박람회·제철 음식 등 지금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순간에 몰입하고자 해요.

# 6.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 ‘근본이즘’
이상의 다섯 키워드가 AI의 직접적인 적용, 또는 간접적 영향으로 인한 변화라고 한다면, 그 반대편에서 작용하는 반작용의 힘도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근본 이즘입니다.
AI가 모든 것을 생성할 수 있는 시대, 진짜의 가치가 부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알고리즘이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는 영역, 즉 변치 않는 '근본'을 향한 목마름이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급변하고 불안정한 세상 속에서 소비자들이 변치 않는 고전적인 가치와 믿을 수 있는 원조를 찾아 안정감과 만족을 추구하는 트렌드를 '근본이즘'이라고 해요. 이는 AI 사회가 보여주는 최신성·복제성·효율성에 대한 반발이면서, 가상이 현실을 대체하는 시대에 본질에 대한 숙고를 반영해요.
전통이 재조명 받고, 원조를 숭상하며, 클래식을 선호하고, 아날로그의 낭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젊은 세대가 과거의 근본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자신이 살아본 적 없는 과거에 대한 향수'라는 뜻의 '아네모이아'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과도하게 빠른 신기술의 발전으로, 지금 젊은 세대는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에 과몰입하고 있지만, 그에 대해 걱정하고 탈출하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그 탈출의 목적지는 자신들이 경험한 적이 없는, 디지털이 세상에 없던 시대입니다. AI가 발전하면 할수록 가장 근본적인 인간만의 역량이 중요해집니다.

# 7. “기분 안 좋아서 빵샀어”, ‘필코노미’
네니오, 웃프다, 좋은데 싫어… 감정이나 기분이 점점 세분화되고, 정확히 어떤 기분인지를 알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면서 기분이 소비의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구매의 주요 동인이었던 필요·의미·경험에 더해, 기분이나 감정이 소비를 이끄는 주요 목적으로 부상했습니다.
식품, 주거, 심지어는 기술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기분은 경제를 움직이는 현대사회의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분경제를 나타내는 '필코노미(Feelconomy)'는 감정을 의미하는 '필(feel)'과 경제를 의미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소비자가 자신의 '기분'을 진단하고, 관리하며,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경제를 의미해요.
과거, 감정이란 자기도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주관적인 영역으로 여겨졌는데요. 현대인들은 자신의 기분을 마치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관리의 대상으로 여겨요. 이에 따라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었던 기분을 판별하고 유지하며 전환하는 분야가 앞으로 경제를 이끄는 한 축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 8. “혼자이면서도 혼자이고 싶지 않아”, ‘1.5가구’
혼자이면서도, 혼자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늘고 있어요. '우리'보다 '나'를 우선시하는 이들은 자신만의 공간·시간·가치관을 철저히 지키며, 완전한 자율을 지향해요. 하지만 극심한 고물가로 혼자만의 생활을 지키기 버거워지고, 고독과 불안도 밀려옵니다. 혼자이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은 그 지점을 비집고 새로운 가구 형태가 발아하고 있어요.
개인의 자율적 삶(1)을 기반으로, 경제적·심리적·육체적 부담을 덜기 위해 유연한 연결감(0.5)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인데요. 절대 침해받을 수 없는 1의 자율성을 온전히 지키면서 0.5의 연결감을 추구하는 이들을 '1.5가구'라고 불러요.
1.5가구는 지원 의존형, 독립 지향형, 시설 활용형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져요. 각기 세부적인 모습은 다르지만, 초솔로사회의 고독을 해결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실용적인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1.5가구의 공통된 특성을 가집니다.

# 9. 100세 시대 건강에도 지능이 생겼다, ‘건강지능 HQ‘
사회 전반의 건강지능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관한 한 준전문가가 된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100세를 사는 '호모 헌드레드'의 시대를 맞이하여 건강관리의 목표는 이제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더 오래도록 삶의 질을 확보하는 것이 되었어요.
지식으로 성공하던 시대에는 지능(IQ)이, 관계가 중요한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에는 감성지능(EQ)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건강지능(HQ)이 삶의 필수 역량이 됐습니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건강 관련 정보를 탐색, 판단하며 그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를 활용하여 자기 관리를 실천하는 역량을 '건강지능 HQ(Heath Quotient)'라고 해요.
건강지능 시대의 건강관리는 세 가지 특징을 보입니다. 첫째, 인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식단·운동·멘탈 등 다방면으로 자기 관리를 실천하는 '과학적 관리'. 둘째, 비만 치료 주사·모발 이식·성장 호르몬 주사 등 필요에 따라 의약품 및 시술·수술 등 적극적으로 의료적 도움을 받는 '의료적 관리'. 셋째, 신체·생활·환경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건강을 고려하는 '총체적 관리’입니다.

# 10. 아직은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AI, ‘휴먼인더루프’
지금까지 키워드를 AI 도입으로 인한 직·간접의 영향과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누어 살펴봤어요. 이 구조를 철학자 헤겔(Hegel)의 변증법 논리로 보면, 이 두 작용의 변증법적 합에 해당하는 키워드가 바로 휴먼인더루프입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거의 모든 것을 생성하는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인간의 역할을 강조해요. 휴먼인더루프(HITL, Human-in-the-loop)는 인공지능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인간이 적어도 한 번은 개입해야 한다는 AI 활용 철학을 말해요.
인간이 인공지능에 명령자, 검증자, 완결자로서 개입해 시스템의 정확성을 높이고, 최종 결정에 상황적 의미, 윤리적 판단, 창조적 감성을 부여함으로써 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인데요. 단순히 AI를 인간의 통제 아래에 둔다는 소극적 개념을 넘어, 인간과 AI가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적극적인 협업 시스템을 의미한답니다.
휴먼인더루프는 인간이 '불완전한 Al'를 단순히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지능이 시너지를 창출하는 가장 이상적인 공존 모델이랍니다.

2026년 트렌드 키워드는 단순히 AI와 인간의 대립이 아니라, 그 갈등 속에서 합일하는 새로운 변증법적 질서를 보여줍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상체는 인간 하체는 말인 반인반마처럼 AI 시대에 필요한 켄타로우스형 인재는 바로 인간 고유의 역량과 AI의 압도적인 능력을 완벽하게 결합하여,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차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하이브리드형 전문가를 의미해요.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기계를 가진 자가 아니라, 그 기계 위에서 가장 깊이 사유하고 현명한 질문을 던지는 인간이 될 것입니다. 2026년 새해에는 AI를 활용해 말처럼 힘차게 달려나가지만, 그 끝에는 따듯하고 사람 냄새 나는 윤택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기를 소망합니다.
자료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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