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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상대를 구분말고 함께 성장하라! ‘공진화 전략’

꽃이 피면 바람이나 꿀벌 같은 곤충을 매개로 수정이 이루어지는데요. 식물의 개화와 곤충의 활동 시기가 맞물리면서 먹이 활동이 크게 늘어 공진화가 일어나요. 공진화는 좁게는 유전자 돌연변이부터 넓게는 진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종들 사이에 일어나는 형질 변화 같은 생물 현상을 가리켜요. 이와 같은 현상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일어난답니다. 여러 기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하는 것입니다.

 

이전에도 '애플 생태계', '안드로이드 생태계'처럼 일부 산업 분야에서 생태계 개념이 사용되곤 했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크고 작은 생태계 개념이 적용되며 서로 협력해 함께 성장하고 더불어 진화하는 것이 필수적인 시대가 됐습니다.

 

# 마다가스카르 섬의 공진화가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 주둥이가 매우 긴 박각시나방

 

찰스 다윈은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꿀주머니가 매우 긴 난초를 발견하고는 꿀을 빠는 주둥이가 매우 긴 곤충이 이 섬에 서식할 것이라고 추정했어요. 다윈이 죽은 후 실제로 주둥이가 매우 긴 박각시나방이 발견되어 이 가설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죠.

 

자연 생태계의 공진화(co-evolution)는 공생생물, 숙주와 기생생물, 심지어 포식자와 먹이생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진화 과정입니다. 협력적이고 이타적인 호혜적 진화뿐만 아니라, 경쟁적이고 착취적인 투쟁적 진화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랍니다.

 

포식자가 먹이를 더 효과적으로 사냥할 수 있도록 몸의 형태나 기능이 진화하는 한편, 먹이가 되는 초식동물이 이러한 포식자로부터 더 잘 도망갈 수 있도록 함께 진화하는 생태계의 현상까지 이 개념에 포함돼요.

 

▲ 공진화의 방향과 단계 (출처=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한편 비즈니스 전략가 제임스 무어는 1993년 사업 사이의 상호 연결 관계가 더욱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설명하고자 비즈니스 생태계 개념을 도입했어요. 그는 기업을 단일 산업의 구성원이 아닌 다양한 산업에 걸친 비즈니스 생태계의 일부로 볼 것을 제안하며,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기업들은 혁신을 위해 다양한 역량을 통해 공동 진화한다고 설명했어요.

 

무어의 통찰처럼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자연 생태계의 공진화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는데요. 비즈니스 생태계의 참여자들 역시 생존을 위해 서로 의지하거나 경쟁하면서 필사적으로 공진화해요.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고객 가치의 혁신을 창출하는 공진화 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이죠.

 

비즈니스의 주체들이 열린 생태계를 지향하며 공동 성장하는 공진화는 참여자의 수가 얼마나 많고 개방적인지에 따라 폐쇄적-개방적 공진화, 참여자들의 역할과 상호 관계가 얼마나 탄력적인가에 따라 경직된-유연한 공진화로 나눌 수 있고, 이 두 요소를 기준으로 온전한 공진화의 개념에 가까워지는 4단계 발달단계로 구분할 수 있어요.

 

# 1단계: 자사의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폐쇄적 자족시스템'

▲ 애플 앱스토어

많은 기업이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끼리만 상호 연결되는 '폐쇄적 자족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여러 기업이 소망했지만 이루지 못했던 자족적 생태계를 애플은 뛰어난 제품력과 소비자 충성도를 기반으로 자사의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강력한 법률적 압박이 이어지며 폐쇄적인 원칙을 고수해온 애플의 생태계도 문이 열리고 있어요. 지난 2024년 3월 미국 법무부는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이는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해 온 애플의 ‘닫힌 생태계’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죠.

 

미 법무부는 아이폰과 앱을 포함해 음악과 금융 등 부가 서비스와 액세서리인 애플워치까지 모두 폐쇄적으로 연동되어 다른 기업이 애플 생태계에 진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사업 행태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불법 행위라고 지목했어요. 또 애플이 다른 기업의 서비스와 호환되지 않는 '자기 완결적 시스템'을 만들어 소비자의 편익을 해치고 혁신 기업의 시장 진입을 차단했다고 지적했죠.

 

▲ EU의 디지털시장법 시행

 

EU에서도 전자지갑을 사용할 때 NFC를 개방하는 문제를 놓고 비슷한 법률적 제재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답니다.

 

이에 따라 아이폰을 기반으로 각종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앱스토어,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폐쇄적 생태계를 만들어온 애플의 전략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어요. 2024년부터 애플은 유럽연합 지역에서 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더라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과 EU 등지에서 당국의 지적이 있더라도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앱을 설치하도록 했는데, EU에서 애플,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이 독점적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한 디지털시장법(DMA, Digital Markets Act)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죠.

 

애플의 변화는 시장에서 기업이 폐쇄적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더라도, 규제와 법률적 제재에 따라 지속될 수 없다는 단면을 보여줘요. 앞으로 다양한 주체들이 더욱 자유롭게 참여하는 폭넓은 시장 환경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 2단계: 경계 넘어 상생을 모색하는 '제한된 파트너십'

▲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카투홈ㆍ홈투카 서비스

 

독립적인 둘 이상 제한된 수의 참여자가 서로 대등한 관계로 파트너십을 맺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함께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제한된 파트너십'이라고 해요. 자동차 회사와 가전 회사의 파트너십이 대표적입니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는 차와 집을 연결하는 카투홈(Car-to-Home) 혹은 홈투카(Home-to-Car) 서비스를 위해 제휴하기로 결정했어요. 앞으로 현대자동차 사용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앱과 연계해 차량 안에서 집 안의 에어컨을 작동하거나 로봇청소기를 가동하고 TV를 켤 수 있어요.

 

이런 끊김 없는 연결은 전자기기를 넘어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까지 확장돼요. 필요하면 건강 케어 솔루션을 연동해 졸음운전을 감시하고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도 있죠. 삼성전자는 자동차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기회를 얻고 삼성 가전 생태계를 확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답니다.

 

보수적인 산업으로 알려진 금융업에서도 이 같은 파트너십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데요.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카카오페이 같은 핀테크 기업과 전통 금융사가 협력에 나서고 있어요. 카카오페이는 2024년 전북은행과 손잡고 '걷기 적금' 같은 신상품을 출시하고, 롯데카드와 협력해 카카오 서비스에 특화된 혜택을 담은 공동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어요.

 

핀테크 기업은 기존 금융사가 쌓아온 노하우를 배우는 기회를 얻고, 전통 금융권은 디지털화를 위해 핀테크와 협력한 사례인데요. 각종 금융 규제에 관련된 경험이 부족한 핀테크 기업은 기존 금융권과 제휴하고 디지털 금융 분야를 강화하려는 전통 금융사는 플랫폼이라는 강점을 가진 핀테크 기업을 찾아 서비스 인지도와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 서울 광장시장의 스타벅스

 

파트너십은 큰 기업들만 맺는 것은 아니랍니다. 지역 시장이나 한마을의 소상공인들도 서로 밀접한 협업을 통해 상생 효과를 높이는 시너지를 낼 수 있어요. 활력이 떨어지던 서울 광장시장, 인구소멸 우려 지역으로 지목되던 부산 영도구는 로컬 비즈니스 생태계 전략을 적용해 방문객 수를 높이고 대표 관광지구로 거듭나고 있어요.

 

1905년 서울 종로구의 광장시장 상인들이 모여 설립한 '광장주식회사'는 120년 동안 시장 건물 관리와 운영을 맡아 왔어요. 광장주식회사는 최근 여러 기업들과 협업해 시장을 새롭게 변모시키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먼저 다소 활력을 잃어가고 있던 시장의 방문객 수와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시장 한가운데 자리에 새로운 랜드마크로 스타벅스를 입점시켰어요. 스타벅스는 이에 호응해 한국 최초의 상설시장이라는 광장시장의 상징성을 살려 '시간을 추출하는 커피 상회'라는 '레트로 콘셉트'를 덧입힌 공간을 마련했어요.

 

나아가 전통 있는 오래된 가게와 한 달마다 콘셉트가 바뀌는 가게를 함께 성장시키는 전략을 적용했죠. 시장 안의 '365일장'이라는 소품 가게는 평소 광장시장 먹거리를 재구성한 식품을 판매하지만, 기업과 협업해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해요. 최근 2년 동안 주류 회사 제주맥주와 배상면주가, 홍수골 막걸리, 요리주점 용용선생과 협업해 팝업스토어를 운영했습니다.

 

인구 소멸 우려 지역으로 지목되던 부산 영도구 역시 로컬 비즈니스 생태계가 커지며 거듭나고 있어요. 2021년부터 지역 기업인과 청년 창업가들이 공동 성장을 목표로 전략적 협업을 추진한 결과랍니다.

 

삼진어묵과 송월타올, 머거본 등 영도 지역 브랜드 가게에 지역 소상공인의 가드닝 숍과 그로서리 스토어 등이 함께 입점하며, 힙한 공간을 찾아온 관광객들이 지역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고 바로 옆 영도 봉래시장을 방문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어요.

 

특히 부산 영도에 도시 재생, 로컬 전문 액셀러레이터 '크립톤엑스'가 설립되면서, 라이프스타일 소품숍 '롤로와영도'와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죠. 여기에 더해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삼진식품, 크립톤엑스, 부산관광공사, 동명대학교와 함께 영도의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협력을 강화해 지역 비즈니스 생태계를 크게 확장시키고 있어요.

 

# 3단계: 라이벌 기업과도 손잡는 '개방적 협력망'

▲ LG전자의 스마트홈 생태계

 

기업은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른 기업들과 원활한 협력망을 구축해요. 과거에도 탄탄하게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최근 공급망 관리는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도 적극 협업하는 등 매우 '개방적 협력망'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지난 2023년 삼성전자는 4K OLED TV를 출시하며 OLED 패널을 LG디스플레이로부터 향후 5년간 공급받기로 해 큰 화제가 된 바 있어요. 업계에서는 기존 대기업 문화를 고려할 때 경쟁사 부품을 사용하고 그것을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했죠.

 

이처럼 세계 가전 시장의 맞수로 꼽히는 두 기업의 협업은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삼성전자와 OLED 공급으로 수익을 증대하려는 LG디스플레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삼성전자는 QLED·OLED 등 전략 제품군으로 소비자를 공략해 프리미엄 제품 수요를 중심으로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되고, LG디스플레이도 글로벌 판매 1위인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유치해 수익 실적 개선이 기대돼요.

 

국내 대표 경쟁 전자 업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홈 분야에서도 손을 잡았어요. 자사의 스마트홈 앱으로 타사의 제품도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앞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앱인 '스마트싱스'로 LG전자의 스타일러스를 관리하거나 LG전자 스마트홈 앱인 '씽큐'로 삼성전자의 에어컨을 제어할 수 있게 됐어요.

 

이는 단지 삼성전자와 LG전자만의 협력에 그치지 않아요. 사물인터넷 플랫폼 협의체인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뿐만 아니라, GE, 하이얼, 일렉트로룩스 등 14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해 가전 생태계의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답니다.

 

▲ P&G그룹의 Connect+Develop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늘면서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긴밀하게 연계해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 개선의 새로운 활로를 찾는 사례도 늘고 있어요. SK에코플랜트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서울시, 태백시, 위드엠텍과 함께 탄소중립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을 위한 'K-에코시멘트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맺었어요. SK에코플랜트가 연구개발 추진과 운영을 주관하고, 친환경 신소재 전문 스타트업 위드엠텍은 산업폐기물을 활용해 시멘트를 제조하는 K-에코시멘트 핵심 기술 제공과 기술 지원을 맡습니다.

 

K-에코시멘트는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기존보다 25% 이상 저감해 탄소중립 정책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과정에서 SK에코플랜트는 스타트업의 우수 기술을 발굴해 사업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스타트업인 위드엠텍은 연구개발 비용을 마련할 수 있어서 공동 성장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가장 폐쇄적인 영역으로 꼽히는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개방적 협력이 이뤄지고 있어요. 연구개발을 미래의 사활이 걸려 있다는 이유로 내부적으로만 추진하면 성공 확률은 그만큼 떨어지고 투자 대비 효율도 나빠질 수밖에 없죠.

 

연구개발 개념은 한 단계 나아가 외부의 기술과 지식을 흡수하는 인수개발(A&D, Acquisition and Development) 방식으로 변화했어요. 내부 기술이 부족하면 다른 기업의 기술이나 특허를 구매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기업 사이의 협력으로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연결개발(C&D, Connect and Development)이 강조되고 있어요. C&D 기업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식과 역량에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외부의 모든 지식, 아이디어, 기술을 가져오는 방식입니다.

 

P&G그룹의 Connect+Develop팀이 좋은 사례인데요. 이 팀은 스타트업, 실험실, 연구기관, 금융기관, 공급업체, 특허 보유자, 학계 등 외부 파트너를 적극 발굴해 참여시키면서 P&G 사업부 전반의 요구를 충족하는 파괴적 혁신 제품이나 서비스, 솔루션을 만들어내요. 이러한 협업은 단순한 아웃소싱을 넘어 실질적인 공동 창작으로 P&G의 혁신과 매출 증대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 4단계: 비즈니스의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공진화 생태계'

▲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

 

자연의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듯, 비즈니스의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하나의 '공진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공진화의 최종단계입니다. 공진화 생태계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오픈소스'인데요.

 

매우 폐쇄적인 정책을 펼치다 법적 제재에 직면했던 애플의 iOS에 맞서 구글 안드로이드 OS 진영은 일찍부터 오픈 플랫폼 전략으로 대응해왔어요. 구글 안드로이드 OS는 폐쇄적인 애플 iOS와 달리 개방성을 특징으로 내세웠답니다. 지식과 기술에 대해 누구나 참여하고 함께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접근성과 개방성을 강화하기 위해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Open Handset Alliance)'를 구성했죠.

 

글자 그대로 '개방형 휴대폰 동맹'을 의미하는데요. 여러 기업과 사업자들이 모바일에서 사용 가능한 표준형 OS를 개발해요. 다소 출발이 늦은 후발 기업이라 하더라도 선두 주자와 차별되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개방형 플랫폼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 동맹에 참여한 업체는 구글, 인텔, 퀄컴, 엔비디아, 모토로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각국의 대표 기업들로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에 기반한 플랫폼의 공진화에 기여했어요.

 

구글의 개방성 정책 덕분에 누구나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으며, 이러한 개방성은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스마트폰의 진화에 기여했어요. 이것이 오픈소스의 힘입니다.

 

최근에는 오픈소스를 넘어 '노코드, 로코드(No code, Low code)' 개념까지 등장하고 있어요. 노코드는 말 그대로 코딩 없이, 로코드는 최소한의 코딩 지식만으로 개발자와 유사한 코딩이 가능하도록 작업을 간소화한 것을 의미해요.

 

복잡한 프로그래밍 대신 클릭이나 드래그 앤 드롭 또는 음성 같은 보다 직관적인 명령 입력을 통해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도 손쉽게 애플리케이션이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돼요. 개발 업무의 난이도를 낮추고 개발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죠. 노코드·로코드 플랫폼이 보편화되면 공진화의 유연성과 신속성이 전반적으로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

 

▲ Siri GPT

인공지능 시장에서도 공진화 생태계가 주요하게 자리 잡고 있어요. AI 챗봇 챗GPT 개발사인 미국 오픈AI는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맞춤형 챗GPT를 만들어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GPT 스토어를 오픈했어요. 유료 가입자는 누구나 맞춤형 챗GPT를 만들어 올리거나 다른 사람의 챗GPT를 사용할 수 있죠. 세계인이 참여하는 AI 장터에서 사람들의 생활과 산업을 바꿀 수많은 AI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요.

 

배타적이기로 이름난 애플도 2024년 챗GPT 통합을 바탕으로 오픈AI와의 협력 계획을 발표했어요. 애플은 아이폰 내에서만 통제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형태인 음성비서 시리(Siri)를 고집해왔는데요. 자체 데이터의 제한으로 사용에 한계가 발생할 때는 챗GPT에 연결해 위임하여 정보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랍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사용의 편리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GPT 스토어도 애플 생태계에 진출하여 공진화하며 상호 간에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잡았어요.

 

이 같은 공진화 전략은 IT 산업에서 특히 중요한 이슈지만, 전통적인 오프라인 산업에서도 점차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서는 헬스케어 생태계-친환경 비즈니스 생태계-소상공인 생태계-로컬 비즈니스 생태계-스타트업 생태계 등의 상호 연결성을 강화해 더욱 확장된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시도가 주목됩니다.

 

의료 서비스의 공급자가 전통적인 의료기관에서 비의료기관으로 넓어지고, 수요자가 환자에서 일반인으로 확대되면서 치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사전 진단과 건강 유지, 모니터링 등의 서비스 영역이 강조되고 있어요. '리터러시M' 비롯한 스타트업은 의료기관에 퍼져 있는 개인의료 정보를 환자들이 직접 관리할 수 있게 하고, 이를 매개로 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토대로 융합된 의료 생태계를 만들고자 해요.

 

앞으로 헬스케어 영역은 의료 분야 외에도 여러 비의료 분야로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패션(스마트의류), 유통(건기식 및 의약품 배송), 제약 바이오(유전자 진단 등), 금융(인슈어테크), 전자(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이종 산업까지 공진화 생태계로 확장될 전망입니다.

 

# 나와 상대 구분 없이 함께 성장하는 공진화 전략

▲ MIT-IBM 왓슨 AI랩

산업이 고도화되고 상호 연결될수록 기업 간 영향 관계는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고 복잡하게 얽히게 돼요. 혁신을 위해서는 기업의 정체성과 능력 그리고 가치를 빠르게 파악하고 협력을 위한 세심한 준비와 실용적 관점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경쟁을 넘어 적대적인 기업과도 상호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실용적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하고 상호 협력을 위한 미래지향적 신뢰 관계를 맺는 것이 지혜로운 접근법입니다.

 

먼저 혁신적인 생태계는 비즈니스 생태계와 지식 생태계가 효과적으로 접목돼야 해요. 지식 생태계가 지식과 기술 창출에 집중하는 반면, 비즈니스 생태계는 고객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데요. 지식 생태계가 연구자라면 비즈니스 생태계는 실행자 역할인 셈이에요. 이 두 영역이 효과적으로 연계되고 구조화될 때 진정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IBM과 MIT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이들은 AI 기술 발전과 활용을 가속화하기 위해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MIT-IBM 왓슨 AI랩'을 세웠어요. 이 파트너십을 통해 머신러닝, 컴퓨터비전, 자연어 처리, 로보틱스 등 다양한 AI 분야에 대해서 지식을 나누고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있죠.

 

혁신적인 비즈니스 생태계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주변부에 머물러서는 안 돼요. 공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열린 생태계로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키스톤(Keystone) 기업이 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답니다. 키스톤은 아치형 벽돌 구조물의 중앙에 끼워서 구조물 전체를 지탱하는 부채꼴 모양의 '이맛돌'을 일컫는 말인데요. 이 돌 하나가 없으면 구조물 전체가 붕괴되기 때문에,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키스톤으로서 핵심 기업이 된다면 구글이나 오픈AI처럼 생태계 전체를 호령할 수 있습니다.

 

이제 성공의 관건은 생태계를 얼마나 독점적으로 구축하느냐에 있지 않고, 그것을 열고 플레이어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진화의 가능성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어요. 공진화가 이뤄질 때 참여 기업의 성장과 소비자의 만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 기술, 가치의 급격한 변화의 파도가 몰아치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공진화 전략은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자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