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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마음에 스며든 ‘K’의 매력, ‘그라데이션K’

▲ 케이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 각국 넷플릭스 차트 정상을 점령하고, 이 영화에 수록된 K팝 스타일의 OST '유어 아이돌', '골든', '하우 잇츠 던', '소다 팝' 등도 빌보드와 스포티파이 차트 상위권을 뒤덮었어요. 넷플릭스 톱 순위에 <오징어 게임 3>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고, 최근 뉴욕타임스는 '21세기 최고의 영화'로 <기생충>을 선정하기도 했죠.

 

범세계적으로 취향을 공유하고 동조화가 강하게 이뤄지는 글로벌 소셜미디어 시대. K-팝, K-드라마, K-푸드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진정한 한국적인 것"에 대한 정의를 다시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이제 'K'를 단일 기준의 이분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 "얼마나 한국적인 것인가", 'K'는 그라데이션 진행 중

전체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씨실, 한국 전통문화를 날실 삼아 직조한 듯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사실 해외 제작 애니메이션입니다. 미국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습니다.

 

넷플릭스 공개 후 미국, 영국, 일본 등 33개국에서 영화 부문 1위를 기록했고, 평론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는 96%의 높은 신선도 지수를 받았어요.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 제작됐지만 한국적 감각과 전통을 완벽히 구현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평가했는데요. 그렇다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얼마나 K'한 것일까요?

 

▲ JYP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VCHA(비춰)’

 

지난 2024년 미국 그래미닷컴은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 25'에 당시 정식 데뷔를 앞둔 JYP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VCHA(비춰)'를 선정해 주목을 받았어요.

 

비춰 멤버 여섯 명의 국적은 모두 영미권인데요. 렉시, 케이지, 사바나, 켄달은 미국, 카밀라는 캐나다, 케일리는 한국·미국 이중국적자예요. 제작진도 글로벌합니다. 영국의 걸그룹 '리틀 믹스'와 미국 팝스타 데미 로바토 등의 히트곡을 만든 로렌 아퀼리나를 비롯해, 마르쿠스 앤더슨, 클로이 라티머 등이 제작진에 합류했습니다.

 

비춰를 계기로 어디까지 K-팝으로 봐야 하는지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어요. 그동안 멤버 전원을 한국인으로 구성하고 국내에서 기획한 음반으로 해외에 진출해야 진정한 K-팝으로 받아들였다면, 지금은 해외 멤버를 일부 영입하고 현지 회사에 홍보와 공연 기획을 맡기는 'K-팝 2.0' 역시 K-팝으로 보는 인식도 확산됐죠.

 

나아가 멤버 전원을 현지 출신으로 결성하고 현지 회사와 합작해 기획은 물론 신인 발굴과 육성까지 하지만, 한국 회사가 한국 시스템으로 멤버를 양성하고 데뷔시키는 'K-팝 3.0'까지도 폭넓게 K-팝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있어요.

 

JYP엔터테인먼트는 비춰 이전에도 일본과 중국에서 현지 멤버로만 구성한 그룹 니쥬와 보이스토리를 데뷔시켰고, 최근에는 JYP라틴아메리카를 설립해 새로운 현지 걸그룹 기획을 추진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얼마나 K'라고 할 수 있을까요?

 

▲ 무지개 그라데이션

 

그라데이션은 원래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물체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관찰되는 속성"을 가리켜요. 지금은 예술 기법이나 화장, 염색, 네일 분야에서 색조를 다룰 때 자주 사용합니다.

 

이때 그라데이션은 하나의 정확한 색깔이라기 보다 하나의 색채에서 다른 색채로 바뀌어 가는 단계를 말해요. 해 질 녘 서쪽 하늘에 번져가는 저녁노을의 색채는 빨강이나 파랑처럼 단정해 규정할 수 없답니다. 이처럼 그라데이션은 0과 1 어디에 속하는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0과 1 사이에서 연속적으로 변화할 때 사용됩니다.

 

K-팝 뿐만이 아니라 드라마, 음식, 콘텐츠, 게임, 심지어 한국식 편의점과 도시 시스템까지 K-컬처가 세계 속에 확산되는 가운데, 이제 'K', 즉 "무엇이 한국적인 것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 혹은 '아니다'처럼 이분법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라데이션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세계화와 지역화가 서로 뒤섞이면서 지금 'K'는 0과 1사이에서 그라데이션이 진행 중입니다.

 

# 경계가 없는 K의 진화, '문화 그라데이션'

▲ 몽골 울란바토르의 한국식 아파트 단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는 1,000가구 규모의 한국식 아파트 단지에, 골목 곳곳에는 한국 편의점 브랜드 CU와 GS25가 있고, 한국 카페 체인 탐앤탐스와 카페베네, 떡볶이와 어묵을 파는 노점, 한국어로 된 간판들까지 여느 한국 거리와 다름없는 신도시가 있어요.

 

경기도의 '동탄 신도시'를 그대로 복사해 놓은 듯한 모습이어서 한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몽탄(몽골+동탄) 신도시'로 통하기도 한답니다. 도시의 겉모습만이 아닙니다. 편의점 안에는 김밥과 컵라면을 즐기는 몽골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대형 마트에 들어가면 이곳이 몽골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랍니다.

 

한국 문화가 몽골인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어 자리 잡고 있는 것인데요. 상품의 수출을 넘어, 한국 문화를 '이식'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처럼 한국의 문화가 세계의 문화가 되고, 반대로 세계의 문화가 한국의 문화가 되면서 K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어요.

 

한국형 도시 시스템을 도입한 나라도 있어요. 한국과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 박닌성(Bac Ninh)에 판교신도시급 도시 개발과 사회주택 100만 채 건설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도시-주택개발 협력 MOU'를 맺었어요.

 

이미 베트남은 쇼핑몰, 영화관, 패스트푸드, 편의점 영역에서 한국 기업이 1, 2위를 다투고 있는 'K-유통'의 영향력이 큰 나라입니다. 이번 MOU는 단지 주택 건설 수출에 그치지 않고 한국형 신도시 시스템이 외국에서 자리 잡는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 경찰의 치안 역량이 수출되기도 했어요. 2024년 9월 중남미 과테말라에 한국 치안 기술을 전수할 '경찰직무교육센터'가 개원했는데요. 한국 경찰의 사이버수사 과학수사 기법이나 '112 신고 시스템' 등 치안과 관련된 전반적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한 것으로, 가히 '치안 한류'라고 부를 만해요.

 

▲ 글로벌 브랜드 KFC에서 출시한 한국식 치킨

 

치킨의 원조 격인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 Kentucky Fried Chicken)에서는 한국식 치킨을 출시하면서 켄터키가 아닌 코리안으로 브랜드 이름(KFC, Korean Fried Chicken)을 바꿔 제품에 붙이는 파격적인 광고를 선보였어요. 미국의 음식 전문 잡지 《테이스트 오브 홈(Taste of Home)》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BBQ 치킨을 최고의 치킨으로 선정해 한국 치킨의 인기를 증명하기도 했답니다.

 

치킨 외에도 외국에서 들어와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음식이 국내에서는 물론 다시 외국으로 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어요. 핫도그에 감자를 입힌 '도깨비 방망이', 크루아상을 누룽지처럼 납작하게 구워낸 '크룽지', 도우 위에 네 가지 토핑을 올린 피자 등은 이제 꼭 먹어봐야 하는 한국 음식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요.

 

▲ 미국 FOX 채널의 <더 마스크드 싱어(The Masked Singer)>

콘텐츠 분야에서는 국적을 따지는 것이 무색해질 만큼 다채로운 '문화 그라데이션' 현상이 강해지고 있어요. 출연진부터 제작진까지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일본 감독이 연출한 한국 영화 <브로커>, 한국 영화 제작사가 만든 베트남 영화 <마이>, 한국과 태국의 합작 콘텐츠 <사랑은 고양이처럼>, 한국 남자배우와 일본 여자배우가 주인공인 일본 드라마 <아이 러브 유>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은 '포맷'을 따로 수출하기도 하는데요. <복면가왕>은 미국 지상파 방송 FOX 채널에 수출되어, <더 마스크드 싱어(The Masked Singer)>라는 제목으로 방송됐어요. <꽃보다 할배> 역시 <베러 레이트 댄 네버(Better Late Than Never)>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방영됐을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중국 등 해외 10개국 이상에 수출된 바 있죠. 이처럼 한국 프로그램의 포맷이 외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K-포맷 비즈니스'라는 용어까지 생겼습니다.

 

# 한국 브랜드의 다양한 변주, '시장 그라데이션'

지금까지 우리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크게 내수용과 수출용으로 구분했어요. 그러나 그라데이션K 시대를 맞아, 이 이분법 역시 다원화하고 있어요.

 

▲ 하나은행 외국인 전용 점포

먼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대상 시장입니다. 최근 금융 업계는 외국인 손님 모시기에 나서고 있어요. 내국인 대상으로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금융 업계가 국내 거주 외국인을 새로운 고객군으로 주목한 거죠.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4대 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는 2019년 413만 명에서 2024년 480만 명을 넘어 15%나 증가했고, 하나은행의 외국환 이익 중 7.7%가 외국인 근로자의 해외 송금에서 발생했어요.

 

은행들은 외국인 손님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서비스 편의성에 주력하고 있어요. 언어 장벽을 낮추기 위한 다국어 서비스는 물론 해외 송금의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다양한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죠.

 

이런 현상은 금융 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의 전반적인 소비력은 매년 급격한 증가폭을 보이고 있는데요. 외국인의 카드 결제 금액은 2020년부터 매년 17.03%씩 증가해 국내 카드 결제 금액 증가율의 3.7배에 달하고 있어요. 큰 변동이 없는 내국인의 소비와 대조적으로 외국인의 소비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뷰티 인플루언서 AVA 주원(@glowwithava)은 ‘서울의 뷰티 여정'

 

둘째, 국내에 관광 온 외국인 대상 시장입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소비 역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크게 변하고 있어요. 이들은 한국에서 무엇을 할까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뷰티 인플루언서 AVA 주원(@glowwithava)은 '서울의 뷰티 여정'이라는 영상에서 퍼스널 컬러 진단, 스파, 경락, 뷰티 클리닉 같은 알찬 한국 뷰티 체험 스케줄을 소개해 40만 조회 수를 기록했어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뷰티 체험은 개인 맞춤 컨설팅을 기반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피부과에서는 관리 전 개인의 피부 상태와 특징을 진단해주고, 헤어숍에서는 얼굴형에 따른 스타일을 제안하는 식입니다. 본인에게 어울리는 컬러를 분석하고 조언해주는 퍼스널 컬러 진단도 인기랍니다.

 

최근 외국의 젊은 관광객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토탈 뷰티 케어를 받는데요. '구경보다 체험'이라는 관광 트렌드 변화가 외국인에게도 불고 있는 거예요. 매장 서비스도 진화해 순시키헤어 홍대점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머리카락을 보일 수 없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프라이빗 룸을 마련했어요.

 

2023년 의료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 수도 역대 최고치인 60만 명을 넘기며 일부 병원의 경우 외국인 매출이 내국인을 넘어섰어요. 병원 결제 건의 절반 이상은 역시나 미용 목적인 성형외과나 피부과가 차지했는데요. 특히 한의원이 의료기관 진료과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여 눈길을 끕니다. 일종의 문화 체험의 측면을 가진 한방의료가 외국인 환자들에게 특별한 힐링 경험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 할랄 인증 ‘불닭볶음면’

셋째, 국경 너머의 외국인 대상 시장입니다. K-푸드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다 보니, 한국에서는 전혀 소비되지 않는 품목의 수출도 늘고 있어요. 'K-할랄푸드'가 대표적인데요. 최근 국내 식품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이슬람 문화권 시장을 겨냥하면서 K-할랄푸드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요.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필두로 K-라면 수출에 가장 적극적인 삼양식품은 이미 2017년에 국내 라면 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기관 MUI의 인증을 받았고 지금도 할랄라면 1위의 입지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답니다. 농심은 '할랄 신라면'을 내세워 사우디아라비아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40여 개국에 제품올 수출하고 있고, CJ제일제당 또한 비비고 만두를 비롯한 110여 종의 할랄푸드를 생산 중이랍니다.

 

전 세계 소비자가 국적과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SNS를 기반으로 제품을 홍보하는 브랜드가 증가하면서 이제는 제품 판매의 경계가 국경을 넘어 흐릿해지고 있는 거예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최근 한국 브랜드는 제품에 다양한 변주를 줘 다채로워진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변모한 한국, '사람 그라데이션'

 

과거 한국은 단일민족이 단일국가를 이룬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였어요. 이제 한국은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변모했습니다. 총 인구에서 외국인 비중이 5%를 넘는 국가를 OECD는 '다문화 국가'로 분류하는데요. 우리나라의 국내 합법 체류 외국인은 현재 250만 명을 훌쩍 넘어 전체 인구의 5%에 달해요.

 

충청북도 음성의 경우 외국인 비율은 16%를 넘어섰어요. 6명 중 1명이 외국인인 셈이죠.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음성군에서는 외국인 없이는 군 경제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인데요.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감소 문제를 겪는 한국 사회 전체가 마주하고 있는 사회 변화의 모습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교 현장에서 더욱 실감할 수 있어요. 경기도 안산의 한 초등학교는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자그만치 97.4%로 100명의 학생 가운데 단 3명이 전통적인 의미의 한국인입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주배경학생이 30%를 넘는 학교는 전국에 350곳이 있어요.

 

더 이상 인종으로 한국인을 규정하면 안 되는 시대가 되면서 다문화 교육의 패러다임도 바뀌는 중입니다. 우리와 다르게 생긴 친구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외모로 국적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많은 학교에서 언어가 교육의 장애요인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는데요. 이주배경 특별학급 학생이라면 한국어 능력에 따라 차등적인 평가 교칙을 적용받아요. 언어 제약으로 공평한 교육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죠.

 

시험을 볼 때도, 한국어가 서툰 학생에게 익숙한 언어로 번역된 시험지를 제공해 한국어 능력과 상관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요. 일부 학교에서는 몽골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번역된 가정통신문을 제공해 한국어를 잘 알지 못하는 부모들을 배려해요.

 

이주배경 교육은 한국 학생을 대상으로도 이루어져요. 부천의 한 이주배경 학급에서는 여러 나라의 전통 의상을 전시하고, '상호문화 이해 주간'에 활용합니다. 이주배경학생은 한국 학생에게 자신의 문화를 소개하고, 한국 학생은 다른 문화 배경을 가진 친구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답니다. 이처럼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배려하는 교육을 넘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교육이 현장에서 뿌리내리고 있어요.

 

직장에서도 외국인 동료와 마주치는 일이 흔해졌어요. 저임금 노동이 아니라 회사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전략 등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핵심 인재로 영입된 직원들이 많아요. 이제 채용시장에서 업무 능력과 업무 적합성이 뛰어나다면 국적은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보이고 있는 좋은 실적의 배경에는 '외국인 사단'의 역할이 크다는 분석이 뒤따라요.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 등의 고위직을 중심으로 외국인 임직원 70여 명이 배치되어 각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험을 볼 때도, 한국어가 서툰 학생에게 익숙한 언어로 번역된 시험지를 제공해 한국어 능력과 상관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요. 일부 학교에서는 몽골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번역된 가정통신문을 제공해 한국어를 잘 알지 못하는 부모들을 배려해요.

 

과거 내수형 기업들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외국인 직원들의 언어와 문화 차이가 오히려 성과를 끌어올리는 기회가 됐어요. 업무 능력이 같다면 현지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고 인맥까지 갖춘 인력이 선호되는 것은 당연하죠.

 

잡코리아의 외국인 인재 채용 서비스 클릭(KLiK)의 조사에서도 직장인 중 61.5%가 향후 외국인 인재 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어요. 외국인 동료와 함께 일하는 직장인 대부분도 이런 변화를 큰 거부감 없이 수용하고 있답니다. 향후 외국인 동료와 함께 일할지 의향을 묻는 질문에 10%만이 거부감을 나타냈고, 외국인 동료와 함께 일한다면 다른 문화와 일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오히려 많았어요.

 

어렵게 채용한 외국인 직원이 불편 없이 생활하도록 살피는 기업의 배려도 늘었어요. 삼성전자 구내식당에는 한식, 중식, 일식과 함께 인도식 코너가 상시 마련되어 있어요. 식자재도 구매 단계부터 100% 할랄 인증된 고기를 사용하죠. HD현대중공업도 이슬람 직원을 위해 알코올과 돼지고기를 뺀 식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 최근 건설업계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안전고리를 연결하세요" 등과 같은 안전 관련 실무 안내를 중국어와 베트남어, 미얀마어 등 세계 각국 언어로 지원하고 있어요.

 

# 글로벌 유동성에서 찾는 기회

▲ 흑인 뷰티 크리에이터 '미스달시(MissDarcei)'의 요청으로 개발된 티르티르의 어두운 컬러 파운데이션

 

그라데이션K가 주는 산업적 시사점은 적지 않아요. 우선 새로운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외국인을 위한 새로운 시장에 대응해야 해요.

 

그동안 한국인을 위한 내수시장만을 공략하던 회사들이 재한 외국인을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야가 넓어지고 있어요. 경우에 따라서는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까지 공략해 수출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타깃 국가의 삶과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수반되어야 해요.

 

모든 인종이 사용할 수 있는 컬러의 파운데이션, 종교적인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머리카락을 보일 수 없는 손님을 위한 헤어숍의 프라이빗 룸, 주중에 풀타임으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은행의 주말 영업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그들의 문화와 생활 패턴에 대한 이해는 새로운 소비자를 확보하고 시장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