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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따라 맛과 웃음이 피어나는 궁평항의 가을 풍경

가을이면 궁평항의 공기는 유난히 고소해집니다. 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 남짓, 화성에 자리한 이 작은 항구는 이맘때가 되면 전어구이와 새우구이, 꽃게의 향으로 가득 차죠. 짭조름한 바닷바람 사이로 퍼지는 고소한 냄새에 절로 발걸음이 멈추고, 노릇하게 익어가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웃음이 항구를 가득 메웁니다. 하지만 궁평항은 단순히 '먹거리 여행지'로만 기억되기엔 아까운 곳입니다.

 

수산시장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고르고, 바로 옆 구이집에서 맛있게 즐기는 건 기본이고요, 갯벌 체험과 낚시 체험, 그리고 서해랑길 88코스를 따라 걷는 여유까지 더해지면 하루가 금세 꽉 찹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갯벌에서 조개를 캐거나 작은 게를 잡으며 웃음이 끊이지 않을 것 같아요. 어른들에게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붉게 물드는 석양을 바라보는 시간이, 그 어떤 여행지보다도 깊은 힐링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 서해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곳 궁평항 수산시장

📌 궁평항 수산시장

• 위치 : 경기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로 1049-24 궁평항수산물판매장

• 대표 전화번호 : 031-355-9692

• 운영시간 : AM 8:00 ~ PM 22:00

* A동 : 화요일 휴무, B동 : 수요일 휴무

• 수산물 코너 / 젓갈&건어물 코너 / 양념코너

 * 식당, 보통 9시 마감

• 홈페이지 : https://tour.hscity.go.kr/NEW/1tour/nature2.jsp

궁평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눈과 귀를 사로잡는 건 단연 수산시장의 활기입니다. 서울에도 수산시장이 여럿 있지만, 궁평항의 시장은 어딘가 다릅니다. 공기에는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섞여 있고, 상인들의 외침이 뒤섞여 묘하게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오늘 새우 정말 맛있어요!" "전어 구이 한 접시 어때요?"

상인들의 한마디에 발걸음이 절로 멈추게 되는데요. 수조마다 물결이 일렁이고, 그 안에서는 전어와 꽃게, 붕장어, 새우 등살아 있는 해산물들이 만들어내는 물소리와 물결의 반짝임이 수산시장 특유의 활기를 전해줍니다. 싱싱한 조개류도 다양하게 볼 수 있었고, 꽃게들이 탐스러운 집게발을 들어올리며 맞이했습니다.

시장 안은 제철을 맞은 대하(새우), 꽃게, 전어를 찾는 손님들로 북적였습니다. 특히 궁평항에서 만날 수 있는 대하는 대부분 국내 양식된 왕새우로, 껍질이 얇고 살이 탱탱해 소금구이용으로 딱 알맞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가을 제철을 맞은 시기라면, 더욱 통통하게 살 오른 대하를 맛볼 수 있죠. 궁평항을 찾았다면 꼭 한 번은 맛봐야 할 가을 별미입니다. 가게마다 가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는 새우 1kg에 약 3만 원 선으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갓 건져 올린 왕새우를 봉투째 들고 시장 옆 구이집으로 향했습니다. 양념집에서는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왕새우 소금구이를 구워 먹을 수 있습니다. 굵은 소금이 깔린 철판 위에서 새우들이 '치익-' 소리를 내며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기 시작하면, 짭조름하고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고, 껍질이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에 절로 군침이 돌았습니다.

드디어 노릇하게 익은 새우를 손에 들고 한입 베어 물어보니, 탱글한 식감과 달큰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비닐장갑을 끼고 직접 껍질을 까며 맛본 제철 새우는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마저 별미였습니다. 소금만으로도 충분히 간이 배어 있어 양념이 필요 없지만, 구이집에서는 초장과 와사비도 함께 내어주어 입맛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비용을 조금 추가하면 버터 새우 머리 구이도 맛볼 수 있습니다. 노릇하게 구워진 새우에 버터 향이 더해지면 고소함이 배가되고, 입안 가득 달큰한 풍미가 오래도록 머무릅니다. 이맘때는 새우만큼이나 전어도 빼놓을 수 없어요.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말이 있듯, 가을 전어의 제철 맛은 그만큼 특별하죠.

수산시장에서 바로 구워낸 가을 전어구이는 껍질은 바삭하며 고소했고, 속살은 부드러웠습니다. 한입 베어 물어보니 고소한 기름 향이 입안 가득 퍼져 전어 특유의 고소함이 유난히 깊었습니다. 왜 가을 전어가 별미라 불리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뼈도 야들야들 부드러워 고소함이 오래도록 입안에 남았습니다.

 

저는 다양한 메뉴를 맛보지 못했지만, 새우구이 외에도 매운탕, 칼국수 등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싱싱한 해산물로 바로 조리해 주기 때문에 어떤 메뉴를 선택하더라도 신선한 바다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궁평항 수산시장에서 새우구이와 전어구이를 실컷 즐기고 나오니, 기분 좋은 포만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런데도 어쩐지 아쉬움이 남더군요. 시장 안에서는 해산물 위주의 메뉴가 대부분이라, 간단하게 디저트나 간식을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았거든요.

 

그때 눈에 들어온 건 주차장 옆 길거리 푸드트럭이었습니다. 노릇노릇한 튀김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지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푸드트럭 앞에는 베이비크랩 튀김, 새우튀김, 오징어튀김, 핫도그 등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어요.

 

저는 그중에서도 핫도그를 골랐는데요. 갓 튀겨낸 핫도그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했어요. 한입 베어 무니 따뜻한 반죽과 짭조름한 소시지가 어우러져, 바다 바람과 함께 먹는 길거리 간식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번에는 바삭한 베이비크랩 튀김이나 통통한 새우튀김도 꼭 맛보고 싶더라고요. 혹시 궁평항 수산시장을 찾으신다면, 식사 후 시장 밖 푸드트럭 거리도 한 번 구경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궁평리 해수욕장 체험장

📌 궁평리 해수욕장 체험장

• 어린이 낚시 체험 2시간 : 1인 12,000원

* 낚시대, 미끼 포함

• 갯벌 체험 2시간 : 성인(중학생 이상) 12,000원, 어린이 9,000원

* 장화, 호미, 바구니 포함

 

궁평항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궁평리 어촌체험휴양마을이 나옵니다. 이곳은 단순한 체험장이 아니라, 바다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작은 마을 같은 공간입니다. 특히 갯벌체험장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는데요, 갯벌 체험을 비롯해 낚시 체험, 바지락 캐기, 소라 줍기 등 계절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에 제격입니다.

체험장 입구에는 간단한 장비를 대여할 수 있는 부스가 있고, 가이드가 갯벌 안전 수칙과 조개 잡는 요령을 알려주기 때문에 처음 방문하는 분들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습니다. 조개를 캐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 손바닥 위의 조개를 자랑하듯 내미는 모습, 그 옆에서 카메라를 들고 미소 짓는 부모님들의 모습까지 바닷바람 속에 스며든 웃음소리가 참 따뜻했습니다. 가족 모두가 함께 웃고, 함께 놀고, 함께 기억을 만드는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절로 뭉클해지는 순간이었어요.

 

# 낙조가 아름다운 항구와 갯벌 궁평항 산책로

궁평항에는 해안을 따라 이어진 나무 데크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식사 후나 체험을 마친 뒤 천천히 걸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습니다. 산책로 중간중간에는 벤치와 포토존, 작은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갯벌과 바다를 바라보거나, 사진 한 장 남기기에도 좋습니다. 이 산책로는 서해랑길 88코스의 일부이기도 한데요, 충남 태안에서 시작해 전남 해남까지 이어지는 1,800km의 해안길 중 궁평항 구간은 그중에서도 가장 평화로운 풍경으로 손꼽힌다 합니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바다 한편에 정박해 있는 배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고요한 물결 위에 떠 있는 배들은 마치 시간을 잠시 멈춘 듯, 궁평항의 평온한 풍경을 완성해 줍니다. 갯벌과 바다가 나란히 펼쳐지고, 갈매기 울음소리와 함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잔잔한 파도 소리와 바닷바람이 어우러진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차분해지고, 그 자체로 힐링이 될 것입니다.

 

바다와 갯벌을 바라보며 가족과 함께 갯벌 체험도 즐기고, 제철 새우구이와 전어구이로 맛을 채운 뒤, 해변 산책로를 따라 여유롭게 걸어보는 하루. 이곳, 궁평항에는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운이 머물고 있었습니다. 가을은 새우와 전어가 가장 맛있는 계절이자, 바다의 향기가 가장 짙어지는 시기입니다.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진한 '가을의 맛'과, 그보다 더 깊은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이번 주말엔 바다 내음 가득한, 화성 궁평항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