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 밤바다’ 노래가 너무 유명해, 우스갯소리로 ‘장범준의 도시’라는 말이 있는 곳, 여수.
여수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가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재생될 만큼, 이 도시는 바다의 이야기가 많은 곳입니다. 어디를 가든 시야 끝에 바다가 있고, 길을 옮길 때마다 같은 풍경처럼 보이면서도 조금씩 다른 장면이 펼쳐집니다. 바다가 주는 여유로움과 자연의 숨결이 도시 전반에 고르게 스며 있습니다. 이번 여정은 그런 바다를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하루입니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시선에서 시작해, 섬 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하루의 끝에는 바다 내음이 묻어 있는 식사를 마주합니다. 하루 동안 보아온 바다의 풍경들은 겹치며, 어느새 익숙한 멜로디처럼 마음속에 남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도심에서 쌓인 하루를 잠시 내려두고, 말 대신 풍경이 이야기가 되어주는 여수의 낮과 밤을 천천히 즐겨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 바다와 하늘, 섬을 잇는 아름다운 순간 - 여수 해상 케이블카
📌 여수 해상 케이블카
• 위치 : 돌산정류장 :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돌산로 3600-1
자산정류장 : 전라남도 여수시 오동도로 116 (소노캄 호텔 맞은편)
• 구간 : 돌산 ↔ 자산
• 매표 : 현장 구매 및 온라인 예매
• 운행시간 : 1월 기준 09:30 ~ 21:30 (기간 별 상이)
• 문의 : 061-664-7301
📌 이용 요금 (일반 기준)
• 일반 캐빈
- 왕복 : 대인 17,000원 / 소인 12,000원
- 편도 : 대인 14,000원 / 소인 9,000원
• 크리스탈 캐빈
- 왕복 : 대인 24,000원 / 소인 19,000원
- 편도 : 대인 19,000원 / 소인 14,000원
📌 할인 요금
• 단체 · 경로 · 장애인 · 국가유공자 (일반 캐빈)
- 왕복 : 대인 15,000원 / 소인 10,000원
• 여수 시민
- 일반 캐빈 왕복 : 대인 11,000원 / 소인 8,000원

아름다운 바다와 하늘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여수 케이블카. 바다 위를 지나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국내 최초의 해상 케이블카라고 합니다. 설렘을 안고 도착한 여수 케이블카는, 탑승객 1천만 명을 돌파할 만큼 규모가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건물부터가 이곳이 여수의 대표적인 풍경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매표는 돌산과 자산 양쪽 모두에서 가능하며, 현장 구매와 온라인 예매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요금은 일반 캐빈 기준으로 왕복 성인 요금이 책정되어 있고, 성수기나 시간대에 따라 대기 시간은 다소 달라집니다. 탑승 전에는 어떤 캐빈을 탈지 선택하게 되는데,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도 있지만 이번에는 일반 캐빈을 선택했습니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자극보다, 창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을 천천히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케이블카 안에서는 블루투스로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조용히 흐르는 노래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여수의 풍경이 왜 노래로 남았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하게 됩니다. 소리를 낮춘 채 바라보는 바다는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고, 그 침묵이 오히려 풍경을 오래 붙잡아 둡니다. 이 짧은 이동 동안, 여수의 바다는 여러 얼굴을 보여주며 천천히 지나갑니다.

여수 해상 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풍경은 설명 보다 먼저 다가옵니다. 케이블카는 돌산과 자산 사이를 직선으로 가로지르며 여수 바다 위를 지나갑니다. 발아래로는 항구를 오가는 배들이 천천히 움직이고, 물길을 따라 이어진 항로가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여수가 단순히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가 아니라, 바다 위에서 삶이 이어져 온 항구 도시라는 사실이 문득 떠오릅니다. 저 멀리 크고 작은 섬들이 점처럼 흩어져 있고, 그 사이로 이어진 바다는 여수의 지형을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냅니다.
조금 더 고도를 올리면 돌산대교가 한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다리는 육지와 섬을 잇는 구조물인 동시에, 여수라는 도시가 바다를 어떻게 건너며 확장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다리 아래로 이어진 항로와 항구 시설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 바다가 오랜 시간 동안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던 길이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케이블카 위에서 내려다본 여수는 바다를 중심으로 정리된, 사람들이 정답게 모여 살아온 도시처럼 보입니다.


중간 지점을 지날 즈음, 바다 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하멜등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등대의 이름은 17세기 조선에 표착해 여수 일대에 머물렀던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폭풍에 떠밀려 이 바다에 닿았던 그의 기록은, 여수가 오래전부터 외부 세계와 연결되어 있던 항로의 일부였음을 보여줍니다. 하멜등대는 크지 않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이 바다에 켜켜이 쌓인 항해와 체류의 시간을 상징처럼 붉은 빛깔로, 묵묵히 서 있습니다.

여수 케이블카에서의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풍경을 그림처럼 바라보고 있다 보니, 체감되는 시간은 더욱 짧게 느껴집니다. 이 장면이 여수 10경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도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바다와 도시, 섬과 항구, 그리고 그 사이에 쌓인 시간이 한 시야 안에 담기며, 어느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와는 전혀 다른 곳에 와 있다는 감각이 온몸으로 전해집니다. 바다를 바라보다 떠올랐던 김현승의 시〈바다〉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바다는 말이 없어서 더 많은 것을 안고 있다.” 여수의 바다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린 곳은 오동도입니다. 바다 위를 건너온 뒤 바로 이어지는 섬이라는 점이, 오동도를 더 특별한 장소로 느끼게 합니다.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섬이지만, 바다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기에 시선이 자연스럽게 달라집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던 풍경에서,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시선으로 옮겨지는 순간입니다. 오동도는 여수시에 속한 섬으로, 멀리서 보면 섬의 모양이 오동잎처럼 보인다고 전해집니다. 예전부터 오동나무가 많아 오동도라는 이름이 붙었고, 지금도 섬 곳곳에는 그 흔적처럼 숲이 짙게 이어져 있습니다. 이곳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기점이자 종점이 되는 섬이기도 합니다.


오동도 안에서는 차량 통행이 제한되어 있어 섬 전체의 분위기가 비교적 고요하게 유지됩니다. 입구에서 섬 안쪽까지는 동백열차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이 섬은 바다를 한쪽에 두고 숲을 다른 쪽에 두고 천천히 걸을 때 가장 잘 느껴집니다.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기보다는, 그 사이를 지나가는 시간이 더 또렷하게 남는 곳입니다. 오동도 입구에서 섬 안쪽까지 걸어가는 데에는 약 15분 남짓이 걸렸는데, 바다 내음을 맡으며 천천히 둘러보는 그 시간이 마음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춰주었습니다. 노약자나 아이와 함께 방문했을 때, 혹은 조금 더 편안하게 섬을 즐기고 싶다면 동백열차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섬 안쪽으로 이동하는 동백열차는 걷는 것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오동도의 풍경을 만나게 해줍니다.
*동백열차는 섬 안으로 들어갈 때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나올 때는 오전 9시 15분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운행되며, 점심시간인 12시부터 오후 1시를 제외하고 약 3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면적이 크지 않은 섬이지만, 동백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수목들이 울창하게 자라 있어 걷는 동안 그늘이 이어집니다. 특히 오동도는 동백나무 군락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섬 전체를 덮고 있는 3천여 그루의 동백나무는 이르면 가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한겨울에도 붉은 꽃을 볼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오동도는 동백섬, 혹은 바다의 꽃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오동도에는 눈에 띄는 관광 포인트가 많지는 않습니다. 바다 옆에 이어진 공원과 숲길이 전부인 섬이라, 여수에서 꼭 봐야 할 장면을 보여주기보다는 여수를 몸으로 느끼게 하는 곳에 가깝습니다. 그래서인지 화려함보다는 섬 특유의 고요함이 먼저 다가오고, 그 조용한 분위기가 도심에서 쌓였던 마음을 오히려 더 깊게 쉬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오동도 정류장에서 다시 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돌아가는 길에서는 일몰을 마주했습니다. 섬과 바다를 잇는 케이블카 위에서 바라본 해 질 녘 풍경은, 하루의 끝에 잘 어울리는 장면이었습니다. 붉게 물든 하늘을 뒤로하고, 밤이 되면 마주했을 야경에 대한 아쉬움은 잠시 마음에 남겨둔 채, 여수의 바다를 닮은 식사를 기대하며 다시 도시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 여수의 식탁
여수의 음식을 이야기할 때 흔히 ‘여수 10미’라는 표현이 따라옵니다. 갓김치, 게장, 서대회, 장어구이와 장어탕처럼 여수 앞바다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재료들이 중심이 된 음식들입니다. 이는 관광을 위해 만들어진 ‘목록’이라기보다, 항구 도시 여수가 오랜 시간 바다와 함께 살아오며 자연스럽게 발달한 음식문화에 가깝습니다.
냉장 시설이 없던 시절, 신선한 해산물을 오래 두고 먹기 위해 절이거나 양념에 담그는 방식이 발달했고, 바다 일을 마친 뒤 빠르게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국물 음식도 자주 먹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수의 음식은 강한 자극보다는 재료에서 우러나는 맛이 중심이 되고, 짜거나 맵기보다는 시원하고 담백한 인상이 남습니다. 여수 10미는 이 도시가 어떤 환경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생활의 기록처럼 느껴집니다. 여수 10미에 포함된 음식들 가운데, 이번 여정에서는 시장 골목에서 만난 꽃게탕과 게장, 그리고 장어로 끓여낸 탕 한 그릇을 마주했습니다. 여수의 식탁 위에서 만난 이 세 곳을, 차례로 소개해보려 합니다.
# 여수의 식탁 - 꽃돌게장 1번가
📌 꽃돌게장 1번가
• 위치 : 전남 여수시 봉산2로 36 꽃돌게장1번가
• 운영시간 : 월 ~ 일 10:00 ~ 21:00 (20:00 라스트 오더)
• 문의 : 0507-1395-0006
• 꽃게정식 (1인) 35,000원
• 꽃게탕 1인분 (2인 이상 주문 가능) 35,000원
• 왕꽃게정식 45,000원 등

여수에서 돌게장이 발달한 이유는 지형과 바다의 성격과 맞닿아 있습니다. 여수 앞바다는 수심이 깊지 않고, 크고 작은 섬들이 가까이 흩어져 있어 돌게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파도가 잔잔한 날이 많고, 바위가 많은 해안선 덕분에 돌게는 오래전부터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는 식재료였습니다. 크기는 꽃게보다 작지만 살이 단단하고, 간장에 담가도 형태가 쉽게 무너지지 않아 저장 음식으로도 잘 어울렸습니다.
냉장 시설이 없던 시절, 잡은 해산물을 오래 두고 먹기 위해 절이거나 숙성하는 방식은 여수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돌게장은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입니다. 자극적으로 짜기보다는 밥과 함께 먹기 좋은 간으로 조절되었고, 여러 끼니에 나눠 먹을 수 있도록 일상적인 반찬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여수에서 돌게장이 ‘특별한 음식’이기보다는, 생활 속에 가까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꽃게정식(1인 35,000원)을 주문했습니다. 꽃게장과 양념꽃게장, 전복장, 새우장이 함께 나오고, 돌게장은 셀프 코너에서 자유롭게 덜어 먹을 수 있습니다. 역시 꽃게장을 앞에 두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밥도둑’이라는 말입니다. 꽃게 특유의 야들야들한 살 덕분에 자연스럽게 밥 두 공기를 비우게 되었고, 간장과 양념 역시 과하지 않아 끝까지 감칠맛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짜지 않고 담백한 편이라 밥 위에 올려 먹기 부담이 적고, 돌게 역시 특유의 단단한 살과 간장의 감칠맛이 중심이 되어 끝까지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습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이 집의 맛은 강한 양념으로 인상을 남기기보다는 여수의 자연이 만들어낸 맛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꽃게장을 통해 여수의 식탁을 느껴보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 여수의 식탁 - 서시장 꽃게탕
📌 여수 서시장 포차거리
• 위치 : 전남 여수시 충무연등천길2

여수 서시장은 여수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입니다. 항구와 가까운 위치 덕분에, 예전부터 생선과 해산물 유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자연스럽게 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과 일을 마친 사람들이 함께 모이던 공간이었습니다. 지금도 시장을 걷다 보면 관광객보다 장바구니를 든 지역 주민들이 먼저 보입니다. 서시장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시장의 중심이 ‘식사’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좌판보다는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고, 가게 앞에서 끓이거나 굽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항구와 가까운 시장이라는 특성상, 새벽부터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 따뜻한 국물이나 간단한 한 끼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배경 때문에 서시장에는 포장마차 형태의 식당이 특히 많습니다. 식당처럼 넓은 공간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음식을 내고 바로 먹을 수 있는 방식이 더 잘 맞았고, 그 형태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합니다.


서시장에는 꽃게탕 포장마차가 밀집해 있는 구간이 여럿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23번 포차에 자리를 잡고 꽃게탕을 주문했습니다. 꽃게탕은 싯가로 판매되는데, 이날은 9만 원에 꽃게탕 2인분을 먹었습니다. 냄비 안에는 알이 가득 찬 꽃게가 넉넉하게 들어 있었고,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편이었습니다. 게에서 우러난 단맛이 국물의 중심을 잡아주어 자극적이지 않고, 한 숟갈씩 천천히 떠먹게 되는 맛이었습니다. 꽃게가 싱싱해 한 입 물 때마다 살이 입안 가득 차는 느낌이 행복감을 더해주었고, 씹을수록 바다의 맛이 또렷하게 전해졌습니다.
포장마차 특유의 좁은 공간과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 먹으니, 더 정답게 느껴졌고 술 한 잔도 자연스럽게 어울렸습니다.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꽃게탕을 즐기고 싶다면 서시장 꽃게탕 포장마차 거리를 추천합니다.
# 여수의 식탁 - 문자네 통장어
📌 문자네 통장어
• 위치 : 전남 여수시 웅천4길 12-7
• 운영시간 : 월 ~ 일 10:30 ~ 20:00 (매달 2번째 일요일 정기 휴무)
• 우거지 통장어탕 20,000원
• 우거지장어탕 16,000원
• 공기밥 2,000원

전날을 꽃게탕과 게장으로 보냈다면, 다음 날 점심에는 조금 다른 느낌의 특별한 식사가 떠오릅니다. 그렇게 찾은 곳이 문자네 통장어탕입니다. 문자네 통장어탕은 현지인 맛집으로 추천받아 찾게 된 곳인데, 그래서인지 가게 안에는 전라도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오가며 정겨운 분위기를 만듭니다.
저는 우거지 통장어탕(20,000원)을 주문했습니다. 뚝배기 안에는 통으로 들어간 장어와 함께 우거지가 넉넉하게 담겨 나옵니다. 국물은 첫 맛부터 진하고, 장어에서 우러난 깊은 맛 위에 우거지의 구수함이 자연스럽게 더해집니다. 맵거나 자극적인 쪽보다는, 오래 끓여 낸 국물 특유의 감칠맛이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통장어’라는 이름처럼 장어가 통째로 들어가 있는데, 살은 보들보들하면서도 묵직해 씹는 맛이 분명합니다. 살이 흐트러지지 않고 살아 있어, 숟가락으로도 쉽게 떠먹을 수 있습니다. 기름진 느낌은 거의 남지 않고, 씹을수록 담백한 맛이 이어집니다. 우거지는 국물을 충분히 머금어 장어의 진한 맛을 부드럽게 눌러주고, 한 숟갈씩 떠먹다 보면 속이 천천히 풀리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한 그릇을 다 비울 즈음에는 배가 든든해지고, 보양한 듯한 기분이 자연스럽게 남았습니다.
여수 10미 중 하나로 꼽히는 장어 요리가 먹고 싶어 여러 곳을 찾아보다가 방문한 곳이었는데, 여수에서 장어탕 한 그릇을 고민하고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집으로 느껴졌습니다. 여수에서의 하루는 자연에서 시작해 다시 자연으로 돌아옵니다. 케이블카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과 오동도를 천천히 걸으며 마주한 바다, 그리고 시장과 식당에서 이어진 여수 바다의 맛까지. 이 도시의 매력은 결국 바다가 품고 있는 이야기에 있었습니다.
어디를 더 가야 할지 고민하기보다는, 바다를 바라보며 걷고 자연이 내어준 음식을 먹는 시간만으로도 하루가 충분히 채워지는 곳. 잠시 숨을 고르고 싶다면, 바다가 품은 도시 여수를 천천히 여행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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