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종종 특정한 한 가지로 무언가를 기억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 하나만으로 그 무언가를 쉽게 설명하곤 하죠.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편견이 되기도 하며, 그 속을 자세하게 들여다봐야 할 이유를 없애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할 계기를 빼앗는 계기가 되기도 하죠. 한 가지 장면에서 수만 가지, 여러 갈래의 감상평이 나오는 것처럼 누군가의 생각은 같을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여행은 그 생각을 확실하게 굳혀줬던 도시, 대전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성심당의 도시로만 알고 있던 대전, 그것은 대전을 잘 모르면서도 너무 단순하게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주변인들에게 대전이라는 도시는 그저 ‘성심당의 도시’이거나, ‘재미없는 도시’라고 종종 듣곤 하였는데요. 하지만 막상 하루를 보내고 돌아보니, 그 표현들로 대전을 정의하기엔 대전은 너무 많은 볼거리와 재미들을 품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유명한 하나로 기억되기엔 너무 아까운 도시, 대전. 이번 대전 여행을 하며 방문했던 장태산 자연휴양림, 성심당 옛 맛 솜씨, 태평소 국밥 등은 대전으로 떠나기 전부터 갖고 있던 대전에 대한 편견을 확실하게 깨게 하고, 대전에 머물러야 할 이유를 새롭게 심어줬던 여행지였습니다.
# 국내 유일의 메타세콰이아 숲 - 장태산 자연휴양림
📌 장태산 자연휴양림
• 위치 : 대전광역시 서구 장안로 461
• 운영시간 : 3 ~ 6월, 9월 ~ 10월 / 09:00 ~ 18:00
7 ~ 8월 / 09:00 ~ 19:00
11월 ~ 2월 / 09:00 ~ 17:00
• 입장료 : 무료
• 주차료 : 무료

대전에서의 하루를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한다면, 장태산 자연휴양림은 설렘과 기대를 동시에 높이게 만드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의 재미와 경험은 단번에 터뜨려주는 느낌보다, 앞으로의 하루를 기분 좋게 예열해 주는 듯한 느낌이기 때문이니까요. 여행에서는 ‘이 도시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지’에 대해 감을 잡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대전 여행의 첫 시작으로 선택한 장태산 자연휴양림은 추운 겨울에도 여행의 즐거움을 한껏 따뜻하게 데워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본래 가을 명소로 잘 알려져 있는 장태산 자연휴양림. 비록 가을은 아니지만 겨울에 들린 이날의 장태산에서의 첫 느낌은 겨울에도 와야 될 이유로 납득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들어선 순간, 장태산의 가을 풍경을 알고 있는 제 머릿속엔 가을 풍경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고, 그저 숲의 고요한 겨울 풍경만 넋 놓고 바라보게 되었으니까요. 하늘을 찌르듯 우뚝 솟아 있음과 동시에 길을 따라 간격을 맞춰 빼곡히 자리 잡고 있는 나무들을 보면 그 웅장함에 저절로 숨죽이게 됐고, 그 모습은 얼마 안 가, 고요함을 안겨주었습니다.
겨울을 맞이하느라 잎을 다 벗은 나무들과 그 밑에 떨어져 있는 갈색빛 낙엽들이 만들어낸 조화로운 모습은 제게 겨울의 따뜻함을 알려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나무 데크를 따라 걷는 동안 밭 밑에서 들려오는 나뭇잎 소리, 그리고 그 나뭇잎 소릴 따라 걷다 보니 마주한 곳곳의 쉼터들. 시간이 허락한다면, 책 한 권 들고 와 책도 읽고, 늘어져도 보고, 낮잠까지 자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도 이런 욕심이 생기는 걸 보면, 장태산 자연휴양림은 온도를 잊게 만드는 편안한 안식처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 송이가 하나 둘 떨어져,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또 한 번 숨을 멎게 되는 광경을 마주하였습니다. 하늘로 쭉 이어진 사다리처럼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나무들의 모습이었죠. 제게는 마치 나무 본체가 하늘을 향해 쭉 뻗은 거대한 팔뚝 같았고 그 옆으로 돋아난 가지들은 그 팔뚝에 돋아나 있는 솜털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모르게, 나무의 소실점을 향해 팔을 쭉 펴보곤 했었죠. 또 한 편으로는, 다람쥐나 다른 작고 귀여운 동물들이 나무들을 놀이기구 삼아 신나게 오르락내리락하며 놀고 있을 것 같은 상상까지 해보게 됐습니다. 얼핏 보면 섬뜩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따뜻함 덕분에 이런 생각과 상상도 해볼 수 있게 되는 거겠죠.

고요한 풍경에 혹시나 질리지 않도록 가는 길 곳곳에 시인들의 작품이 놓여 있었습니다. 이날 이 글들을 읽으면서 마음속에 왠지 모를 풍요로움까지 차오르게 됐었는데요. 숲이 무척 고요한 덕에 작품 하나하나에 온전히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었고, 여긴 마치 숲속 전시관에 방문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죠. 자세히 보면 그냥 작품을 전시해놓은 것이 아닌, 나무판자들을 활용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 또한 자연을 허투루 쓰지 않고 의미 있게 활용한 것 같아서 내심 흡족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한 건 아니지만요. 만약 도심지나 기타 다른 곳에서 봤을 땐 별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자연의 중심지에 들어와 자연으로 둘러쌓인 것 같은 이곳에서 이렇게 보니 더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자연휴양림 길의 막바지 코스 바로 전, 전혀 예상치 못하게 돌탑을 마주했습니다. 장태산에 있는 메타세콰이아 나무들처럼 우뚝 솟아 있는 돌탑이었습니다. 설명이 나와 있지 않아서 어떻게, 어떤 의도로, 누가 만든 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 신비한 힘을 갖고 있을 것만 같고 좋은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서 만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돌탑의 한 층 한 층마다 방문객들이 소원을 빌었던 흔적들이 가득했습니다. 저 또한 새해를 맞이해서 그동안 갖고 있던 소원을 빌어 돌탑의 한 층에 자그맣게 올려두고 왔습니다.

자연휴양림의 마지막 코스, 전망대입니다. 장태산 자연휴양림 코스의 초입부터 이곳까지 대략 30분. 조금은 숨이 차는 구간도 있었지만, 이곳에 올라 이 경치를 보는 순간, 올라오기까지의 수고로움은 기꺼이 감당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까지 힘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좋은 것을 경험하면, 안 좋은 것까지 미화되는 것처럼요.
물론, 여기까지 오르며 안 좋았던 점은 단 하나도 없었지만. 이곳을 오르며 들었던 나뭇잎 소리, 햇살의 간격, 그것들을 감상하며 자연스레 느려지는 대화의 템포까지. 이곳은 무언가를 감탄하게 만드는 장소라기보다는, 앞으로 마주할 대전의 풍경들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완벽한 공간이었습니다. 대전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마치 숲이 먼저 알려주는 듯했고, ‘오늘 하루, 이번 여행은 정말 성공적이겠구나’라는 분명한 예감을 심어주었습니다.
# 성심당이 재해석한 전통 한과의 맛 - 성심당 옛맛솜씨
📌 성심당 옛맛솜씨
• 위치 : 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
• 운영시간 : 09:30 ~ 21:00
• 입장료 : 무료
• 주차료 : 무료

대전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이름, 성심당. 그중에서도 옛맛솜씨는 이 브랜드가 받아온 사랑이 그저 빵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은 ‘유명하다’는 말보다 ‘익숙하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공간이었죠. 성심당의 이름을 갖고 있지만, ‘옛맛솜씨’라는 이름까지 함께 있는 것만큼 예부터 우리나라에 더 익숙한, 우리만의 전통 한과들이 주연으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붐비는 매장 안에서도 묘하게 정돈된 분위기, 그리고 서두르지 않는 손길들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 모습은 건너편에 위치한 성심당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고, 제품을 고르는 시간조차 왠지 모르게 느긋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습니다. 옛 맛을 담아낸 만큼 서둘러 고를 수 없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옛맛을 선물할 누군가를 생각하면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어떤 이유에서든지, 이곳에 있는 누구든 맛에 대한 의심은 전혀 갖고 있질 않는 듯 보였습니다.


성심당 옛맛솜씨에는 정말 많은 전통 한식 과자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처음 보는 것들도 정말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과자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곳 과자들은 하나씩 맛보고 싶고, 또 건강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마음속에 신뢰가 먼저 앞섰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네요.
선물할 거리로 전병 세트, 돌아가는 차에서 간식으로 먹을 약과 하나 양갱 하나. 이렇게 구매하고 기분 좋게 가게를 빠져나왔습니다. 사실, 기분 좋은 것도 좋은 것이지만, 빨리 차로 돌아가 한 입 먹어보고 싶다는 다급함이 컸죠. 그렇게 서둘러 차로 돌아가 먹은 양갱과 약과. 베어 먹은 순간, ‘성심당이 전통 한과를 만들면 역시 다르구나’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과한 설명이 필요 없는 맛, 과하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지만 강한 여운이 남는 맛이었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앞으로 나서는 화려함은 없지만 뒤로 물러서지 않는 뚝심 있는 맛이었습니다. 혹시나 대전에 들렀을 때,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 혹은 한과를 좋아하는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성심당도 좋지만 ‘성심당 옛맛솜씨’에 들려 전통 한과를 선물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대전 국밥의 대명사 - 대전 태평소국밥
📌 태평소국밥
• 위치 : 대전 유성구 문화원로 140
• 운영시간 : 08:30 ~ 01:20
• 대표 메뉴 : 소국밥, 육사시미

성심당 거리에서 얼어붙었던 몸을 뜨끈한 국물로 녹이고자, 차로 25분 남짓 달려 도착한 대전 태평소 국밥 본점. 대전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이곳을 선택했던 것은 그 당시에도 망설임이 없었고 다음번에 대전에 온다 해도 전혀 망설임이 없을 것 같은 선택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도 이곳을 떠올리면 입맛이 돌고 군침이 가득 고이는 걸 보면요.

도착한 시간은 대략 5시 30분. 평소 먹던 저녁 시간대보다 조금 이른 탓에 잠깐 다른 곳에 들렸다 올까 생각했지만, 만약 이때, 다른 곳에 들리거나 바로 들어갈지 말지 5분이라도 더 고민했다면, 또 한 번 추위를 버티는 건 물론, 허기까지 버텨야 했었을 지도 모릅니다. 들어서자마자 식당은 바로 만석이 되었고, 제가 그 만석 전 마지막 손님이었으니까요. 운 좋게 간발의 차로, 계속되는 길고 긴 웨이팅 행렬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국밥은 패스트푸드인 햄버거보다도 더 빨리 나오고 식사시간도 그만큼 길지 않는데, 웨이팅이 계속 이어지는 걸 보면서 이 집에 오길 정말 잘했고 빨리 들어오길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하고 만족하였습니다.

그렇게 자리를 잡고 둘러본 식당 안, 그 첫인상은 이 집이 얼마만큼 맛있고 사랑받아 왔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오래된 테이블과 의자, 배달은 일절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 그리고 묵묵히 국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까지. 무엇이든 다 배달이 되는 시대에, 배달도 하지 않아도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방문해왔고 그 속에서 가게와 함께 나이 먹어온 각종 집기들이 그 증거라고 느껴졌습니다.

저는 가게 간판에도 메뉴가 있는 것답게, 시그니처 메뉴라고 생각되는 소 국밥을 주문했습니다. 국밥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역시나 짧았고, 한 숟갈 뜨는 순간 이 짧은 기다림은 기다림도 아닐뿐더러, 밖에서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하는 맛이라고 생각됐습니다. 진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았고, 깔끔하지만 허전하지 않은 국물. 많은 리뷰들 속 설명을 참고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이 국밥은 설명보단 경험이 먼저라고 생각됐습니다. 식사가 끝날 무렵, 이곳에서 들었던 건 ‘대전은 이제 맛으로도 기억하게 될 곳이구나’라는 감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성심당이 ‘대전’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름이라면, 제게 태평소 국밥은 ‘대전의 맛’을 떠올리고 그 맛을 보러 다시 오게 만드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대전을 새롭게 보고 아름답게 봤던 하루, 국밥을 다 먹고 나서야 그 하루가 완성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전을 하루 동안 다녀온 뒤, 이 도시에 대해 새롭게 정의하고 싶어졌습니다. 대전은 성심당의 도시가 아니라, 성심당만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를 가진 도시였습니다. 메타세콰이아 숲, 전통 한과, 소국밥. 화려하게 기억되진 않지만, 이상하게 자꾸 떠오르는 하루를 만들어준 도시. 그렇지만, 기억되는 방식이 분명했던 도시. 편견을 깨는 즐거움을 안겨준 도시. 어쩌면 대전의 매력은 한 번에 드러나지 않는 데 있지도 모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오래 남고, 그래서 다시 떠올리게 되는 것을 보면요. 아직까진 대전의 매력을 전부 알 수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몰라서 아는 맛이 있고, 그래서 다음이 궁금해지고, 그 궁금함이 만족감으로 남게 될 거라고 확신하니까요. 대전이 제 기억 속에 그렇게 남겨졌듯, 여러분만의 대전을 새롭게 남겨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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