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me >

청계천, 크리스마스의 밤을 빛으로 물들이다.

밤이 되면, 도시는 낮과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냅니다. 온종일 차분하고 고요했던 거리에도 햇빛이 흉내 내지 못하는 화려한 색깔들의 불빛들이 켜지며, 우리의 저녁을 한껏 들뜨게 해주기도 합니다. 이 풍경을 완전하게 느낄 수 있었던 12월 서울의 청계천 - 우이천 거리. 12월의 여느 날부터 크리스마스는 물론, 연말연시까지 햇빛을 끄고 어둠을 켜, 서울의 밤과 우리들의 밤을 낮보다 더 밝히고 설레게 해줄 ‘서울빛초롱축제’가 청계천에 찾아왔습니다.

 

특별한 날이 아닐 때라도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 그날을 특별하게 기념하게 해줄 청계천 밤거리의 축제. 잠시나마 들러 천천히 거닐며, 함께 걷는 사람과의 혹은 나 자신만의 새로운 기념일을 간직해 보시길 바랍니다.

 

# 서울빛초롱축제

[서울의 겨울 밤에 펼쳐지는 마법 같은 순간]

📌서울빛초롱축제

• 위치 : 서울 청계천 일대 (청계광장 ~ 삼일교, 우이천)

• 운영기간 : 2025.12.12 ~ 2026.01.04

• 운영시간 : 18:00 ~ 23:00

• 입장료 : 무료

 

2009년에 처음 시작해, 올해로 17회차를 맞이하는 서울의 전통적인 축제, 서울 초롱 빛 축제는 매해 각기 다른 서울의 밤을 주제로 한 다양한 빛 조형물이 청계천-우이천 일대에서 전시되는 서울의 대표적인 야간 빛 축제인데요.

 

올해는 ’나의 빛, 우리의 꿈, 서울의 마법’이라는 주제 아래, 5가지 구역에 걸쳐 400개가 넘는 빛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밖에 여러 체험 프로그램과 마켓 등 다양한 볼 거리와 즐길 거리가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또한, 본래는 기존 운영 시간이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였으나, 그동안의 많은 방문과 앞으로 방문이 더 늘어날 것으로 고려해 운영시간을 1시간 연장해, 오후 11시까지 운영된다고 합니다.

 

이번 글에선 청계천 1구역부터 4구역까지 거닐며 보고 느꼈던 형형색색의 빛과 메시지 그리고 감정의 기록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청계천 1구역 (청계광장 ~ 광통교)

[기적처럼 펼쳐진 서울의 빛_미라클 서울]

먼저, 청계 광장에 들어서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옴을 한껏 느낄 수 있도록 크리스마스와 연관된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부터 북극곰, 루돌프, 산타 등 어느새 크리스마스도 머지않았음을 실감하게 되었죠. 조형물만큼이나 제 시선을 빼앗았던 것은 이곳의 분위기를 동심 가득한 표정으로 즐기고 있었던 아이들의 모습이었고, 그런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함께 즐기고 있던 어른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출처 : 대한민국 구석구석

광장을 지나치면, 본격적으로 서울빛초롱축제 구간이 시작됩니다. 이 구간, 1구역은 서울의 과거에서부터 미래까지의 모습을 담아내었다고 합니다. 다녀온 뒤에 따로 알게 되었지만, 직접 경험할 당시에도 설명되어 있었던 것과 같이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1구역에서의 조형물들은, 지금은 너무나도 다르게 변화된 탓에 까맣게 잊고 살았을 법한 빛바랜 추억들을 다시 밝혀주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서울의 근현대사를 표현하였던 것을 넘어, 어른들은 추억을 꺼내보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추억을 들여다보게 하는 경험을 선물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실물 이미지 그대로를 본 따, 구체적으로 표현한 현대의 빛 조형물은 더욱 현대스러우면서도 실감 나는 느낌을 주면서도, 빛으로 표현한 탓인지 어딘가 살짝 미래스러운 느낌까지 안겨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감들의 조화를 심플한 라인과 표현한 미래의 것은 한 번도 상상해 보지 않았던 청계천의 모습을 넘어 미래 일상까지 상상하게 만들어주는 계기를 심어주었습니다.

 

# 청계천 2구역 (광통교 ~ 광교)

[내 안의 반짝이는 세상_골든 시크릿]

중반부로 접어들수록 빛의 색감은 점점 더 다채로워졌습니다. 인상 깊었던 한지 등 특유의 따뜻한 빛과 현대적인 미디어 아트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전통과 현재의 경계를 부드럽게 흐리고 있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재미까지 더해주었던 2구역의 조형물을 떠올리자면 ‘빛으로 만나는 MZ’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MZ 세대의 신조어를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동물들로 표현하였는데요.

 

‘갓생’,’오운완’,’아보하’ 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있었고, ‘아보하’라는 키워드는 제게도 낯설어서, 열심히 유추해 보고자 했지만 끝내 알지 못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참고로,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 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 청계천 3구역 (광교 ~ 장통교)

[꿈을 담은 마법 같은 빛_드림 라이트]

3구역으로 넘어가며 점차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었던 것은 구역마다 다른 테마로 구성된 조형물들은 각각 하나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저 눈으로만 즐기고 사색 없는 감상만 할 뿐이었어서 그 사실을 놓치고 말았었죠. 서울빛초롱축제는 이름만 축제일뿐이지, 축제와 전시회 모두를 의미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 후론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을 유심히 들여다봤고, 이는 이 축제를 더욱 밀도 있게 즐기면서도 마음에 남기는 하나의 방법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도 방문하셨을 때 만약 여유가 되신다면 주제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보시면서 더 깊이감 있게 즐겨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마침내 2025년 서울빛초롱축제의 하이라이트 구간, ‘I LOVE 잉어킹’입니다. 잉어킹은 예전 2000년대 인기 만화였던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포켓몬 캐릭터인데요. 만화 속에선 약하기만 한 탓에 별 도움이 안 되지만, 시간이 지나 진화하게 되면 ‘갸라도스’라는 크고 힘센 용으로 강해지게 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 점에서 착안해, 약한 포켓몬이지만 언젠간 강해지고 싶은 소망을 품은 100여 마리의 잉어킹이 모였다는 설정으로 연출하였다고 합니다. 이미 유명한 캐릭터인데다, 긴 행렬 속에 숨어 있는 색다른 잉어킹들을 찾는 재미와 더불어, 잉어킹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마켓까지 있어, 이번 축제에서 가장 북적이었던 구간이었습니다. 잉어킹 100여 마리의 행렬을 자세히 살펴보면, 딱 1마리의 황금 잉어킹과 잉어킹의 모습을 98%까지만 흉내 낸 어딘가 2% 모자란 잉어킹이 숨겨져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숨은 그림 찾기의 매력을 더한 조금 더 액티브한 연출 덕에 저 역시도 이 구간이 가장 기억에 남고 재미있게 즐겼던 구간이었습니다.

 

잉어킹과 관련된 다양한 즐길 거리들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종이에 소원을 적고 벽에 거는 체험 프로그램, ‘잉어킹과 소원빌기’였는데요. 곧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다가옴과 동시에, 희망과 소망을 상징하는 잉어킹과 함께 소원을 빈다는 게, 마치 소원 명소에서 소원을 비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원이 걸려진 벽을 지나치며 얼핏얼핏 눈에 들어왔던 소원의 대부분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막상 소원을 빌 땐, 저 역시도 자신보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 소원을 빌었던 그 마음을 돌이켜보고, 그 마음만큼 소중하게 대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청계천 4구역(장통교 ~ 삼일교)

[환상을 선물하는 서울의 마법_서울 판타지아]

마지막 4구역, 환상을 선물하는 마법 같은 구간답게 가장 먼저 서울달을 마주하게 되었는데요. 열기구를 타고 서울 상공을 내려다보는 로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서울달, 여의도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서울달이 청계천에도 떠올랐습니다. 알록달록 색깔과 형광빛 색깔들이 마법 같은 오묘함을 더 극대화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다채로운 열기구가 여럿 줄 지어져 떠올라 있는 것을 보니, 터키의 열기구 명소까지 떠올랐고, 또 예쁜 조명이 꾸며진 열기구에 직접 타보는 기분까지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환상을, 때로는 상상을 하게 됐던 4구역, 청계천 거리는 가면 갈수록 좋은 기분을 더해주었습니다.

 

4구역의 끝인 삼일교 부근에 다다르자, 화려한 네온 플렉스로 만든 13M 높이의 웅장한 마법의 성과 함께 수많은 나비가 하늘로 올라가는 마법 같은 순간이 펼쳐졌습니다. 정말 딱 보자마자, ‘서울의 마법’이라는 주제가 다시 한번, 강하게 떠올랐는데요. 다리 앞 허공에 떠 있는 모습을 보니, 해리포터 영화에서 나오는 마법학교로 통하는 비밀의 문 같은 것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삼일교를 지나는 구간이 사실은 마법의 성으로 통하는 비밀통로다’라는 약간의 상상을 덧대어 바라보니 더욱더 그럴듯한 느낌으로 다가와, 이 잠깐의 상상과 함께 조형물을 감상하는 것이 무척 재밌었습니다.

 

마법의 성을 끝으로 알고, 삼일교로 가는 계단을 올라가는 도중, 삼일교 아래에 반짝이는 빛이 흐르고 있는 걸 발견하고 재빨리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끝난 줄 알았던 4구역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4구역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미쳐 놓칠 뻔했던 ‘빛의 오로라’였습니다. 한국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오로라, 캐나다에 있을 때에도 단 한 번을 보지 못했던 오로라가 청계천에 떠올라 있었습니다. 빛으로 연출한 오로라이지만, 오로라의 환상적인 느낌과 영롱한 느낌을 더해주기 위해 빛줄기는 오묘한 색감의 불규칙한 선들로 섞여 있었고, 바닥에는 안개가 깔려 있는듯 하였습니다.

 

그 느낌 때문인지 아니면 집중해서 감상해서인지는 몰라도, 소음마저 줄어든 듯하였고, 어딘가 독립된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거에도 빛으로 연출한 오로라를 몇 번 봤었지만, 이날 청계천에서 봤던 오로라의 모습과 느낌이 그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또한, 청계천에서 봤던 조형물 중에서도 손꼽히는 인상을 심어주었던 조형물이었습니다.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었던 장면들, 올해의 마지막 밤을 화려하게 붙들고 있던 서울빛초롱축제. 늘 걷던 평범한 거리에 빛을 심어, 밤거리를 걷는 걸 빛나는 경험으로 바꿔주었던 서울빛초롱축제 길을 거닐어보세요. 특별한 계획 없이도, 누군가와 가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이곳에선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할 테니까요. 그저 평소처럼 걷다가 불이 켜진 청계천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늦춰보세요. 그날의 서울은 생각보다 당신을 다정하게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