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상상해 본 적 있지 않나요?
<토이 스토리> 속 앤디의 방에 들어가 보는 것,
<업> 할아버지의 집 거실 소파에 앉아 보는 것,
<엘리멘탈> 의 지하철을 타보는 것.
서울 성수동에서 잠시 현실을 잊게 되는 전시를 만났습니다.
<문도 픽사 : 픽사, 상상의 세계로> 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세계를 순회한 몰입형 체험 전시로, 이번엔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상륙했다고 해요. 총 12개의 테마룸으로 구성되어 있고, 방마다 한 편의 픽사 애니메이션을 공간 전체로 재해석해 전시를 넘어 직접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돼보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카메라보단 눈과 감정으로 먼저 담고 싶어질 만큼 연출이 세심하고 입체적이었고, 조형물, 조명, 소품에 각 공간마다 어울리는 고유한 향기와 BGM까지 더해져 오감을 모두 깨우는 전시였습니다. 그럼 이제, 12개의 테마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았던 공간들을 하나하나 소개해볼게요.
<문도 픽사 : 픽사, 상상의 세계로>
[성수 문화예술마당에서 만나는 픽사의 감동]
📌 전시 정보
• 기간 : 2025년 5월 5일 ~ 6월 29일
• 운영시간 : 10:00 - 19:00 (입장 마감 18:00)
• 장소 : 성수문화예술마당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118)
• 휴관일 : 없음
• 티켓 요금
- 성인 : 45,000원
- 청소년 : 40,000원
- 어린이 : 35,000원
- 36개월 미만 : 무료 (증빙 필요)
• 예매처 : 인터파크, 네이버 예약 등
전시를 본격적으로 감상하기에 앞서, 짧은 안내 영상이 먼저 시작됩니다. 문도 픽사 전시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를 지향한다고 합니다. 전 구역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고, 각 테마룸 입구마다 점자 QR코드와 오디오 가이드를 지원하며, QR을 스캔하면 수어 영상도 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단순히 시청각 중심의 체험을 넘어서 누구든지 불편함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 단계부터 ‘배려’가 전시 곳곳에 녹아 있답니다. 안내 영상 말미에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픽사의 바다에서 도리처럼 길을 잃을 수도 있지만, 그 속엔 항상 누군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 말처럼, 전시장 전체는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따뜻한 동선과 연출로 구성되어 있었고, 픽사가 전시에 담고자 한 철학이 시작부터 명확하게 느껴졌어요.
“모험은 거창한 장소에서 시작되지 않아. 우리가 함께한 그 모든 날들이 내게는 최고의 모험이었어.” - UP<업>
전시장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자, 가장 먼저 마주한 건 바로 <업> 의 칼 할아버지의 집 앞 마당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수많은 풍선과 함께 날아오르던 그 집. 입구를 지나 정면에 펼쳐진 건, 알록달록한 풍선들이 매달린 지붕과 오래된 나무 벽, 초록색 창틀, 그리고 작은 우체통까지, 스크린에서만 보던 그 집이 실제 공간 안에, 거의 실물 사이즈로 구현되어 있어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모험의 시작점에 함께 서 있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칼 할아버지 집은 보통 전시와는 다르게, ‘들어가 볼 수 있는’구조로 구현되어 있어 관람 초입부터 흥미로웠습니다.
칼 할아버지의 집 안에 들어서면, 벽에는 엘리와 함께한 사진들이 걸려 있고, 낡은 소파와 스탠드 조명, 오래된 라디오까지 영화 속 장면이 거의 그대로 재현되어 있어요. 바닥에는 따뜻한 색감의 러그가 깔려 있고, 커튼과 벽지에도 엘리의 취향이 묻어나 그 공간 전체가 두 사람의 추억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정말 칼 할아버지 집에 들어온 것 같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만큼 몰입도가 높았고, 단순한 세트가 아니라, 감정이 담긴 ‘공간’처럼 느껴졌어요. <업> 은 진짜 모험이란 멀리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한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죠.
“그 따뜻한 메시지가 공간을 통해 온전히 전해졌던 순간이었습니다.”
“넌 나의 친구야. 이제 우린 끝까지 함께야.” – 토이스토리
<토이 스토리> 는 장난감의 눈으로 본 세상, 그리고 우정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시에서는 앤디의 방이 실물 사이즈로 재현되어 관람객이 장난감의 시점으로 들어설 수 있게 꾸며졌어요. 장난감 시점의 테마답게, 사람이 장난감 크기와 같도록 구상되었는데요, 사람보다 훨씬 커다란 피자 플래닛 박스, 공룡 렉스, 슬링키 개 인형, 우디와 버즈, 앤디의 침대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벽에는 별무늬 벽지가 깔려 있고, 침대, 책상, 서랍장까지 앤디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옮겨둔 듯한 공간입니다.
<토이 스토리> 는 픽사의 첫 장편 3D 애니메이션이기도 한데요, 벽에 전시된 전시 설명을 통해 ‘픽사 볼’의 기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속 대사를 떠올리며 장난감 캐릭터들과 함께 사진을 찍다 보니 저도 이 방의 일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너와 나는 한 팀이야. 우리의 우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어.” – 몬스터 주식회사
<몬스터 주식회사> 는 두려움이 아닌 웃음이 진짜 힘이라는 걸 알려주는 픽사의 명작이죠. 전시 공간은 문을 통해 아이들의 방과 몬스터 세계를 넘나드는 도어룸 구조를 따라가며 구성되어 있어요. 입장하자마자 벽면엔 ‘설리’와 ‘마이크’, 그리고 ‘부’에 대한 소개가 자세히 적혀 있고, 도어 캡슐이 빼곡히 쌓여 있는 공간은 마치 공장 안으로 들어온 느낌을 줍니다. 컨베이어 벨트 모양의 연출, 경고등, 전력 표시기까지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실제 에너지 공장에 와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해요.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위쪽 연출이었어요. 천장 공간에는 실제 애니메이션처럼 ‘문’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고, 그 아래를 걷다 보면 정말 영화 속 몬스터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죠. 한쪽 벽에는 ‘설리의 털은 2,230,413개의 개별 털로 구현되었다’는 제작 비하인드도 소개되어 있었는데요, 픽사가 얼마나 섬세하게 캐릭터를 창조했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몬스터라는 외형 뒤에 숨겨진 따뜻한 마음, 그리고 웃음이 전력보다 강하다는 메시지가 공간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던 방이었어요.
“우리는 너무 달라서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 다름이 우리를 더 멋지게 만들었어.” – 엘리멘탈
<엘리멘탈> 은 픽사의 가장 최근 작품 중 하나로, 각기 다른 원소인 불, 물, 공기, 흙이 공존하는 도시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합니다. 전시 공간은 영화 속 한 장면인, ‘엘리먼트 시티’의 지하철이었어요.
처음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느껴졌던 건 색감의 생동감이었습니다. 미래의 지하철처럼 반짝이는 구조물과 조명 속에서 앰버의 따뜻한 불 기운, 웨이드의 투명하고 차분한 물의 흐름이 정교하게 구현돼 있었습니다. 그 사이를 걷는 저도 주인공들이 있는 자연스럽게 지하철에 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쪽 벽에는 원소들을 픽사스럽게 재해석한 ‘픽사 원소 주기표’가 걸려 있었는데, 이 장면에서는 관람객들 사이에서 소소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어요.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디테일에까지 이야기를 담은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안내문에는 각각의 원소들이 가진 물리적 특성과 그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들에 대한 설명도 덧붙여져 있어 ‘다름’속의 공존이라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삶이 힘들게 할 땐 어떻게 해야 하냐고? 계속 헤엄치는 거야.” – 니모를 찾아서
“계속 헤엄쳐, 도리. 계속 헤엄쳐.”
이 익숙한 대사처럼, <니모를 찾아서> 공간은 바닷속을 닮은 깊고 조용한 분위기였습니다.
전시장 조도는 전체적으로 어두웠고, 벽면은 파도처럼 출렁이는 푸른빛 LED로 감싸져 있었어요. 바닥은 은은한 반사 효과로 연출되어 마치 수면 아래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도리, 니모, 말린, 거북 크러쉬 등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들이 곳곳에서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안내문에는 픽사가 물고기의 감정을 어떻게 시각화할지 고민한 과정과 도리의 기억장애 설정, 해양 생물의 움직임을 구현한 방식 등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었는데요, 그 설명을 읽으며 픽사의 디테일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심신이 안정되는 조도와 잔잔한 음악 때문일까요. 저도 모르게, 이 공간에서는 괜히 한 걸음씩 천천히 걷게 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길을 잃었던 순간’을 기억하나요?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혹시 지금 어디쯤 길을 잃었더라도 부디 희망을 잃지 않고, 도리처럼 계속 헤엄쳐 나가길 바랍니다.
“슬픔이 없었다면 기쁨도 없었을 거야.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소중해.” – 인사이드 아웃
<인사이드 아웃> 은 인간의 감정을 캐릭터화한 픽사의 대표 애니메이션입니다. 전시 공간은 ‘감정 조절 본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조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 다섯 가지 감정이 컨트롤러를 두고 함께 일하던 감정 본부가 섬세하게 재현되어 있었습니다.
벽면에는 영화 속에서 기억을 저장하던 기억 구슬들이 쌓여 있었는데요, 그 구슬들을 바라보는 순간 어렸을 적 기뻤던 기억, 막연히 슬펐던 기억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저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되더라고요. 그 순간의 감정들은 어떤 색이었을까요? 눈으로 보는 전시였지만, 걸으면서는 오히려 스스로의 감정을 더 많이 돌아보게 되는 생각보다 깊은 울림이 남았던 공간이었습니다.
출구 근처에는 다양한 굿즈와 포토부스가 마련되어 있어 <문도 픽사> 의 여운을 천천히 정리할 수 있었어요. 전시를 온전히 즐긴 뒤, 마음에 남은 장면을 작은 물건으로 남기는 것도 이 전시를 기억하는 하나의 방식이 되겠죠.
제가 소개한 공간들 외에도 다양한 테마들이 전시장 곳곳에 준비되어 있었고, 전체 관람 소요 시간은 평균 70분 정도라고 합니다. 주말보다는 평일 오전이나 오후 5시 이후 입장이 비교적 여유롭다고 하니 완성도 높은 포토존을 여유 있게 즐기고 싶다면 한적한 시간대를 추천드려요.
<문도 픽사> 는 우리가 픽사를 처음 좋아하게 된 그 이유와 추억을 직접 걷고 느끼며 다시 만나게 해주는, 감각적인 체험형 전시였어요.
일상에서 살짝 벗어나고 싶은 날, 혹은 마음속에 간직해온 이야기를 직접 걸어보고 싶은 날 픽사의 상상의 세계가 열린 성수로, 한 번 다녀와 보시는 건 어떨까요?
'DB Square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 가까이, 마음도 잠시 쉬어가는 5월의 제주 힐링 스팟 구경하세요! (0) | 2025.05.16 |
---|---|
감도 높은 취향을 발견하는 시간, ‘느낌 좋은’ 한남동 편집샵 투어 (1) | 2025.04.21 |
봄과 마음이 잠시 머무는 곳, 석촌호수 벚꽃 산책 감성 데이트 코스 (8) | 2025.04.10 |
캔버스 위에 펼쳐진 일상의 소중함, <워너 브롱크호스트 : 온 세상이 캔버스> (0) | 2025.03.31 |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제주, 힐링의 섬 제주도 여행! (1) | 2025.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