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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도 높은 취향을 발견하는 시간, ‘느낌 좋은’ 한남동 편집샵 투어

서울에서 ‘감도’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있다면, 그건 단연 한남동이 아닐까요?

 

한남동은, 걷는 것만으로도 내 취향을 조금씩 발견하게 되는 동네입니다. 지나가다 무심히 마주친 카페의 외관, 좁은 골목 안에 숨어 있던 조용한 편집샵,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지만 어떤 감도가 분명하게 느껴지는 쇼룸까지 설명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전해지는 공간이 많아요. 누군가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진열대, 공간과 어우러지는 리빙 소품, 무심한 듯 놓인 감성적인 오브제 사이를 그저 산책하듯 걷고 싶어 이곳을 찾았어요.

어떤 물건은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어떤 공간은 이유 없이 오래 머물고 싶어지잖아요. 한남동의 편집샵들은 딱 그런 곳이었어요. 각자의 방식으로 “이런 거 좋아하지 않아요?” 하고 조용히 말을 건네는 듯했고, 그렇게 마주한 작은 취향의 조각들이 하루를 기분 좋게 채워줬습니다. 그중에서도 분위기와 구성이 특히 인상 깊었던 쇼룸과 편집샵 네 곳을 지금부터 소개해 보려 해요. 그럼, 지금부터 한 곳씩 소개해 드릴게요.

 

# D&Department Seoul

[한남동에서 만나는 ‘롱라이프 디자인’]

📍 공간 정보

• 주소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40번지 지하1층

• 운영시간 : 매일 12:00 – 19:00

여러분은 기록하고 싶은 오래된 이야기가 있나요? 한남동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조용히 자리 잡은 한 공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도시의 속도와는 다른 결을 지닌 이곳은 ‘디앤디파트먼트 서울(D&Department Seoul)’입니다.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점은 일본 전역과 세계에서 수집된 롱 라이프 디자인, 그리고 옛날부터 한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 공예품과 특산물, 지역의 롱 라이프 상품과 리사이클 상품 등, 한국만의 상품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한국의 롱 라이프 디자인으로 소개합니다. 또한 다른 디앤디파트먼트 지역점과 마찬가지로 상품과 생산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디-스쿨(d.SCHOOL)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합니다.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하는 갤러리 스페이스를 통해 단순한 상점에 그치지 않는 다양한 디자인 활동, 한국의 개성, ‘한국다움’을 발굴하여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해 나아갈 것입니다.”

출처 – 디앤디파트먼트 홈페이지

 

일본에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롱라이프 디자인(Long Life Design)’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유용하고 아름다운 물건들을 큐레이션해요. 서울점은 그 첫 해외 지점으로, 서울만의 취향과 지역성을 더해 조금은 느리지만 단단한 삶의 결을 제안한다고 합니다.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의자들로 가득 채워진 쇼룸 같은 공간이었어요.

 

수많은 의자가 놓여 있었지만, 단순한 진열이 아니라 하나의 장면처럼 구성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디앤디파트먼트의 철학답게, 의자 하나하나에도 저마다의 히스토리와 이야기가 담겨 있어, 그 의미를 따라가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의자는 원단과 목재 컬러를 직접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었고, 매장에 마련된 모니터를 통해 컬러 시뮬레이션도 가능했어요. 눈으로만 고르던 가구가, 내 취향에 맞게 하나씩 조합되어가는 과정이 작은 재미이자 경험처럼 느껴졌습니다.

의자 외에도 식기류, 주방용품, 옷, 원단, 디자인 소품, 소반처럼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물건들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었어요. 역시 디앤디파트먼트답게, 제품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그 의미를 알고 나면 물건을 바라보는 시선도 자연스럽게 달라지더라고요.

이곳은 유행을 따르지 않지만, 삶의 방향을 제안해 주는 공간입니다. 무언가를 새로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임과 의미를 다시 돌아보기 위해 찾게 되는 그런 곳. 한남동에서 단 하나의 편집샵을 추천해야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여기를 고를 거예요. 오래 두고 곁에 두고 싶은 것들, 그 진짜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해주니까요.

 

# 밀리미터밀리그람

📍 공간 정보

• 주소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40번지 지하 2층

• 운영시간 : 매일 12:00 – 19:00

디앤디파트먼트를 한 바퀴 다 둘러보고 나오면, 지하 2층엔 밀리미터밀리그람이 자리하고 있어요. 가볍게 이어서 둘러보기 좋은 동선이라, 내려가며 소품 구경을 이어가기에 딱 좋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건 창고 같은 러프함과, 러프함 속 은근하게 깃든 감성이었어요. 어수선함과 단정함이 공존하는, 그 독특한 균형이 이 공간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콘크리트 바닥과 철제 선반, 화려하지 않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제품들 사이를 걷다 보면, 마치 집을 청소하다 발견한 오래된 일기장을 한 장씩 넘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

제품에 더해진 짧은 문장 하나가 그 물건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만들어요. 그래서 밀리미터밀리그람은 물건을 사는 곳이라기보다, 물건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경험을 주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중 GLASS POT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어요.

 

“익숙하게 보아온 플라스틱 화분의 모양을 닮았지만 화분의 재료로 흔히 쓰이지 않는 유리로 만들어졌습니다. 빛을 받으면 반짝이고 투명한 그림자를 만들어냅니다. 햇빛과 공기, 물을 머금고 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식물의 모습을 보며 여러분의 일상에 작은 즐거움이 더해지기를 바랍니다.”

같은 화분일지라도, 이런 문장이 함께할 때 우리는 조금 더 특별한 마음으로 물건을 바라보게 되잖아요. 단순히 ‘예쁜 화분’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태도와 의미까지도 함께 고르게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소품 하나하나가 감각적이었지만, 동시에 기본과 제품의 의미에 참 충실합니다. 오래 보고 오래 쓰는 것의 힘은, 결국 단순함에서 오는 것일지도요.

 

# 마르젤드프이 (Margelle de Puits)

[감성의 조각을 건져 올리는 작은 우물]

📍 공간 정보

• 주소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4길 72 1층

• 운영시간 : 화요일 ~ 일요일 12:00 – 20:00 (매주 월요일 휴무)

• 특징 : 아기자기한 문구, 디퓨저, 패브릭, 패션소품 등 감성적인 ‘작은 보물상자’ 같은 샵

 

이 가게의 이름은 프랑스어로 ‘우물의 가장자리(Margelle de Puits)’를 뜻해요. 수면 위로 떠오른 작은 감정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공간처럼

상호와 잘 어우러지는 이 공간은 걷다 우연히 마주한 감성의 조각들이 모여 있는, 아주 작은 우물 같았죠.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독특하고 싱그러운 식물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사방에서 자라는 녹색들이 무심한 듯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었고, 화려함까지 느껴졌어요.

마치 보물을 찾는 것처럼, 식물들 사이사이엔 감각적으로 고른 생화, 문구류, 컵, 화병 디퓨저, 파우치, 패브릭 등등의 다양한 소품들이 놓여있어요. 여기선 ‘이걸 사야지’보다 ‘이건 누군가에게 참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런 물건들이 있는 공간은, 결국 누군가의 취향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장소겠죠.🌵

 

이곳은 단순한 샵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감정을 수집해놓은 작은 서랍 같달까요?

다채로운 컬러의 소품들과 식물들의 조화는, 소품샵이라기보다는 작은 정원 혹은 비밀스러운 온실에 더 가까웠어요. 상품을 고르기 위해 방문했다기보단, 마치 누군가의 감각적인 취향이 녹아든 공간을 조용히 산책하듯 들른 느낌이랄까요. 그 안에는 기분 좋은 향기와 조용한 음악, 창가로 스며드는 빛까지…잘 정돈된 아주 섬세한 공간이었습니다.🎧🎵

 

# 비터셀즈 한남 쇼룸

📍 공간 정보

• 주소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54길 67 1층

• 운영시간 : 매일 11:00  20:00

 

외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쇼룸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한남동을 방문할 때마다 이곳 앞에서 사진을 찍는 외국인들을 자주 마주쳐서, 늘 어떤 공간인지 궁금했던 곳 중 하나였는데요.

 

감각적인 외관 덕분에 이곳은 브랜드 쇼룸이자 동시에 골목의 포토 스팟이기도 해요. 비터셀즈(Bittercells)는 브랜드의 무드를 공간 전체에 풀어낸, 감도 높은 디자이너 브랜드 쇼룸입니다. 🧇🧀

 

특히 안쪽에 마련된 침실 공간은 마치 하이틴 영화 속 주인공의 방에 들어선 듯한 사랑스럽고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줘요. 디테일 하나하나에 브랜드의 감성과 무드가 담겨 있어서, 그 자체로 비터셀즈만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하이틴 무드의 침실, 디테일 하나하나에 담긴 감성, 쇼핑백이나 포스터 같은 사소한 소품까지 비터셀즈 한남 쇼룸은 브랜드가 만든 작은 세계에 빠져들게 되는, 옷을 사지 않아도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감각적인 스팟으로 추천드려요.

 

스타일리시한 쇼룸부터,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꼭 들러봐야 할 편집샵까지 한남동의 감각적인 공간 네 곳을 둘러봤는데요, 어떠셨나요?

 

저한테 어떤 공간은 조용히 말을 거는 듯 다가왔고, 어떤 물건은 설명할 수 없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어요. 그렇게 취향의 조각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하루 전체가 은근하고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더라고요.

 

이번 주말, 한남동 편집샵 투어는 어떠세요?

몰랐던 나의 감성과 취향을 발견하고, 그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 하루가 기분 좋게, 오래 기억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