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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에 둥지 튼 DB하이텍 브랜드사업부

DB하이텍이 꿈의 실적이라고 불리는 영업이익률 46%을 달성했다. 전력반도체라는 특화시장을 선점하고 꾸준히 개발에 몰두한 결과로 반도체 한파가 몰아친 2022년을 최고 실적으로 돌파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파운드리 부문의 실적이 DB하이텍의 현재라면, 반도체 설계는 DB하이텍의 미래다. 팹리스로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사업부는 전문성을 높여 파운드리 부문에 버금가는 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최근 설계 전문인력을 확대하며 판교로 자리를 옮긴 브랜드사업부의 새 사업장을 방문해 활기찬 근무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 반도체 설계 전문성 강화 나선 브랜드사업부

DB하이텍은 브랜드사업부를 통해 액정표시장치(LCD)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시스템 반도체를 고객사에게 설계해 주는 사업을 펼쳐왔다. 반도체 설계 사업의 전문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브랜드사업부 재정비를 마치면, 현재 추진 중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DDI 등 고부가가치 제품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근 브랜드사업부장으로 황규철 사장을 선임한 것도 이런 그림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황 사장은 S전자에서 30년 넘게 반도체 부문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주요 직책을 두루 거친 전문가다. DB하이텍 경영지원팀 장석태 수석은 “팹리스는 OLED용 DDI 외에 다른 영역으로도 제품군을 넓힐 수 있어서 성장성이 높습니다.”라고 내다봤다.

 

▲ DB하이텍 경영지원팀 장석태 수석

세계적인 팹리스로 손꼽히는 대만의 ‘미디어텍’ 역시 시작은 파운드리 기업 UMC의 사내 조직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컴퓨터의 CD드라이브용 고밀도집적회로(LSI)를 설계하는 대만의 소규모 팹리스 중 한 곳에 불과했지만, 1997년 UMC에서 독립한 이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에 주력해 2020년 퀄컴을 누르고 AP 점유율 세계 1위에 등극했다.

 

경영지원팀 허예진 책임은 “브랜드사업부 역시 지난 15년 동안 사업 기반을 충분히 갖춰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현재 TV, 모바일, 정보기술(IT) OLED DDI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DDI 응용, 소자 설계 등 분야별로 설계 전문인력도 확충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브랜드사업부는 2022년 12월 설계 전문인력들을 부천 사업장에서 판교로 이전했다. 이는 전문 경영인을 통한 독자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반도체 설계 사업에 경영력을 집중하여 팹리스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 브랜드사업부,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이전

브랜드사업부가 이전한 판교는 한국의 반도체 팹리스 집중 육성지역(판교반도체클러스터)으로 K-반도체의 산실로 꼽힌다. 이곳에는 국내 팹리스의 80%가 밀집해 있고 반도체 장비 기업 뿐만 아니라 전자부품연구원 SoC(시스템온칩)연구센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SW-SoC 융합센터 등 반도체 지원기관이 입주해 있다. 인근에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수원), 단국대(죽전), 경희대(기흥), 성균관대(수원) 등 유수 공과대학들도 자리잡고 있다. 명실상부한 반도체 산·학·연 클러스터라고 할 수 있다.

 

허예진 책임은 “판교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지원센터를 통해 시스템 반도체 개발에 필수적인 고가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EDA 툴)와 우수 인력 지원 뿐만 아니라, 반도체 지적자산, 반도체 시제품 제작용 멀티프로젝트 웨이퍼(MPW) 비용, 설계 공간 등 각종 팹리스 인프라를 지원 받을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업장 이전을 추진했지만 처음에는 공실이 없어서 판교 입주에 애를 먹었다. 장석태 수석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유치 요청이 있었지만, 연구 환경과 직원 만족도 등을 고려해 판교 이전을 결정했습니다. 성남시에 많은 자료를 제출하고 유치 의견을 받아서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입주 과정을 전했다.

 

▲ DB하이텍 경영지원팀 허예진 책임

브랜드사업부의 사업장을 이전하면서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한 취업포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중 84.7%는 근무 공간이 현재보다 나아지면 회사 만족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루 종일 생활하는 공간이 딱딱한 업무 공간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지루하고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

 

장석태 수석은 “황규철 사장님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소통’과 ‘협력’을 염두에 두고 공간 구성에 신경 썼습니다. 유리벽으로 공간을 구분해 개방감을 주면서도 업무몰입도를 높이고 충분히 휴식할 수 있도록 공간 요소를 배치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업장에 들어서면 실리콘밸리의 여느 첨단기업이 부럽지 않다. 보안 게이트를 통과하면 널찍한 휴게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교육이나 세미나는 물론 작은 공연도 즐길 수 있도록 극장식으로 꾸몄고, 동료와 수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간이 테이블도 비치했다.

 

▲휴게 공간

전망 좋은 창가로는 스낵바를 갖춘 카페테리아를 마련하고, 누구나 방해받지 않고 아늑하게 쉴 수 있도록 조도를 낮춘 안마의자를 마련했다.

 

▲ 카페테리아
▲ 스낵바와 안마의자

허예진 책임은 “근무 공간에는 장시간 책상에 앉아있는 직원들을 위해 모션데스크를 구비했습니다. 점차 하루 중 서서 일하는 직원들도 늘고 있어요. 회의실은 ‘아이디어 샘솟는1’, ‘고민이 해결되는2’로 이름 붙이고 프로젝터를 없애는 대신 전자칠판을 설치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모션데스크를 구비한 근무 공간
▲ 회의실 아이디어 샘솟는1, 고민이 해결되는2와 회의실 내 전자칠판

# ‘회사의 성장은 구성원의 성장', 고급 인재 붙잡는 복지 확대

한편 브랜드사업부 구성원의 75%는 설계팀이 차지한다. 이중 절반은 MZ세대다. MZ 세대는 성과에 대한 보상을 중요시하고, 회사가 직원을 세심하게 관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하며 사내 복지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 실제 젊은 직원일수록 세심한 복지 혜택을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 꼽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장석태 수석은 “DB하이텍은 ‘회사의 성장은 구성원의 성장’이라는 철학으로 지난 1월 전 직원에게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습니다. 반도체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어 최근 주택자금대출, 안식휴가, 마인드케어(심리상담) 등 복리후생을 확대하고 신설하면서 임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우선 임직원의 주거비용 부담을 줄여 생활안정과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립하고 주택자금대출 제도를 도입했다. 임직원이 이 제도를 통해 대출하면 5년간 연 1%의 고정 이자율로 최대 1억원까지 주택자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안식휴가 혜택도 늘렸다. 신설된 안식휴가 제도는 입사 후 5년부터 5년 단위로 10일간의 안식휴가와 최대 300만원 휴가비를 지급한다. 개인 연차휴가를 활용하면 최대 1개월까지 안식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임직원의 마음건강 증진을 위해 외부 전문기관과 연계해 심리상담을 비롯한 마음관리 방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직접 개발한 심리검사를 통해 스트레스 등 마음의 건강상태를 진단할 수 있고, 심리검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심층검사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심리전문가로부터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 마인드케어 서비스를 확장해 가족 단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부모와 자녀의 기질(인성) 검사 및 자녀의 학습 진로와 적성 검사 등을 통해 가족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접견실

브랜드사업부 자제척으로도 사업장 이전에 맞춰 직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차별화된 복지를 만들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허예진 책임은 “판교 이전을 추진했던 이유 중 하나도 구성원의 워라밸을 지켜줄 접근성과 공원, 편의시설 등 인프라를 많이 고려했습니다. 모바일 식권포인트를 제공해 주변 식당들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조석식을 통합할 수 있게 해 탄력적으로 맛집을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유연 근무제도 잘 활용하고 있다. 직원들은 주 40시간 범위 내에서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에 시차를 두고 출퇴근 할 수 있다. 원거리 출퇴근자들을 위한 배려다.

 

브랜드사업부는 앞으로도 근무 환경 개선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업장이 이전하면서 원거리 출퇴근 문제가 생긴 구성원들의 애로를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고, 근무 공간의 통로 주변 직원들의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파티션과 캐노피 활용도 추진 중입니다.”

 

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 같이 성과급 지급 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개인생활을 존중하는 복리후생 제도를 꾸준히 개선해 나가는 것은 고급 인재 유지 뿐 아니라 신규 인재 확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장석태 수석은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매월 1일에서 15일까지 상시 채용 중입니다. 사내직원추천 제도를 확장해 포상도 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장기적으로 우수인재를 양성하고 유치하기 위한 반도체 인력양성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 한양대, 서강대, 경북대 등과 협력해 설계코스, 소자코스 등 반도체 기술 관련 기초과목들을 수강하면 장학금을 지급하고 졸업 후 대학원 진학과 DB하이텍 입사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사업장 이전 후 3개월째를 맞은 현재 직원들은 업무적으로, 생활면으로 어떤 변화를 경험하고 있을까?

 

▲경영지원팀 정다미 선임

경영지원팀 정다미 선임은 판교로 이전하면서 분위기가 더 유연하고 밝아졌다고 한다. “새로 구비한 모션데스크를 잘 이용하고 있어요. 한 번씩 자세를 바꿔 일하면 피로도 덜한 것 같아요. 점심 시간이나 퇴근 후에 팀원들과 주변의 맛집과 다양한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좋아요. 또 지금 강서구에 살고 있는데 사내 주택자금대출을 신청해 판교로 이사 계획도 세웠습니다.”

 

▲Test 팀 이돈수 팀장

Test팀 이돈수 팀장은 사무실이 한결 쾌적해 져서 좋다고 한다. “책상과 모니터 화면이 넓어져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자율성을 주기 때문에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출퇴근을 조절할 수 있어서 오히려 업무집중도가 높아졌어요. 사내 카페테리아를 잘 이용하고 있고 주변 편의시설, 인프라도 즐기고 있어요. 올해 안식휴가를 받게 돼 곧 국내여행도 떠날 예정이에요.”

 

MZ세대가 추구하는 업무 환경은 형식적인 공간보다 휴게실, 사내 카페테리아, 주변 편의시설 등 다양한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면, 업무 능률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딱딱한 공간에서 정해진 업무만 하는 직원보다, 자유로운 공간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실행해 나가는 직원의 창의력과 생산성이 높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브랜드사업부는 5월 2일부터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로 새로운 날개를 펼칠 예정이다. 판교에서 만난 근무자들의 환한 표정과 활기찬 목소리가 브랜드사업부의 독립과 성장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