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의 핵심은 기업의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이해관계자 입장과 ESG 요소를 통합, 반영함으로써 기업의 외연을 확장해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한발 앞서 각 기업의 목적과 사업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ESG 경영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은 기업의 외연 확대에 적합한 전략 중 하나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통적 경계를 넘어 공동 혁신과 상호 협력으로 지속가능한 상생 활동을 실천해 기업의 경제 생태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DB손해보험 디지털혁신본부를 찾아 이해관계자 간 폭넓은 협업체계 구축으로 혁신 아이디어의 사업화와 동반 성장을 이룬 사례를 살펴봤다.
# 외제차 부품검증 솔루션 사업화 성공 사례
2022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166만 2,907대의 자동차가 판매됐다. 2021년과 비교하면 3만 7,000여대 하락했지만 수입차는 29만 8,006대가 팔려 수입차 점유율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2022년 말 우리나라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 수입차 비중은 12.5%로 처음으로 12%대를 넘어섰다.
DB손해보험 디지털혁신본부 이동화 수석은 “외제차가 늘어나면서 전체 사고에서 외제차의 사고발생 점유율도 13%를 넘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외제차 보상담당 직원을 증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운전자 편의성을 높이는 기계장치가 더 많이 탑재되면서 수리비도 고액화 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외제차 수리비는 2조 1,000억 원에 달해 전체의 32.3%를 차지했다. 특히 외제차 수리비에서 부품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대를 훌쩍 넘는다. 손해보험사 입장에서는 부품의 손해관리 중요성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동화 수석은 “국내에는 40개의 외제차 브랜드가 운행 중이고 세부모델은 315종으로 매우 다양합니다 부품 청구는 시스템과 팩스 전송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지는데요. 보상담당자가 부품의 적정성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기 어렵고, 손해사정을 건별로 수기로 따져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DB손해보험은 손해사정의 정확도와 효율 개선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외제차 부품검증 시스템 개발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2022년 3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3기' 모집에 나서 자동차 산업에서 혁신적인 솔루션 개발 역량을 보여온 ‘어메스(AMASS)’를 협력사로 선정했다.
“외제차 제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대번호(VIN)을 통한 검증 로직을 적용한 어메스의 ‘알비파츠(Arbi Parts)’ 솔루션을 DB손해보험 시스템과 연동했습니다. 실시간으로 부품청구정보를 검증하기 때문에 기존에 20~30분 걸리던 부품검증을 10초 정도면 끝낼 수 있게 됐습니다.”
외제차 부품검증 솔루션 도입은 외제차 보상처리 프로세스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기존 스캔과 팩스로 이미지화 된 부품청구서를 데이터로 변환해 오프라인 청구 건을 디지털화 함으로써 시스템 기반의 부품검증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21년 외제차 부품지급총액과 솔루션에 먼저 적용한 외제차 상위 5개 브랜드의 시장점유율, 그리고 PoC(Proof of Concept, 개념 증명)를 통해 확인한 오류비율을 따져봤을 때 연간 74억 원 이상의 보험금 누수 예방 효과가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부품 손해사정 자동화에 따라 분쟁을 줄이고 시간과 비용이 줄어 고객 보상품질이 향상되고 담당직원의 업무효율도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사 입장에서는 매월 솔루션 서비스 이용료를 지급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자동차보험 활성화 과제
앞서 살펴본 ‘외제차 부품검증 솔루션 사업화’ 사례는 DB손해보험이 2022년 추진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자동차보험 활성화’ 과제 중 하나다. “DB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에서 마케팅, 계약관리, 보상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전반의 업무 혁신을 목표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심진섭 본부장이 이끄는 디지털혁신본부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표준협회(KSA), KB국민카드 퓨처나인 등 엑셀러레이팅 기관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서울핀테크랩,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AI양재허브 등 스타트업 보육기관들과 협업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DB손해보험은 인공지능(AI) OCR,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발굴, 적용해 혁신기술 기반의 업무자동화를 이루고, 모빌리티 플랫폼 중심의 판매 채널 구축에 성공했다.
“마케팅 부분에서는 업무용 차량관리 플랫폼 ‘카택스’, 전기차 급속 충전소 ‘대영채비’, 운전연수 매칭 플랫폼 ‘운전결심’, 이륜차 배달 플랫폼 ‘GOGO F&D’ 등에게 각 플랫폼에 맞는 상품을 제공했습니다. 또 계약관리 부분에서는 2021년 시작한 AI OCR 자동차 주행거리 특약정산 시스템을 도입했고, 보상 부분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외제차 부품검증 솔루션을 도입했고요.”
이 같은 자동차보험 사업화 외에도 2022년 DB손해보험은 장기/일반보험에서도 사업화를 완료했다. 상품 부분에서 중소 주차장 배상책임보험을 출시하고, 마케팅 부분에서 AI기반 PA(Prime Agent, 컨설팅 전문가) 스피킹 훈련 자동화, PA 마케팅지원을 위한 청구대행서비스를 적용했다. 아파트사전점검 플랫폼 ‘채들’, 투자 콘텐츠 플랫폼 ‘투자의 달인' 등과도 제휴했다.
“현업 부서에서 PA들을 위한 스피킹 훈련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얼굴을 인식하고 연습할 수 있는 AI 면접 스타트업을 리서치해서 ‘위드마인드’를 찾아냈죠. PA 스피킹 훈련을 AI 기반으로 자동화할 수 있었습니다. PA 마케팅지원을 위해서는 고객과의 친밀도를 쌓을 수 있는 이야기 거리를 제공해야 했는데, ‘그린리본’의 청구대행 솔루션을 DB손해보험의 업무 방식에 맞춰 접목했습니다.”
DB손해보험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자동차보험 활성화' 과제는 사업화 성공으로 연간 77억 원 이상의 ‘재무 성과’가 기대된다. 또 외부 공공 및 민간 스타트업 보육기관과 협업해 최소화된 자원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을 추진한 ‘혁신성/디지털화’ 요소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외부 혁신 기술과 내부 혁신 과제를 결합하여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한 디지털혁신본부의 ‘자동차보험 활성화’ 과제는 DB그룹 내 경영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돼 ‘2022년 경영대상’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DB그룹 ‘경영대상’
한 해 동안 각 계열사에서 수행한 경영혁신 과제 중 우수사례를 추천, 경영대상 결정위원회에서 재무성과, 혁신성/디지털, 지속성, 파급성 등을 평가해 선정한다. 해마다 뛰어난 공로나 경영 성과를 일궈낸 임직원과 부서에 수여하는 상인만큼 임직원들의 관심도 높다.
# 지속가능한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조성
이동화 수석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자동차보험 활성화' 과제의 성과를 무엇보다 ‘지속성’과 ‘파급성’에서 찾는다.
“회사를 중심으로 보육기관, 스타트업, 벤처캐피탈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 지속적인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혁신본부는 회사 내 수요 조사를 선행하고 과제에 맞는 밋업에 수요 내용을 보내 적합한 스타트업을 물색했어요. 2022년에만 1,000여 개의 스타트업을 리서치하고 100개 이상 기업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에게는 IR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스킨십을 강화하고, 마케팅을 제휴할 플랫폼 기업과는 주기적으로 소통하며 신뢰를 쌓았습니다.”
DB손해보험은 이 같은 오픈 이노베이션 과정을 통해 보육기관 8개사, 벤처캐피탈 24개사와 협업하고, 스타트업 2,470개사와 관계 맺으며 오픈 이노베이션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DB손해보험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체계와 운영 방식, 신상품 개발, 기술 검증과 도입 등 성공 사례는 파급성이 높습니다. 금융계열사에도 확산이 필요하죠. 현재 DB금융투자, DB자산운용 DB저축은행, DB캐피탈, DB생명 등 금융그룹과 벤처시너지 회의를 갖고 있고 DB Inc.와도 협업 중입니다.”
DB손해보험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2023년 4년차에 접어들었다. 해마다 씨 뿌리고 물 준 것이 하나씩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단기에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간단한 제휴도 3~4개월 이상 걸리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꾸준하게 접근한 노력은 이연 되어서 성과로 나타납니다. 오픈 이노베이션 경험은 무형 자산과도 같아요. 담당자와 회사의 관심이 과제의 성공 여부를 좌우합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 보육기관과 협업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 곳은 DB손해보험이 유일하다. 2023년에는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제휴 기관을 늘리고, 신기술 도입을 위해 개념과 기술을 검증하는 PoC 환경도 구축할 계획이다.
“PoC 환경이 구축되면, 우리 회사가 보유한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AI 기술을 접목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겁니다. 데이터 비즈니스로 가는 중요한 인프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손해보험은 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을 보험화 할 수 있다.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고가 손해보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새 사업을 시작할 때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들도 많다. 플랫폼이 생길 때도 리스크 헷징을 위한 보험이 필요하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활용 범위를 어떻게 넓힐지 고민이 많습니다.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하여 사업비 절감, 손해율 관리 등 경영 효율화를 이루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자동화와 AI는 필수 요소예요. 또한 플랫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 맞추어 신시장을 창출하고, 시장 성장에 따라 회사 매출 증대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디지털혁신본부는 회사 문화에 맞는 오픈 이노베이션 추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2023년 임원 혁신 과제와도 연결해 추진하려고 한다. 또한 사회공헌적 요소를 염두에 두고 신재생에너지, 드론, 펫, 긱워커 등 신시장과 관련된 과제를 기획하고 있다.
글로벌 500대 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현황을 살펴보면 절반이 넘는 곳에서 이미 스타트업과 다양한 형태로 협력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술 자문과 사업 지원, 제품과 서비스, 공동 협업공간 등의 무상 제공 외에도 스타트업 공모전 개최를 통한 적극적인 기술 발굴과 기업 벤처 캐피탈을 활용한 투자 지원 활동이 포함된다. 여러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외부 자원 조달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DB손해보험이 보수적인 성향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에 다소 뒤처졌던 국내 기업에 자극이 되는 선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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