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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국내 여행지! 담양 소쇄원과 명옥헌

해외 대신 국내 여행만 떠날 수 있는 상황에서, 국내 투톱 여행지로 꼽히는 제주도와 강원도로 여행 수요가 몰리고 있습니다. 유명 여행지에서 맛집 탐방, 호캉스를 즐기는 정형화된 여정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로컬 테마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전라남도의 자연과 미학적 인공이 어우러지고, 역사적 스토리까지 더해져 더욱 특별한 담양 소쇄원과 명옥헌으로 힐링 여행을 떠나보세요.

 

 

# 조선 최고의 원림, ‘소쇄원’

소쇄원 입구는 울창한 대숲으로 시작됩니다. 담양 땅은 우리나라 죽림의 종가터로 알려져 있죠. 하늘을 찌를 듯이 뻗어 오른 수죽(脩竹)의 안쪽은 언제나 어둠에 덮여 그 깊이를 좀처럼 알 수 없답니다. 아무리 무더운 전라남도의 땡볕이라도 소쇄원 들어가는 길의 대숲에서는 청신한 그늘이 더위를 씻어주기도 해요.

 

한국 전통 원림의 원형을 간직한 전남 담양의 ‘소쇄원’(瀟灑園)은 16세기 초 조광조의 제자였던 양산보(1503~1957)가 기묘사화로 스승이 유배되자 낙향해 살면서 만들었습니다.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뜻을 가진 ‘소쇄’는 양산보의 호인 ‘소쇄옹’에서 유래했어요.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정자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16세기 중종 연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이름난 누각과 정자의 수가 885개나 될 정도죠. 그 숫자의 반이 따뜻한 남쪽 영남과 호남에 퍼져 있어요.

 

정자는 휴식처이자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에요. 홀로 휴식을 취하거나 마음을 정리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여럿이 오붓하게 모여 정서를 교감하고 흥을 돋우었던 장소인 것이죠. 재미나는 이야기로 길고 무더운 여름밤을 보내기도 했고, 정치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으며, 기분이 나면 노래를 한 곡 뽑기도 했습니다.

 

정자를 세울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위치입니다. 마을 어귀 사람들이 편안히 모일 수 있는 한쪽 켠, 전망이 좋은 언덕, 강변의 한쪽, 우리가 지나가다 잠시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에는 여지없이 정자가 세워져 있어요.

 

여행객들은 이름난 정자에 다다르면 정자의 건물부터 유심히 살피지만, 중요한 것은 그 건물이 아니라 위치예요. 정자의 누마루에 걸터앉아 주변을 조용히 둘러보는 맛, 그것이 정자 문화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죠.

 

원림(園林)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의미와 미학이 더욱 깊어집니다. 원림이란 일종의 정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원림과 정원의 뜻은 사뭇 달라요. 정원은 도심 속 주택에서 인위적인 조경 작업을 통해 동산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라면, 원림은 성밖 교외에서 동산[園]과 숲[林]의 자연 상태를 그대로 조경으로 삼으면서 적절한 위치에 집칸과 정자를 배치한 것입니다. 정원과 원림에서 자연과 인공의 관계는 정반대가 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소쇄원과 명옥헌은 정원이 아닌, 원림이라고 볼 수 있어요.

 

광주광역시의 동북 방향, 무등산 북쪽 기슭과 맞대고 있는 전라남도 담양군 지곡리에는 ‘증앙천’이라는 제법 큰 냇물이 저 아래 광주댐의 너른 호수로 흘러 들어갑니다. 이 지곡리 일대에는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 취가정이 냇물 좌우 언덕에 자리 잡아 서로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소쇄원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원림 중에서 단연코 으뜸으로 꼽혀요.

 

 

# 계절의 빛깔까지 맞춘 마스터플랜

계곡을 낀 1,400평 야산에 조성된 소쇄원의 마스터플랜은 양산보가 어린 시절 뛰놀았다는 너럭바위 계곡의 골이 깊어지는 작은 폭포와 못을 이루는 부분을 중심으로 삼았습니다.

 

그 옆에 ‘광풍각’이라는 정자를 짓고, 볕 좋은 위쪽에는 사랑채와 서재를 겸한 ‘제월당’을 세웠습니다. 또한, 지석 마을과는 기와를 얹은 흙돌담을 ‘ㄱ’자로 꺾어 차단하고, 한쪽에는 화단을 2단으로 쌓아 매화와 꽃가지를 심은 매대를 설치했어요.

 

계곡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인공을 가해 못을 넓히고, 물살의 방향을 나무 홈통으로 바꿔 수차를 돌리기도 하며, 물확을 만들어 물고기들이 자주 들리게도 했답니다.

 

봄날에 아름다운 꽃이 피는 매화와 복사나무, 여름엔 시원한 벽오동과 배롱나무, 가을엔 진하게 물드는 단풍나무가 적절히 배치돼 계절의 빛깔까지 볼 수 있어 그 조원의 공교함을 이루 다 묘사할 수가 없습니다.

 

양산보는 자손들에게 “절대로 남에게 팔지 말 것”과 “돌 하나 계곡 한구석 내 손길, 내 발자국 닿지 않은 곳이 없으니 하나도 상함이 없게 할 것”을 당부하였다고 해요. 그 후손들은 15대째 내려오도록 양산보의 유언대로 남에게 팔지 않고 그 원모습을 지키고 있답니다. 소쇄원은 세월이 흘러 퇴락해 버렸을지언정 그 분위기는 그대로 살아있어 조선시대 원림 중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 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

소쇄원 원림은 자연의 풍치를 그대로 살리면서 곳곳에 인공을 가해 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 공간을 창출한 점에 그 미덕이 있습니다. 소쇄원에 설치된 집과 담장 그리고 화단과 물살의 방향 바꿈 그 모두가 인공의 정성과 공교함을 다하고 있지만, 사람의 손길은 자연을 정복하거나 자연을 경영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 속에 행복하게 파묻히고자 하는 온정을 심어 놓은 모습이라서 우리는 조선시대 원림의 미학을 이곳에서 경험하고 감탄하게 돼요.

 

소쇄원에 처음 가보면 길이가 50m나 되는 기와지붕을 얹은 긴 흙돌담 아이디어에 놀란답니다. 가지런히 쌓은 흙돌담은 소쇄원과 지석마을을 구분하는 경계 구실을 하고 있지만, 안에서 바라볼 때는 소쇄원을 더없이 아늑한 공간으로 감싸주는 기능을 해요. 그러니까 담장은 외부공간과의 차단, 온화한 내부 공간의 조성, 자연에 가한 인간의 손길이라는 3중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담장에는 필연적으로 폐쇄감이 있기 마련이라,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파괴할 여지가 도사리고 있어요. 이 문제를 소쇄원은 두 가지 방법으로 해결했습니다. 하나는 대문이 없는 개방공간, 이른바 오픈 스페이스로 풀어버린 것이죠.

 

또 하나는 ‘ㄱ’자로 둘러친 담장의 북쪽 편은 계곡을 가로지르고 있는데, 마치 돌다리처럼 받침돌로 담장을 받쳐 냇물이 자연 그대로 흐르게 해 놓았습니다. 절묘한 개방성과 자연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인공의 겸손이 바로 이런 곳에서 드러나고 있어요.

 

 

# 담양 명옥헌의 배롱나무

소쇄원 속 증암천은 예전에 ‘자미탄(紫薇灘)’이라고 불렀습니다. ‘자미’는 목백일홍나무의 별칭이고 ‘탄’은 여울이라는 뜻이니 개울 양옆으로 늘어선 목백일홍나무의 아름다움으로 얻은 이름일 거예요.

 

목백일홍은 순우리말로는 배롱나무라고 부르는데, 따뜻한 남쪽이 원산지여서 차령산맥 북쪽에서는 정원수로 가꾸기 전에는 살 수 없답니다. 배롱나무는 낙엽교목 또는 관목으로 분류될 정도로 키가 크지 않은 나무지만, 해묵은 배롱나무는 작은 기인과도 같은 늠름한 기품이 있어요.

 

줄기는 구부러지면서 자라고, 가지는 옆으로 넓게 퍼져서 불균형의 부정형을 이룹니다. 하지만, 그 줄기와 가지는 아주 단단하고 매끄러운 윤기가 나면서 고귀한 멋이 가득하죠. 한 터럭의 속기도 없고 한편으로는 가벼운 색태를 드러내는 날렵한 멋을 지녔어요.

 

배롱나무의 진짜 아름다움은 한여름 꽃이 만개할 때예요. 배롱나무꽃은 작은 꽃송이가 한데 어울려 포도송이를 올려 세운 모양으로 피어나는데, 7월이 되면 나무 아래쪽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해 9월까지 100일간 붉은빛을 발합니다. 그래서 백일홍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꽃이 다 지면 벼가 익는다고 해서 쌀밥나무라는 별명도 얻었죠.

 

탐스러운 꽃송이가 윤기나는 가지 위로 무리 지어 피어날 때 그 화사함에 취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명옥헌의 배롱나무숲은 거대한 고목으로 자랐습니다. 일조량이 많은 곳이라 전라남도의 여느 배롱나무와는 달리 키가 크고 가지도 무성하고 꽃송이가 많이 달려요. 한여름 배롱나무꽃이 만개할 때 여기에 들린 사람들은 좀처럼 발길을 떼지 못하죠.

 

명옥헌은 소쇄원에 비길 만한 조선시대 원림터에요. 소쇄원이 깊숙한 계곡의 한쪽을 차지했다면, 명옥헌은 산언덕 너머 전망이 툭 터진 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똑같은 원림으로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공을 가한 것이지만 소쇄원은 아늑함을, 명옥헌은 활달함을 취했어요.

 

명옥헌은 가운데 섬이 있는 네모난 연못을 파고 그 위쪽에 정자와 서재를 겸한 건물을 지었습니다. 간단한 구성이지만 연못 주위에 소나무와 배롱나무를 장엄하게 배치해 언덕 아래로 보이는 시야를 끌어들임으로써 더없이 시원한 공간을 창출했답니다.

 

 

# 담양 소쇄원과 명옥헌 방문 팁

소쇄원은 서울 강남역에서 300km 거리로, 자동차로 간다면 경부고속도로와 논산천안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를 거쳐 3시간 정도 걸립니다. 명옥헌은 소쇄원에서 여덟 굽이 산길을 넘어 7km 정도 떨어져 있어요. 두 원림 사이는 자동차로 15분 남짓 거리이기 때문에 함께 둘러보기 좋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주변의 식영정, 환벽당, 취가정에서 또 다른 느낌의 원림도 경험해 볼 것을 추천합니다.

 

[소쇄원]

• 위치 : 전남 담양군 가사문학면 소쇄원길 17

• 운영시간

- 11 ~ 2월 : 매일 09:00 - 17:00

- 3 ~ 4월 / 9 ~ 10월 : 매일 09:00 - 18:00

- 5 ~ 8월 : 매일 09:00 - 19:00

• 입장료 : 성인 2,000원 / 청소년 1,000원 / 어린이 700원

 

[명옥헌]

• 위치 : 전남 담양군 고서면 후산길 103

 

 

우리나라 대표 원림인 소쇄원과 명옥헌의 건축과 조경은 자연과 인공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자연에 대한 인간의 순응, 도가적 삶을 지향했던 선비들의 만남과 교류를 엿볼 수 있죠.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원림의 청량한 바람과 상쾌한 공기 속에서 옛 선비들의 곧은 생각이 있는 풍경을 마주하며 편안한 휴식과 추억을 쌓을 수 있길 바랍니다.

  • 이경희 2021.09.16 07:22

    멋찐곳입니다. 언제 이곳에 출사 하러 간적이 있습니다.

  • 그대먼곳에 2021.09.16 11:21

    두곳 다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백일홍 나무가 쌀밥니무라는 별명도 있다고 쓰셨는데
    우리는 간지밥나무라고 불렀어요 몸통을 손톱으로 간지럼을 먹이면 나무끝 잎사귀가 떨리니까요
    간지럼을 갠지럼이나 간지밥이라고 하지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