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리포트

강화도 카페!

레트로 감성 '조양방직'

By동동이

도시의 모습은 그곳의 역사를 말해줘요. 그 흔적이 사라지지 않는 한 기억은 전해집니다. 기억이 남아 공간이 존재하는 이유가 되는 거예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공장도 그래요. 공장은 경제 개발의 상징이었던 시절 굴뚝에서 나는 까만 매연조차 환영받았어요.

 

이제 앙상한 뼈대에 으스러진 콘크리트만 남은 공장은 20세기 발전을 이끈 산업 유산이라는 의미 외에는 기대할 것이 없어요. 자랑스러운 장소였지만 이제는 흉물로 전락한 곳인데요. 그 공간에 새로운 존재 이유가 생겼답니다. 매연을 뿜어내는 대신 문화가 자라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거예요.

 

퇴락한 방직공장 건물이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강화도의 ‘조양방직 미술관 카페’가 그곳인데요. 오늘은 동동이가 빈티지한 분위기에 예술 작품을 더해 여행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는 레트로 감성 카페 ‘조양방직’으로 안내할게요!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방직공장

강화군청을 지나 신문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왕복 2차선 길가에 접해 있는 허름한 공장 건물이 보여요. ‘조양방직’이라고 적힌 중앙 간판 아래 좌우로 ‘신문리 미술관’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어요.

 

최근 창고형 카페가 하나의 트렌드처럼 늘고 있는데, 이곳도 폐 공장을 리노베이션 한 곳이에요. 우리나라 최초의 방직회사였던 ‘조양방직’을 그대로 살려 2018년 7월 문을 연 ‘조양방직 미술관 카페’는 입소문이 나 하루에 3천~5천 명이 찾는 명소가 됐어요. 빈티지 감성이 넘치는 입구에서부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젊은 남녀, 중장년, 가족 단위 등 방문객 구성도 다양해요.

 

입구에 들어서면 낮은 울타리 뒤로 우중충한 회색 건물 몇 개가 눈에 들어와요. 콘크리트 위에는 기와나 울퉁불퉁한 슬레이트 지붕을 얹어 놓았어요. 어릴 때 봤던 시골 할머니 집 느낌과 비슷해요. 공장 벽 외관에는 시커먼 그을음과 때가 묻어나 건물이 견딘 세월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조형물과 공간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양방직은 처음 강화도에 자리 잡았던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요. 공장 건물 골조를 그대로 살리고, 재봉틀 붙은 작업대는 커피 테이블로 탈바꿈시켰어요. 미술관을 표방했지만 값비싼 예술작품은 없답니다. 깨진 유리창을 단 영국제 문짝, 고장 난 트랙터처럼 쓸모없던 폐품이 낡은 건물에 가득 차 볼품 있는 거대한 설치 미술로 변신했어요. 워낙 볼거리가 많아 마치 박물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예요.

 

 

▎사물의 품격을 달리 보는 체험학습장

30년간 폐허로 방치되어 온 조양방직에 다시 사람이 찾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서울 인사동에서 유럽 빈티지 숍 ‘상신상회’를 운영하던 이용철 대표는 2017년 우연히 이곳을 방문했다가 시간이 멈춘 공장에 흠뻑 빠지고 말았답니다.

 

이 대표가 지인을 통해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고물상 비슷한 폐가였어요. 너무 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등나무로 뒤덮여 있어 무서웠다고 해요. 그 와중에 그의 눈에 아름다운 트러스 구조가 보였어요. 건축물이 자신한테 말을 거는 것 같았다고, 그래서 이곳과 사랑에 빠지게 됐다고 해요.

 

이후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조양방직 폐공장을 1년 만에 리모델링해 이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며 새롭고 예스러우면서도 감각적인 공간으로 재탄생 시켰어요.

 

이 대표는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이전에 살았던 삼청동 집과 부인 김현화 대표가 인사동에서 운영한 카페도 직접 인테리어 했다고 해요. 지금의 조양방직 간판도 직접 디자인했죠.

 

▲ 카페 벽면에 옛날 흑백 영화를 상영하는 빈티지한 대형 영사기

그가 특히 사랑하는 공간은 ‘벽 1’과 ‘벽 2’로 이름 붙인 카페 오른쪽 벽면이에요. 세월만이 만들 수 있는 벽면 그 자체를 그는 미술작품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곳 벽면에는 빈티지한 대형 영사기로 옛날 흑백 영화가 계속 상영됩니다. 흑백필름 속 찰리 채플린이나 오드리 헵번을 보며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싶어요.

 

 

▎빈티지한 낭만이 깃든 공간, 카페

조양방직 카페는 회색빛 시멘트 건물 외관을 그대로 살려 카페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방직공장의 높은 천장과 넓게 뚫린 내부가 이채로워요.

 

당시 건축구조를 보여주는 지붕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고, 목재로 만든 지붕과 마루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채광용 천창도 멋스러워요. 특히 지붕 트러스에 설치된 창이 인상적인데요. 트러스 면마다 창이 설치돼 조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많은 빛을 받아들여요. 회색빛 음울한 분위기를 바꿔주는 대표적인 요소죠.

 

카페 운영이 잘 되자 건물을 다시 4칸을 증축했는데, 현재 그 흔적도 찾을 수 있어요. 증축 공간이 규모도 크고 더 높죠. 재봉틀이 올라갔던 기다란 작업대는 자연스럽게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테이블이 됐어요. 테이블이 얼마나 긴지 주문 진동벨이 어느 지점부터 울리지 않을 정도예요. 건물 밖이 훤히 보이는 탁 트인 창가는 일찍 차지하지 않으면 앉을 수 없는 조양방직 카페의 인기 좌석이에요.

 

▲ 아기자기한 빈티지 소품들로 꾸민 상신상회

널찍한 카페 공간 구석구석에는 크고 작은 전시품이 많아 보는 재미도 있어요. 일제강점기에 사용했던 태극기와 영사기, 1980~90년대 영화에서나 볼 법한 빨간 공중전화박스, 놀이공원에서 탈출한 듯한 목마 모형, 한때 꽤나 사용했을 법한 재봉틀도 있어요.

 

근엄하고 무거운 느낌의 창고형 건물들과 달리 조양방직 안쪽의 상신상회 구역은 빈티지한 가구와 소품들로 가볍고 재미있게 꾸몄어요. 아이들 장난감이나 놀이기구, 캐릭터 인형이 있고, 누군지 모를 인물의 아름다운 한때가 담긴 초상화와 풍경화 같은 그림이 걸려 있어요. 이용철 대표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수집한 골동품들이에요.

 

카페 안쪽, 공장에서 쓸 물을 끓이던 보일러실은 지금은 커피를 끓이는 주방이 됐고, 홍대에 본점을 둔 케이크 카페 ‘레미니스’의 대표가 직접 다양한 케이크를 만들고 있어요. 카페에 들어서면 커피 향과 함께 퍼지는 고소한 냄새가 기분 좋게 만든답니다.

 

적당히 단맛이 나는 홍차 치즈 케이크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 느낌이에요. 계산대 앞 주방에서는 여러 명의 바리스타가 분주하게 커피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립니다. 좋은 원두를 사용해 맛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어요.

 

 

▎세월의 때가 남은 부속건물과 마당

카페 밖 공장 마당에는 빨간색 공중전화나 낡은 버스, 옛 금고와 우물터 같은 옛날 감성들이 묻어나는 공간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요. 세월의 때가 잔뜩 묻어 있는 공간은 쉼을 주는 어릴 적 놀던 공터나 아지트 같아요.

 

마당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금고인데요. 조양방직 금고는 우리가 일상에서 보던 것보다 수백 배쯤 크답니다. 2층 건물 높이로 만든 회색 콘크리트 박스 위에 부를 상징하는 누런 황소 동상도 올라가 있어요.

이 거대한 금고에 돈이 꽉꽉 들어차고 돈을 지게로 지고 가 은행에 맡겼다고 하니, 조양방직이 전성기던 당시 방직산업이 얼마나 호황이었는지 짐작이 가요.

 

 

조양방직의 빈티지한 분위기에 예술 작품을 더해 ‘인생 사진’을 찍으려는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주말에는 대기하는 줄이 길어요. 뉴트로 열풍 덕에 젊은 층에도 인기죠. 벌써 SNS에 핫 플레이스로 알려져 인스타그램에 ‘조양방직’ 해시태그를 단 인증 사진만 7만여 장에 이른답니다.

 

 

▎카카오내비 찍고 가장 많이 찾아가는 곳

‘2019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 따르면, 전국 음식점·카페 가운데 ‘카카오내비’를 찍고 가장 많이 찾아간 가게 2위가 조양방직이에요. (1위는 군산 빵집 ‘이성당’)

 

조양방직은 서울에서도 가까워 찾아가기 쉬워요. 조양방직에 가려면 올림픽대로를 타고 강화 쪽으로 가다가 누산 교차로에서 ‘서울, 김포 시청, 강화’ 방면으로 나가 김포 한강로를 거쳐 김포 대로로 가면 돼요.

 

조양방직은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만 주말과 공휴일에는 많은 방문객이 몰리는 만큼 조금 서두르는 것이 좋겠죠.

 

조양방직을 찾기 전에 강화 중앙시장 B동에 위치한 강화 관광 플랫폼에 들리는 것도 잊지 마세요. 다양한 여행 정보를 얻고, 조양방직을 비롯한 카페와 음식점 할인권도 받을 수 있답니다. 1만 원 이상 구매하면 2000원을 할인받아요.

 

또 강화도의 직물산업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조양방직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소창 체험관을 찾아보는 것도 좋아요. 400년에 걸친 역사와 면직물 만들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답니다.

 

[강화 조양방직 카페]

• 주소 : 인천 강화군 강화읍 향나무길 5번길 12(신문리 587)

• 전화 : 0507-1307-2192

• 시간 : 11:00~21:00 (주말·공휴일 22:00까지)

• 주요 메뉴 : 커피, 라떼 7000~8000원 / 에이드, 생자몽차, 오가닉티 8000원/ 티라미수 7000원 / 홍차 치즈 케이크 7000원 / 맨해튼 치즈 케이크 65000원 / 초콜릿 무스 케이크 7500원

 

조양방직은 낡은 트랙터가 테이블의 한 부분으로 녹슨 가마솥이 화장실 세면대로 꾸며졌어요. 낡고 오래된 것을 좋아하고 정해진 틀을 깰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이용철 대표의 자유분방함을 닮아 있어요. 그는 과거 조양방직으로 인해 강화도가 부흥했던 만큼 현재의 조양방직이 강화도 제2의 부흥기를 열게 되길 바란다고 해요.

 

조양방직은 옛 건물을 완전히 허물어 버리고 새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니에요. 수십 년 동안 방치됐던 폐건물의 건물 골조를 그대로 이용해 옛 느낌이 살아있는 미술관 카페로 되살리면서 ‘국내 최초 방직공장’이라는 스토리를 살렸답니다. 도시재생 시설의 성공사례로 주목받는 이유에요.

 

조양방직은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에요. 대략 70퍼센트쯤 완성됐어요. 남은 30퍼센트는 식상하지 않도록 조금씩 변화를 시도할 예정이랍니다. 여러분도 식상한 일상에 지쳤다면, 버려졌던 공간이 새롭게 변신해 개성 넘치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 한 조양방직에서 흔한 일상에 숨은 특별함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댓글 1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