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리포트

태안 여행, 청산수목원

팜파스 축제

By동동이

가을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계절을 느낄 수 있어서, 화창한 날이면 어디든지 떠나고 싶으시죠? 동동이가 파란 하늘 아래에서 가을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을 알려드릴게요.

 

어른 키를 훌쩍 넘는 큰 키에 풍성하고 부드러운 꽃이 활짝 핀 팜파스가 바람이 불면 은빛 군무(群舞)를 추는데요. 흔들흔들 몸을 흔드는 눈부신 장관에 마음도 절로 춤을 춘답니다.

 

팜파스 축제가 열리고 있는 태안군 청산수목원은 이미 가을이 한창이에요. 오늘은 동동이가 가을의 다채로운 색을 한곳에서 맘껏 누릴 수 있는 태안으로 안내할게요.

 

 

▎사람 손 타지 않은 자연스러운 수목원

충남 태안군 남면의 한적한 마을 한가운데, 멀지 않은 바다의 푸르름과는 또 다른 정취의 수목원이 있어요. 생명의 기운 가득한 청산수목원의 초록은 우거진 송림에, 갖은 수목이 자라는 정원에 짙게 드리워 있답니다.

 

따가운 가을볕을 머금고 은빛으로 흔들리는 억새의 장관, 그리고 한가로움이 내려앉은 정원의 풍경에 한참을 발목 잡히는 그런 곳이에요. 그래서인지 드문 경험을 했다며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알려졌죠.

수목원 입구에 들어서면 황금측백나무가 일렬로 늘어서 길을 안내해요. 귓가에는 은은하게 음악이 맴도는데, 잘 조성된 산책로를 걷다 보면 벌써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에요.

청산수목원은 신세철 원장이 1990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했어요. 신 원장은 스스로를 '농사짓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데요. 10만㎡ 대지에는 그의 30년 손길이 고스란히 남아있어요.

 

여러 풀과 꽃, 나무, 그리고 연꽃이 건강하게 자라되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억지스럽지 않은 곳이에요. 수목원을 산책하며 천천히 전해오는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은 사람 손 타지 않고 자연스러운, 그래서 살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는 그의 고백을 닮아 있답니다.

 

 

▎고흐와 모네의 그림 속으로, 고흐 브릿지와 모네의 연원

황금 삼나무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정감 있는 나무다리를 만나는데요. 고흐가 풍경이 마음에 들어 다섯 번이나 그렸다는 ‘랑그루인 다리’를 본떠 만든 ‘고흐 브릿지’예요. 고흐의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 다리를 건너면 모네가 머물던 지베르니의 정원과 연못을 재현한 ‘모네의 연원’에 들어서게 돼요.

청산수목원은 크게 수목원과 수생식물원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비비추며 황금 삼나무, 홍가시나무, 부처꽃, 앵초, 창포, 부들 같은 우리 눈에도 익숙한 수목과 야생화 600여 종과 국내외에서 엄선해 수집한 연과 수련 200여 종이 수목원의 주인이예요. 이곳의 수목은 풍성하게 눈앞에 가득 식재되어 있기보다는 산책의 동선을 따라 자연스레 마주치는 듯하답니다.

 

수목원은 나름의 조성 양식과 조경 요소, 정원 내 마련한 볼거리에 따라 홍련원, 만의 길, 수련원, 모네의 연원, 밀레의 정원, 삼족오 미로공원, 고갱의 정원, 팜파스원, 핑크뮬리, 그리고 황금 메타세콰이어 길로 구분되어 있어요. 정원마다 가진 저마다의 색깔과 이야기를 하나씩 짚어가며 여유 있게 산책하는 것이 이곳을 즐기는 요령이에요.

 

모네의 연원에서도 산책을 하다 보면 연과 수련이 자라는 못과 팜파스, 핑크뮬리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어요. 모네의 연원은 청산수목원 각 정원의 주요 수목을 한데 모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이어서 멀리서 전체 전경을 바라보면 조화로운 모습이 고흐와 모네의 그림 같아요.

 

 

▎명화 속 장면이 조각상으로, 밀레의 정원과 카페 홍가시

이제 ‘밀레의 정원’으로 가볼까요? 방문객을 맞이하는 입구에는 ‘밀레의 시간’이라는 글이 쓰여 있습니다. 정원에 들어서면 드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마음이 탁 트이는 느낌이에요.

 

잔디밭 주변으로는 가난에 쪼들렸으나 신념을 굽히지 않고 농민의 모습을 종교적인 분위기로 심화시켜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던 밀레의 '만종', '이삭줍기'와 같은 작품 속 장면이 조각상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어렵게 느끼기 쉬운 예술 작품을 방문객이 손으로 쓰다듬고 곁에 두고 친근하게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이곳까지 산책했다면 카페 홍가시에서 밀레의 정원 전경과 삼족오 미로공원, 고갱의 정원을 바라보며 잠시 발품을 쉬어가는 것도 좋겠죠?

 

 

▎고구려 금동 투구를 본떠 설계한, 삼족오 미로공원

카페 홍가시에서 산책로를 가로지르면 삼족오 미로공원 전망대가 보여요. 삼족오 미로공원은 여러모로 뜻깊은 곳이랍니다. 미로공원의 둘레를 향나무와 화살나무로 성벽처럼 두르고, 그 안의 미로에는 가이스카향나무와 홍가시나무, 황금측백나무를 두었어요. 나무만으로 외벽과 미로를 만들어 마치 영국식 정원에 온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요.

 

삼족오 미로공원의 미로와 외벽은 고구려 고분에서 발견된 금동 투구를 본떠 설계했어요. 금동 투구 측면에는 고구려의 상징인 세 발 달린 까마귀, 즉 삼족오의 문양이 마치 타오르는 불길처럼 아름답게 투각 되어 있는데, 이를 고스란히 미로정원으로 재현해낸 것이죠.

 

나무를 심고 키워내고 제대로 된 미로를 만들어내기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하니, 그저 빨리 탈출해야 하는 미로에서도 소중하게 오래 머물고 싶어진답니다.

 

 

▎그리스 신전의 열주로 장식한, 고갱의 정원

다시 산책로를 가로질러 카페 홍가시 뒤쪽으로 가면 고갱의 정원이 있어요. 열주들이 세워져 있어서 그리스 신전에 들어서는 것 같아요. 화창한 날이면 연주홍빛 기둥에 햇빛이 반사되어서 마치 지중해나 가리브해에 온 듯한 느낌이예요. 이국적인 분위기 덕분에 셀프 웨딩 장소로도 인기가 많은 곳이랍니다.

 

짧은 고갱의 정원 끝에는 가을 청산수목원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팜파스원으로 이어져 있어요.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 팜파스원과 핑크뮬리

서양 억새로 알려진 베이지색 '팜파스그라스'는 남미와 뉴기니, 뉴질랜드 등에 분포하는 코르타에리아속의 볏과 식물인데, 특히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중심으로 반지름 600~700km에 걸쳐 펼쳐진 대초원 지대 ‘팜파스’의 초지 대부분을 뒤덮고 있는 식물이 바로 이 팜파스그라스랍니다. 그래서 이름도 남미의 초원지대 '팜파스(pampas)'와 풀을 뜻하는 '그라스(grass)'가 합쳐져 붙여졌어요.

 

청산수목원에는 8월 하순부터 팜파스그라스가 풍성하게 피어나면서 아름다운 춤사위를 선보이기 시작하는데요. 팜파스가 그려내는 가을 풍경은 한마디로 탄성을 자아내게 해요. 부릅니다. 우뚝 서 있으면서도 바람결에 온몸을 맡긴 채 그려내는 팜파스의 춤사위는 알 수 없는 기품까지 느껴진답니다.

 

팜파스는 그 높이가 2~3미터까지 자라고 억새와 비슷한 모양새의 여러해살이 풀이에요. 몇 년 사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주목받으면서 익숙해진 외래종이지만, 탁 트인 야외에서 여우꼬리나 수염처럼 예쁜 팜파스가 만개한 풍경을 만나기는 좀처럼 쉽지 않죠. 은백색의 아름다운 꽃무리가 넘실대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에요. 남미의 들판에 온 것 같답니다.

 

우뚝 선 큰 키에 풍성하고 부드러운 꽃무리가 활짝 핀 팜파스가 모여있는 모습은 사진 찍기에 안성맞춤인데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누구나 인생 사진을 품에 담을 수 있을 거예요. 동동이도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하얀 팜파스가 모여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 아름다운 광경을 한참 동안 지켜봤어요.

 

은빛 팜파스원을 지나면 이번에는 분홍빛 들판이 펼쳐지는데요. 바로 핑크뮬리예요. 화사한 분홍색으로 벌판을 물들이는 핑크뮬리는 요즘 SNS에서 인증샷으로 인기 높은 식물 군락이죠.

 

모네의 정원과 밀레의 정원 앞에도 핑크뮬리가 곱게 자라고 있지만, 팜파스원 너머 수목원 끝자락에 있는 핑크뮬리에서는 방문객도 많지 않고 호젓하게 경관을 즐길 수 있었어요.

 

키 낮은 돌담길을 돌아서면 황금 메타세콰이어 길을 만나는데요.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면 정말 멋진 풍경일 것 같아요. 황금 메타세콰이어 길을 내려오면 수목원 입구의 주차장과 도착한답니다.

 

 

▎청산수목원 찾아가는 길, 주차 공간은?

태안 청산수목원은 강남역 기준으로 145km, 자동차로 2시간 남짓 걸려요.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서산 IC로 빠져나가 서산을 지나 태안으로 들어가면 돼요. 77번 지방 도로를 이용해 남면 방향으로 가다 보면 왼쪽으로 청산수목원 진입로가 보인답니다.

 

수목원 입구로 넓은 주차장이 있고 언덕 위로도 큰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축제 기간에는 오전에 도착해서 일찍 관람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출처 : 청산수목원 홈페이지>

지금 청산수목원에서는 팜파스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요. 11월 25일까지 계속된답니다. 팜파스 사이를 거닐며 이국적이면서도 가을의 짙은 여운을 즐길 수 있어요. 은빛 물결 속에 몸과 마음의 그림자를 살짝 숨기고 가을의 정취를 흠뻑 휘감아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거예요.

 

단, 주의할 점은 팜파스 줄기와 잎이 날카로워 다치기 쉽다는 것이에요. 직접 만지지 말고 가까이 갈 때도 주의하세요.

 

[청산수목원]

• 주소 : 충남 태안군 남면 연꽃길 70

• 전화 : 041-675-0656

• 시간 : 매일 08:00 - 19:00

• 입장료 : 성인 8,000원 / 청소년(초,중,고) 5,000원 / 유아(4~7세) 4,000원

 

청산수목원 외에도 태안군 일대에서는 다채로운 가을 축제들이 열리고 있는데,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방문해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가득한 태안의 가을을 즐기셔도 좋겠습니다.

 

하루 종일 가을 억새 언덕과 화사한 분홍빛 핑크뮬리 벌판 사이를 돌아다니다 보니, 동동이 몸에도 나무처럼 엽록소가 생겨서 수고하지 않고도 빛과 더불어 온전히 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청산수목원은 우연히 들렀다가 두고두고 즐겨 다시 찾아오는 소중한 곳으로 값진 30년을 보낸 셈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올가을에는 청산수목원에서 고흐와 모네, 밀레와 고갱 등 예술가를 테마로 만든 이색 정원과 홍가시나무로 꾸며진 미로정원, 황금 메타세쿼이아길, 동물 농장 등을 유유히 둘러보며 팜파스와 핑크뮬리의 향연을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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