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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혼자 여행, 필리핀 바기오에서의 힐링 타임

먹방 여행이라도 괜찮아
올해 구정 연휴를 맞이해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보통 연휴라면 집에서 좀 쉬면서 재충전을 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구정 연휴에는 갑자기 여행이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후다닥 항공권을 예매해 준비도 거의 하지 못한 채 여행을 나서게 됐습니다. 여행지는 바로 필리핀입니다. 당시 한국 날씨가 너무 추워 따뜻한 나라를 찾고 싶었는데요, 또 필리핀은 한국과는 거리도 멀지 않으며 많은 한국인이 찾는 곳이라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특히 친한 친구가 필리핀에 거주해서 여행하는 김에 잠깐이나마 얼굴도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동기(?)를 만들어 여행을 가게 됐습니다.


여행은 낯선 경험을 만나러 가는 길


여행 계획이 갑자기 결정돼 티켓을 늦게 예매했지만, 운 좋게도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자리도 얼마 없었는데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비행시간이 3시간 남짓 걸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유심(USIM)칩을 사는 일이었죠. 이미 ‘Globe’라는 통신회사가 좋다고 해 바로 그 자리에서 유심칩을 사서 사용했습니다. 역시 ‘정보를 미리 알고 있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마닐라 공항에서 제 영혼의(?) 휴식처인 바기오까지는 장장 8시간이나 걸렸습니다. 가는 동안 너무 출출해서 버스에서 간단한 간식을 구입했습니다. 땅콩과 마늘을 튀겨서 소금으로 간을 한 것인데, 너무도 맛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음식 이름도 물어볼 여력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격은 20페소(한국 기준 500원) 정도였고요, 버스에서의 시간이 정말 힘들긴 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낯선 환경에서의 경험이 그리 나쁘진 않았습니다. 바기오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근처 호텔로 가 휴식을 취했습니다.



바기오가 주는 달콤한 휴식


필리핀으로 간 이유를 물어보신다면 바기오라는 도시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들 휴가라고 하면 세부 같은 유명한 곳으로 가려고 하지만, 제 선택은 의외로(?) 확고했습니다. 여행을 위한 짧은 사전 조사를 해보니 바기오는 특히 한국인이 많은 도시 중 하나라고 합니다. 대부분 어학연수를 위한 어학원, 이외에도 다양한 교육시설이 잘 되어있는 곳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보다 바기오가 도시 자체가 작고, 조용한 시골이라 휴식을 취하기에는 적합하겠다고 생각해서 선택했습니다.



바기오는 연평균기온이 19.3℃로 필리핀에서도 얼마 되지 않은 온대기후에 속합니다. 도시 자체가 산 중턱(해발 1,000m) 이상이라는 높은 곳에 있어 날씨도 좀 쌀쌀한 편이고요. 산 능선을 따라 조목조목 주택이 모여 있었습니다. 도시 자체가 유명한 관광명소가 아니라는 점은 제게 너무나 훌륭했습니다. 무계획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여행을 원했기 때문에서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거의 먹으러 다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기오에 도착해 처음 먹었던 음식은 바로 ‘립아이 스테이크’였습니다. 식당 사장님에게 베스트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장조림을 먹는 느낌이랄까요. 고기가 짠맛이 강했습니다. 그래도 바기오 풍경을 바라보면서 무난히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은 뒤 밖에서 산책을 많이 했습니다. 날씨도 화창했고 하늘이 너무 예뻤습니다. 저녁에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에 가서 다시 한 번 스테이크에 도전해봤죠. 점심 때 먹은 것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아 나쁘지 않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근처 공원 쪽을 산책하다가 ‘OUR LADY OF ATONEMENT CATHEDRAL’라는 대성당을 발견했습니다. 늦은 시간에도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습니다. 다음날은 친구를 보기로 한 날이라서 하루를 일찍 마무리하고 잠들었습니다.


바기오에서의 마지막 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보니 참 반가웠습니다. 그와 함께 호텔 식당으로 갔는데요, 아무래도 호텔이라 값이 좀 나가는 편이었습니다. 현지인도 주로 특별한 날에 많이 찾는다고 들었습니다. 음식도 맛있고, 특히 뷔페식이라서 친구와 배불리 먹었습니다. 식사 이후에는 SM몰이라는 곳에 들려 윈도쇼핑을 했습니다.


오후 4시 정도 됐을까요. 다음 일정을 위해 다시 마닐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반가웠던 친구와 헤어지고, 마닐라로 되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바기오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했습니다. 특별히 많이 이동하지도 않고, ‘핫스팟’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도 가지 않았지만, 혼자 생각을 많이 하면서 쉴 수 있어 매우 만족한 시간이었다고 말이죠. 아마 바기오를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자정에 다다라 마닐라에 도착했는데, 호텔에서 짐을 풀자마자 뻗어버렸습니다. 버스를 타는 건 너무나 힘든 일입니다. ㅠㅠ


다시 마닐라


전날 피곤했던 탓인지 아침에 늦잠을 자 버렸습니다. 계획했던 일정을 스킵하고, 마지막 날 묵을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호텔에서 짐을 정리한 다음 조금 쉬고 싶었습니다.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나니 배가 고파서 뭘 좀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졸리비에’라는 곳에 갔습니다. 졸리비에를 쉽게 말하자면 필리핀의 맥도날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핫도그가 저렴하고 참 맛있었는데요, 특이하게도 필리핀에는 식당마다 경호원이 있습니다. 물론, 그들은 모두 친절했습니다.



간단히 요기 후 호텔 옥상에 있는 수영장으로 갔습니다. 은근히 차가운 물이라 으슬으슬한 거죠. 조금만 있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가 나갈 채비를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행하는 동안 쌀을 거의 먹지 않아서, 이제는 밥을 좀 먹어볼까 해서 밖으로 나오니까, 근처에 한인 식당이 있다고 해서 바로 들어갔습니다.


사실 저는 한식을 정말 좋아합니다. 필리핀으로 가기 전에 많이 걱정했거든요. 과연 필리핀에 가서 음식은 잘 맞을까 하고요. 물론 이 걱정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한식당에서 오징어 덮밥을 먹게 됐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매콤하면서도 제 입맛에 딱 맞아 한 그릇을 금세 없애버렸습니다. 식사하고 나니 저녁 8시 정도 됐는데요, 필리핀 와서 한 번도 펍에 가본 적이 없어 식당 근처에 있는 조그마한 술집에 갔습니다.


알코올로 푸는 노곤함에 대하여


야외 테라스에서 간단히 마른안주를 곁들여 산미구엘을 한 잔했습니다. 혼자 사진도 찍고, 근처 구경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마지막 코스는 호텔 수영장 옆에 오픈 바에 들렸습니다.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야경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애초 관광명소를 탐방하는 게 아니라 혼자 여행하는 것에 그 의미를 두니 훨씬 더 여유 있는 시간이 돼 정말 만족했습니다.



혼자서 가는 첫 해외여행이라 사실 많이 두렵기도 했고, 혹시 자칫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겁도 났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없이 잘 다녀온 여행이었고, 여러분에게 필리핀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물가가 저렴해 큰 부담이 없었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세부에 다녀오고 싶습니다. 정말 뜻깊은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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