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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수련으로 ‘입덕’한, 직장인 검도 사범 DB Inc. 김성연 프로

1995년 방영한 드라마 <모래시계>는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극적으로 그려내며 시청률 50%가 넘는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혜린(고현정)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보디가드 재희(이정재)는 평소 깔끔한 양복 차림이지만 틈틈이 검도 수련을 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죽도로 폭력배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DB Inc. 법무팀 김성연 프로의 모습에서 ‘재희’가 오버랩 된다. 양복이 잘 어울리는 체격을 갖춘 김성연 프로는 평소 검도로 몸과 마음을 수련하며 회사와 일상생활을 활기차고 균형 있게 주도하고 있다.

 

# “자신을 수련하는 마음가짐이 검도의 매력”

몸을 보호하는 호구를 쓰고 죽도로 기합을 내며 상대와 대련하는 검도인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검도에서는 다른 운동처럼 ‘훈련한다’고 하지 않고 ‘수련한다’고 말한다. 검도를 할수록 상대와의 승패에 연연하기 보다 자기자신과의 싸움에 더욱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가짐을 검도(劍道)에서 ‘도(道) 정신’이라고 한다.

 

DB Inc. 법무팀 김성연 프로는 이렇게 자신을 수련하는 과정이 검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한다. “주변에 검도가 취미라고 하면 실제로 정신 수양에 도움이 되는지 많이 물어봅니다. 검도 수련 초기에는 상대를 한 대 더 때리는 짜릿한 ‘손맛(?)’에 즐거움을 느끼지만 수련을 할수록 내 내면에 더욱 집중하게 돼요. 상대의 공세에 내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내가 서두르거나 허둥대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바른 동작과 강한 기세로 상대의 빈틈을 만들고 바르게 격자*하였는지 끊임없이 반성하고 바른 검도를 위해 자신을 다잡게 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정신이 수양된다고 말씀드려요.”

 

※ 격자(擊刺) : 죽도를 진검이라 가정하고 상대를 베거나 찌른다는 검도 용어

 

▲  명검대 검도장에서 수련 중인 김성연 프로. 도장에는 김 프로의 4단 명패가 붙어 있다.

중학교 시절 드라마에서 검도의 인상이 강하게 남았던 김성연 프로가 실제 검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그는 학창시절에 꿈꾸던 법학도가 되면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외유내강의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마침 다니던 독서실 바로 옆에 검도장이 있었다.

 

“검도장에서 새어 나오는 우렁찬 기합 소리에 매료되었습니다. 당시 과외 선생님이 검도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어서 제가 대학에 진학하면 정말 좋은 운동이니 꼭 검도를 해보라고 권장해주시기도 했어요. 검도와 인연이 많았던 셈이예요.”

 

1998년 대학 합격증을 받자마자 검도 동아리를 찾았지만 동아리 활동이라기 보다 검도부 소속으로 아침마다 3시간씩 운동해야 하는 조건이 학업과 병행하기 어려웠다. “집 앞에 있는 검도장에 등록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수역에 있는 ‘명검대’ 검도장에서 수련하고 있습니다.”

 

김 프로는 지금도 주 3~4회는 꾸준히 검도장을 찾는다. “보통 7시부, 8시부, 9시부 가운데 선택해 1시간 운동하는 것이 원칙인데, 관장님 배려로 퇴근 후 7시부부터 9시부까지 운동할 때가 종종 있어요. 시간대마다 나오는 검우*가 다르기 때문에 도장에 간 김에 여러 검우와 수련하고 오자는 욕심이 나거든요. 물론 그 대련도 재미있고요.”

 

※ 검우(劍友) : 검을 쓰는 친구라는 뜻의 검도 용어

 

# 프로운동러로 검도에 '입덕'하다!

▲ 제14회 동작구청장기 검도대회. 김성연 프로가 선수단 대표로 선서하고 있다.

2013년 흑석체육센터에서 열린 제14회 동작구청장기 검도대회에서 김성연 프로는 선수단 대표가 됐다. 단상 위에 올라 바르고 공정하게 시합에 임할 것을 체육관에 모인 100여 명 앞에서 선서했다. 김 프로는 “당시 검도에 입문한 초등학생 조카 앞에서 삼촌의 멋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 제40회 서울시검도회장기 종별검도선수권대회

5년이 흘러 2019년 서울시교육청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제40회 서울시검도회장기 종별검도선수권대회에서 김 프로는 장년부 개인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쟁쟁한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 개인전에서 어떻게 결승까지 올랐는지 지금도 잘 믿어지지 않아요. 그만큼 의미 있는 입상 경력이었습니다.”

 

▲ 검도 사번자격시험 강습회

그의 검도 수련은 취미생활을 넘어 입덕의 반열에까지 올랐다. 선수급으로 성장한 검도 실력은 그를 검도 지도자로 이끌었다.

 

“검도를 직업으로 삼거나 누구를 지도할 만큼 실력이 출중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4단 이상이 되면 사범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어서 심사에 도전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최근에는 5단 이상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 자격인 ‘사범’이 된다면 검우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고 스스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범 자격을 취득했어요.”

 

김 프로는 먼저 나서지 않고 도장에서 다른 검우가 물어오면 검도의 방향과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검도는 수련하면 할수록 자신의 부족을 느끼기 때문에 ‘다르게’ 검도를 하는 검우에게는 특별한 지도를 하지 않지만 ‘잘못된’ 검도를 하는 검우에게는 조심스럽게 수정해드리려고 노력합니다.”

 

▲ 일본 교토의 무덕전 (武德殿)

김성연 프로는 신림동 고시원에서 만난 파일럿 출신 고시준비생 검우를 통해 일본 검도계와도 교류하고 있다. 파일럿 출신 검우가 일본 교토로 건너가 검도를 배우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 3월에도 교토 무덕전(武德殿)을 방문해 일본 검도 7단 이시다 선생을 만났다.

 

무덕전은 1895년 평안 천도 1100년, 풍년을 기원하는 사업인 평안 신궁 축조와 때를 맞춰 일본 무덕회의 현무장으로 짓기 시작해 1899년 준공됐다. 이곳에 무술 교원 양성소가 개설되면서 ‘동쪽의 코우 도관, 서쪽의 무덕전’이라고 부를 만큼 일본 무도의 중심이 됐다. “지금도 무덕전에서는 해마다 5월 2일부터 나흘 간 일본 전역에서 6단 이상의 검사 3,000여 명이 모입니다. 이 자리에서 한 해 동안 수련한 성과를 선보이는 '전일본 검도 연무 대회’가 열리고 있죠.”

 

▲ 일본 교토의 무덕전에서 일본 검도 7단 이시다 선생과 김성연프로

김 프로는 지난 10월 7일 마침내 5단 승단 심사에 합격했다. 4단까지는 각 시도 자치구 검도회에서 심사를 하고, 5단부터는 충북 음성에 있는 대한검도회 중앙연수원에서 춘계와 추계 연 2회만 승단 심사가 있다. 그만큼 심사 응시는 물론 합격도 어려운 시험이다.

 

“검도는 본인이 취득하려는 단수에서 ‘1’을 뺀 년 수 만큼 수련해야 심사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5단 심사를 받으려면 4단을 취득한 후 4년 동안 수련해야 해요. 2014년 12월에 4단을 취득했는데 시합 위주로 운동하다 보니 수련이 부족했습니다. 5단 심사에 여러 번 낙방하고 수련의 부족을 느끼는 기회가 되어 더욱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활기찬 회사와 일상 생활을 원한다면?

김성연 프로가 땀 흘리는 검도장에는 김 프로 외에도 취미로 검도를 시작한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DB그룹에서도 DB Inc. 해외사업팀의 김지훈 팀장이 검도 3단이고 인사지원팀 김종우 프로도 어린 시절부터 검도를 시작했다. DB캐피탈 준법감시인 김홍범 팀장도 검도 4단으로 알려져 있다. “우연히 김홍범 팀장님 카톡 프로필에서 검도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먼저 인사하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교검*을 하자고 했더니 반가워하시더군요.”

 

※ 교검(交剣) : 검도 시합을 가리키는 검도 용어. 아이러니 하게 칼로 겨누면서 사귈 교(交)자를 쓴다.

 

김 프로는 직장인 건강을 위해서 어떤 운동이든 바로 시작하고 꾸준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직장인 대부분은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건강 지수가 매우 낮은 편입니다. 운동이 스트레스를 감소하는데 직접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죠. DB가족 여러분도 각자의 상황이 다르겠지만 상황에 맞는 운동을 선택해서 꾸준히 하길 권해드립니다.”

 

김성연 프로는 회사 생활에서 검도 수련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회사 업무를 처리하면서 해결이 어려운 일을 겪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은데요. 검도 수련 후 땀을 흠뻑 쏟아내면 정신이 개운해 집니다. 제가 검도를 좋아하는 이유예요. 업무의 편협한 부분에 매달려 있는 스스로를 조금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여유가 생기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법무팀은 회사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거나 소송 이외에도 다양한 법률과 규제를 해석하여 회사에 적용하는 업무가 대부분이다. 법률 검토를 통해 예상하지 못한 회사의 손해 발생을 방지하고, 법무 리스크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DB그룹은 규모가 크고 사업분야도 다양하기 때문에 상법 외에도 공정거래법 등 그룹 차원에서 법률 대응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무팀에서는 각 회사에 적용되는 법률과 규제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선제적으로 법무 대응을 해요. 분쟁이 발생할 때도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 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 나도록 노력합니다.”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질 때는 장기전인 경우가 많다. 검도 수련을 통해 기른 끈기와 현황을 파악하는 능력,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은 분쟁 조정과 소송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

 

상대에 대응할 때도 검도는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사범 선생님들 중에는 검도는 칼로 하는 바둑과 같다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검도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파악하고 상대의 수에 응수할 수 있는 수 싸움 능력이 길러지는데요. 회사의 법률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에도 상대 회사가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이를 대응할 수 있는 우리 회사의 수는 무엇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길러졌다고 생각해요.”

 

김성연 프로는 DB Inc. 입사 후 처음 3년은 IT 관련 법무 업무를 맡기도 했다. “재무팀 소속이었는데 재무회계 시스템이 법규에 맞춰서 잘 구축돼 있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e-PPM 시스템(Profit and Loss Project Management System, 프로젝트손익관리 시스템)도 표준화 되어 있었습니다. IT 분야는 지속적인 혁신이 이뤄져 관련 법 개정이 잦은 편인데요. 「소프트웨어 진흥법」처럼 법 개정의 필요성과 빠르게 변하는 산업 동향을 사내에 신속하게 전파하고 표준화 하는 작업에 집중했습니다. 재미 있었어요.”

 

법무팀으로 자리를 옮긴 후로는 법무팀이 융통성 없이 사무적이지 않느냐는 물음을 종종 들을 때가 있다. 김 프로는 그때마다 “법무팀에서는 위험을 대비해서 사안을 파고들려고 하는데 반대로 현업에서는 당장 급한 업무가 있기 때문에 조율하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선입견”이라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그래서 그는 다른 부서와 협업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소통’이라고 한다. “법무팀은 어려운 법률 용어를 당연하다는 듯이 사용하는데 현업에서는 낯설 수밖에 없어요. IT부서에서 전문 용어를 당연하다는 듯이 쓴다면 법무팀이 어려워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서로의 언어로 상대 입장에서 해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며 양측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끔찍한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김성연 프로는 스스로 스트레스나 정신 건강을 관리하지 못하는 것도 한 가지 이유라고 진단하고 사회적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취미 생활은 정신적으로 활력을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취미 생활을 하면 검도의 ‘검우’처럼 같은 취미 활동을 하는 친구가 생기기도 하는데요. 운동을 취미로 삼아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해지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출근해서 업무를 처리하고 바쁘게 일과를 보내다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건강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번 잃은 건강을 되찾는 것은 무엇보다 어렵다.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평소 관심 두었던 운동이 있다면 김성연 프로처럼 주저없이 시작해 보면 어떨까? 의외로 자신에게 꼭 맞아 김 프로처럼 입덕의 경지에 오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