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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FUTRO감성 가득 담은 매력적인 전시마리아스바르보바, 어제의 미래

가볍게 코트만 걸쳐 입고 나들이를 나서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날이 따뜻해졌습니다. 나들이 계획 세우셨나요? 아직은 찬바람에 외출이 끌리지 않는다면, 전시관으로 발걸음을 돌려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번 달에 소개해 드릴 전시는 3월 2일까지 운영하는 마리아스바르보바 사진전, <어제의 미래>입니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3층에서 열리고 있고, 시간을 잘 맞추면 무료 도슨트를 이용할 수 있어요.

 

#마리아스바르보바 “초현실주의를 테마로 한 인물사진을 찍는 작가”

어제의 미래 FUTURE RETRO

• 장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 기간 : 22년 12월 8일 – 23년 3월 2일

• 시간 : 월요일 휴무, 10:00-19:00 (마지막 입장 18:00.)

• 가격 : 성인 18,000원 / 청소년 15,000원 / 어린이12,000원

• 문의 : 02-6273-4242

 

마리아 스바르보바는 슬로바키아 출신으로 독특하고 매혹적인 작품으로 전 세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인기 있는 젊은 작가인데요.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그녀의 대표작이자 유명 시리즈인 스위밍 풀(swimming pool)을 비롯해, 그녀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약 170여 점의 작품이 준비된 이번 전시는 모국인 슬로바키아 전역을 깔끔하고 미니멀한 사진들로 재해석하여 국제 미술계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고 하는데요.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의 영향력 있는 30인에 든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작품들을 함께 보실까요?

 

#노스텔지아 Nostalgia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노스텔지아’ 섹션에서는 과거에 대한 동경, 지나간 시대를 그리워하는 향수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그녀는 체코슬로바키아가 공산주의 시대일 때의 소품을 차용해 복고풍의 세계를 재해석하여 과거와 과거에서 바라본 미래인 오늘을 담아냅니다. 때문에 그녀의 작품들은 공산주의 환경에서 자라지 않은 관람자도 과거에 대한 친숙함과 그리움의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며,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향수를 불러일으켜요.

 

그녀의 작품들은 투명한 파스텔 색감을 배경으로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하지만 인물들의 경직된 행동과 무표정, 고정된 시선 처리 등을 통해 현대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이데올로기적 풍경과 사회적 비판 의식 등을 담아내고 있는데요. 특히 ‘정육점 시리즈’에 등장하는 정육점은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육류를 취급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제품 부족에 시달렸던 공산주의 시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마리아 스바르보바는 과포화 되지 않은 과거에 매료되었고 오늘날 대두되고 있는 과소비 주의보다 과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퓨트로_레트로 Futuro Retro

“복고 미래주의, ‘가짜 향수’ 결코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향수”

-작가 브루스 맥콜-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 사이의 놀라운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는 섹션입니다. 과거 시대를 오마주하여 작품을 만들지만 미래적인 요소들을 부가하여 촬영된 작품들은 ‘미래적인 레트로풍(future retro)’을 느끼게 하죠.

 

슬로바키아 공화국에 일찍이 퍼져 있는 기능주의 건축양식 속에서 자라난 작가는 1950, 1960년대 유행했던 브루탈리즘 건축 양식의 특징과 노출된 콘크리트 표면을 보며 상상력을 이끌어냈고, 이에 몽환적인 색감과 강박적이게 정돈된 배경을 얹어 작품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합니다. 사실 그녀는 1988년생으로 이 시기를 직접 경험하지 않았지만, 그 시기의 건축물과 소품을 작품에 활용해 그 시대에 상상했을 미래를 세세하게 작품에 담아냈고, 실제로 그 시기를 겪은 사람들은 그녀의 작품을 보고 그때 이렇게 좋은 사진이 있었나 웃었다고 해요.

 

이다음 섹션에서 나올 작품들을 포함하여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작품들은 상하좌우 격자의 균형을 완벽하게 맞추는 것을 통해 강박적이고 딱딱한 느낌을 연출하되, 빨강과 파랑, 노랑과 같은 색채 대비가 뚜렷한 컬러들을 주로 사용해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이 공존하는 오묘한 조합을 주로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그녀는 이런 표현법 외에도 [휴먼 스페이스] 시리즈의 다비드 초상화와 같이(사진 가운데) 그림자를 사용해 모양을 만들고, 햇빛이 들어오는 부분을 아주 밝게 표현함으로써 그 둘의 대비 관계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의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더_스위밍_풀 The Swimming Pool

아마도 마리아 스바르보바 작가를 이미 알고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 ‘더 스위밍 풀’ 시리즈를 통해 그녀의 작품을 접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마리아의 대표 시리즈인 더 스위밍 풀 시리즈는 그녀가 4년에 걸쳐 슬로바키아에 있는 13개의 수영장을 돌며 찍어낸 작품들이라고 합니다.

 

스위밍 풀 시리즈로만 약 120여 개 이상의 작품을 남긴 그녀는 수영장의 건축과 완벽하게 직선적인 라인, 아름다운 자연광이 풀장에 반사된 모습 등에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그리고 역시 작품 속에 빨강, 파랑, 노랑과 같은 원색을 주로 사용하며 또 다른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단순히 과거를 조망하는 것이 아닌 현대적인 부분들로 과거의 오래된 부분들을 보완하는 작업이라고 할까요?

 

특히 수영장과 같은 자유로운 휴식 공간에도 “다이빙 금지”를 의미하는 [Zakazskakat] 나, 여러 가지 제한 사항이 가득하다는 것에 매료되어 이 사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통제하는 것들을 이에 빗대어 표현했다고 해요. 더 스위밍 풀 시리즈 내에는 유동적이며 다양한 포즈의 여성 모델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그에 반하여 여성의 화합과 연대의 힘을 표현한 시리즈로 소제목 ‘걸 파워’로 등장합니다.

 

2010년 활동을 시작한 마리아 스바르보바는 2014년 ‘더 스위밍 풀’ 시리즈로 점차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슬로바키아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자란 그녀는 줄곧 예술가를 꿈꿔왔지만, 사실 고고학을 전공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중학교 3학년, 여동생으로부터 선물 받은 DSLR 카메라를 시작으로, 그녀는 자신만의 작업 구도를 찾았으며 나아가 삶의 목적까지 찾았다고 느꼈다고 하는데요. 단 한 번도 사진 관련 학교 교육을 받거나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은 적이 없었지만 자신만의 본능과 직관에 귀를 기울여 본인만의 독특한 표현 방식을 정립해 나갔습니다.

 

그녀의 사진들은 주로 초현실주의를 테마로 한 인물사진에 집중해서 인지 작가의 의도가 분명 있음에도 관람자로 하여금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더 스위밍 풀’시리즈에서 그녀는 수영장의 넓고 깨끗한 타일 표면과 반사되는 푸른 물, 완벽한 각도를 담아 기하학적인 선이 조화를 이루는 미학을 그려냈습니다. 이를 통해 부드러운 평화로움과 고요함, 시각적인 규칙성을 부여하고자 수영장 전체 공간을 다루는 방식을 사용했어요.

 

#커플 Couple

커플 섹션에서는 다양한 커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노부부의 모습을 담은 ‘월 시리즈’와 결혼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진 ‘메리지 시리즈’ 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메리지 시리즈’에서는 결혼에 대해 고전적이지만 정형화되지 않은 이야기를 커플의 모습으로 풀어 이야기하고자 했는데요. 남자와 여자가 등장한 사진을 시작으로 결혼에 대한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장면들을 시리즈물로 나열하며 긴장감을 표현한 사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월 시리즈’에서 포착된 노부부의 사진은 얼핏 보면 평범하고 사이좋은 노부부의 모습으로 보이는데요.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사진에서 여성이 앞장서 남성을 끌어당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남성이 가족의 보호자가 되는 가부장적 사회에 반대하는 의미를 담아내기 위해 이 시리즈를 구성했다고 해요.

 

이 외에도 우상숭배, 지옥으로 가는 계단의 에우리디케 등 익숙한 문장이 제목으로 등장하는 커플들의 사진이 이어집니다. 이 커플 섹션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성들은 언제나 여성으로서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남성들은 때때로 그들의 마음에 다가가 화해해야 함을 나타내고 있어요. 그녀의 작품 속에서 가끔 여자의 심리는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플들은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로스트_인_더_밸리 Lost in the vally

사진전의 마지막 섹션인 ‘로스트 인 더 밸리’시리즈는 스바르보바가 처음으로 본국이 아닌 미국에서 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사진 속 모든 장소는 미국임에도 등장하는 모델들의 의상은 모두 슬로바키아에서 가져왔다는 것이 흥미로운데요. 이 의상은 정통 공산주의 의상으로 과거 미국과 체코슬로바키아 사이의 오래전 연관성을 표현하자 했습니다. 당시 1960년대 후반 소련과 동맹국들이 개혁주의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군사 침공을 주도한 이후, 많은 수의 체코슬로바키아 시민들이 미국으로 이주했다는 배경을 알고 보면 그 의도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데요.

 

건조한 사막과 숨 막히는 산 사이의 섬세한 대조를 더해 독특하고 아름다운 하나의 전체적인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자리한 인간은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그림 속의 일부가 되는데요. 작품 속 사람들은 외롭고 길을 잃은 듯 보이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현재를 보내며 명상과 내면을 탐색하는 순간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 시대에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인지 ‘로스트 인 더 밸리’시리즈의 작품들은 편안하고 사색적이며 몽환적인 느낌을 뿜어내는 듯 합니다.

 

그녀의 대표작인 ‘더 스위밍 풀’ 뿐 아니라 초기작을 포함한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사진전, 크게 다섯 가지 섹션으로 구분해 관람할 수 있었는데요.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면 인상적인 작품들의 엽서와 굿즈들을 구매할 수 있고, 한 켠에는 전시 <어제의 미래>를 테마로 한 포토 부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 ‘어제의 미래’ 전시에 대해 가볍게 소개해 드렸는데요. 흥미가 생기셨나요? 그녀의 작품들은 그냥 보아도 작품에 대한 몰입을 자아낼 정도로 매력적이지만, 해석과 이해의 자유도를 높인 전시이다 보니 작품 옆 설명 만으로는 다소 부족할 수 있습니다. 시대적인 해석과 함께 작품을 관람하는 것 역시 기존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관점의 전시였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유료 또는 무료 도슨트와 함께 전시를 즐겨보시는 것을 추천드릴게요. 만약 도슨트 시간에 맞출 수 없다면, 3,000원을 내고 오디오 가이드를 상시 들을 수 있답니다. 그럼 유익하고 알찬 문화생활 되시기 바랄게요!

 

*도슨트는 평일의 경우 오전 11시, 오후 1시, 오후 3시 무료 도슨트만 운영되며, 주말에는 오전 11시, 오후 1시, 2시, 3시, 5시 5회에 걸쳐 유료 도슨트 이용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