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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로 변신한 학교! 제주도 이색 미술관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외딴곳에 폐교를 고쳐 만든 아담한 미술관이 있어요. 제주가 좋아 제주에 살며 제주의 자연을 필사적으로 렌즈에 담은 사진작가, 김영갑 선생이 생의 불꽃을 태워 세운 사진 갤러리랍니다. 2006년 작가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갤러리는 남아 해마다 10여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제주의 가장 뜨거운 미술관이 되었어요. 제주를 사랑한 사진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제주의 신비로운 아름다움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섬에 홀려 사진에 미쳐

두모악은 한라산의 또 다른 이름으로 백록담 봉우리에 나무가 없는 모양에서 나왔어요. 이 이름을 가져온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은 지독히도 제주도를 사랑했고, 끔찍이도 자신의 작업에 충실했던 한 사진작가의 처절한 인생이 낳은 갤러리입니다. 김영갑 선생만큼이나 소중한 제주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김영갑은 1957년 부여에서 태어나 학력은 한양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것만 알려져 있어요.

 

그는 제주에 반하고 사진에 미쳐 1982년부터 3년 동안 카메라 하나만 달랑 메고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사진 작업을 했습니다. 1985년에는 아예 제주에 정착해 20년간 온 섬을 누비며 제주도의 자연을 담은 20만여 장의 사진 작품을 남겼죠.

 

밥값으로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래며 오직 제주의 자연을 필름에 담았어요. 생전에 전시회에 누구를 초대하거나 사진을 팔 생각도 하지 않고 철저한 야인으로 살았습니다.

 

그는 작곡가 김희갑, 작사자 양인자 부부가 비나 피하라고 사준 르망 자동차가 다 찌그러지도록 제주 곳곳을 누비고 다녔어요.

 

1985년부터 해마다 서울과 제주에서 사진전을 열었는데 그중 태반이 '제주의 오름'이라는 주제였어요.

 

2004년에 펴낸 사진 에세이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서 김영갑은 "대자연의 신비와 경외감을 통해 신명과 아름다움을 얻는다"라고 할 정도로 제주의 자연을 사랑했습니다.

 

특히 그는 제주의 바람을 잘 찍어냈는데요. 그의 사진을 본 사람은 제주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돼요./p>

# 이어도를 훔쳐본 작가, 김영갑

그러던 그가 1999년 친구들 앞에서 카메라가 무겁다, 가끔 손이 떨린다고 하더니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병원에서는 3년을 넘기기 힘들 거라 했어요.

 

김영갑은 일주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누웠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어요. 그리고 창고에 쌓여 곰팡이 꽃을 피우고 있는 사진들을 위해, 점점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고 손수 몸을 움직여 사진 갤러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폐교된 삼달초등학교 분교를 임대하여 개조해 만든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은 2002년 여름 문을 열었답니다.

 

하지만 2005년 초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시 「내가 본 이어도1 - 용눈이오름」에 김영갑은 끝내 참석하지 못했어요. 그는 2005년 5월 29일 세상을 떠났고, 유골은 갤러리 앞마당 그가 아끼던 감나무 아래에 뿌려졌습니다.

 

갤러리 마당에 들어서면 제주의 상징인 바람과 돌과 사람을 주제로 정성스레 조성해 놓은 정원이 맞이해요. 헤아릴 수 없는 손길이 들었을 이 정원을 김영갑은 감각을 잃어가는 근육을 놀리지 않고 거의 혼자 힘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에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정원 곳곳에는 김영갑의 벗 김숙자 작가의 토우 작품이 놓여 있어요. 토우 작품은 그의 영혼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듯싶습니다.

 

현재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는 그가 찍은 20만여 장의 사진 작품이 소장되어 있어요. 2007년에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운영위원회가 발족되어 꾸준히 기획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실에서 그가 기록한 제주의 오름과 바람을 만날 수 있어요. 갤러리 안쪽에는 김영갑이 숨을 거두기 전 출연한, 그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상영되고 있어서 살아생전 그의 모습도 잠시 볼 수 있습니다.

 

그가 마지막 시간을 보낸 곳에서 방문객들의 마음은 감탄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데요. 방명록에는 그 마음들이 빼곡한 글로 쓰여 있답니다.

 

# 제주의 빛깔을 추출한 ‘귤림추색’

어떤 곳을 색을 통해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일단 감각적으로 세련되어야 하고, 공간에 어울려야 하고, 시민들의 정신과 일치해야겠죠. 수많은 색들이 마케팅에 이용되고 있지만 어울리지 않은 색을 사용하면 나타났다 브랜드는 금세 사라져 버립니다.

 

김영갑의 사진과 정원에 더해, ‘귤림추색’이라 하여 제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제주의 밀감 색을 사용한 김영갑갤러리의 간판은 제주의 아름다운 빛깔을 제대로 추출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제주의 색은 참 많이 있습니다. 제주바다의 옥색과 밀감의 노란색이 있고 현무암의 검은 회색이 있어요.

 

김영갑갤러리 간판의 밀감 색이 반짝이는 이유는 눈에 자극을 주지 않는 초록과 검은 회색의 제주 현무암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제주 지역의 특징을 갤러리 간판이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김영갑갤러리 간판은 제주 돌 계통의 색으로 칠해진 철로 제주돌을 감싸고, 밀감 색을 약간 변형하여 전체적으로 어울리면서도 도드라지는 느낌의 배색이 이루어졌어요.

 

또한 제주돌과 둘러싼 철의 색은 같은 색이되 서로 재질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느낌을 함께 가지고 있으면서 어울리는 조합입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지금의 김영갑갤러리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 제주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방문 팁

제주도 남동쪽에 자리한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은 제주 국제공항에서 42km 떨어져 있고, 공항에서 차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20분 거리에 있는 성산 일출봉이나 15분 거리에 있는 빛의 벙커, 섭지코지와 함께 둘러보기 좋아요.

 

 

제주도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로 137

- 운영시간 (수요일 휴무 30분전 입장마감)

• 봄 3월~6월 09:30~18:00

• 여름 7월~8월 09:30~19:00

• 가을 9월~10월 09:30~18:00

• 겨울 11월-2월 09:30~17:00

- 입장료

• 어른 5,000원 / 청소년(14세부터 19세까지) 3,000원

- 문의 : 064-784-9907

 

희망의 ‘희’ 자는 바랄 희(希) 자이지만 희귀할 희(稀) 자도 돼요. 신께서는 희망이라는 물건을 크고 번쩍이는 곳이 아니라 작고 보잘것없는 곳에 숨겨놓으셨다고 하죠. 다가오는 봄에는 김영갑 선생의 말년, 힘겨운 투병 생활의 와중에도 사랑했던 섬 제주의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 손수 꾸린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서 선생의 체취와 제주의 숨은 아름다움을 만나 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