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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 그라운드 시소 <나탈리 카르푸셴코 사진전> “모든 아름다움의 발견”

(출처 : 그라운드시소 성수)

넓은 전시 공간을 낭비하지 않고, 모든 동선과 배치를 알맞게 큐레이션 하기로 유명한 그라운드시소의 전시들은 다음 전시를 기다려지게 하는 전시제작사로 유명하죠. 요시고 사진전에 이어, 우연히 웨스앤더슨전, 어노니머스 사진전까지 새로운 영감을 가득 안겨다 주는 전시들 덕에 매 전시마다 몰리는 인파는 오픈런과 전시 기간 연장 등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작년 12월 오픈된 나탈리 카르푸셴코의 전시는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인파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는데요.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진행 중인 나탈리 카르푸셴코 사진전 “모든 아름다움의 발견” 미리 보기, 함께 하실까요?

 

# 나탈리카르푸셴코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젊은 예술가”

모든 아름다움의 발견 (@그라운드시소 성수)

• 장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아차산로17길 49, 생각공장 지하1층

• 기간 : 22년 12월 23일 – 23년 5월 7일

• 시간 : 10:00-19:00 (마지막 입장 18:00), 매월 첫 번째 월요일 휴무

• 가격 : 성인/아동/청소년 15,000원 동일

• 문의 1522-1796 / 주차 1시간 4,000원

 

오늘 소개해 드릴 전시의 주인공, 나탈리 카르푸셴코는 카자흐스탄 출신의 사진작가이자 환경 운동가입니다.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열여덟 살부터 꾸준히 사진작가로 일해왔는데요. 첫 카메라와 함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여행하며 그녀만의 관심사와 작품관을 확립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대자연’에 내재된 힘을 주제로, 동물과 환경, 바다와 인간을 탐구해요. 특히 가장 중요시 여기는 요소는 ‘물’로 이후 등장하는 사진들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그녀는 예술 작업뿐 아니라 환경운동 등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특히 해양 보호와 고래 보호에 관한 인플루언서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출처 : 그라운드시소 성수)

인도네시아, 통가, 모리셔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세계 각지의 섬과 바다를 누비며 기록한 사진과 영상 전시, <나탈리 카르푸센코 사진전: 모든 아름다움의 발견>을 국내 최초로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선보입니다. 사진 속 촬영 장소들은 아직도 야생이 살아 숨 쉬는 자연이라는 공통 점을 보여줍니다. 사람과 함께 유영하는 거대한 고래의 사진처럼 비현실적이고 드라마틱한 장면들, 그리고 그 속에서 옷가지를 벗어던진 날 것 그대로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자연과 연결되어 자유롭고 강인해지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이번 전시는 깊은 바닷속에서 출발해 원시의 숲으로 깊숙이 들어가며 몇 가지의 섹션으로 그 여정을 구분했어요.

 

# Ocean_Breath

“고래 투어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카르마’가 좋은 사람만이 고래를 가까이할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되곤 합니다. 항상 긴장을 풀고 천천히 움직여야 하죠. 눈앞의 동물이 여러분에 대해 궁금해할 때에만 교감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섹션, 오션브레스는 그녀의 대표 전시 중 하나입니다. 생명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바다와 고래를 테마로 해양 세계의 보존을 이야기하는 작업물들을 보여줘요. 인간과 고래가 교감하는 듯 어우러진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도전적이고 예술적인 작업들이죠. 그녀는 쓰레기에 몸이 묶인 해양 동물을 표현한 사진까지 그녀의 삶에 대한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프로젝트입니다.

 

(출처 : 그라운드시소 성수)

“플라스틱 쓰레기 속을 헤엄치는 동물들의 사진이나 고래의 위장이 비닐봉지로 가득 차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그러한 사진을 넘겨버리곤 하죠. 죽어가는 동물의 사진을 보는 것은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그렇기에 저는 ‘아름다움’을 도구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원래 자연의 모습보다 더 완벽하게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이 속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인간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모두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만들어졌다는 것인데요. 과거 그녀는 세계 여행 도중 우연히 발견한 섬에서 가득 쌓인 쓰레기와 그 쓰레기로 인해 널브러져 죽어 있는 거북이와 고래들의 사체를 보고 이 주제의 작업을 결심하게 됩니다. 그녀는 작품으로 ‘바다의 아름다움을 인지시키는 것’을 통해 죽음의 경각심보다는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담은 사진으로 감정을 고취시킵니다.

 

실제로 환경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나탈리 카르푸셴코는 ‘Plastic-free’를 주제로 다양한 작업을 선보입니다. Plastic-Mermaid 섹션과 마찬가지로, 관련된 작업 속에서 그녀는 버려진 비닐봉지들을 일주일간 모아 제작한 드레스를 이용해 사진을 촬영해요. 이 플라스틱 쓰레기는 ‘사람이 남긴 모든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썩지 않고 계속 쌓여만 가겠죠? 그녀가 위에서 언급한 의도와 같이 얼핏 드레스를 입은 듯한 사람의 모습,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이 역설적이게도 플라스틱 쓰레기로 물들어 병들어가는 모습을 대변한다는 것이 과거로부터의 죄책감과 앞으로의 의무감을 느끼게 합니다.

 

(출처 : 그라운드시소 성수)

“Breath Together”

물속에서 포옹하거나 키스하는 연인의 모습은 나탈리 카르푸셴코 주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모든 생명의 공통적 출발점인 물속에서 인간과 인간이 연결되는 모습은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내요. 서로 연결되고, 숨결을 나누고, 함께 살아가는 것과 같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Breath Togeter”이라는 제목의 위 사진은 작가가 데이팅 앱을 위해 작업한 사진인데요. 마스크를 쓰고 키스를 나누는 연인의 모습을 통해 팬데믹 시대의 사랑을 상징하기 위해 연출했다고 합니다.

 

“나는 인어였어야 합니다.

깊이에 대해선 두려움이 없지만,

얕은 삶에서는 두려움이 있죠”

-아나이스닌

 

“Sea starts”

나탈리 작품 특유의 자연광, 수면 위에 반짝이는 윤슬, 자유롭고 평온해 보이는 젊은 여성들이 아름답게 배치된 작품들이 보입니다. 바다와 태양, 빛, 여성의 신체 등 자연스러운 요소들을 작가가 생각하기에 가장 단순하고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프레임 속에 담아냈어요. 유독 물빛에 햇빛이 쪼개져 만들어내는 여러 빛깔의 윤슬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 사진들 역시 마음에 들었던 사진 중 하나였습니다.

 

# Angel

이 섹션은 사람이 물에서 느끼는 평안함과 자유로움이 주제입니다. 작가가 어릴 적 꿈꾸던 천사와 요정의 모습으로 재현해낸 사진들을 볼 수 있어요. 검은 모래 해변과 물 위로 반사되는 천사의 모습은 어쩐지 슬퍼 보이면서 동시에 아름답습니다.

 

특이한 점은 그녀의 사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문 모델이 아닌 지인이나 일반인인 경우가 많다는 점인데요. 앳된 천사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위 사진 속 ‘줄리’는 전문 모델이 아닌 심리 상담사로, 작가의 평범한 친구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줄리의 모습을 처음 본 순간 천사의 형상을 떠올려 영감을 받았고, 곧바로 건초더미를 이용해 날개를 작업해 촬영을 시작했다고 해요.

 

그들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다이빙 학교를 등록해 산소마스크와 고글을 따로 착용하지 않고 물 속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원하는 바를 더욱 잘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출처 : 그라운드시소 성수)

# Rising_Woman

물에서 암초, 암초에서 뼈, 뼈에서 살, 살이 바람으로,

바람이 눈으로, 눈이 물로, 물에서 여성으로

 

Rising woman 섹션은 자연과 인간의 결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Rebirth of woman”은 ‘인도네시아의 한 섬에서 다시 태어난 여성들’입니다. 사회적 역할과 기대를 벗어던지고, 태어났을 때의 모습 그대로, 대지 위의 자궁에 웅크려 누워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는데요. 전 세계 곳곳에서 아직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원시 상태의 공간들을 찾아내어 다양한 인종의 모델을 모으고, 그들의 손끝, 발끝 하나까지도 치밀하게 계산해낸 결과물에서 신비로움까지 자아냅니다. 작가는 이 섹션을 통해 특히나 물과 여성의 연결은 본연의 힘과 자유, 인류의 근원과 생명력, 창조력을 직관적으로 드러내요.

 

거대한 보리수 위에서 다양한 인종과 체형의 여성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나무 전체를 바라보면, 그 속의 여성들이 마치 나무를 이루고 있는 줄기, 기둥과 뿌리의 일부분처럼 보여요. 서로가 그 일부인 듯, 자연과 인간이 결합된 섹션 내의 작품들은 인류의 근원과 생명력에 대한 울림을 보냅니다. 스스로의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시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Wild_breath

사진 속 여성은 나탈리의 동료 Lisa인데요. 그녀와 치타는 너무 친근해 보여서 맹렬하고 사나운 동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들은 그저 가만히 있었고, 치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 어느 순간 치타가 나탈리의 곁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카메라를 내려 두고 치타가 자신의 냄새를 맡도록 두었다고 합니다.

 

Lisa는 남아프리카의 재활 센터에서 치타의 먹이를 만들고, 그들이 사냥한 짐승들을 처리하며 동물들의 배설을 치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에 겨우 7,100마리밖에 남지 않은 치타 종을 구하기 위해서요. 이 상황은 당연하게도, 인간과 관련이 있습니다. 치타 사냥과 밀렵, 치타의 서식지 감소, 그리고 치타를 애완동물로 거래하는 일들 때문이죠. 인간들로 인해 생긴 일이며 앞으로 치타의 멸종은 인간의 손에 달려 있기에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잡아먹힐 가능성이 높은 곳에서의 촬영은 어떤 기분일까요? 인간의 얼굴을 부드럽게 핥으며 애정을 표시하는 맹수의 편안한 얼굴을 바라볼 때, 우리는 살아있는 이 모든 것들이 지구를 이루는 하나의 조각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동하게 됩니다. 나탈리 카르푸셴코는 이 섹션에서 동물과 인간 사이의 존중과 신뢰, 친밀한 연결에 대해 이야기해요.

 

전시의 마지막 파트에서는 그녀가 그동안 직접 눈으로 보고 촬영한 혹등고래와 향유고래 등, 여행을 다니며 보고 느꼈던 것들에 대한 마인드맵이 펼쳐졌습니다. 그녀는 요가와 명상, 춤과 노래 그리고 프리 다이빙을 좋아한다는 것까지요.

 

77억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면, 우리의 행동으로 변화시킬 세상의 아름다움을 기대한다는 나탈리 카르푸셴코의 사진전, 어떻게 보셨나요? 어렵지 않게 작가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동시에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전시였던 것 같은 전시였던 것 같습니다. 손바닥 속 작은 휴대폰이 너무나도 커져 버린 세상,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종종 놓치곤 해요. 불안과 피로, 혼잡한 도시는 잠시 잊고 깊은 바닷속에서 원시의 숲까지 나탈리 카르푸셴코의 안내에 따라가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