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 드릴 전시는 89만명의 팔로워가 사랑하는 그림자 아티스트 ‘빈센트 발’의 첫 국내 내한 전시입니다. ‘빈센트 발’은 유리잔, 포크와 같이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소품들을 활용해 생각하지도 못한 상상력을 번뜩이는 아티스트인데요. 그림자로 만들어내는 신기한 이 마술 같은 작업들을 그는 ‘쉐도우올로지’라고 부르며 새로운 학문으로 여길 정도로 중요하게 여긴답니다. 그림자를 만드는 소품과 그 그림자로 만들어내는 작품들, 그리고 제목까지 치밀하게 계산된 판타지의 세상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빛과 그림자가 완성하는 이색 전시!
<빈센트 발 : The Art of Shadow>
• 기 간 2022년 11월 11일 (금) ~ 2023년 04월 23일 (일) , 월요일 휴관
• 장 소 서울특별시 송파구 잠실로 209 KT송파타워 3층, MUSEUM209
• 시 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입장마감: 오후 6시)
• 입장료 성인 15,000원/ 청소년, 어린이 12,000원/ 36개월 미만 무료
*주차가능(1시간 6,000원)
이번 전시의 주인공 ‘빈센트 발’은 1971년 벨기에 헨트 출생의 영화제작자이자 쉐도우올로지스트입니다. 그는 그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그림자를 이용해 만들어낸 예술을 어딘가 진짜 과학적인 이름을 짓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이후 그림자학(Shadowology)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어릴 때부터 어린이 극단에서 연기를 하며 자란 빈센트 발은 본인이 카메라 앞에 설 때보다 뒤에 있을 때를 더 즐긴다는 것을 깨닫고 몇 편의 영화들을 제작했는데요. 첫 단편작은 전세계 영화제에서 20여개의 상을 수상했고, 이후 제작된 장편 영화에서는 베를린 킨더 필름 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는 등 영화제작자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박스오피스에서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모은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제작하며 유럽 전역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빈센트 발’은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됩니다.
2016년, 그는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생활용품의 그림자를 이용해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 발견이 바로 그의 ‘쉐도우올로지’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들 속에서 감자 깎는 채칼이 한 워커홀릭의 타자기가 되기도 하고, 그랜드 피아노로 변하기도 하는 점이 참 흥미롭답니다. 그리고 ‘쉐도우올로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빈센트 발을 무려 89만 팔로워를 거느린 SNS 스타 작가로 등극하게 했어요.
‘쉐도우올로지’는 그동안 대만, 파리, 런던, 뉴욕의 단체전에서 전시되었는데요. 이번에 드디어 대한민국에 열린 전시, ‘The Art of Shadow’는 국내 첫 전시이자 그의 첫 개인전이라 작가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온 세상 사람들은 시답지 않은 것에 웃고 즐거워합니다.
우리는 모두 별반 다르지 않죠. 우리 모두는 서로 닮아있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그림자 위에 그린 저의 낙서를 보고 즐거워해주는 거라 생각합니다.”
소품의 성격에 따라 한 공간에 묶이기도 하고, 그림자로 만들어낸 작품의 성격에 따라 묶이기도 하며 유사성을 보이는 작품들끼리 모여 공간이 나누어져 있었는데요. 초반에는 주방이나 거실, 화장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소품들이 주인공이었다면, 후반에는 작은 방울토마토, 큰 파프리카, 대충 까서 내려둔 귤 그리고 꽃도 작품의 소재로 등장합니다.
‘빈센트 발’의 전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또 한 가지는 바로 그림의 옆에 붙어 있는 작은 제목들입니다. 이 제목들은 작품의 소재들과 긴밀하게 그 스토리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예로 와인 오프너의 그림자로 만들어낸 와인 테이스팅 중인 소믈리에를 그려낸 작품의 제목은 [그는 알’코’있다.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인지], 시거잭의 그림자로 만들어낸 쉐프의 냄비는 [시거잭 레스토랑]이라고 이름 붙여졌죠. 이 제목이 대체 여기에 왜 붙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며 전시를 관람하면, 조금 더 유쾌하고 여운이 남는 전시를 즐길 수 있어요.
그림자 작품들을 보면서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중간 즈음에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쉐도우올로지’ 기법을 이용해 그린 낙서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제작한 재미있는 영상들을 시청할 수 있어요.
빈센트 발은 ‘쉐도우올로지’ 기법을 활용하여 ‘바다그림자(Sea Shadow)’라는 귀여운 영화 한 편을 제작했는데요. 이 영화는 베를린 오스페데일 영화제(Cinema in Ospedale)에서 어린이 영화상을 수상했답니다. 어린이들의 상상 속에 실제로 이런 귀여운 그림자 친구들이 존재할 것 같지 않나요?
모두가 해석하는 데에 어렵지 않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전시이다 보니 어린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의 관람객분들도 주변에 많이 보였어요.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작품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 소리, 아이들이 떠올린 것들을 자유롭게 말하는 소리를 옆에서 듣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도 엿볼 수 있었던 그런 전시였습니다.
여러 작품 섹션 중 GLASS LIGHTS 섹션이 유독 기억에 남았어요. 다양한 색상의 유리잔들은 빛에 비추면 그림자에도 색이 묻어나게 되는데요. 직접 채색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그림자의 색채들은 ‘빈센트 발’로 하여금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하게 만든 것 같아요.
이전에는 그가 사물이 갖고 있는 각각의 모서리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이용해 무언가 그림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유리잔이 갖고 있는 고유의 색채와 굴곡을 배경 삼아 그에 어울리는 여러 상황들을 담은 작품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우측의 모래사장을 걷고 있는 커플을 담은 작품은 ‘빈센트 발’이 처음으로 그림자를 모양으로 사용하지 않고 배경으로 활용한 작품인데요. 유리잔에 투과된 햇빛이 물이 빠진 간조 때의 벨기에 해변처럼 보이는 걸 발견하고, 그 위에 사랑에 빠진 한 쌍의 커플을 그려 넣었다고 합니다.
그림자는 햇빛의 방향에 따라 진해지기도 하고, 길이도 달라지는데요. 그림자를 이용한 그림을 그리다보니 ‘빈센트 발’은 자연스럽게 언제 어느 곳에 볕이 잘 드는지 정확히 파악하게 되었답니다. 단순히 사물을 내려놓고 그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이른 저녁 부엌 바닥에 무릎을 대고 엎드린 자세로 그림을 그리면서 극도의 몰입을 하게 된달까요? 하지만, 이런 자세들은 무릎과 관절에 무리가 되어 최근에는 주로 램프를 이용해 책상에 앉아 작업을 하기 시작했답니다.
“태양이 저보다 훨씬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그저 태양과 빛이 그림을 그리도록 두었다가 선 몇 개를 더할 뿐입니다.”
다른 사물에 비해 유리잔은 그 표면의 무늬에 따라, 무엇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세기와 방향의 빛이라도 단순히 그림자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 속에 선이나 도형으로 보이는 무늬들을 만들어내곤 하는데요. ‘빈센트 발’은 실제로 유리잔에 비춘 햇살을 기내 유리창으로, 무늬가 있는 유리잔이 만들어 내는 물결 같은 그림자는 수영장 속의 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금방 지나갈 것 같았던 코로나가 우리 곁에 자리 잡은 지 벌써 햇수로 4년에 접어든 요즘, 현재의 상황을 드러내는 작품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스크, 자가검진키트, 손 세정제 등 코로나가 만든 우리 주위 익숙한 물건들이 생겼어요. ‘빈센트 발’은 집에 수북히 쌓이기 시작한 코로나 자가검진키트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코로나 자가검진키트들의 그림자로 코로나 자가 검진을 하고 있는 남성의 그림을 그려냈어요. 작품의 제목은 [코는 기억한다]입니다.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말하는 사람], [아빠가 지켜본다], [몽유병 환자의 무단횡단] ,[점을 잇다], [여름은 멀어지고, 가을이 오다], [나 그리고 나] [새해, 새 입]까지 각 제목들을 보면 어떤 작품의 제목인지 연상이 되시나요? 이렇게 소재와 제목과 작품까지의 연관성을 천재적으로 엮어 놓은 ‘빈센트 발’의 전시는 전시 내내 제목과 작품과의 상관관계를 맞추는 재미가 쏠쏠했답니다. 23년 4월까지 전시가 계속되기 때문에 시간 되시는 분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를 관람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전시의 마지막 즈음에는 SHADOW ZOO 섹션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그림자로 만든 동물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신난 웃음소리가 가장 많이 들렸던 공간이기도 한데요. 핑킹가위는 악어로, 나뭇잎은 공룡으로, 스넥은 강아지로 변신했습니다. 부엉이와 늑대도 보이네요.
‘빈센트 발’이 한국하면 떠오르는 소품들로 그가 바라본 한국 전통적인 요소들을 넣은 작품들은 깨알 재미를 선사합니다. 한국의 부채는 한복을 입은 어여쁜 소녀의 높은 버선코로 변신했고, 그 뒤에는 남산타워가 자리했고요. 매운맛 한국하면 떠오르는 불닭볶음면의 그림자는 절의 처마로 변신합니다. 웃고 상상하며 전시를 즐기다 보면 어느덧 전시의 끝자락에 다다릅니다.
전시에는 체험과 포토존을 빼놓을 수 없죠. 앞서 유리잔 각각의 독특한 쉐입으로 만들어내는 GLASS LIGHT에서 보았던 유리컵의 그림자로 벽난로를 만든 작품을 이곳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요. 작품 속의 벽난로가 그대로 구현되어 있는 포토존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장난감 의자 같지만 실제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로 만들어두었으니 그림 속 주인공처럼 의자에 앉아 벽난로에 손을 쬐는 모습을 연출해 보세요.
전시를 관람 내내 그림자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 그림자가 눈에 들어오면 끄적끄적 낙서를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떠올린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전시의 마지막 섹션에는 이렇게 직접 ‘빈센트 발’이 되어 쉐도우올로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준비되어 있는 조명과 종이, 유리 화병, 돼지 저금통, 연필꽂이 등 다양한 물건들로 만들어내는 그림자로 상상력을 펼쳐 보세요.
저도 함께 간 친구와 함께 이리저리 불빛을 움직여 그림자로 낙서를 해 보았는데요. 그림자를 요리조리 만들다 보니 아이디어가 샘솟더라고요. 전시 관람 후에 체험 존도 꼭 한번 참여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전시가 펼쳐진 MUSEUM 209는 커다란 통창으로 석촌호수를 조망할 수 있어 뷰가 아름다운 미술관입니다. 덕분에 낮에는 더욱 화창하게, 밤에는 분위기 있게 전시를 즐길 수 있었는데요. 전시를 관람하는 중간중간에 만나는 창가에서 예쁜 사진도 함께 남길 수 있답니다.
전시가 끝나면 아트샵에서 엽서와 편지로 제작된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어요. 마음에 들었던 작품을 이곳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답니다. 빈센트발의 ‘The Art of Shadow’ 어떠셨나요? 2023년 첫 전시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을 찾으신다면, 잠실 데이트에서 색다른 코스를 경험하고 싶다면, ‘빈센트 발’의 ‘The Art of Shadow’ 전시 관람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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