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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이 경제가 되는 세상! 유행이 만들어내는 경제 ‘밈노믹스’

이미지에 글자를 덧붙인 ‘짤방’, ‘움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면서 상품이 완판되기도 하고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기도 합니다.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되던 인터넷 밈이 경제를 움직이는 소비 키워드가 되고 있어요. 마케팅 업계에서는 ‘잘 만든 밈 하나 열 광고 안 부럽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밈이 전 세계 26억명에 달하는 MZ세대의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이에요. 유행이 만들어내는 경제, 밈노믹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밈(MEME)이란?

밈은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입니다. 그는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복제를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하는 것처럼 문화 역시 모방을 통해 계속해서 널리 퍼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때 문화가 전파되는 최소단위를 모방(Mimesis)과 유전자(Gene)란 단어를 조합해 ‘밈(meme)’으로 규정한 것이죠. 밈은 생물학적 유전자에 빗대 문화를 모방하고 복제하는 유전자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요즘은 온라인상에서 파급력을 가진 재미있는 콘텐츠를 통칭하는 개념, 혹은 이를 생성하고 즐기며 소비하는 행위 등으로 폭넓게 쓰이고 있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입소문이 퍼질 만한, 즉각적으로 이해가 되는 신박한 짤이나 재미있는 동영상, 드립력이 묻어나는 댓글, 해시태그, 유행어들이 모두 포함되요.

 

MZ세대에게 밈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은 이제 참여적 디지털 놀이 문화이자 새로운 의사소통의 형태로 자리 잡은 모습이에요.



# 밈노믹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로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면서 사람들의 참여로 밈이 만들어지고 밈이 슈퍼스타를 탄생시키는 현상은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대부분 기획으로 만들어진 스타와 유행이 대중에게 알려지던 것과는 차이가 있죠. 밈에 주목한 미국 경제 칼럼니스트인 사이드 돌라바니는 ‘밈(MEME)’과 ‘경제학(Economics)’을 합성해 2013년 『밈노믹스(MEMEnomics)』라는 책에서 밈의 파급력을 소개했어요.

 

『밈노믹스』는 기존의 ‘시장 원리’가 아닌 인간이 추구하는 사회적ㆍ문화적 가치의 진화 관점에서 경제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 경제를 예측합니다. 혼돈과 질서의 소용돌이 속에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경제 흐름을 인류의 문화적 진화라는 독특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죠.



# 경제 활동에 활용되는 밈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불리는 ‘MZ세대’는 경제력이 커지며 경제 주역으로 부상하면서 인터넷 속 밈을 현실 세계로 끌어오기 시작했어요. 중독성 있는 재미가 있다면 무엇이든 밈이 되기 시작한 것이죠. MZ세대만의 문화에서 통용되던 밈은 이제 마케팅, 콘텐츠, 투자 분야 등에서 활발하게 활용되며 사회적ㆍ경제적 영향력을 키워 가고 있습니다.

 

밈 챌린지

<출처: 덕분에 인스타그램>

밈은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즐겁게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줬습니다. 단순히 웃고 즐길 수 있는 밈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할 때 적절한 패러디를 등장시키거나 공익적 가치에 챌린지를 끌어들이는 식으로 활용할 여지도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의료진들에게 존경과 자부심을 담아 엄지를 치켜 올린 뒤 사진과 동영상을 업로드 하는 ‘덕분에 챌린지’가 좋은 예입니다. 이후에는 코로나19를 이겨 내기 위해 함께 고생하고 협력하는 국민 모두를 서로 격려하는 캠페인으로 확대됐답니다.

 

밈 마케팅

<출처: 버커킹 공식 유튜브 채널>

밈의 파급력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분야는 유통과 마케팅 업계죠. 밈노믹스의 출발은 2020년 버거킹의 '사딸라' 광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2년 방송됐던 드라마 `야인시대`에 출연한 배우 김영철이 극 중에서 벌인 막무가내식 협상법이 다시금 회자하면서 발 빠르게 제작했어요. 밈노믹스 효과를 본 버거킹은 연달아 배우 김응수의 '묻고 더블로 가' 밈을 활용해 밈 마케팅의 성공사례로 남았습니다.

 

<출처: 농심 공식 유튜브>

밈노믹스가 대중에 큰 주목받은 것은 가수 비의 ‘깡’ 신드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7년 발표했던 노래 ‘깡’이 밈으로 소비되며 역주행 열풍을 일으켜 화제가 된 것이죠. 지금 보기에는 다소 과하고 세련되지 못한 깡의 가사와 안무가 MZ세대의 관심을 받으면서 '1일 1깡', '식후깡' 등으로 유행했습니다. 그러자 농심이 대표 상품인 ‘새우깡' 모델로 비를 낙점하며 재빠르게 깡 신드롬에 올라탔어요. 그 결과, 전년 보다 무려 30%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밈 콘텐츠

<출처: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인기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같은 콘텐츠의 다양한 소품과 패러디들은 밈으로 확산되어 원래 콘텐츠를 더욱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자 드라마 속 게임과 소품들이 다양한 밈이 되었죠. 달고나, 구슬치기, 딱지치기 등의 밈은 한국 음식과 문화를 해외에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국내외 홍보와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되었고,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업체들이 오징어게임 밈을 활용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 NFT 옷 입고 몸값 비싸진 밈

<출처: 재난의 소녀&rsquo;. / 사진=Dave Roth>

밈 열풍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 인식 값을 부여한 NFT와 함께 투자 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최근 50만 달러, 한화 5억 6,000만 원에 팔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주택가 화재 현장 앞 소녀의 사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2005년에 찍힌 이 사진은 2007년 JPG 매거진의 한 콘테스트에서 수상한 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누리꾼들은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소녀의 얼굴을 각종 재난 사고와 합성해 밈으로 재탄생 시켰죠. '재난의 소녀'이라는 제목까지 붙은 사진은 지난 16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온라인상에서 수백만 건 이상 공유되며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사진의 주인공 조이 로스는 2020년 끊이지 않았던 재난 상황으로 재조명된 자신의 사진에 대해 ‘2020년을 위한 완벽한 밈’이라며 판매에 나섰습니다. 로스의 사진이 거래될 수 있었던 것은 블록체인 기술 덕분이었죠. 원본 사진이 NFT 작품으로 판매되면서 커다란 수익을 손에 쥐게 되었답니다. 해당 원본 사진은 아마추어 사진가인 그녀의 아버지 데이브 로스가 촬영한 것인데, 사진 속 불길은 방화나 화재가 아니라 토지 개간을 목적으로 낸 불이라고 해요. 이 외에도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날린 첫 트윗은 290만 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답니다.



# 주의해야 할 사항

밈노믹스는 효과가 좋지만 자칫 잘못 활용하면 오히려 소비자 반감을 부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밈의 출발 자체가 소비자이고 밈에 대한 소비자의 애착이 크기 때문에 방향이 어긋나면 소비자들의 심기를 건드려 역효과가 나기 쉽기 때문입니다.



밈의 소비 기간

<2015년 유행한 &lsquo;카카오톡 복주머니 새해인사>

밈은 전파 속도가 빠르고 파급력이 큰 만큼 새로운 밈이 등장하면 기존 밈들은 어느새 '구식'이 되어 잊혀집니다. 밈의 수명이 끝나기 전 재빨리 활용하지 않으면 원하는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없게 되는 것이죠. 밈마다 소비되는 기간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마케팅에 활용한다면 시점을 잘 잡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밈노믹스에서는 참여자들의 선호가 어느 곳으로 향하는지 주시하며 항상 민감하게 행동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밈의 인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자발적으로 즐거움을 찾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데 익숙한 MZ세대의 특징이 큰 몫을 하고 있어요.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받아들이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즐기는 것이죠. 대중이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 여러분은 어떤 밈이 특히 기억에 남나요? 다음에는 어떤 밈이 우리의 이목을 끌고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