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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 여행, 설치 예술 젊은달와이파크

코로나19 영향으로 비교적 한산한 강원도를 찾는 여행객들이 많아졌어요. 강원도를 여행하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핫플레이스가 있습니다. 평화로운 풍경과 거대한 붉은 대나무 숲의 조화가 탄성을 부르는 곳! 바로, 2019년 6월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송학주천로에 문을 연 ‘젊은달와이파크’입니다.

 

미술관 여행은 자칫 따분할 수 있지만, 우리의 가슴속에 숨어 있던 예술적 감각이 순식간에 뿜어져 나오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영월의 멋진 복합예술공간을 알려드릴게요.

 

 

# 거대한 ‘붉은 대나무’ 숲

하얀 구름이 떠다니는 푸른 하늘, 저 멀리 보이는 초록색 산들과 대비되어 쭉쭉 뻗어 올라간 강렬한 붉은 대나무 숲. 어우러진 모든 것을 작품으로 만들어 버린 비현실적인 장면입니다. 건축용 금속 파이프 여러 개를 이은 연결 마디가 멀리서 보면 대나무처럼 생겼어요.

 

대지를 캔버스 삼아, 대형 설치작품을 꾸미는 것으로 유명한 최옥영 조각가의 작품입니다. 강원도 강릉의 오죽을 영월의 상징인 소나무와 가장 대비되는 붉은색을 사용해 표현했습니다.

 

영구적으로 오래가고 단단하게 모양을 잘 잡아줄 수 있는 소재를 고민하다가 파이프를 생각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자연과 잘 어우러지도록 대나무 숲으로 구상했죠.

 

영월의 ‘젊은달와이파크’는 실내와 실외를 오가는 넓은 미술관입니다. 부지만 2만 6,400여㎡에 달하죠. 은빛 ‘발자국’을 따라 대나무숲으로 들어가면 숲이 끝나는 지점에 미술관이 나옵니다.

 

 

# 높이 15m, 꼭대기 구멍 지름 3m의 돔 ‘목성’

첫 번째 ‘젊은미술관Ⅰ’은 나무를 엮어서 만든 웅장한 설치미술 나무별 ‘목성’으로, 작가의 예술 감각이 돋보입니다. 이탈리아 로마의 판테온처럼 천장이 둥그렇게 뚫려있고, 안으로 들어서면 왜 목성인지 알 수 있습니다.

 

뚫린 천장은 목성이 되고, 한낮에도 엮은 나무 틈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 조각은 마치 은하수의 별 같아 우주의 한 공간에 서 있는 듯한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깨지고 부서진 것의 결합체가 이런 에너지를 낸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강원도 소나무와 박달나무, 참나무로 만든 장작을 사용했는데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습니다. 철골 빔으로 돔의 뼈대를 만든 뒤, 장작을 철사로 일일이 엮어서 쌓아 올렸어요. 작품에 들어간 장작은 무려 200톤에 이른답니다.

 

안으로 직접 들어가 보지 않고는 목성의 규모를 체감하기 힘들어요. 돔 높이가 15m에 달하고 꼭대기 구멍은 지름이 3m나 되는 꽤 큰 규모의 작품이죠.

 

대지와 자연 그리고 우주를 자연의 소재로 표현했는데, 밖에서 보면 거대한 둥지 같기도 하고, 하늘에서 보면 배꼽처럼 보여 생명을 품은 어머니의 뱃속 같기도 합니다.

 

 

# ‘시간의 거울 - 사임당이 걷던 길’, ‘우주정원전’

목성에서 나와 나무 터널을 지나면, 벽과 천장이 온통 화려한 꽃으로 뒤덮인 ‘시간의 거울 - 사임당이 걷던 길’ 공간입니다.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처럼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이죠.

 

‘우주정원전’에서는 우주로 가는 통로를 걷는 듯합니다. 목수들이 작업하다 남은 나무 파편들을 엮어 에너지의 집합체인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용돌이치는 빛을 표현했습니다. 생명의 탄생과 소멸을 나타내고 있죠.

 

8,000평에 달하는 ‘젊은달와이파크’는 그 자체가 거대한 재생 공간입니다. ‘우주정원’처럼 ‘젊은달와이파크’에 전시된 작품은 버려질 자재를 모아 되살린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사람들에게 더이상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일상의 물건들은 자연환경에 대한 예술가들의 생각이 담겨 새롭게 재탄생하고 작품이 됐습니다.

 

굵은 체인으로 된 도르래를 엮어 만든 그물 위에 꽃으로 장식한 폐차를 얹은 작품도 있습니다. 문을 닫게 된 대형 선박에서 쓰다 버려진 이 도르래는 통영의 폐업한 조선소에서 구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늘로 승천하는 모양의 ‘검은 드래곤’은 420개의 재생타이어를 소재로 제작됐습니다.

 

덩그러니 방치됐던 술샘박물관은 최옥영 작가의 손을 거쳐, 2019년 6월 ‘젊은달와이파크’로 재탄생했습니다. 기존 건물을 미술관으로 뜯어고치고, 뜯어고치면서 나온 폐자재들도 모두 작품으로 탈바꿈했어요.

 

술샘박물관의 천장 스틸은 공사로 해체했지만, 버리지 않고 실버 토네이도가 되어 영월의 바람과 어우러졌습니다. 건물 바닥에서 철거한 온돌 파이프는 은색 정어리 떼를 표현한 ‘실버 피쉬’가 되었답니다.

 

 

# 작가의 만화적 상상력이 빚어낸 ‘붉은 파빌리온’

‘젊은달와이파크’의 실내 전시와 야외 설치 작품은 하나의 동선으로 리드미컬하게 이어집니다. 야외 설치 작품인 ‘목성’에서 시작해 실내에서 작품을 구경하고, 다시 야외 구조물인 ‘붉은 파빌리온’으로 올라가는 식이죠.

 

두 개의 거대한 전시관으로 구성된 ‘붉은 파빌리온’에서는 지구 침략에 나서려는 ‘외계의 생명체’가 기다립니다.

 

거대한 도마뱀처럼 생긴 ‘거울 도마뱀’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스테인리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볼 수 있답니다. ‘붉은 파빌리온’의 붉은색 강관이 거울에 비쳐 물결치듯 일렁이면서 도마뱀 무늬처럼 보이기도 하죠.

 

‘붉은 파빌리온 Ⅰ·Ⅱ’는 H형의 공중 통로로 연결됩니다. 붉은 통로를 지나면 푸른 사슴이 놓인 두 번째 파빌리온이 나와요. 공중에는 그물로 만든 거대한 거미 모양의 ‘스파이더 웹’이 매달려 있습니다. ‘거울 도마뱀’과 함께 작가의 만화적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붉은 대나무’나 ‘목성’처럼 이곳에 있는 작품들은 관람객이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기만 하는 전시물은 아닙니다. 관람객이 직접 그 속에 들어가 만지고 교감하면서 즐길 수 있어요. ‘붉은 파빌리온’ 역시 관람객이 즐길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입니다.

 

거미 모양의 ‘스파이더 웹 플레이 스페이스’ 그물 안에 직접 들어가 그물에 누워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영월의 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좋을 듯해요.

 

붉은색 레드카펫처럼 강렬한 ‘바람의 길’에서는 ‘붉은 대나무’와 ‘목성’, ‘붉은 파빌리온’, ‘실버 토네이도’ 같은 야외 전시물을 한 프레임 안에서 즐길 수 있답니다. ‘바람의 길’을 산책하는 동안 금속 파이프 사이로 불어오는 영월의 시원한 바람도 느껴보세요.

 

 

# 설치미술의 성지로 탈바꿈 중인 강원도

조각가 최옥영, 박신정 부부는 강릉 하슬라 아트월드에 이어 영월 ‘젊은달와이파크’를 창조해 강원도를 거대한 설치미술의 성지로 바꾸고 있습니다. ‘젊은달와이파크’는 2019년 6월 중순 문을 연 이래, 반년 만에 2 만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강릉과 영월을 찾는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가 됐죠.

 

강릉 상고를 다니며 평범한 은행원을 꿈꾸던 최 작가는, 3학년 때 우연히 출전한 실업계고 기능대회 미술 분야에서 환경 디자인으로 1등을 하면서 예술가로서의 재능을 자각했습니다. 졸업 후 대우중공업, 오리온제과, 삼척 동양시멘트 등을 전전했는데, 자유로운 성격과는 맞지 않았죠. 그렇게 방황하다 국립대 강릉대학교가 문을 열었고, 기능대회 1등 상장 덕분에 특기생으로 미대 1기로 입학했습니다.

 

박 대표도 경주여고에 다니던 시절부터 ‘예술 DNA’가 몸속에서 꿈틀거렸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 몰래 친구를 따라 경주에 처음 생긴 화실을 다니면서 잠재됐던 예술 재능이 폭발했습니다. 이후, 이화여대 미대로 진학해 조각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답니다.

 

두 사람은 한국 예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젊은 조각가 모임 ‘가능과 변용전’ 멤버로 활동하며 만났고, 최 작가의 오랜 구애 끝에 1990년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하지만 부부 조각가의 삶은 고단했죠. 작업장이 없던 최 교수는 조치원의 돌 공장에서 먹고 자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요. 서해안 간척사업에 쓰던 돌을 공짜로 얻어 작품을 만들었답니다.

 

 

# 젊은달와이파크 찾아가는 길

서울 강남역 기준으로 영월 ‘젊은달와이파크’까지 거리는 130여 km로, 승용차로 약 2시간 남짓 걸립니다. 중앙고속도로 신림IC에서 영월·주천 방면으로 우회전해, 신일사거리에서 영월·평창 방면 회전교차로로 직진합니다. 다시 주천사거리에서 평창·무릉도원면 방면 회전교차로에서 직진하면, 왼쪽 언덕 위로 ‘젊은달와이파크’의 ‘붉은 대나무’가 보입니다.

 

[젊은달와이파크]

• 주소 : 강원 영월군 주천면 송학주천로 1467-9

• 전화 : 033-644-9411

• 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관)

• 입장료 : 어른·청소년 15,000원 / 어린이(36개월~12세) 10,000원

 

미술관이 없을 것 같은 작은 마을에 지어져, 지역 재생과 상생에 대한 생각을 실현하는 곳이 바로 ‘젊은달와이파크’입니다. 설치 예술이 대단한 점은 관람객이 작가가 의도한 것을 넘어 작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느낌을 찾아내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강원도 영월에서 설치 예술 속에 직접 들어가 만지고 교감하면서 내 안의 예술적 감각을 일깨워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