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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산책하기 좋은 곳, 이화 벽화마을과 낙산공원

어느덧 여름 끝자락이 지나가고 있어요. 코로나19와 잦은 물난리로 인해 여름 휴가를 다녀오지 못하신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아, 잠깐이라도 힐링할 수 있는 혜화역 근처의 이화 벽화마을과 낙산공원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그렇다면 무더운 여름, 한적하게 산책하기 좋은 이화 벽화마을과 낙산 공원으로 함께 랜선 나들이를 다녀와 볼까요?

 

 

• 이화 벽화마을 : 종로구 이화장길 70-11

• 낙산공원 : 종로구 낙산길 41

이화 벽화마을과 낙산공원은 위치가 가까워 한꺼번에 산책하기 좋은 곳이에요. 차를 끌고 갈 경우 낙산공원 초입 근처에 주차장이 있어 차를 댈 수 있지만, 생각보다 주차된 차량이 많아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할 수 있어요.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서 마로니에 공원을 조금 지나가면 금세 도착할 수 있답니다.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 골목길로 올라가다 보면 양쪽에 자그마한 커피집과 문구점, 예쁜 식당들이 많으니 함께 구경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골목을 지나면 이화마을과 낙산공원의 초입에 도착하는데요. 개인적으로 대학로나 혜화역 근처에서 저녁을 먹은 후, 이화 벽화마을과 낙산공원에서의 야경을 함께 즐기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먼저 이화 벽화마을을 간단히 살펴봤어요. 방문한 날이 일요일이라 이화 벽화마을에 있는 가게들이 닫은 곳이 많았어요. 이화 벽화마을을 방문하신다면 일요일보다는 토요일, 평일에 방문하는 것이 조금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화 벽화마을은 놀이공원이나 대학로처럼 시끌벅적하기보다는, 한적함을 즐기며 거닐기 좋은 곳이라 일요일 산책 역시 나쁘지 않았답니다.

 

이화 벽화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사진으로 담아두고 천천히 산책을 나섰어요. 미리 어느 곳을 갈까 찾아보고 온 길이 아니었기 때문에 걷다가 튀어나오는 벽화들을 구경하고, 가게가 열려 있다면 살짝 들어가 보기도 하고, 커피도 한잔하면서 벽화 마을을 즐길 수 있었어요.

 

벽화마을은 부산의 감천문화마을과 흰여울길, 서울 천호동의 강풀 만화거리 등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존재하고 있는데요. 부산의 벽화마을은 바닷가 근처다 보니 시원하거나 아기자기한 벽화를 많이 볼 수 있었던 반면, 이화 벽화마을에서는 일상적인 벽화가 조금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벽화마을은 벽화를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기보다는 여행지에서 들리는 뜻밖의 선물 같은 것이다 보니 이렇게 근처를 지나가며 하나둘 발견하는 벽화들을 보는 것은 나름의 소소한 재미였는데요. 마을마다 다른 느낌의 벽화 스타일을 비교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화 벽화마을의 중간 즈음에는 먹방 스튜디오도 만나볼 수 있어요. 먹방 스튜디오는 떡볶이, 라면, 김밥 등을 파는 분식집인데요. 알록달록한 공간에서 학교 앞 떡볶이 같은 분식들을 먹을 수 있어요.

 

날개가 그려진 벽화는 이화 벽화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포토존이죠. 그래서인지 다른 벽화에 비해 새롭게 채색된 지 얼마 안되어 보였어요. 골목골목 숨어있는 벽화를 찾는 것도 벽화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하나의 묘미죠? 사실 이화 벽화마을은 다른 벽화마을에 비해 벽화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벽화만 보러 가기에는 조금 아쉬울 것 같아요. 만약 이화 벽화마을에 간다면 가장 꼭대기 부근의 카페거리도 꼭 함께 방문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먹방 스튜디오에서 위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카페거리라고 할 수 있는 길목이 나와요. 일요일이라 문은 닫혀 있었지만 마을 박물관과 갤러리도 이쪽에 있었어요. 개뿔, 노박, 이토 등 카페들은 워낙 전망이 좋아 보니 저녁이 어둑해질 때쯤 이곳에 앉아 마을과 도심을 내려다보면 참 좋을 것 같더라구요.

 

개뿔 카페는 드라마 <남자친구>에 나오기도 했고, 기안84 친구 충재씨가 들린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미 유명한 카페여서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화 벽화마을 자체가 사람이 많지 않아서 오히려 한산하게 즐길 수 있었어요. 벽화마을은 상업 공간이 아닌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보니, 다른 곳과는 달리 너무 시끄럽지 않게 관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화 벽화마을의 예쁜 벽화들이 유명해지면서 관광객이 많아지고 소음이 심해져 마을 주민분들이 힘들어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은 벽화도 많이 지워지고 종류가 많지 않아 사람들의 발걸음도 줄어들었어요. 조금 더 한적해진 만큼 벽화마을들을 관광할 때에는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벽화마을을 빠르게 구경하고, 다시 뒤로 돌아 낙산 공원으로 향했어요. 저녁 6시가 되었지만, 날은 밝고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 시원하게 산책길을 나서기에 좋았답니다. 흥인지문에서 서울 성곽을 따라 올라오는 코스로도 마주치는 낙산공원 성곽길은 산책로로 워낙 유명하죠. 낙산공원 초입에 가니 엄청 귀여운 치즈색 고양이 세 마리가 반겨주더라구요.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길이라 그런지 딱히 사람을 경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깝게 다가오지도 않고 낙산공원의 일부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즐기고 있었어요.

 

낙산공원은 제1,2,3 전망광장과 놀이광장, 낙산정 그리고 중앙광장으로 나눠져있어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순서대로 낙산정, 놀이광장, 전망광장을 순서대로 볼 수 있어요. 중앙광장은 전망광장이나 놀이광장보다 낮은 곳에 있는 쉼터 같은 곳이어서 위쪽으로 길을 올랐어요.

 

오르다 보니 홍덕이 밭과 낙산정이 있었는데요. 병자호란 때 인조가 삼전도에서 항복하고,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봉림대군(이후 효종)을 모시던 나인 홍덕이가 김치를 담가 날마다 가져다드렸다고 해요. 이후 본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홍덕이의 김치맛을 잊지 못해 낙산 중턱의 채소밭을 홍덕이에게 주며 김치를 만들게 했다고 하여 ‘홍덕이 밭’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해요.

 

낙산공원 초입부터 낙산정까지 거리가 멀지 않아 쉽게 오를 수 있어요. 또한, 전망광장까지도 가깝기 때문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오를 수 있어 성취감도 느낄 수 있는 산책로랍니다. 도심의 소음에서 멀리 떨어진 고요함 덕분에 소소하지만 힐링 되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어요.

 

전망광장과 놀이광장을 지나면 탁 트인 성곽길을 만날 수 있어요. 하지만 성곽은 성인 여성이 내려다보기에도 높은 편입니다. 성곽 아래의 전망을 보고 싶다면, 성곽길을 걷다가 나오는 가운데가 뚫려있는 발코니를 찾아보세요. 성곽 안쪽에서 보는 느낌과는 또 다른 바깥 전망을 볼 수 있답니다. 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는 이화마을도 저 멀리 보이네요. 마치 바르셀로나의 벙커와 같이 낙산공원에서도 한편은 주민들의 마을이, 한편은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었어요.

 

코로나19와 잦은 물난리로 여름휴가도 쉽지 않아 평소보다 더욱더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낙산공원과 이화 벽화마을의 탁 트인 전망이 답답했던 속을 뻥 뚫어주는 기분이었어요.

 

오늘 함께한 이화 벽화마을과 낙산공원 나들이 어떠셨나요? 수많은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은 주민들이 벽화를 많이 지우긴 했지만, 그래도 마을의 한적함과 아기자기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했어요. 바로 옆 낙산공원과 성곽길도 산책할 수 있으니 요즘 같은 시기에 한적한 힐링을 즐기기에는 좋은 것 같아요. 반짝반짝한 야경을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 한 잔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