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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주는 안식, 서울식물원!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코로나19로 ‘생활 속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요즘, 산책과 휴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힐링 스팟을 알려드릴게요. 오늘 소개해 드릴 곳은 바로 호수와 정원, 나무와 꽃이 어우러져 있는 ‘서울식물원’이에요. 개장 1년 만에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서울식물원의 매력을 탐구해봤습니다!

 

개화산, 치현산, 궁산을 비롯해 나지막한 산들을 동서로 끼고 한강으로 내달리는 마곡평야는 서울의 마지막 곡창지대였어요. 10여 년 전만 해도 물 댄 논에서 개구리의 합창 무대가 만들어지곤 했던 곳인데 지금은 ‘보타닉 파크’로 탈바꿈했습니다.

 

지난 2019년 5월 정식 개장한 서울식물원은 도시형 식물원으로 식물원과 공원이 결합된 국내 최초의 보타닉 파크(Botanic Park)에요. 런던의 '큐 왕립식물원',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등을 벤치마킹해 ‘공원 안의 식물원’이란 콘셉트로 문을 열었답니다.

 

여의도 공원의 2.2배 크기의 50만 4000㎡ 면적에 숲과 온실, 정원, 호수, 습지가 펼쳐져 있어요. 살아가는 식물만 8,000여 종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원이죠. 시민들이 언제든 찾아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24시간 개방된 공간이 많아 서울의 핫 플레이스로 입소문을 타면서 개장 후 1년 동안 360만 명이 다녀갔어요.

 

 

▎ 땅의 기억을 되살리는 호수원와 습지원

드넓게 펼쳐진 호수원은 호수 주변으로 산책길과 수변관찰 데크가 조성되어 있는 공간이에요. 가슴이 뻥 뚫리는 높다란 하늘 아래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햇살이 반짝이는 호수와 식물원을 조망할 수 있는 휴식공간이자 생태 교육장이랍니다.

 

잔잔한 호수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한가롭게 걷다 보면 수변식물과 물고기, 텃새를 만나거나,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와 시원하게 물보라를 일으키는 분수도 감상할 수 있어요.

 

유명한 도시에는 저마다 뛰어난 식물원이 하나씩 있어요. 영국 런던의 ‘큐 왕립식물원’은 1759년 왕의 명령에 따라 식물학자들이 전 세계를 헤매며 찾아온 식물표본으로 시작한 식물원이에요.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식물 컬렉션을 갖춘 유서 깊은 장소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답니다.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16층 건물 높이의 수직정원 ‘슈퍼 트리’와 35m의 인공폭포가 있는 거대한 온실 등으로 관광객들을 압도해요. 최근 몇 년간 가장 화제를 모은 식물원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죠.

 

유명한 식물원들처럼 화려하고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진 않지만 서울식물원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맥락’을 고려했다는 점에 있어요. 식물원에 들어서면 보이는 호수원의 평화로움, 한국의 야트막한 언덕처럼 굴곡이 진 주제정원의 자연스러움 등은 마곡평야의 역사와 땅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조경가의 손에서 태어났답니다.

 

서울식물원의 조경을 맡은 감이디자인랩 정우건 소장은 마곡평야에서 농사짓던 사람들이 가장 큰 정원사들이라고 생각하며 원래 땅의 경관을 새로운 풍경을 만드는 기준으로 삼았다고 해요.

 

정원의 기원을 더듬어보면 그 시작은 잃어버린, 또는 갈 수 없는 장소에 대한 기억을 공간으로 재현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정 소장은 옛 마곡평야를 떠올릴 수 있도록 호수원 주변에 미루나무 등 옛날 시골 마을에서 흔히 보던 나무를 심었어요. 평평하고 낮은 식물원 주변을 걸으면 강과 땅에 기대 살아온 마곡의 과거의 향수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호수원의 주요 시설에는 호수횡단보행교, 어린이놀이터, 물놀이터 등이 있어요. 놀이터엔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어린이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답니다.

 

서울식물원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조성된 습지원에서는 물이 만드는 경이로운 생태경관을 관찰할 수 있어요. 자연이 보존되어 생물종 다양성이 실현되는 공간이죠. 한강나들목과도 연결되는데, 주요 시설로는 한강전망데크, 새 관찰대가 있어요.

 

서울식물원은 단정하게 잘 관리되고 있어요. 이정표와 안내판이 곳곳에 있고 벤치도 멀지 않은 걸음 내에 있어서 누구나 중간중간 쉬어가며 즐기기 좋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와서 식물이 주는 안식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한국 전통정원을 재현한 야외 주제정원

주제원은 한국의 자생식물로 전통정원을 재현해 식물 문화를 보여주는 야외 주제정원과, 열대와 지중해의 12개 도시 식물을 전시한 식물문화센터 온실로 구성되어 있어요.

 

주제정원에도 한국 고유의 지형이 담겨 있어요. 주제정원은 본초원·향기원 등을 갖춘 ‘치유의 정원’, 전통정원 양식을 취한 ‘사색의 정원’, 참억새·실새풀 등 공기의 흐름에 따라 미묘한 소리와 질감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식물들로 꾸민 ‘바람의 정원’ 등 8곳으로 구획돼 있어요.

 

테마별로 정원 터의 높낮이를 조금씩 달리해 변화를 줬어요.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한 ‘사색의 정원’에서 내려다보면 야트막한 구릉 사이에 옹기종기 자리 잡은 옛 마을의 모습과 흡사한 느낌을 받는답니다. ‘사색의 정원’ 언덕에는 한옥으로 지은 쉼터가 있어 쉬어가기에도 좋아요.

 

주제정원의 8가지 테마 중,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해바라기를 제외하면 모두 토종 풀·꽃·나무들의 터전이에요. 알록달록한 꽃들이 시선을 끌고 향긋한 꽃내음을 맡을 수 있어요. 사람이 살기 좋은 터에 마을이 들어서는 것처럼 서울식물원도 꽃과 나무들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답니다. 이처럼 서울식물원은 사람과 자연의 관계 맺음을 배우는 식물원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주요시설에는 옛 배수펌프장을 활용한 마곡문화관, 어린이정원학교 등이 있어요. 마곡문화관은 일제강점기인 1927~28년에 건립된 ‘서울 구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을 복원했어요. 현존하는 한국 근대 산업 문화유산 중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 있는 건축물로 그 보존 가치가 크답니다. 서울시 등록문화재 제363호로 등록되어 있어요.

 

이 배수펌프장은 안정적인 논농사를 위해 마곡평야 일대의 물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어요. 대홍수에도 펌프장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4미터에 달하는 콘크리트 구조체 위에 목구조로 지어졌죠. 1980년대 도시화로 인해 용도 폐지가 되었다가 2017년부터 보강과 보수 작업을 거쳐 옛 형태와 구조로 복원되었답니다.

 

마곡문화관 맞은편에는 어린이정원학교가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서울식물원에 놀러와 나만의 화분을 만드는 가드닝 프로그램과 식물 소재를 활용해 공작하는 아틀리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어린이정원학교 앞 텃밭에는 어린이들이 가꾸는 딸기, 고추, 상추, 호박 같은 각종 채소가 싱그럽게 자라고 있어요. 식탁에서만 만나는 채소들이 땅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땅의 기억과 고마움을 되새길 수 있답니다.

 

 

▎세계 12개 도시 외래식물의 요람, 주제원 온실

서울식물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주제원 온실은 아쉽게도 5월에 잠시 개방했다가 수도권에 다시 강화된 방역조치 시행에 따라 현재는 무기한 운영이 중단되어 있어요. 오늘은 식물원에서 제공하는 사진을 통해 랜선 투어를 할게요.

 

면적 7555㎡로 축구장 크기의 온실은 유리 온실 규모만 지름 100m, 높이 28m에 달해요. 온실은 세계 최초로 오목한 접시 모양으로 지어졌는데, 가운데가 움푹 파인 온실 천장은 식물세포를 본뜬 육각형 틀 183개로 덮여 있어요. 온실은 외래 식물들의 요람으로 식물 4만 8900여 본의 보금자리랍니다.

 

<출처 : 서울식물원 홈페이지 캡쳐>

온실은 ‘12개 도시 이야기’를 주제로 구성되어 있어요. 하노이부터 자카르타, 보고타, 상파울루, 바르셀로나, 샌프란시스코, 로마, 아테네, 퍼스, 이스탄불, 케이프타운, 타슈켄트 등 한강을 낀 서울처럼 큰 강 유역에서 번성한 도시 12곳으로 선정되었답니다.

 

도드라지게 크거나 화려한 식물이 시선을 사로잡는 게 아니라 각 도시를 대표하는 꽃과 나무를 보며 자연스럽게 동선이 이어지는데, 식물의 배치도 중요하지만 온실의 독특한 형태의 영향이 컸어요.

 

그동안 익숙했던 온실 모양은 거대한 유리 돔이었지만 서울식물원 온실은 정반대로 오목한 접시 모양이에요. 온실 건물 뼈대를 이루는 커다란 철골 10개가 휘어지며 중간의 코어기둥으로 모이는 형태를 띠고 있죠.

 

보통 돔 형태의 온실은 가운데 높은 곳에 눈에 띄는 식물들을 배치하는데 하나의 중심과 주변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죠. 온실을 설계한 더시스템랩의 김찬중 건축가는 서울식물원 온실을 오목한 형태를 만들어 가장자리를 더 높아지게 했어요. 그 둘레에 키 높은 나무를 배치해 더 많은 식물들을 주인공으로 대접할 수 있도록 했고, 덕분에 관람객들은 더 풍부한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출처 : 서울시>

온실은 진짜 접시처럼 빗물을 담아내는데요. 비가 오면 경사진 천장을 타고 가운데로 흐른 물을 코어 부분에서 모아 우수 처리를 거친 뒤 조경 용수 등으로 재활용해요.

 

접시 온실은 빛도 담아내요. 온실 외벽은 삼각형 유리창 3,180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천장을 덮은 반투명 판은 ETFE (에틸렌 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라는 플라스틱 신소재를 사용했어요. 유리보다 가시광선 투과율이 20% 정도 높답니다. 덕분에 식물들이 자연광에 더 가까운 빛을 쬘 수 있고 정전기가 없어 쉽게 씻어지는 장점도 있어요.

 

폐광을 온실로 바꿔 지상 최대의 ‘녹색 테마파크’로 명성을 얻은 영국 콘월의 ‘에덴 프로젝트’도 이 ETFE를 사용해 돔을 만들었답니다.

 

<출처 : 서울식물원 홈페이지 캡쳐>

주제원 온실의 동선은 열대관에서 시작해 지중해관으로, 다시 열대관 위를 지나는 스카이워크로 이어져요. 열대관은 온도와 습도가 높고 키 큰 식물이 많아서 공중을 거닐며 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를 설치해 좀 더 편하게 식물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어요.

 

야자와 올리브나무 등을 볼 수 있는 지중해관 역시 이국적인 풍경이에요.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 하와이 무궁화로 불리는 히비스코스를 만날 수 있어요. 유럽풍 정원과 조형물도 인기랍니다.

<출처 : 서울식물원 홈페이지 캡쳐 / 바오밥나무(좌)와 코르피타 나무(우) >

주제원 온실에서는 바오밥나무, 빅토리아수련, 호주물병나무, 올리브나무 등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식물들을 만날 수 있어요. 바오밥나무, 양귀비 등 주요 식물 옆에는 문학 작품이나 역사 속 일화를 담은 안내판을 설치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죠.

 

특히 열매가 옛날 대포알 크기와 모양을 닮아서 ‘캐논볼 트리’라고 불리는 ‘코우로우피타 구이아넨시스’ 나무는 국내에 서울식물원을 포함해 단 2그루만 있답니다. 아마존 원주민들이 열매를 고혈압, 염증에 사용하기도 하는 이 나무 가격은 무려 8,000만 원이라고 해요.

 

 

▎이용 및 관람 안내

이 외에도 주제원에는 식물 세계를 증강현실로 경험해볼 수 있는 VR·AR 체험관, 식물도서관, 서울식물원의 목표종을 수집하는 식물연구소, 온실 출구에는 기프트샵과 카페 등이 있어 더욱 풍부한 식물 체험을 할 수 있어요.

 

보통 식물원은 울타리 치고 입장료를 받는 식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지만 서울식물원은 ‘공원 안의 식물원’ 콘셉트로 시민들이 언제든 찾아와 휴식을 즐길 수 있게 24시간 개방된 공간이 대부분이에요. 주제원만 유료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답니다.

 

[서울식물원]

• 개방시간 : 3~10월 09:30~18:00 (입장마감 17:00) / 11~2월 09:30~17:00 (입장마감 16:00) /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 6세 미만, 65세 이상 이용요금 면제

• 찾아가는 길 : 9호선 마곡나루역에서 바로 연결

 

서울식물원 인근에는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을 기리는 겸재정선미술관과 소악루, 양천향교 등의 명소도 있으니 함께 둘러봐도 좋을 것 같아요!

 

이제 막 문을 연 서울식물원의 나무들이 아름다운 수목으로 자라기까지는 조금 기다려야겠지만, 5년이면 식물원이 울창한 숲이 될 거예요. 서울식물원은 초여름에 접어들며 꽃과 나무가 왕성한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어요.

 

코로나19에 따른 방역조치로 주제원 관람이 여의치 않지만, 이번 주말 야외 주제정원과 호수원을 중심으로 서울식물원을 천천히 둘러보면 어떨까요? 자연의 섭리에 따라 변하는 계절색과 자라나는 땅의 모습을 직접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