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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미나에 좋은 6월 제철음식 장어와 복분자!

우렁차고 다부진 맛에 기운이 솟아난다!

6월이 이렇게 무더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뜨거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어요. ‘올해는 유난히 덥네’, ‘올해는 유별나게 춥네’ 같은 말을 매년 하는 듯하지만 올해 6월은 마스크 때문인지 유달리 덥고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아직 여름 채비를 마치지 못했는데 때 이른 더위에 덜컥 걱정이 앞서는데요. 이럴 때 몸에는 기력을 마음에는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맛있고 건강한 보양식 한 끼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_김민경(푸드 칼럼니스트)

 

 

원기 회복에 좋은 수산물로 알려진 장어는 6월 제철을 맞아 지금 먹으면 영양분이 더욱 풍부해요. 우리가 먹는 장어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우선 바닷장어와 민물장어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닷장어는 붕장어(아나고), 먹장어(곰장어), 갯장어(하모)를 즐겨 먹죠. 민물장어는 뱀장어를 말해요. 그렇다고 뱀장어가 민물에서만 사는 것은 아니지만 민물에서 양식되고, 잡힌답니다. 힘이 좋고 큼직해 살이 많고, 좋은 지방질이 가득해 고소한 맛이 일품인 민물장어의 인기는 바닷장어보다 한 수 위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바닷장어보다 내륙에서 만나기 수월한 점이 인기에 힘을 실어준 것 같아요.

 

민물장어 중에도 ‘풍천장어’가 유명하죠. 잠깐 ‘풍천(風川)’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풍천’을 특정한 지역 이름으로 알고 있기도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특이한 지형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풍천이 갖는 의미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바닷물이 민물을 쑥 밀고 들어올 때 이는 바람을 말합니다. 다른 하나는 선운산 도솔암 계곡에서 시작해 선운사 앞을 지나 주진천과 합류해 서해 곰소만으로 빠져나가는 특이한 물길을 풍천이라 불렀다고 해요. 이러나저러나 풍천은 전라북도 고창의 독특한 물길, 그리고 그 물길에서 잡히는 튼튼한 뱀장어를 지칭하는 말로 통하고 있죠.

 

안타까운 점은 요즘에는 자연산 민물장어는 거의 맛볼 수가 없어요. 대체로 어린 실뱀장어를 양식해 8개월에서 1년 정도 키워 유통합니다. 일부는 어느 정도 자란 민물장어를 자연환경에서 일정 기간 키워 ‘반 양식’으로 공급하기도 하죠. 양식장에서만 자란 장어보다 몸집은 조금 작은 편이나 살집의 탄력이 좋고, 기름진 맛은 살짝 줄어들고 고소한 맛은 훨씬 살아나요. 이런 장어는 ‘갯벌풍천장어’라고 하며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답니다.

 

양식된 장어라고 해서 어항 속 무기력한 물고기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양식용으로 포획된 가늘고 작은 어린 실뱀장어는 태평양 바다에서 부화해 어미의 고향으로 헤엄쳐 돌아온 대단한 생명체랍니다. 산란과 부화는 완전히 자연에서 이루어지니 장어의 넘치는 생명력은 응당 자연이 선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이렇게 돌아온 장어가 6개월 이상 우리나라에서 자라면 국내산이 된답니다. 식당에서 판매되는 여러 ‘민물장어’ 중에는 국내산 장어와 어류 종이 아예 다른 수입산 장어도 꽤 있어요.

 

손질된 장어는 등 부분의 빛깔이 진한 회색, 검은색, 진한 녹색을 띠는 것이 좋아요. 장어 껍질은 단백질이 많은 영양 성분이니 살집 부분이 희고 깨끗해야 비리지 않아요.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장어는 숙련된 솜씨로 손질해야 돼요. 살집을 떠낼 때 뼈를 건드려 피가 새어 나오거나 내장이 터지면 장어 살에 금세 배어들고 말죠. 그러면 구워 먹을 때 야릇한 잡냄새와 비릿한 맛이 나게 돼요. 살을 떠낸 장어는 최소 두어 시간 이상은 숙성을 시킨 다음에 조리해야 식감도 맛도 좋아집니다. 식당마다 숙성법도 제각각이에요. 해조류 등으로 장어를 감싸두거나 과일의 즙 등을 활용해 비린 맛을 잡아내기도 하죠.

 

기름이 많은 장어는 오븐처럼 불길이 바로 닿지 않는 조리도구를 이용해 초벌로 굽는 게 좋아요. 기름기가 바로 불과 만나면 쉽게 탈 수 있고, 연기가 잔뜩 피어올라 장어 본연의 풍미가 흐려질 수 있어요. 초벌로 구운 다음 은근한 숯불이나 기름이 잘 빠지는 철판 등에서 마저 구워 익히죠. 잘 구워진 장어의 통통한 살집의 촉촉하고 고소한 맛은 일품입니다. 소금구이 먼저 한입 한 다음에 양념구이를 먹어야겠죠! 장어의 뼈와 대가리로 만든 육수에 양념을 섞어 장어에 간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매콤한 고추장 양념도 있고, 달착지근한 간장 양념도 있답니다.

 

장어의 기름은 대체로 불포화지방이며 비타민A와 E가 풍부하고, 단백질도 풍성하게 함유하고 있어요. 특유의 기름진 맛이 많이 나므로 향이 진한 채소와 곁들이면 잘 어울립니다. 생강채가 대표적이고, 미나리 줄기, 셀러리 잎, 깻잎, 당귀 같은 채소와 먹으면 맛있어요. 장어탕에 방아 잎이나 산초 등을 넣고 푹 끓이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죠. 큼직한 장어구이 한 조각 위에 생강채 몇 개를 올려 오물오물 맛을 봅니다.

 

이쯤에서 꼭 곁들이고 싶은 메뉴가 한 가지 떠오르지 않나요? 바로 복분자술입니다. 복분자 역시 전라북도 고창의 특산물로 유명해요. 복분자는 산딸기랑 비슷하게 생겼지만 훨씬 다부지고 동그란 형태를 하고 있는 나무딸기입니다. 잘 익으면 빨개지다 못해 검붉게 영글며, 씹는 맛은 산딸기보다 거친 편이에요. 새콤하면서도 쌉싸래한 맛이 나고, 향이 아주 좋아 술로 담그면 그 매력이 한층 살아나죠. 영롱한 붉은색의 달고 신맛이 어우러진 복분자술은 장어의 농후한 맛에 곁들이기 참 좋습니다.

 

복분자는 비타민 A, C, 미네랄이 풍부해 피로가 쌓이는 여름에 더없이 반가운 과일이에요. 신선한 것을 구했다면 쉽게 무를 수 있으니 재빨리 먹는 게 좋아요. 보관하고 싶다면 얼리거나, 잼을 만들어 먹어도 좋답니다.

 

특정 시기나 계절에만 얻을 수 있는 음식을 제철 음식이라고 해요. 요즘에는 그 계절이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어 제철의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제철에 영양분이 가장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으며 가격도 가장 저렴할 시기이기에 찾아 드시는 것이 좋아요! 이른 더위가 찾아온 6월, 장어와 복분자로 몸에 기운을 단단히 불어넣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