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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맛따라 ⑫ 서울에서 연말연시 회식하기 좋은 곳

서울에서 연말연시 회식하기 좋은 곳
한해가 저문다. 흔히 “밥이나 한번 먹자”, “술이나 한잔 하자”고 말한다. 이도저도 아니면 “차나 한잔 하지?”라고 말한다. 우리는 12월이 되면 한 해 동안 ‘말로만’ 했던 모임들을 하나 둘 가진다.





‘희생(犧牲)’은 의로운 일 등을 위하여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 일을 뜻한다. 원래는 제사 등에 사용하는 산 짐승을 일컫던 말이다. ‘희생’으로 사용한 고기는 제사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나눠 먹었다. 이와 같은 행위에는 ‘우리’가 있다. 우리는 더불어 공동의 뜻을 지닌 집단임을 의미한다. 송년회는 마치 ‘희생’의 고기를 나눠 먹듯, 우리의 이야기와 더불어 보낸다.


▲ 2호선 교대역 부근의 토담은 수준급의 호남음식을 선보인다.


한식을 내놓는 푸근한 집들을 우선 소개한다. 서울 교대역 부근의 ‘토담’은 그리 높지 않은 가격에 정갈하고 맛있는 한식을 내놓는 집이다. 별도의 방들로 분리되어 있어서 크고 작은 모임을 가지기에도 좋다. 주인이 남도 사람이다. 남도 음식치고는 그리 짜지 않고 서울식으로 심심한 반찬들을 내놓는다. 입구에 조순 전 국무총리의 ‘南道風味(남도풍미)’라는 글씨가 남아 있다. 이집 음식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2만 2천원~3만 원 정도의 가격에 약 10가지 정도의 코스 요리가 나온다. 식사용으로 내놓는 반찬들도 정갈하다. 진귀하지 않은 식재료를 잘 매만져서 제대로 된 음식을 내놓는다.


▲ 석파랑의 음식은 궁중음식을 표방하는 한정식(韓定式)이다. 간결하고 깔끔한 서울 한식을 선보인다.


격식을 차린 모임을 강북에서 가진다면 ‘석파랑’을 권한다. 상명대학교 부근이다. 스토리가 있는 공간이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어렵게’ 구한 별장 ‘석파정’의 사랑채가 식당 ‘석파랑’의 별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본관 건물은 옥인동에 있던 순종 계비 순정효황후 윤 씨의 생가를 옮긴 것이다. 시할아버지(흥선대원군)의 별장 건물과 손녀 며느리(순정효황후 윤 씨)의 생가가 한 자리에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가격 압박이 있다. 저녁 기준 10만 원~20만 원대이다. 서울의 북쪽에 치우친 위치도 흠이다. 궁중음식 스타일이며 코스로 제공된다. 마지막은 역시 한식 밥상으로 채워진다. 찌개, 간단한 반찬들이 나온다. 후식이 아주 좋은 편이다. 의미 있는 공간과 더불어 낮 시간의 정원 나들이도 아주 좋다.


▲ 헌법재판소 건너편에 한식집 한뫼촌이 있다. 음식은 채식 위주의 간결하고 소박한 밥상이다. 질그릇들을 많이 사용해서 토속적인 느낌을 준다.


참석 인원이 많지 않다면, 안국동의 ‘한뫼촌’을 권한다. ‘한뫼촌’은 월북한 무용가 최승희가 살던 집이다. 마당의 장독대도 보기 좋다. 잘 손질한 한옥이 멋스럽다. 내부가 개별실로 꾸며져 있어 조촐한 모임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릇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옻칠을 한 목기다. 조미료를 최대한 절제하여 음식 맛은 심심하다. 채식 위주로 메뉴가 구성되어 있다. 튀김이나 지짐도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맛을 낸다. 창호지를 바른 미닫이문도 보기 좋다. 가격대가 다양한 편이지만 송년회 저녁 모임이면 4만 원대가 어울린다.


▲ 인사동의 두레는 오랫동안 참한 한식을 내놓는다. 제철 재료와 삭힌 재료를 잘 어우르는 수준급 한식집이다.


인사동의 ‘두레’도 송년모임으로 좋은 공간이다. 점심은 4만 원대, 저녁에는 가격이 더 높아진다. 음식, 분위기, 서비스 등 흠잡을 곳이 없다. 인근에 공용주차장이 있어서 주차도 편한 편이다. 떠들썩한 분위기가 아니다. 반주도 가능하고 음식이 수준급이다.


▲ 수연산방은 1998년 무렵 상허의 외종손녀가 전통찻집으로 문을 열었다.

쑥차, 모과차, 생강차 등 전통차를 내놓고 있고 더불어 제공되는 한과들도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 비빔밥 전문점인 선동은 달래장 등을 내놓는데 장맛이 뛰어나다.


성북동의 ‘수연산방’은 찻집이다. 소설가 상허 이태준이 살던 집을 찻집으로 사용한다. 현재 주인은 상허의 외손녀로 알려졌다. 찻집이니 고즈넉한 송년 모임으로 어울린다. 인근의 보리 비빔밥집 ‘선동보리밥’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걸어서 ‘수연산방’을 들르는 코스를 권한다. ‘선동+수연산방’의 경우, 가격이 낮은 편이고 푸근하면서 의미가 있는 ‘식사+차’의 코스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동’은 내부에 별도의 공간이 있다. 10명 이상의 모임인 경우, 별도 공간 차지도 가능하다. 보리 비빔밥, 감자전, 간단한 음주도 가능하다.


▲ 하모에서 눈여겨 볼 음식은 육전, 진주비빔밥, 후식으로 내놓는 빼대기죽(일명 삐대기죽), 조선잡채 등이다.


강남 지역이라면 ‘진주부엌 하모’에서의 저녁식사도 송년회 모임으로는 제격이다. 별도의 공간이 있고 정갈한 진주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육전이나 진주비빔밥, 나물 위주의 잡채 등이 가능하다. 술도 증류식 소주 등이 가능하다. 입식 구조라서 외국인들과의 송년모임에도 적합하다.


▲ 자하문 인근의 자하손만두에는 색깔이 곱고 깔끔한 만둣국이 있다. 크고 작은 만두(교자)가 수준급이다.


교통이 불편하지만 부암동도 가능하다면 ‘자하손만두’를 권한다. 한반도의 만두를 제대로 보여주는 집이다. 개성식 만두, 서울 등 중부지방식 만두, 만둣국이 가능한 공간이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정갈한 음식이다. 가정집을 개조한 공간이어서 내부는 편안하다. 부암동 일대는 드라이브 코스, 산책 코스로도 좋다. 식사 후 인근의 이름난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것도 권할 만하다.


▲ 그란구스또(Gran Gusto)는 이탈리아 어로 ‘Good Taste’라는 뜻이다. 그날 장을 본 신선한 재료로 만든다.


대치동 ‘그란구스또’는 양식 공간이다. 고등어 파스타 등이 이집에서 처음 시작된 메뉴다. ‘먹방’ 등을 통하여 널리 알려지고 유명해진 집들이 많지만, 여전히 보수적으로 음식만 묵묵히 만들고 있다. 주방의 내공이 상당하고 음식도 안정적이다. 양식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꾸준히 호평을 받고 있다. 음식 값은 비싼 편이다. 디너 세트 기준으로 6~12만 원 선이다. 음식, 분위기, 서비스 등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


▲ 논현동 비스트로 이안스(Bistro Ian’s)는 오너이자 셰프인 김이안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요리에 사용되는 채소는 채소 본연의 씁쓰름하면서도 깊은 단맛을 표현하기 위해 셰프가 손수 관리하고 재배한다.


최근에 자리 잡은 양재동 ‘이안스’는 편안한 분위기의, ‘펍(pub) 같은’ 이탈리안 식당이다. 김이안 쉐프가 보여주는 무 파스타 등이 권할 만하다. 고기 요리도 가능하고 비싸지 않은 이탈리안 와인 등도 제공된다. 젊은 여성층들에게는 아주 좋은 공간. 1인당 5만 원 이내에서 음식과 술이 가능하다. 좁은 공간이다. 대규모(?) 송년회는 불가능하지만 4~8명 정도의 조촐한 송년회로는 아주 좋다.


▲ 더두툼생고기의 목살은 두께가 4.5cm 정도다. 무척 두꺼워서 주인이 손질해주기도 한다. 좋은 돼지고기를 구해서 잘 숙성시켰다.


돼지고기는 대중적이다. 시끌벅적한 자리에 잘 어울리는 메뉴다. 술과 밥을 모두 합쳐서 3만원 이내의 송년회라면 돼지고기가 아주 좋은 곳들을 권하고 싶다. 단, 품위, 조용한 분위기, 수준급 서비스는 잊어야 한다. 물론 참석자 모두 ‘잘 먹었다’고 말할 수 있는 공간들이다. 서울의 동쪽 지역이라면 상일동 ‘더두툼생고기’를 권한다. 돼지고기는 숙성육, 삼겹살, 목살의 두께가 관건(?)이다. ‘더두툼생고기’의 경우 4센티미터 이상의 두터운 목살을 내놓는다. 10명 이상의 모임도 가능하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나 수준급의 서비스를 기대하지는 말자. 수준급의 생 돼지갈비와 ‘쐬주 한잔’이라면 ‘성산왕갈비’를 권한다. 잘 숙성된 돼지갈비를 만날 수 있다. 역시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은 아니다. 떠들썩한 분위기다.


▲ 성산왕갈비는 돼지갈비가 주 종목이다. 돼지갈비는 뼈가 굵은 것이 비교적 맛있다.

4인분을 주문하면 굵은 뼈 부분을, 2∼3인분이면 비교적 가는 뼈가 나온다. 김관석의 탐라돈은 주인이 일일이 고기를 손질하여 내온다.


홍대 철길 지역의 ‘김관석의탐라돈’도 마찬가지. 제주도산 돼지고기, 자리돔 젓갈 등은 훌륭하다. 역시 조용하고 수준급의 서비스는 기대하지 말자. 음식, 편한 분위기, 술은 좋지만 조용한 분위기는 역시 아니다. ‘김관석의탐라돈’의 경우 30명 정도의 모임은 가능하다. 물론 예약을 했을 경우의 얘기다.


▲ 매화는 탕수육에 팔각을 얹어서 주는 중식당 고유의 고집을 보여준다. 방배동 주는 육즙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두툼한 탕수육이 일품이다.


중식당 한두 곳도 더불어 소개한다. 연희동 리틀 차이나타운의 터줏대감 격인 ‘매화’도 송년모임으로는 좋다. 단체 모임을 위한 공간도 있다. 참석 인원이 많으면 여러 종류의 음식을 만날 수 있다. 굴 짬뽕이 수준급이다. 화상 중식당이다. 송년회의 술자리에 어울리는 여러 가지 요리들도 수준급. 강남이라면 방배동 ‘주’도 권할 만한 공간이다. 수준급의 탕수육과 정갈한 짬뽕으로 널리 알려졌다.





본문에 소개된 관광지 & 맛집 정보




  • 맛집 정보

  • 1 토담: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1690-3 / 02-582-5679
  • 2 석파랑: 서울특별시 종로구 홍지동 125 / 02-395-2500
  • 3 한뫼촌: 서울특별시 종로구 재동 46-8 / 02-766-5535
  • 4 두레: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8-7 / 02-732-2919
  • 5 선동보리밥: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 237-3 / 02-743-2096
  • 6 수연산방: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 248 / 02-764-1736
  • 7 진주부엌 하모: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627-17 / 02-515-4266
  • 8 자하손만두: 서울특별시 종로구 부암동 245-2 / 02-379-2648
  • 9 그란구스또: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962-11 엘포트빌딩 1층 / 02-556-3960
  • 10 이안스: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동 244-3 / 02-6449-6755
  • 11 더두툼생고기: 서울특별시 강동구 상일동 223 / 02-429-3774
  • 12 성산왕갈비: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산동 450번지 / 02-306-2001
  • 13 김관석의탐라돈: 서울특별시 마포구 창전동 5-137 송우빌딩 102호 / 02-3141-4592
  • 14 매화: 서울특별시 마포구 연남동 227-23 / 02-332-0078
  • 15 주: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동 795-5 / 02-3482-3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