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me >

‘금융투자’ 떼고 돌아온 DB증권, 도약 모멘텀 강화

기업의 사명을 바꾸는 것은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기업가치 제고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도약의 시작점이다. 지난해 9월 중소형 증권사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고 이행 사항을 하나씩 실행해 온 DB증권은 지난 4월 ‘DB금융투자’에서 사명을 변경하고 변화와 성장의 모멘텀 강화에 나섰다. 이는 증권 업계의 사업구조와 정체성 변화의 상징으로 평가 받는다.

 

 

금융투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맞춰 금융투자 허용

지난 2009년 시행에 들어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자본시장 업종 사이에 겸영이 허용되고 이를 ‘금융투자업’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한국거래소로, 증권예탁결제원은 한국예탁결제원으로 이름을 바꿨고 한국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한국선물협회가 통합해 금융투자협회가 출범했다.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DB금융투자를 포함해 사명에 ‘금융투자’를 사용하던 증권사는 3곳. 모두 금융그룹에 속한 증권사로 금융투자 전문회사로서 계열사의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였다. 금융투자업은 투자매매업, 투자중개업, 집합투자업, 투자일임업, 투자자문업, 신탁업의 6가지 업무로 구분됐는데 사명에 붙인 ‘금융투자’는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을 아우르는 종합금융투자회사를 지향한다는 정체성을 나타냈다.

 

 

 

 

사명 변경

 

개인투자자의 시선을 잡아라

최근에는 반대로 증권 업계에서 ‘금융투자’ 사명을 떼고 ‘증권’을 강조한 사명 변경이 줄을 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증권업의 업황 변화와 증권사 본연으로 정체성을 재확립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됐다.

 

그동안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IB에 치중된 수익 구조를 보였으나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확산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인투자자가 해마다 급증하며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점도 사명 변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리테일 부문에서 실적 개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지도 제고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지도

 

국내외 ‘인지도 제고’ 위한 사명 바꾸기

자본시장법 시행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금융투자’라는 말을 낯설어 하는 고객이 많다. 이제 막 투자에 뛰어든 초보 투자자는 금융투자와 증권을 아예 다른 업종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해외 현지법인을 세우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증권사로서는 회사 이름도 전략의 하나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를 의미하는 파이낸셜 인베스트먼트(Financial Investment)가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과 같은 투자사로 오해를 사기도 해 사업 확장에 일부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다.

 

금융회사는 다른 업종과 비교해 브랜드 의존도가 높다. 회사 이름은 고객이 가장 먼저 회사를 만나는 첫인상이기도 하다. ‘증권’으로의 사명 변경은 국내외 사업을 전개하기에 유리하도록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필수 선택인 셈이다.

 

 

 

 

DB증권

 

'금융투자' 떼고 '증권'으로, 8년 만의 회귀

지난 3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DB금융투자는 DB증권으로 사명 변경을 의결했다. 8년 만의 사명 변경이자 ‘증권’으로 회귀다. DB증권은 지난 2017년 동부그룹이 그룹명을 DB로 변경하면서 동부증권에서 DB금융투자로 사명을 바꾼 바 있다. 기존 ‘DB금융투자’라는 이름은 자산관리(WM)과 투자은행(IB) 부문을 포괄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는데, 사명 변경을 하더라도 의미는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DB증권은 주주환원 정책과 PIB(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IB)) 사업 모델을 중점 전략으로 내세워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수익성 개선을 통한 변화와 성장의 모멘텀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DB증권이라는 이름으로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한층 더 높이고, 모범적인 기업가치 제고 활동을 지속해 투자자와 함께 성장하는 증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실적상승

 

주주환원 정책과 책임 경영 강화

2024년 DB증권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본격화한 바 있다. 시장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책임 있는 주주환원 활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긍정 평가를 얻고 있다. DB증권의 2024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619억원, 당기순이익은 52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90%, 32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시가배당수익률 7% 수준인 주당 4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하고 3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기주식 매입 계획도 발표했다.

 

주주환원율을 40% 이상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운 가운데 경영진도 책임 경영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 이후 경영진이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직원들의 우리사주 취득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임직원과 투자자들이 함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기업가치

 

사명 변경을 계기로 PIB 사업 모델 적극 확장

한편 DB증권이 호실적을 낸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둔화와 대내외 정세 변화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PIB 연계 영업 강화를 바탕으로 IB부문 성과가 개선된 점이 꼽힌다. 또 금리하락 영향으로 트레이딩 부문의 견조한 수익성이 지속됐다는 분석이다.

 

DB증권이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는 PIB 사업 모델은 개인 고객의 자산관리와 기업 대상 금융 서비스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전략이다. DB증권은 2027년까지 ROE(자기자본이익률) 10% 이상, 업종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 상회를 목표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증권업종의 평균 대비 PBR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시장 재평가가 이뤄질 경우 상승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DB증권 곽봉석 사장은 "2024년 9월 중소형 증권사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고 성실하게 이행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며 "고객 중심의 지속 성장을 목표로 고객 기반 확충과 철저한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진정성 있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추진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