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평한 종이 위에 그려 낸 작품, 특별한 순간을 담아낸 사진전, 유형의 무언가를 만들어낸 작품전과 같이 전시에는 보다 다양한 세계가 펼쳐집니다. 특별히 선호하는 형태의 전시가 있으신가요? 저는 작품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가 하나의 전시 속 하나의 구성 요소가 된 듯한 깊은 몰입감을 주는 공간형 전시를 선호하는 편인데요, 오늘은 오픈과 동시에 화제성을 이끌었던 엘름그린&드라그셋의 전시를 소개합니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는 미술관에서만 들을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으니 꼭 이어폰을 챙겨 전시의 해석과 함께 더 풍성하게 전시를 관람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북유럽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
협업 30주년 기념 아시아 최대 규모 공간 전시 :Spaces
• 위치 : 서울 용상구 한강대로100
• 운영 : 2024.09.03(화) – 2025.02.23(일)
화- 일 10:00-18:00 (17시 발권 마감, 월요일 휴관)
• 가격 : 성인 18,000원, 학생 14,000원 (전시 관람 시 주차 90분 무료 지원)
엘름그린 & 드라그셋 SPACES 전시는 신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위치한 미술관에서 진행 중입니다.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은 북유럽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듀오로 함께 작업한 이래 30주년을 기념하고자 기획된 전시로 아티스트의 공간 작업들을 모두 모아 한자리에서 조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프라다 매장을 세운 영구 설치 작품인 <프라다 마파>(2005)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북유럽과 덴마크 국가기관을 대표하여 선보인 <수집가들>(2009) 그리고 2002년 독일의 권위 있는 예술상, [내셔널갤러리상] 수상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두 아티스트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작품 명 [좌 ‘소셜테리어’ / 우 ‘무엇이 남았는가’]
끝없이 돌아가는 기구 위 평온해 보이는 강아지의 모습의 작품명은 ‘소셜테리어’로 SNS알고리즘의 순환적이고 반복적인 특성에 의해 갇혀가는 내 사고의 틀을 비판적으로 표현합니다.
본격적으로 전시관으로 입장하기에 앞서 설치되어 있는 전시 작품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티켓을 발권하고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모든 길목이 전시의 연장선인데요. 국제적인 아티스트 듀오인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예술 작품을 배치함으로써 기존의 전시 형식에 도전하고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장소와 사물에 내재된 근본적인 가치를 발굴하는 것을 중요시하죠.
이 작품들을 비롯해 전시관 안에서도 실제 크기에 버금가는 대형 수영장과 집, 레스토랑과 주방 등 1:1 사이즈로 동일한 사이즈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작품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과 함께 관람이 가능합니다.
[작품 명 : 생명의 나무 2024]
2012년부터 작가들의 모든 전시에 등장하고 있는 독수리는 일종의 미술 비평가이자 자아비판을 거드는 내면의 목소리를 동시에 나타내는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작품은 건축요소를 도입하며 점차 확장해 나갑니다. 그들의 작업은 전시 공간 자체를 예기치 못한 환경으로 탈바꿈하여 기존 공간의 기능과 의미를 전복시키는 방식을 사용하는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관의 전시 공간을 집, 수영장, 레스토랑, 주방, 작가의 아틀리에 등 모두 다섯 개의 대규모 설치 작업으로 준비되었습니다. 각 공간 안에 크고 작은 조각 50여 점과 연출품으로 작가들이 심어 놓은 단서를 확인하며 작가들의 이야기가 의도하는 것이 무언지를 찾아 나가며 전시를 관람해 보세요.
# Chapter1. 그림자 집
그림자 집이라는 이름의 단독 주택. 거실, 주방, 침실, 화장실까지 갖춘 완전한 규모의 집에는 창문에 서 있는 소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집에 놓인 서적, 사진, 인테리어 소품 등 라디오를 통해 흘러 나오는 소리, 방에 펼쳐진 책자를 살펴보며 가상의 거주자를 유추해 보세요. 가족 관계와 일상생활의 중심이 되는 집이라는 영역은 작가들이 공간 작업 안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자 반복적으로 다뤄온 소재이기도 합니다.
# Chapter 2. 대형 수영장
물이 빠진 수영장은 오늘날 공공장소의 쇠퇴와 공동체의 상실을 암시합니다. VR을 하고 있는 인물과, 어딘가를 감시하는 듯한 인물 그리고 혼자서 창밖을 바라보는 아이까지. 공간 속의 조각들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상호 작용이 없으며 같은 곳에 있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점점 개인화되어 가는 시대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담겨 있는 것 같은데요. 작가는 단서를 던져주며 그에 대한 이야기는 관람객 각자가 이야기를 담을 수 있기를 의도해요.
[작품 명 : 하늘 위 도시]
수영장에서 다음 전시 공간으로 넘어가는 중간에 위치해 있는 설치형 작품입니다. 서울, 런던, 홍콩과 같은 대도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상상 속 도시로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의도했다고 하는데요. 뒤집어진 건물들 틈으로 하늘 위를 올려다보면 외부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Chapter 3. 더 클라우드
더 클라우드 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으로 전시 공간이 이어집니다. 더 클라우드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파인다이닝 식당을 재현했는데요. 리셉션 데스크 옆의 지쳐 누워 있는 토끼탈을 쓴 하이퍼리얼리즘의 작품이 먼저 맞이합니다. 레스토랑 홍보 알바를 하다가 지쳐 쓰러져 잠든 상태일까요? 사회생활에 필요한 가면을 잠시 벗어놓고 지쳐 잠든 것 같기도 합니다.
레스토랑 안쪽으로 들어가면, 어딘가 영상통화를 하는 것 같은 여성이 턱을 괴고 무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영상 속의 남성은 실패한 연애에 대해 떠들지만 여성은 큰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식사를 하러 가서도 휴대폰을 보며 식사 시간을 보내는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정신적으로나 감정적으로는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여성은 정서적으로 어느 곳에 존재하고 있을까요? 제가 보기엔 레스토랑도 통화속의 상대와 이야기 중인 것도 아닌 제3의 공간에 자리한 것 같아 보이기도 했는데요.
음식이 없는 여성의 접시에는 칼로리만이 기입되어 있습니다. 식사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일까요? 식사의 즐거움 없이 칼로리만 보며 계산하고 먹는 요즘 사람들의 식습관을 풍자한 것일까요.
Chapter 4. 연결된 주방 공간
레스토랑을 지나면 주방이 나옵니다. 주방이라고는 하지만 흡사 실험실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요. 각종 주방 기구를 비롯해 실험실에서 볼 법한 작은 소품들이 혼재되어 있어 산업용 주방과 실험실 사이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음식 냄새로 가득 차야 하는 공간에 과학실로 오인할 정도로 차가운 스테인드글라스 주방은 현재와 미래의 주방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분명 주방임이 분명해 보이는데, 음식은 안 보이고 냉장고에 있는 커다란 알과 주방엔 어울리지 않는 재떨와 같이 뜬금없는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견 관련 없어 보이는 이 두 장소의 대조는 기후 변화, 인구 증가, 천연자원의 감소 속에서 식재료 역시 실험실 학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현 세태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합니다. 곳곳에 녹아 있는 작가의 단서들을 찾아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Chapter 5. 작가들의 아틀리애
투명 커튼을 지나면 작업이 한창인 작가들의 아틀리애가 등장합니다. 특이하게도 거울로 이루어진 작가들의 캔버스는 인물 조각을 비롯해 방문자 모두와 주변 공간을 반사함으로써 조각, 회화, 작품, 공간, 관람객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려 같은 공간에 모두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심어줍니다.
[작품 명 : 5분 안에 돌아옵니다]
피노키오 열쇠고리가 놓인 문 닫힌 매표소. 슥 지나칠 것 같았는데 이 역시도 또 하나의 작품입니다. 이 곳에서 티켓을 받고 상영중인 영상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5분이 지나도 매표소는 아무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피노키오 열쇠가 있다는 것이 아무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암시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 물리적 개념적 경계를 확장시켜 전시 공간 자체가 작품인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현대사회의 고착화된 단면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기회를 제안합니다. 작가들이 전시회 곳곳에 숨겨둔 이야기를 암시하는 단서를 찾고 조합해 자신만의 해석을 찾아보며 전시에 흠뻑 빠져 보시기를 바랍니다.
아트샵도 소규모로 마련되어 있어 전시 관람을 마친 후 간단하게 구경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엘름그린&드라그셋 전시가 있는 아모레퍼시픽 건물 내부에는 오설록부터 음식점도 있어 실내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제격인 위치인데요. 앞으로 약 2주 정도 전시 기간이 남아 있으니 아직 관람을 못 하셨거나 흥미가 있었던 분들은 끝나기 전에 전시를 관람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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