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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조각을 따라 유토피아로 향하는 여정. 그라운드 시소 성수, 유토피아 no where, now here

여러분이 상상하는 유토피아는 어떤 곳인가요? 몽환적이거나 쓸쓸하거나, 때로는 미소 짓게 만드는 유토피아는 사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세계라서 영원히 그리운 세계이기도 합니다.

 

김초엽 작가의 베스트셀러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수록된 단편 [공생가설]을 각색한 스토리라인을 따라 초현실주의 작가 7인의 작품들이 소개됩니다. 200여 점의 작품을 천천히 따라 걸어 보며 내가 상상하는 유토피아와 가장 닮은 이상향을 떠올려 보는 여정을 떠나 보며 잠시 일상을 벗어나 꿈같은 순간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초현실주의 작가 7인의 작품과 함께 기억의 조각을 따라 유토피아로 가는 여정, # 유토피아 no where, now here

• 위치 :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17길 49, 지하1층 그라운드시소 성수

• 기간 : 2024.03.29 – 2024.10.13(7/1, 8/5,9/2 휴관)

• 운영 : AM10:00- PM07:00(입장 및 매표 마감 PM06:00)

• 티켓 : 1인 15,000원

 

우리는 모두가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그곳은 사실 없다는 것을 알고 있죠. 차가운 우주는 유토피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도요. 기억 속 어딘가 희미하게 남아 있는 유토피아의 그림자, 부서지는 햇살과 지는 노을, 파도 소리와 풀 냄새를 따라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유토피아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세요.

입장과 함께 보이는 것은 몇 대의 컴퓨터. 이곳에서 우리는 유토피아로 향하는 티켓을 먼저 끊은 후 전시 관람을 시작하게 됩니다. 내가 꿈꾸는 유토피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 그곳은 내 기억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는지 먼저 떠올려 보세요. 내가 처음 떠올린 유토피아의 모습과 전시가 끝난 후에 내가 생각하는 유토피아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 ODD STATION 수상한 정거장 [나승준 작가]

“제 머릿속에는 그곳의 이름이 있어요. 하지만 말로는 어떻게 그 곳을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들과 작품이 가득한 공간, 환하게 빛나는 우주 정거장이 펼쳐집니다. 나승준 작가는 이질적인 이미지를 조합하여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콜라주 작업을 주로 선보입니다. 작가는 수채화와 펜 드로잉 실력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면서, 다른 작업 방식을 찾던 중 콜라주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작품을 통해 특정한 메시지나 주제를 감상하기보다는 작품을 감상하면서 편안함을 느끼고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는 걸 추천해요. 지금부터 각자의 현실에서 벗어나 여러 형태의 유토피아를 떠다니며 상상력을 펼쳐 보세요.

밖에서 사람들과 왁자지껄한 하루를 보낸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승준 작가는 이 경험에서 종종 느끼는 공허함을 [Way Back Home] 시리즈에 담아냈습니다. 그 때의 공허함은 상대적이라 작품의 전반적인 배경이 화려한 도시의 밤을 연상하는 우주로 나타났지요.

 

어두운 우주 한가운데 지상을 향하는 계단으로 다시 발을 내딛는 사람. 이는 내면의 공허함을 경험하면서도 결국 현실의 무게를 다시 받아들이는 과정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 CLOUD NINE 아홉 번째 구름

“결코 찾아낼 수도 없고 도달할 수도 없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안을 주는 아름다운 세계”

천천히 내려서세요. 바닥이 푹신한 구름이니까요. 그래도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안전하니까요. “Cloud Nine”은 기쁨과 희열의 순간을 나타내는 관용적인 영어 표현입니다. 그 유래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아홉 번째 계단이 천국에 가기 전 마지막 계단이로 여겨진다고 하는데요. 행복의 극치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나승준 작가는 그 아홉 번째 계단에서 기쁨이나 희열보다는 엄청난 해방감을 느낄 거라 상상했습니다.

 

구름 길을 따라 걷는 동안 하늘의 오묘한 빛깔을, 그 하늘을 저마다 다르게 흡수해 다른 색을 내는 몽실몽실한 구름을 마음껏 눈에 담아 보세요. “서로 아무 불편함 없이, 눈치 볼 거 없이, 모난 사람 없이, 그 장소 그 시간을 함께 즐기며 서로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곳이 작가의 유토피아입니다. 작품을 통해 작가가 표현한 해방감과 그로 인해 느끼는 편안함을 느껴 보세요.

# WITHOUT A TRACE 조용한 마을 [작가 헤이든 클레이]

“지표는 대부분 바다로 덮여 있고, 발광석 원핵생물들이 바다를 부유하며 행성을 빛으로 물들인다. 짧은 낮과 긴 밤이 있고, 매일 해가 뜨고 지며 기묘한 색을 더한다.”

사람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조용한 도시로 들어섭니다.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우리뿐인데, 무생물들만이 생생히 움직입니다. 귀를 기울여 보세요. 오밀조밀 모인 집들이 소곤거리고 물결이 바람에 찰랑이며 휘파람을 부네요. 공간을 물들이는 빛과 일렁이는 물결, 작가 헤이든 클레이는 자연물을 활용해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창조합니다.

 

작가의 대표작 [World Underwater]는 침수된 도시의 풍경을 3D 렌더링으로 제작한 시리즈 작업물입니다. 몽환적이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과 같은 환경 위기의 심각성을 담아냈는데요. 어느 날, 작가는 베네치아를 여행하며 본인이 거주 중인 뉴욕이 침수된 상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후 변화와 해수면의 상승이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닌 다가온 현실임을 자각하고 이를 대처하기 위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메시지를 한편에 담고 있습니다. 사진작가였던 그는 유독 빛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데요, 그래서인지 빛을 반사하고 굴절시키는 물의 특성을 자주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3D 아티스트인 헤이든 클레이에게 가장 큰 영감은 물, 구름, 풀과 같은 자연의 단순한 요소입니다. 작가는 날 것을 비틀어 익숙한 풍경을 이질적인 세계로 재창조합니다. 구름이 인간의 형태를 취하고, 인간의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은 자국처럼 새겨진 물웅덩이와 같이 인간과 자연 간의 경계를 탐구합니다. 구름의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 빛을 부드럽게 확산시키는 특성을 특히 좋아하는 작가가 구름을 올려다보며 그 무작위 속에서 찾아낸 친숙한 모양들, 그 속에서 작가가 담아내고 싶었던 인간과 자연간 의 경계에 대해 떠올려 보세요.

# RESURFACED MEMORIES 떠오른 기억 [작가 제시 스톤]

“다들 거기에 잘 계신가요?”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옵니다. 벌써 한참을 걸어왔는지 뒤돌아보니 사막 모래에 발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그 흔적조차 사라져 버리겠지만, 우연히 다른 여행자들을 발견합니다. 누군가는 연인, 누군가는 가족, 친구와 손을 잡고 자신만의 ‘그곳’을 향해 걸어갑니다. 작가 제시 스톤은 다채로운 색감을 활용해 완전한 몰입을 유도합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연의 풍경이 지닌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새로운 관점에 주목하며 사람은 함께 있을 때 더 강하고, 행복해진다고 말합니다.

 

# LOST IN PSYCHEDELIA 혼돈의 사이키델리아 [작가 발렌틴 파바조 & 마리아노 페치니티]

“다들 청한 표정으로 분석 화면을 보고 있었다. 완전히 엉망진창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길이 맞긴 한 걸까요? 분명 우리가 생각하는 ‘유토피아’를 향해 걷고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들이 조각나 부서지며 낯선 목소리와 혼란에 압도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해 걸어 나가다 보면 무한하다 생각하는 혼란에도 끝을 마주하고, 진실에 닿을 수 있을 거예요.

 

두 명의 작가가 콜라주한 [Lost in Psychedelia]는 두 가지의 시선으로 작품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발렌틴 파바조의 작품 속에서는 광활한 초현실 세계에서 길을 잃어버린, 외로운 인물들과 그 시선을 따라 어두움과 밝음, 외로움과 안정감이 공존합니다. 작가는 낯선 곳에서 길은 잃은 것이 불안할지, 즐거울지는 생각하기에 따라 다른 것임을 이야기합니다.

 

벽면에 설치된 작은 렌즈를 통해 마리아노 페치니티의 작품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콜라주 작가이자 뮤지션인 마리아노 페치니티는 예술이 사람들로 하여금 주관적이고 깊이 사유하게 한다고 믿으며, 치유와 행복의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냅니다.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 ‘무지개’를 통해 아름다움과 희망에 대한 상징성을 표현하는 것을 즐깁니다.

커다란 발코니 안의 작은 인물, 건물의 압도적인 규모와 초현실적인 외관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세상과는 조금은 다른데요. [TOWER] 시리즈에서 발렌틴 파바조는 작품이 자아내는 분위기를 강조합니다. 경외감이 섞인 우울함, 몽환적 느낌이 어우러진 달콤하고 부드러운 분위기. 작품을 보며 떠오르는 ‘감정’에 집중해 보세요. 몽환적인 우울함과 로맨티시즘이 교차하는 그 어딘가의 감정은 작가가 생각하는 ‘유토피아’를 대변합니다.

 

# PASTEL SCENERY 동화적 회상 [작가 스틴 오를란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죠”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며 포근한 안도감에 뒤덮입니다. 동화 속 마을 같기도. 어린 시절 좋아하던 초여름의 놀이터 같기도 한 파스텔톤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계속해서 나아ㅏ가다 보면 우리가 그리워하던 그 세계에 닿을 수 있다고 작품 속의 솜 인형들이 속삭이는 것 같은 동화적 회상을 담았습니다.

 

벨기에 출신 3D 작가, 스틴 오를란스의 작품입니다. 버려진 장소처럼 보이지만, 고독과 평화가 필요할 때 언제든 갈 수 있는 마음속의 안식처라고 작가는 말하는데요. 누구에게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아무도 없는 들판 위의 작은 집이 주는 조그마한 평화가 작가가 상상하는 유토피아의 모습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작품에는 ‘구름’과 ‘달’이 빈번하게 등장하는데요. 이는 일출과 일몰의 아름다운 색감과 우주에 대한 평소의 관심을 반영합니다. 평소 일상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해 두고 차분하게 누워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대략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스케치를 하며 아이디어를 시각화하여 무드 보드를 만들죠. 전체 작품이 파스텔 색감으로 뒤덮여 지며 각각의 작품이 서로 연결된 듯하면서도 몽환적인 배경을 다양하게 표현되었는데요. 작품 속 집과 구조물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지 상상을 더해보세요.

 

# HERE IN OASIS 마침내 안식 [작가 안디카 라마디안]

“순간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고 느낀 적 없는 무언가가 아주 그리워지는 감정이었다.”

마침내 이곳은 긴 여정의 끝, 우리가 찾던 유토피아입니다. 찾아내기도 도달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우리의 마음 깊은 곳 가장 가까이 뿌리내리고 있던 그리운 세계. 살았던 적도 없으면서 그리워했던 그곳에서 우리는 영원히 머물 수 없음에도 그리워하며 기억하는 곳 바로 유토피아가 아닐까요?

 

[Ephmeral]은 순간적이고 불안정한 존재를 의미합니다. 제품에서 볼 수 있듯 이 작품은 삶의 덧없음과 무상함을 주제로 합니다. 한 그루의 나무, 만개한 꽃 등 상징적인 요소를 통해 우리의 다양한 경험을 나타내고, 살아가며 겪는 다채로운 경험과 시간의 흐름을 자연으로 나타냅니다. 작가는 우리가 자연과 연결된 존재임을 상기시키며, 거대한 퍼즐의 작은 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인도 출신의 디지털 아티스트 겸 사진작가 안디카 라마디안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7인의 작가가 담아낸 유토피아들이 마무리됩니다. 안디카 라마디안은 단순해 보이지만 변덕스러운 색조를 사용하며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초현실주의 거장인 르네 마그리트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작은 집을 통해 전해지는 친근함과 따스함. 푸른 하늘과 무지개로 보이는 낙관적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껴 보세요.

7개의 유토피아의 끝에는, 나의 상상과 가장 가까이에 닿아 있는 유토피아에 대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전시의 초반에 떠올렸던 나의 유토피아와 전시가 끝난 후 내가 기억하는 유토피아는 일치하나요?

 

유토피아를 향한 긴 여정은 어떠셨나요? 마주치더라도 머무를 수 없는 곳, 존재할 수 없는 곳이라 더욱 그리운 공간인 유토피아는 일상에서 막연히 떠올리던 그 어딘가의 공간이었는데요. 전시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여기서 얻은 영감의 순간들로 또 일상을 헤쳐나갈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라운드 시소 성수의 앞에는 전시 관람을 마친 후 들리기 좋은 잔디 광장이 있으니 전시를 방문하신다면 성수 낙낙의 잔디 광장에 마련된 벤치에 잠시 앉아 쉬면서 영감의 여운을 마무리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