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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옷을 입은 태안 천리포수목원

태안반도의 끝자락, 천리포해변과 만리포해변 사이에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세계적인 수목원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세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된 천리포수목원이에요. 서해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나무 한 번 바다 한 번 보면서 산책길을 걷다 보면 자연이 주는 감동이 오감으로 느껴진답니다. 가을 옷으로 갈아입은 태안 천리포수목원에서 막바지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세요.

 

#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에 이름 올린 명품 수목원

▲썰물 때 길이 드러난 낭새섬

천리포수목원은 전 세계의 다양한 식물들이 아름답게 서식하고 있는 국제적인 수목원입니다. 지난 2000년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국제수목학회(IDS: International Dendrology Society)가 인증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에 이름을 올린 명품 수목원이죠.

 

18만 평 대지에 조성된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최다 식물 종을 보유한 수목원인데요. 자생식물을 포함해 전 세계 36개국 327개국 기관에서 들여온 식물 1만 6939분류군이 사계절 다른 매력을 뽐내는 ‘서해안의 푸른 보석’과 같은 곳입니다.

 

수목원에는 호랑가시나무 548분류군, 목련 865분류군, 동백나무 1,044분류군, 단풍나무 251분류군, 무궁화 342분류군 등 5속 식물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어요. 특히 목련과 호랑가시나무 개체는 세계 식물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천리포수목원의 대표 나무입니다.

 

그중 목련류는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많은 개체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특히 설립자인 민병갈 박사가 파종 실험을 하다가 우연히 얻은 변종 목련인 ‘라스베리 펀’은 그의 이름과 함께 세계 목련 도감에 올라 있습니다. 해마다 4월 목련 축제가 열릴 때면, 수백 종의 목련이 만개한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죠.

 

▲국제수목학회의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인증 명패와 전시표찰 설명

천리포수목원은 바다를 낀 포근한 해양성 기후로 덕분에 여름에는 내륙보다 서늘하고 겨울에는 오히려 온난해서 난대성 식물부터 아한대성 식물까지 서식하고 있는 식물종류의 폭이 넓답니다. 다양한 상록 활엽수들과 고산성 식물들이 함께 자라고 있죠.

 

게다가 여타 수목원과 달리 도입하는 식물의 이력을 철저히 관리하는 점도 돋보입니다. 수목원 곳곳에는 ‘전시표찰’이 잘 설치돼 식물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어요.

 

# 푸른 눈의 한국인’인 민병갈 박사

▲ 설립자 민병갈 박사의 생애를 엿볼 수 있는 민병갈 기념관 전경

대한민국 최초로 민간이 설립한 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은 ‘푸른 눈의 한국인’인 민병갈 박사(Carl Ferris Miller)가 40여 년간 정성으로 일궈낸 우리나라 1세대 수목원입니다. 그는 식물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최초로 한국에 귀화한 외국인으로 한국 식물자원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답니다.

 

한국의 전통을 사랑했던 민병갈 박사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는 전통 초가지붕 모양의 ‘민병갈 기념관’은 그의 일대기와 관련 기록, 천리포수목원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의 이력과 생전 사용했던 가구, 집기류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그가 한 평생 쏟아온 나무에 대한 열정과 업적을 살펴볼 수 있답니다.

 

▲ 민병갈 추모정원과 임산 민병갈 박사 흉상

“나는 3백 년 뒤를 보고 수목원 사업을 시작했다. 나의 미완성 사업이 내가 죽은 뒤에도 계속 이어져 내가 제2조국으로 삼은 우리나라에 값진 선물로 남기를 바란다.”

 

민병갈 박사는 광복 직후 미군 정보장교로 우리나라에 첫발을 디딘 후 57년을 한국인으로 살았어요. 한국의 자연을 사랑한 그는 1962년 사재를 털어 천리포의 민둥산을 매입하고 1970년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했답니다. 1979년에는 우리나라에 귀화해 본격적으로 수목원을 가꾸기 시작했죠.

 

▲ 민병갈 기념관 전시실과 박사가 사용하던 대한민국 여권

그는 단순히 나무 심기에만 열중한 것은 아니었어요. 한국의 나무와 식물을 세계에 전파하는 학술적인 노력과 한국의 식물학 발전을 위한 연구에도 열성을 다했답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02년 정부로부터 금탑 산업훈장을 수여받았고, 2005년에는 국립수목원 ‘숲의 명예 전당’에 헌정되기도 했어요. 민병갈 박사는 2002년 4월 평생을 연구하고 수집한 학술자료와 소장품을 ‘우리나라’에 기증하고, 81세의 나이로 이곳 천리포수목원에 잠들었습니다.

 

▲민병갈 박사의 집무실

수목원 곳곳에는 민 박사의 친자연주의적인 꿈과 의지가 담겨있는데요. 처음에는 땅을 조금만 파도 염분이 섞인 박토가 나왔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토양으로 만들어 갔답니다. 외국에서 다양한 묘목과 종자를 들여와 심으면서 천리포수목원은 더욱 다양하고 풍성해지기 시작했어요.

 

민병갈 박사의 나무 사랑은 각별했다고 전해지는데요. 사람의 시선에 맞추어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식물의 생육을 촉진하는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였어요. "나무가 행복하면 그곳에 오는 사람도 행복해진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어요. 지금까지 천리포수목원의 풍경이 인위적으로 꾸며지지 않고 자연 모습 그대로 지켜지고 있는 것을 보면 설립자의 신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 민병갈 박사의 집무실에서 내려다 보이는 전경, 검은 벼 품종으로 박사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설립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22년 6월 문을 연 ‘민병갈 식물도서관’은 사립 수목원 최초의 도서관으로 151.7㎡ 공간에 식물 전문 도서 1만 400여 권, 열람 도서 3200여 권, 설립자의 식물 관리 일지를 포함한 귀중 도서 3400여 권 등 1만 7000여 권을 갖추고 있어요. 식물의 역사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곳으로 해외 식물 관련 자료가 풍부하고 우리말로 처음 출판된 식물도감과 같은 진귀한 자료가 있어 식물과 나무에 관심 있는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요.

 

# 푸른 바다 옆 빛나는 초록 수목원

무엇보다 천리포수목원이 특별한 이유는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생육환경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사람을 위한 수목원이 아닌, 나무들의 피난처’가 되길 바랐던 설립자의 바람에서죠.

 

눈길이 닿는 곳마다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유럽식 정원처럼 한 곳에 꽃이 잔뜩 몰려 있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편한 자리에서 수줍게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이러한 수목원의 배치는 어떤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자연 그대로의 상생을 좋아하던 민병갈 박사의 의도가 반영된 모습입니다.

 

천리포수목원 내 7개의 관리 지역 중 첫 번째 정원인 2만 평 규모의 밀러 가든(Miller Garden)은 바다와 인접해 있어 수목원 산책과 함께 탁 트인 바다 전망을 볼 수 있는 최고의 풍광을 자랑해요. 눈앞에는 망망대해의 바다가 펼쳐지고 수목원에서는 새소리와 꽃향기가 밀려온답니다. 특히 밀러 가든에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865분류군 중 100여 분류군의 목련이 피어나는데, 불칸목련, 별목련, 스트로베리크림목련 등 이국적인 이름도 사랑스러워요.

 

▲완도호랑가시나무의 기준목(좌)

수목원 곳곳으로 이어진 산책로는 꽃샘길, 수풀길, 소릿길, 민병갈의 길, 솔바람길, 오릿길 등으로 다양한데요. 꽃샘길은 이른 봄부터 늦겨울까지 1년 365일 다양한 꽃과 열매가 피어나는 길입니다. 수선화, 설강화, 크로커스, 무릇 같은 예쁜 꽃들이 계절에 따라 무리 지어 피어나요.

 

울창한 나무로 이어지는 수풀길은 수목원에서 가장 고요하고 푹신한 나무껍질이 깔려 있어 걷기에 편안해요. 소릿길에서는 바람에 사각거리는 나뭇잎 소리와 감미로운 풀벌레 소리의 향연을 만날 수 있죠. 서해전망대와 이어진 솔바람길에서는 근사한 낙조를 즐길 수 있어요. 민병갈의 길은 기념관과 수목장 나무가 아름답고 생전에 그가 가장 아끼던 완도호랑가시나무, 초가집 등을 만날 수 있답니다.

 

▲낙우송과 기근

수목원을 산책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이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재미도 있어요. 민병갈 추모 정원 옆 연못가에 자라는 낙우송이 그중 하나입니다. 낙우송은 물을 좋아해 습지나 늪지, 호수가 근처에서 잘 자라고, 이런 특성 때문에 물을 그리워한다는 뜻의 ‘수향목’이라 불리기도 해요.

 

이곳 연못가에서는 땅을 뚫고 불쑥 솟아오른 낙우송의 뿌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요. 공기 중에 나와있는 뿌리란 뜻으로 ‘기근’이라고 불러요. 낙우송의 기근은 호흡을 하기 위해 노출이 되는데 아무래도 물가에서는 배수가 좋지 않고 숨쉬기 어렵기 때문에 기근을 발달시켜 살아가는 것이랍니다. 살기 위해 중력을 거슬러 하늘을 향해 자라는 낙우송의 기근을 보면 자연의 신비롭고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어요.

 

▲멸종위기 식물 전시온실

멸종위기 식물 전시온실에서는 가까운 장래에 절멸될 위기에 처해 있는 귀중한 야생식물을 만날 수 있어요. 천리포수목원은 2006년 환경부로부터 ‘서식지 외 보전기구’로 선정돼 멸종위기 야생식물종을 증식하고 보전하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답니다.

 

현재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종은 250여 종이고 식물은 88종입니다. 이 중 희귀 특산식물 29과 56속 65종을 전시·보전하고 있어요.

 

▲ 천리포수목원의 호숫가 전경

# 태안 ‘천리포수목원’ 여행 팁

해 질 녘 노을과 수목원의 아침 산책을 호젓하게 만끽하고 싶다면 해안 산책로를 따라 조성된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것도 좋은 여행 방법입니다. 천리포수목원에는 전통한옥을 비롯한 8채의 게스트하우스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요.

 

수목원 정면에 보이는 ‘낭새섬’은 무인도인데요. 밀물 때는 보이지 않다가 썰물 때는 섬으로 향하는 길이 나서 시시각각 변하는 섬의 모습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답니다. 또 천리포수목원에서 만리포해변까지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고운 모래가 펼쳐져 있는 해안길이 이어져 있어요.

 

 

태안 천리포수목원

• 주소 :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1길 187

• 이용 시간 : 09시 개장
 -11월~3월 동절기 오후 4시 입장마감
 -4월~10월 하절기 오후 5시 입장마감

• 입장료 : 성인 10,000원 / 청소년(중·고등학생) 7,000원 / 어린이 5,000원 / 경로8,000원

• 문의 : 041-672-9982

 

민병갈 박사는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담기길 바랐는데요. 자연 그대로의 숲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천리포수목원에서 꽃과 나무, 바다의 향기가 어우러진 독특한 정취를 마음에 담아 보시길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