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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 뉴질랜드 여행

트렌드리포트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 뉴질랜드 여행

ByDB하이텍 기획팀 이성수 책임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한 뉴질랜드로의 여행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한 말이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보이고, 새로운 감정들을 느끼게 되며, 인생을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번 뉴질랜드 여행이 나에게는 그런 시간이 되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깨끗한 공기, 태초의 자연 그대로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그곳에서 나는 내 안에 있던 또 다른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뉴질랜드는 영화 <반지의 제왕>의 촬영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나는 어릴 적 이 영화의 매력에 푹 빠졌었다. 게다가 영화 속의 아름답고 장엄한 풍경들은 내내 나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영화에서 보던 풍경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곳이 뉴질랜드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결국 이번 여름휴가 때 그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뉴질랜드는 남서태평양에 있는 섬나라다. 인천국제공항에서 11시간 이상을 날아야 도달하는 거리에 있다. 총 면적은 한반도의 1.2배 정도이며 두 개의 큰 섬(북섬, 남섬)과 여러 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인구의 75% 이상이 살고 있는 북섬에는 수도인 웰링턴과 오클랜드 등 주요 도시가 있으며 남섬에는 서던 알프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빙하지형을 비롯하여 웅장하면서도 깨끗한 자연경관이 펼쳐져 있다.

나는 남섬의 중심도시 퀸스타운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퀸스타운은 ‘여왕이 사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예전에 금을 캐러 온 사람들이 이곳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과연 그 이름대로 도시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고혹적인 자태를 뽐냈다. 뉴질랜드가 주는 순수함, 깨끗함, 아름다움 등의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기자기한 집들이 정겹게 늘어서 있고, 그 앞으로는 와카티푸 호수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에는 만년설이 고즈넉하게 쌓여 있었다.

 

퀸스타운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경으로도 유명하지만 번지점프, 패러글라이딩, 집라인 등을 즐길 수 있는 레포츠의 성지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면서 레포츠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나는 번지점프를 하는 곳에 잠시 들렀다. 빙하수가 흘러내리는 강 위에 놓인 붉은색 철제다리에서 뛰어내리는 것인데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차마 도전하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와 생각해 보니 과감하게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이곳의 빙하수는 옥빛으로 너무나도 맑고 청량해서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다음 날, 뉴질랜드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밀퍼드사운드를 보러 갔다. 밀퍼드사운드는 약 1만 2천 년 전 빙하에 의해 형성된 피오르 지형(빙하 침식으로 생긴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찬 지형)으로 대자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퀸스타운에서 좁고 가파른 언덕길과 호수를 따라 약 300km 정도 달려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인데, 유람선 출발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잠은 충분히 못 잤지만 가는 길에 만년설이 쌓인 산들과 맑고 깨끗한 호수, 드넓은 들판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 양떼와 소떼들을 보니 피로가 가시는 듯했다.

 

장장 4시간을 달린 끝에 밀퍼드사운드에 도착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유람선을 탄 우리는 점심 식사부터 했다. 멋진 장관을 보려면 유람선을 타고 나가야 되기 때문에 그전에 식사를 하고 관광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점심 식사는 뷔페식이었는데 입맛에 잘 맞았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나는 눈앞에 펼쳐진 원시의 풍광에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코발트빛 바다, 바다에서 솟아오른 수많은 봉우리들, 그 위에서 장쾌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전날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엄청난 양의 폭포를 볼 수 있었다―와 바위 끝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푸른빛의 빙하까지…….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 내는 풍경은 도무지 이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경이로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나는 좀처럼 맞이하기 힘든 이 멋진 순간의 나 자신을 위해, 내 인생에 남길 멋진 추억을 위해 명상하듯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유람선을 타고 밀퍼드사운드를 관람하는 시간은 대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렸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내게는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되었다.

 

남섬에서의 환상적인 경험을 뒤로 한 채 북섬으로 발길을 옮겼다. 북섬의 첫 관광지는 와이토모 동굴이다. 이 동굴은 북섬의 중북부에 위치한 석회암 동굴로 반딧불이 유충들―정확한 명칭은 글로우웜(Glow Worm)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에서 서식지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이 발하는 미세한 불빛들이 멋진 장관을 연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나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부푼 기대를 안고 동굴 속으로 향했다. 동굴 안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복잡한 지형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동굴 안에는 넓은 지하 호수가 형성되어 있었다. 제법 큰 보트를 타고 미끄러지듯 천천히 이동하면서 동굴 깊숙이 들어갔다. 얼마 안 가 우리는 반딧불이 유충들이 만들어 내는 멋진 장관을 감상할 수 있었다. 불빛들은 어두운 동굴과 대비되어 마치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처럼 아름답고 황홀한 느낌을 주었다. 이곳이 또 하나의 우주가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다음 날은 로토루아에서 아그로돔 팜투어를 다녀왔다. 트랙터에 탑승하여 소, 라마, 사슴, 알파카, 양 등 다양한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다른 동물들은 많이 봐 오던 터라 별 감흥이 없었지만 라마와 알파카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은 나름 설레고 즐거웠다.

 

팜투어를 마친 후에는 농장 안의 큰 건물에서 양떼들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농장에서 일하시는 분이 직접 나와서 다양한 종류의 양들을 소개해 줬다. 양털을 빠른 시간 안에 능수능란하게 깎아내는 시범과 개가 양 몰이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중간 중간 너스레도 떨어가면서―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지 한국인 동시통역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재미있게 설명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람했다.

 

팜투어를 마치고 로토루아 시내로 돌아왔다. 유황의 도시 로토루아는 온천, 지열 지대, 마오리족 마을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가진 도시다. 유황의 도시답게 거리를 지나다 보면 신기하게도 물이 보글보글 끓는 모습을 보고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여행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며 세계 5대 온천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폴리네시안 스파를 찾았다. 유황온천이라 냄새가 약간 강하고 역한 느낌은 있었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온천장 안은 사람도 많고 규모가 정말 컸다. 다양한 테마의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어 온천의 묘미를 온전히 즐기고 여행으로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을 수 있었다.

온천욕을 마친 후에는 인근 호텔에서 뷔페식 저녁을 먹었다. 마오리족의 전통음식인 항이디너를 맛볼 수 있었다. 항이디너는 화산지대인 로토루아의 지역특성을 활용하여 지열로 요리하는 음식이란다. 사실 다른 음식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맛있게 먹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마오리족의 전통공연을 관람했다. 마오리족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감상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관람객 가운데 무작위로 뽑아 그들의 동작들을 같이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도 얼떨결에 끌려갔는데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는 동작들을 어설프게 따라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 밤이 끝나갔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사진작가인 션은 흰 표범을 찍기 위해 높은 산에 올라가 계속 기다린다. 마침내 흰 표범을 만났지만 션은 사진을 찍지 않고 그냥 기다린다. 주인공 월터가 왜 사진을 찍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정말 멋진 순간에는 나를 위해서 사진을 안 찍을 때가 있어”라고 말한다. 여행과 추억은 사진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인생에 남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대목이었다.

 

나는 이번 뉴질랜드 여행을 통해 내 평생에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이 글을 통해 나의 추억이 조금이나마 다른 분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감상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였다면 이는 순전히 나의 부끄러운 글 솜씨 때문이리라.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 또한 여행을 통해 각자 본인의 인생에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 보시길 바라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