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김민경(푸드 칼럼니스트)
예부터 민어는 임금이나 왕족이 한 여름을 편안히 보내기 위해 즐겨 먹던 최고급 보양식 중 하나다. 이맘때가 되면 산란기를 앞두고 맛있게 기름이 찬 민어를 꼭 한 번 맛봐야 한다.

학교와 친구들이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의 여름 간식은 일명 ‘쭈쭈바’, 별미는 귀한 팥빙수였다. 당시의 팥빙수는 여름 한철 맛볼 수 있었고 값도 비쌌다. 서너 명이 빙수 한 그릇을 앞에 두고 국물 한 방울, 팥 한 톨 남기지 않으려고 그릇을 박박 긁어대기 일쑤였다. 대학시절에는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각종 싸구려 냉면으로 여름을 났고, 회사원이 되어서는 1인 1삼계탕을 거뜬히 먹는 정도로 진화했다. 작은 출판사에 다니던 어느 날, 아버지뻘 되는 회사 간부가 나와 몇몇 또래 직원을 불러 점심을 사주었다. 숨만 쉬어도 땀이 송송 배어나는 무더운 날에 성큼성큼 앞서 걷는 어른을 따라 불편한 점심을 먹으러 가는 우리의 표정은 날씨보다 더 푹푹했다. 그때 먹은 것이 민어탕이다. 어색하였고, 어른께서 말도 걸지 않기에 우리는 커다란 대접에 얼굴을 박고 민어의 맛을 마음껏 즐겼다. 와중에 문득, 아, 이런 것이 진짜 어른의 맛이구나 싶었다.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되면 아끼는 이들에게 여름 민어의 맛을 꼭 보여줘야겠다라는 계획을 세웠고, 다행히 요 몇 년 동안 여름 민어를 빼 놓지 않고 만나는 중이다.

 

 

 

여럿이 모여 먹는 맛에 삼복더위를 잊는다

 

한여름에 민어를 굳이 찾아먹는 이유는 이토록 무더운 때 그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민어는 여름에 알을 낳기 위해 우리나라 서쪽 바다로 올라온다. 알을 배고 있어 영양분을 살집에 채우기 힘든 암놈보다 수놈의 살집이 실하고 맛도 훨씬 좋다.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시작하면 민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식당들은 제철 민어를 앞 다퉈 준비한다. 삼복더위 중에는 한 그릇씩 맛보는 민어매운탕이나 민어토막구이보다는 민어 한 마리를 통째로 요리하여 맛보고자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계절에 먹는 민어는 대개 생후 3~4년의 것으로 길이가 1미터 내외, 무게는 5~6킬로 정도로 식탁에서 흔히 만날 수 없는 커다란 생선 축에 낀다. 게다가 민어는 비늘과 쓸개 외에는 버릴 것이 없기에 민어 한 마리만 있으면 7~10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어디부터 먹을까? 선택은 당신의 몫

 

민어는 활어보다는 숙성하여 즐기는 편이다. 민어는 죽은 직후부터 살코기의 맛이 살아나기까지 15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잘 숙성된 민어의 살코기는 연한 분홍빛을 띤다. 숙성회로 즐길 때는 살을 널찍하고 큼직하게 저며야 씹는 즐거움과 깊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커다란 몸집만큼 부위별로 맛도 다르다. 등살, 뱃살, 꼬릿살, 뒷목살 등으로 크게 나뉜다. 그중 뱃살은 수놈에서만 나오는 부위로 기름진 살집 특유의 풍미와 부드러움이 남다르다. 회로 먹기엔 민어 고기의 양이 많기에 탱탱한 부위는 잘게 썰어 싱싱한 채소와 함께 초장에 무쳐 먹는다. 두툼한 몸통 한두 조각은 따로 두었다가 굵은 소금을 골고루 뿌려 구워 먹거나, 간장 양념에 재워 불고기처럼 지글지글 익혀 먹어도 맛있다. 또한, 민어 살로 전을 부쳐 내면 포동포동한 살집 맛에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다. 달걀물을 입혀 잘 지져 놓은 민어전을 한입 배어먹으면 도톰하면서 촉촉한 살코기에서 구수한 맛이 넉넉하게 우러난다. 전을 부칠 때 민어껍질을 그대로 두면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맛을 더 느낄 수 있다.

 

 

 

껍질과 아가미까지 야무지게 먹는다

 

민어에 열광하는 이들은 사실 살보다 껍질, 뼈, 부레에 눈독을 들인다. 껍질을 어떻게 먹느냐고? 간단하다. 비늘을 벗겨낸 민어 껍질을 끓는 물에 삶아 아주 차가운 물에 식혀 꼬들꼬들하게 만든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다음에 먹기 좋게 썰어 낸다. 입맛 따라 다르겠지만 소금에 찍어 먹을 때 맛이 제일 잘 살아나는 것 같다. 뼈는 다져서 먹는다. 아가미 부위에 붙은 살과 뼈를 칼로 자근자근 곱게 다져서 잘게 썬 파, 마늘, 고추, 통깨 등을 넣고 무쳐 먹는다. 양념은 입맛대로 달라진다. 고춧가루, 고추장, 초장, 된장, 액젓, 참기름 등 다양한 맛으로 뼈다짐을 양념해 먹을 수 있다.

 

 

▲민어 부레

 

돌아서면 생각나는 그 맛, 민어 부레

 

길쭉한 부레는 한입 크기로 썰어 먹는다. 첫맛은 녹듯이 부드러운 질감으로 시작해 쫄깃하고 고소한 맛의 여운을 남긴다. 여느 생선에서 보기 힘든 귀한 부위이기도 하며, 돌아서면 생각나는 오묘한 매력을 갖춘 것이 바로 민어 부레이다. 오죽하면 민어가 천 냥이면 부레가 구백 냥이라는 말도 있을까. 간혹 싱싱한 민어 간을 내어주는 식당도 있으며, 알은 숭어처럼 어란으로 만들어 두고두고 먹기도 한다. 내장과 살코기, 먹을 수 있는 뼈까지 다 발라 낸 민어로는 탕을 끓인다. 크기가 큰 만큼 국물에 우러나는 맛도 대차고 풍성하다. 콩나물, 미나리처럼 시원한 맛을 선사하는 채소와 함께 무를 납작납작 썰어 넣고 소금으로 간하여 맑게 끓인다. 혹은 호박을 큼직하게 썰어 넣고 고춧가루와 된장을 풀어 매운탕으로 만들어 먹는다. 어느 것이 더 맛있다고 편을 들 수 없을 만큼 다른 매력을 지닌 국물 요리 두 가지이다.

 

 

▲반건조 민어

 

제철 민어만큼은 아니지만 마른 민어의 맛도 여느 마른 생선보다 한 수 위이다. 마른 민어는 크기가 20~30cm 내외로 비교적 아담한 편이다. 민어의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소금을 뿌려 바닷바람에 꾸덕꾸덕하게 말려 만든다. 두터운 살집은 여전한데 짭조름하고 배릿한 맛이 깃들어 맛이 좋아진다. 물에 살짝 헹궈 불에 구워 살코기를 쪽쪽 찢어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아니면 마른 민어를 물에 잠시 담가 짠맛은 빼고, 가볍게 불려 조림으로 만들어 먹어도 최고의 밥반찬이 된다. 물론 마른 우럭처럼 젓국을 넣고 맑게 찌개를 끓여 내면 해장국인 동시에 술국으로 그만이다.

 

 

 

  

     경남횟집  

자연산 민어회 전문점으로, 부레와 껍질까지 다양한 부위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메뉴 : 민어회 8만~14만원, 민어전 4만원, 민어탕(1인분) 1만4천원

위치 : 인천 중구 우현로49번길 25

문의 : 032-766-2388

 

     수퍼판  

우정욱 요리연구가가 운영하는 퓨전 한식집으로, 여름마다 선보이는 민어불고기가 별미다.

메뉴 : 문어 아보카도 3만원, 불고기 쭈꾸미 떡볶이 2만1천원, 업진살 수육 3만5천원

위치 : 서울 용산구 이촌로64길 61

문의 : 02-798-3848 1

 

     대물상회  

품질 좋은 자연산 제철 생선을 산지에서 직접 공수하는 맛집. 그날의 물량에 따라 대표 메뉴가 바뀐다.

메뉴 : 오늘의 메뉴 7만 원

위치 : 서울 마포구 새창로6길 29

문의 : 02-712-1237

 

     토속정  

주당의 천국이라 불리는 남도 음식 맛집.

메뉴 : 민어회 13만원, 민어탕(1인분) 2만5천원, 홍어삼합 6만원

위치 :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1

문의 : 02-720-2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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