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리포트

이젠 마케팅이 아닌

컨셉팅의 시대!

By동동이

한강에 피크닉을 갈 때에도 흔한 은색 돗자리보다는 유니크 한 피크닉 매트와 라탄 가방에 꽃까지 챙겨가 ‘갬성’ 사진을 찍는 사람들, 이런 트렌드에 한강에서는 피크닉 용품 세트를 대여해주는 카페도 생겨났죠.

 

요즘 젊은 세대는 가성비나 품질보다도 희귀하고 재미있는 컨셉에 더 열광하는데요. 확실한 컨셉 하나에 마음이 끌리고, 나아가 구매 결정의 근거로 삼기도 합니다. 이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확실한 컨셉을 세워 소수의 마니아층을 공략하는 브랜드의 컨셉팅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어요.

 

오늘은 동동이가 참신한 컨셉으로 팬심을 넓혀 가고 있는 사례를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컨셉팅 능력이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컨셉팅(Concept-ing)이란?

소비 시장에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컨셉러’는 ‘컨셉트+er’, 즉 ‘컨셉을 중시하는 소비자’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예요. 이들은 직관적인 미학과 순간적인 느낌, 그리고 가볍고 헐거운 컨셉에 빠르게 반응한답니다. 기능이 아니라 컨셉을 소비하는 것이죠.

 

컨셉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등장 배경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요. 이들은 정착하지 못하는 '플로팅 세대 (Floating Generation)'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하나의 콘텐츠에 길게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수용하죠. 디지털 유목민이자 자신에게 맞는 선택지를 끊임없이 선택하는 세대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소비에서 첫인상, 느낌, 브랜드의 컨셉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되었어요.

 

바야흐로 컨셉이 화두가 된 시대, '컨셉팅(concepting)'의 시대라고 할 수 있어요. 그동안 두루뭉술했던 기업의 마케팅도 이제 정밀한 '컨셉팅'으로 진화하고 있는데요. 소비자의 세밀한 감수성 변화를 포착해 그들의 직관과 감성을 건드리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과 컨셉 개발이 중요해졌답니다.

 

그렇다면 컨셉러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컨셉팅의 성공 요소는 무엇일까요?

 

첫째, 눈길을 끄는 것입니다. 과거 '전시회'는 거장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관람객이 '인생샷'을 찍을 수 있도록 공간 전체를 포토존으로 꾸민 비주얼 전시회에 소비자의 발걸음이 몰리고 있어요.

 

둘째, 짧고 재미있는 것입니다. 재미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좀 더 작고 가벼운 재미는 컨셉러들의 시선을 끄는 좋은 수단이에요. CU는 케이크 3종의 상품명에 소위 급식체(학교 급식을 먹는 중고생들이 사용하는 과도한 줄임말)를 사용했는데요, 'ㅇㄱㄹㅇㅂㅂㅂㄱ (이거 레알 반박 불가)', 'ㅇㅈㅇㅇㅈ (인정? 어. 인정.)', 'ㄷㅇㅇㅂㄱ (동의? 어. 보감.)'이라는 상품명은 1020세대들의 취향을 저격할 뿐 아니라 3040세대의 호기심까지 자극했답니다.

 

셋째, 대충이라도 컨셉만 확실하다면 괜찮다는 것입니다. 카카오톡 대화 중에 상황에 맞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최근 뜨는 이모티콘은 윈도우 그림판에서 누구나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단순한 형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이제 동동이와 컨셉팅의 대표 사례들을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까요?

 

▎컨셉팅 #1 홍대 샤넬 팝업 스토어 ‘코코 게임센터’

<출처: https://maidennoir.co.kr/2259 메이든 느와르 블로그>

명품 브랜드 샤넬은 서울 홍대 KT&G 상상마당 옆 건물에 ‘오락실’ 컨셉의 팝업 스토어를 열었어요. 샤넬 대표 제품인 ‘코코’ 라인의 이름을 딴 ‘코코 게임센터’는 백화점이라는 딱딱한 공간에서 벗어나 좀 더 즐겁고 편안한 공간에서 화장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어요.

 

샤넬을 대표하는 블랙, 레드, 화이트 색상으로 꾸며진 2층 규모의 게임센터에 들어서면, 화장품과 오락기가 공존하는 흥미로운 세상이 펼쳐져요. 게임 블록처럼 디자인한 샤넬 로고가 부착되어 있고, 인형 뽑기, 퍼즐 슈팅게임, 사운드 게임 같은 샤넬이 직접 제작한 오락기도 설치했어요.

 

<출처: https://maidennoir.co.kr/2259 메이든 느와르 블로그>

특히 루즈 코코 제품을 그대로 본떠 조이스틱을 만들고, 오락기 화면에서 탁구공을 받아치는 탁구채를 루즈 코코 립 브러시 모양으로 제작하는 등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답니다. 또 샤넬 화장품 미니어처를 담은 투명한 공을 인형 뽑기 기계 안에 넣어 놨어요.

 

코코 게임센터에서 게임을 하기 위해 돈을 낼 필요는 없어요. 입구에서 온라인 사이트에 등록하고 초대장을 받으면 백 원짜리 크기의 샤넬 로고가 찍힌 동전을 받을 수 있는데 인형 뽑기 기계에 이 동전을 넣으면 인형 대신 화장품 샘플 뽑기를 할 수 있어요.

 

동전 없이도 손가락으로 할 수 있는 펌프 게임, 두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핑퐁 게임도 있는데요. 오락기 화면은 화장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거울로 바뀌어 오락기에 앉아 화장을 해 볼 수 있도록 했어요.

 

테스트해 볼 수 있게 진열된 화장품은 젊은 층을 겨냥한 립 제품과 향수 등이 주를 이뤘는데, SNS에 익숙한 10~20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답니다.

 

<출처: https://maidennoir.co.kr/2259 메이든 느와르 블로그>

샤넬이 팝업 스토어를 연 건 ‘코코 카페’에 이어 두 번째랍니다. 백화점 1층에 붙박이 매장을 두던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래의 잠재 고객을 적극 찾아 나서겠다는 마케팅의 일환이죠.

 

샤넬이 오락실 컨셉으로 팝업 스토어를 연 것은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에요. 샤넬은 고급스럽고 비싸다는 이미지 때문에 20대 초반 고객보다 연령대 높은 고객이 많은 편이죠. 20대 초반에 접한 브랜드를 오랜 기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게임을 즐기면서 샤넬 화장품에 친숙하게 하겠다는 의도랍니다.

 

엄마 브랜드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를 타겟팅하려는 이 같은 시도는, 구매를 강요하기보다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고, 젊은 이미지를 만들어서 미래 고객을 확보하려는 것이예요. 품질과 가성비도 중요하지만 매력 있고 재미있으면 지갑을 여는 10~20대를 겨냥한 컨셉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컨셉팅 #2 “잠들 때 주문, 눈뜨면 도착”, ‘마켓컬리’

식재료 전문 온라인 서비스 ‘마켓컬리’는 식재료 큐레이션이라는 새롭고 매력적인 컨셉을 제시해 모두가 잘 아는 브랜드가 되었어요. 온라인은 저렴하다는 인식 속에서 마켓컬리는 과연 프리미엄 서비스가 온라인에서 효율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특정 타깃을 넘어 고객층을 확장할 수 있을지 의심받기도 했죠.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만든 마켓컬리의 컨셉은 그야말로 뇌에 꽂히도록 단순하고 강렬하답니다.

 

“밤늦게 주문해도 다음 날 새벽이면 식료품이 문 앞에!”

 

“엄선한 고품질의 식음료를 친절하고 빠르게 배송해드립니다!”처럼 머릿속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는 밋밋한 컨셉으로 마케팅했다면 아마 마켓컬리는 시장에서 빠르게 사라졌을 거예요.

 

마켓컬리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전날 밤 11시까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등으로 신선 식재료를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문 앞에 배송해주는 ‘샛별배송’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트업이었어요.

 

맞벌이 부부와 1~2인 가구 등의 장보기 패턴, 라이프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면서 창업 4년 만에 회원 수 200만 명, 일 평균 8,000건 이상의 주문이 이뤄지는 월 매출 100억 원대 온라인 마트로 성장했죠.

 

마켓컬리에 주문하는 사람이 늘면서 서울 아파트 아침 풍경도 달라졌어요. 서울 강남과 마포 등 30~40대가 많이 사는 단지에는 아침마다 4~5가구 중 한 곳에 신선식품을 담은 배송 박스가 놓여 있을 정도랍니다.

 

마켓컬리의 성공 요인은 진정성과 세련됨을 겸비한 시스템 혁신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70여 가지의 자체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을 엄선하고 재배자 정보를 제공해 상품에 진정성을 부여한 상품 혁신, 밤늦게 주문해도 다음날 새벽에 배송되어 기다림의 시간을 단축한 유통의 혁신, 백화점 같은 상품 포토그래피 스타일과 세련된 룩앤필, 그리고 배송 시 전달되는 패키지까지도 스타일리시한 디테일의 혁신 등을 꼽을 수 있어요.

 

특히 재활용 쓰레기 처리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에 있어서도 고객의 편의성을 고려해 한발 앞선 대응을 했답니다. 이미 2017년에 선보인 ‘에코박스’는 종이박스 안쪽에 보냉 비닐을 덧대어 12시간 지속 냉장보관을 가능하게 했는데, 보냉 비닐은 잘 떼어져서 분리수거하기가 쉽도록 만들었어요. 또 테이프를 뜯을 때마다 나는 소리와 먼지 날림까지 최소화했죠.

 

제3자 물류대행 서비스인 ‘컬리프레시솔루션’까지 출시한 마켓컬리가 훗날 한국의 아마존 같은 강력한 브랜드로 성장할지, 향후 내놓을 혁신적이고 디테일한 변화들이 기대됩니다.

 

▎컨셉팅 #3 "맥락 없어서 좋아", 병맛 이모티콘

온라인 메신저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 이모티콘! 이모티콘은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대화를 나누며 모바일 메신저가 대중화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감정을 대신 표현하거나 맞장구를 칠 때와 같이 여러 순간마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데요. 최근, 대충 그린 것 같은 일명 '병맛 이모티콘’이 젊은 세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병맛 이모티콘은 특별한 맥락은 없지만, 어이없는 상황을 재치 있게 그려낸 이모티콘이에요. 낙서한 듯한 그림체의 '낙서 이모티콘', 건성으로 대답하는 듯한 '단답형 이모티콘', 말장난으로 대화하는 듯한 '개그 이모티콘' 등 종류도 다양한데, 2% 부족한 듯 유쾌한 컨셉으로 웃음을 유발한다는 것이 특징이에요.

 

병맛 이모티콘을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센스를 발휘한다면, 쓰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유쾌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답니다.

 

병맛 이모티콘의 유행 배경으로는 무엇보다도 이모티콘 사용자의 급증을 꼽을 수 있어요. 전 국민의 97%에 이른다는 카카오톡 사용자 중 무려 50%가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카카오톡에 따르면 메신저 사용자 중 이모티콘을 구매한 사람이 지난해 이미 17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해요.

 

병맛 이모티콘은 최근에 많이 쓰이는 유행어나 드라마, 영화 장면들을 간단한 그림으로 패러디해서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얻기도 하죠. 즐거운 일보다는 힘든 일이 많은 환경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유머러스한 이모티콘을 사용해 웃음을 선사할 수도 있고, 구구절절한 말보다 이모티콘 하나로 감정을 재치 있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히고 있어요. 게다가 가격도 비싸지 않아 지인에게 선물하기 좋아서 구매가 잦아진 것으로 보여요.

 

또 과거 전문가 영역이었던 이모티콘 제작의 장벽이 낮아진 것도 많은 일반인의 도전이 잇따르는 이유이기도 해요. 이모티콘을 제작하는 그림 실력보다는 개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포토샵 같은 편집 툴 정도만 알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요.

 

집에 고양이를 키우면서 그 모습을 잘 관찰해 고양이가 벽에 기대 나를 지켜보는 모습, 추위에 떠는 모습, 기분 좋을 때 기뻐하는 모습, 실망한 모습 등 반묘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모습을 담은 이모티콘을 만들기도 하고,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라라’라고 이름 지은 토끼 캐릭터 이모티콘을 제작해 영화 속 감정들을 나타내기도 해요.

 

잘 그려진 느낌은 없지만 말하고자 하던 메시지를 재미있고 독특하게 전달하면서,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는 점이 병맛 이모티콘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죠.

 

이렇듯 상대방과 병맛 이모티콘을 주고받는 것이 단순한 대화 수단을 넘어 젊은 세대의 문화가 됐는데요. 결국, 병맛 이모티콘을 사용하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솔직하고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소소하게나마 스트레스를 분출할 수 있는 것이죠.

 

병맛 이모티콘. 지루한 일상에서 탈피해 온라인에서만큼은 '병맛스럽게' 살아보고 싶은 젊은 세대의 욕망을 반영한 트렌드가 아닐까요?

 

가성비나 품질보다 컨셉이 우선인 시대. 동동이와 함께 알아본 것처럼 같이 소비자는 이제 자신만의 컨셉에 집중하고 있어요. 셀카를 위해 컨셉이 분명한 이벤트나 전시회를 찾고, 컨셉이 확실하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짧고 재미있는 컨셉이라면 완성도가 떨어져도 상관하지 않죠.

 

그동안 실용성과 합리성을 살린 ‘이유 있는 소비’가 만족을 제공했다면, 디지털 세대는 쾌락적이고 유희성 강한 컨셉 있는 소비에 열광하고 있어요. 기승전-컨셉의 시대, 단순하고 꽂히는 컨셉으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기업의 마케팅이 어떻게 진화해 갈지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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