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안전한 직장생활을 위한 전천후 플레이어
일할 때 제일 힘들고 서러울 때가 있다. 바로 아플 때다. 그런데 만약 직장에서 내 건강을 관리하고 챙겨주는 전문가가 있다면? 그 서러움은 한결 덜 할 것이다. DB하이텍 부천공장에서 일하는 근로노동자 1200명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관리사 신혜리 간호사를 만나 그녀의 하루를 취재해 봤다.

산업안전보건법 상 물건을 만들고 생산하는 제조 사업장은 근로자 50인 이상일 경우 보건관리사가 반드시 상주해야 한다. 사업장의 특성 상 근무 중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또한 근로자들의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DB하이텍은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이다. 현재 경기 부천과 충북 음성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운영 중이며, 각각 1천2백 명과 8백여 명의 근로자들이 3교대로 근무한다. 부천 공장의 경우 5개의 협력사 직원들도 포함돼 있다.

 

제조공장 일선에서 직원들의 건강을 책임지다

보건관리사 신혜리 간호사의 역할은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각종 예방 활동과 응급처치 등을 수행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건강과 관련된 모든 사업장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제공하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흔히 보건관리사라고 하면 학창시절의 양호선생님을 떠올리시는데요(웃음). 물론 몸이 아픈 직원들이 찾아오면 상담하고 적절한 약을 처방하고, 필요할 경우 외부 병원에 연계해 추가적인 진료를 돕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직원들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나, 각종 안전사고에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것도 주요 업무 중 하나입니다.”

 

신혜리 간호사가 근무하는 건강관리실에는 매일 40~50명의 직원들이 수시로 방문한다. 생리통, 각 신체 부위의 가벼운 통증, 피로로 인한 과호흡, 건강 상담 등 사유도 제각각이다. 또 대부분의 직원들이 같은 자세로 장시간 일하기 때문에 허리, 어깨, 하체, 손목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위험 물질 노출이 의심돼 찾아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

 

협력사 직원들도, 개인적인 건강 상담도 OK!

신혜리 간호사의 개인 연락처는 모든 직원들에게 오픈되어 있다. 예방접종이나 질병 상식 등 아주 일상적인 건강 상담을 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병원의 의사에게 미처 묻지 못했던 사소한 궁금증들도 신혜리 간호사라면 편하게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팀에 소속된 별도 심리상담사도 있다. 심리상담사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업무 스트레스 등 직원들의 불안 증세 등을 상담 및 관리한다.

 

5개의 협력 업체와 함께 운영 중인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에 의해 DB하이텍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본사와 협력사 구분 없이 모두 동일한 보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근로자들의 배우자를 포함해 일반 및 특수 종합검진도 실시한다. 예를 들어 일반 건강 검진과 똑같은 혈액검사나 구강검사라도 직군에 따라 훨씬 더 세부적으로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파악한다. 지난해에는 사업장의 안정성 평가와 직원들의 건강 상태를 통합적으로 파악 가능한 ‘보건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보다 체계적인 관리에 돌입했다.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사업장을 만들다

“직원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일종의 사내 인트라넷이에요. 들어가 보면 건강정보관리, 위험 상황 발생시 대처 요령, 작업환경측정 등 단순 건강 정보에서부터 자신이 일하는 사업장에 어떤 물질들이 있는지, 또 그 물질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지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해 둔 시스템입니다.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회사는 사업장의 모든 위험요인들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직원들은 이를 통해 좀 더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쌓을 수 있어요.”

반도체 공장하면 각종 유해한 업무상 질병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일부 회사의 아주 오래된 공정 라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DB하이텍에서는 한 차례도 보고된 바가 없다. 회사 차원의 투명한 관리와 지속적인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DB하이텍 직원들은 매일 아침 최신 가요에 맞춰 가벼운 체조를 한 뒤 근무를 시작한다. 신혜리 간호사는 직원들의 건강 수준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건강검진 결과 중성지방이 높은 직원들에게는 계단 이용하기를 적극 권장하거나, 일산화탄소를 많이 접하는 직군의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금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저혈당 위험이 있는 당뇨 질환자들에게는 적절한 운동 가이드를 제시해 위급한 상황을 예방하기도 하고, 연령대별 섭취해야 하는 영양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대부분 직원들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에 정보를 공개해 최대한 참여율을 높이는데 주력한다. 운동할 기회가 많지 않은 직원들을 위해 요가 프로그램을 도입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산업전문간호사에 도전하다

신혜리 간호사는 직원들에게 전문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자기계발에도 열심이다. 우리나라에는 일반 간호사 자격증 외에 암전문 간호사, 응급전문 간호사, 중환자실 전문 간호사 등 분야별 전문 간호사 자격증이 별도로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산업전문간호사다.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사업장에서 근무 경력이 3년 이상 되는 간호사들에게 응시 자격이 주어지는 산업전문간호사는 국내에 100여 명 정도 있다. 신혜리 간호사는 산업전문간호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현재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을 4학기 째 다니고 있다. 5학기까지 채우고 국가고시 시험에 통과하면 산업전문간호사가 될 수 있다.

 

“저는 휴대전화 벨소리나 문자 소리만 들으면 일단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아요. ‘혹시 무슨 사고라도 났나?’싶은 생각에서죠. DB하이텍에 오기 전에도 대형 사업장에서 일을 했는데, 워낙 설비 규모가 큰 공장들이다 보니 사고가 나면 일단 사망자가 나오는 게 대부분이었죠. 그 때의 경험이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남아서 뭐든 빨리빨리 처리하는 습관이 몸에 배고, 전화나 문자에도 즉각적으로 응대하는 편이에요. 제가 잠깐이라도 일을 지체하거나 시간을 끄는 사이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단순히 보수교육만으로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건 서비스를 제공해주기 어렵다는 생각에 산업전문간호사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한층 더 전문성을 갖춘다면 직원들도 더 안심하고 회사를 다닐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눈에 보이는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각종 안전문제와 사고까지 철저하게 대비해 직원들이 안심하고 즐겁게 회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신혜리 간호사의 목표다. DB하이텍의 성장에는 보건관리사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지원이 큰 몫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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