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스토어 수익으로 용돈을 버는 고등학생, 퇴근 후 풋살 경기를 고대하는 30대 여성 직장인, 육아휴직에 들어가 아이를 돌보는 50대 팀장님, 유튜브 추천 제품을 사러 다이소에 가는 자산가처럼 자신이 속한 집단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특징과는 전혀 맞지 않는 생활양식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이제 "나이에 걸맞지 않는다"거나 "남성스럽다’, ‘여성스럽다"라는 투의 선입견은 옛말이 됐어요. 특정 연령이나 성별, 직업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고정적인 특성이 옅어지고 있답니다. 경계가 사라진 세상, ‘옴니보어’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인구사회학적 특성보다 취향이 더 중요한 시대
소비자 시장을 분석할 때 거주 지역, 연령과 성별, 직업과 소득, 교육 수준 등 인구사회학적 특징을 기준으로 타깃 소비자 집단을 정의해 가는 것을 시장세분화(segmentation) 작업이라고 하고, 그 결과 분류된 각 집단을 세그먼트(segment)라고 해요.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 알파세대 등 '세대' 구분은 대표적으로 소비자를 분류하는 세그먼트 기준이죠. 세그먼트 정의는 지금까지 마케팅 영역에서 가장 기본 바탕이었어요. 시장세분화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세그먼트에 맞춰 소비자의 가치관, 취향, 생활양식 등이 유사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각자의 취향이 극도로 세분화되면서 세대와 집단의 차이는 줄어들고 개인의 차이는 커지고 있어요. 같은 MZ세대라도 개인에 따라 전혀 다른 취향과 소비 행태를 나타내는 것이죠. 사회학에서 특정 문화에 얽매이지 않는 폭넓은 문화 취향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옴니보어(omnivore)’ 개념이 최근 소비 시장에서 주목 받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사전적으로는 ‘잡식성’이라는 의미지만, 파생적으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는 뜻도 함께 내포해요.
소비 시장에서도 주어진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소비 행태를 가진 소비자를 옴니보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요. 현대를 살아가는 옴니보어들은 기존의 인구사회학적 기준으로 분류된 세대와 집단의 특성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개성과 관심에 따라 차별화된 소비 행태를 보여요. 우리 사회의 전통적 생애주기, 연령,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어요.
# 뒤섞인 생애주기, '알맞은 때’란 없다!
늘어난 기대수명과 인구학적 구조의 변화, 순차적으로 이어지던 생애주기의 변화 등 요즘 사람들은 새로운 인생의 포트폴리오를 마주하고 있어요. 집단의 차이는 줄고, 개인의 차이는 늘면서 집단을 구분하던 연령대의 기준도 사라졌습니다. 우리 사회는 나이에 따른 경계를 지우고 완전히 새로운 인구구조를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 옅어진 출산 적정 연령, 다양한 연령대가 뒤섞인 육아 현장
이제 자녀의 나이만으로는 부모의 연령대를 추정하기 어려워졌어요. 산후조리원과 어린이집, 키즈카페와 초등학교 입학식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서로를 보며 한 번쯤 놀라는 자리가 됐답니다. 동갑내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나이가 20대부터 50대까지 매우 다양해졌기 때문이죠.
출산 적정 연령이라는 개념이 옅어 지면서 "내가 연장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혹은 반대로 "내가 가장 어려서 놀랐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요.
실제로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서 전국 주요 키즈카페 450곳을 이용한 사람들의 연령대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으로 최근 2년 동안 20대, 30대는 각각 1.7%포인트, 6.7%포인트 줄어든 반면, 40대와 50~60대 이상은 각각 6.9%포인트, 1.5%포인트 늘어났어요. 50~60대 이상에는 아이를 늦게 낳은 부모 뿐만 아니라 일찍 손주를 본 조부모의 이용도 포함된 수치로, 다양한 연령대가 뒤섞인 요즘의 육아 현장을 잘 드러내는 일면입니다.
# 확대된 육아휴직 신청 직급, 높아진 신입사원 나이
생애주기의 변화는 직장에서도 체감할 수 있어요.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직급이 사원, 대리에서 차장, 부장까지 확대된 것은 물론, 신입사원의 나이도 가늠하기 어려워졌어요.
취업정보 사이트 인크루트에서 신입사원 입사 '적정 연령'을 조사한 결과 남성은 평균 29.4세, 여성은 평균 27.6세로 나타났는데요. 학업과 취업 준비 기간이 늘어지고 여러 곳의 경력을 가지고 입사하는 일명 ‘중고 신입'이 많아지면서 경제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점이 30대에 가까워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설문에서 응답자 10명 가운데 7명은 신입사원 채용에서 나이 상한선을 두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이미 여러 기업에서는 신입사원 채용에서 나이 제한을 없애고 있는 추세인데요. 취업자 입장에서도, 기업 입장에서도 일을 시작하기에 알맞은 때가 정해져 있다는 편견이 사라지고 있는 거랍니다.
# 고령인구 증가로 대학도 변화 모색
"공부할 때가 있다"는 말 역시 설득력을 잃고 있어요. 직장을 다니면서 혹은 퇴직 후에 대학원 공부를 이어가는 사람은 물론, 직업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전공의 학부 과정에 등록하는 30대를 찾아보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대학도 변화를 도모하고 있어요. 부산은 2023년 기준 고령인구 비율이 22.6%로 대표적인 초고령사회 진입 도시로 꼽히는데요. 부산에 자리한 영산대학교는 노인층 수요를 반영해 시니어모델학과를 개설했어요. 단기 프로그램이 아닌 정식 4년제로 운영되는 학사 과정으로, 모델이 되기 위한 실습 교육은 물론 인문학 같은 교양 수업도 교과과정에 포함됩니다.
# 어리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나이 역전한 ‘갓기’ 능력자들
'어리기 때문에’라는 전제는 이미 무너진 지 오래예요. 콘텐츠와 건강, 뷰티 영역을 필두로 어린 나이를 뛰어넘어 능력자로 주목 받는 1020세대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나이 경계를 넘어 완전히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 어린 나이지만 능력이 뛰어난 ‘갓기’들
“선배! 마라탕 사주세요! (그래 가자) 선배! 혹시… 탕후루도 같이… (뭐? 탕후루도?) 그럼 제가 선배 맘에 탕탕 후루후루, 탕탕탕 후루루루루”
‘마라탕후루 챌린지'로 유명세를 탄 이 노래는 영상이 게재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틱톡 뮤직 1위와 인스타그램 인기 상승 오디오 1위에 올랐어요. 이후로도 유명 크리에이터와 연예인을 포함한 수많은 챌린지 영상이 이어졌죠.
'신흥 수능 금지곡'으로 불릴 만큼 가사와 멜로디가 중독적이라 원곡자에게도 뜨거운 관심이 쏠렸는데요. 그 정체가 알려지자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크리에이터 '서이브'는 2012년생으로 영상 제작 당시 만 11세의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또래 보다 키가 크기도 하지만 춤과 영상의 완성도가 전혀 초등학생으로 보이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혼밥 요리 영상으로 유명한 유튜버 '귤 까먹는 소리(@cook_gyuri10)'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냉이 된장찌개와 오야꼬동, 수플레 팬케이크 등 다양한 요리를 셰프처럼 능숙하게 만드는 영상을 보면, 전문 요리사는 아니더라도 자취 경험이 많은 직장인 정도라고 예상하기 쉬워요. 하지만 얼굴이 나오지 않지만 영상에서는 수행평가를 걱정하거나 급식 메뉴를 기대하는 앳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사실 ‘귤 까먹는 소리'를 운영하는 김규리 양은 중학교 3학년입니다.
사람들은 어린 나이인데도 어른을 뛰어넘는 실력을 보여주는 이런 크리에이터를 '갓기'라 부르며 자기자신을 반성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해요. 여기서 ‘갓기’는 영어 'GOD(신)'과 한국어 '아기'를 합친 말로, 어린 나이지만 외모나 능력이 뛰어난 이들을 가리키는 새로운 말이에요. 어린 나이에 활동을 시작한 아이돌 호칭으로 팬들 사이에서 처음 유행하기 시작했죠.
# 건강관리에 진심인 1020세대
나이가 어리면 아직 미래를 대비하는 데에 소홀할 것이라는 생각도 편견인데요. 1020세대는 마라탕과 탕후루처럼 자극적인 음식만 즐겨먹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이들은 건강관리에도 철저하답니다.
노화를 늦추는 생활습관을 강조하는 '저속노화' 열풍이 불면서 당뇨환자들이나 조심하던 '혈당 스파이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수면법과 영양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어요. 경제 미디어 〈어피티〉에서 구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8.3%는 30세 이전부터 영양제를 챙겨 먹기 시작했다고 답했어요. 이 가운데 10대 때부터 먹었다는 사람도 11%에 달했어요.
적극적인 건강관리는 관련 지출에서도 확인돼요.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10~20대가 다른 연령대 보다 샐러드 전문점(32.5%)과 헬스장(26.9%)을 가장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 젊을 때부터 노화 늦추겠다는 ‘슬로우 에이징’ 부상
뷰티 영역에서는 '안티 에이징'에 이어 '슬로우 에이징'이 떠올랐어요. 주름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부터 노화를 예방하려는 것이 안티 에이징이라면, 젊을 때부터 노화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것이 슬로우 에이징이랍니다. 저속노화의 뷰티 버전인 셈입니다.
이런 추세에 각 브랜드의 고객층도 변화하고 있어요. 안티 에이징으로 유명한 설화수는 중년 소비자가 많이 찾는 브랜드지만, 최근에는 2030 소비자가 많이 찾는 CJ올리브영 온라인몰에도 입점했어요. 이를 기념해 라이브방송 ‘올영 라이브’에서 대표 상품 '윤조 에센스'를 판매했는데요. 2시간 20분 동안 7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어요. 실제 구매 고객의 열 명 중 여섯 명은 30대 이하로 나타났어요.
심지어 주름이 없는 젊은 나이에 보톡스 주사를 찾기도 해요. 미국에서는 보톡스를 포함한 주름 개선 주사를 맞은 20대가 3년 전 보다 71%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근육에 주사하는 일반 보톡스와 달리 잔주름 예방 목적으로 진피층에 소량의 보톡스를 주사하는 일명 '베이비 보톡스'가 미국 20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세대 차이 좁히는 ‘철 모르는 어른들’의 활약
어린아이들만 찾던 직업 체험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어린 시절 즐겨보던 만화 캐릭터를 성인이 되어서도 수집하고, 담을 쌓았을 것이라 생각했던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쇼핑을 적극 즐기는 어른들이 큰 비율로 증가하고 있어요. 젊은이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영역에서 고정관념을 깬 ‘철 모르는 어른들’이 세대 차이를 좁히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직업 체험에 몰리는 어른들
'직업 체험'을 한다면 가장 먼저 장래 희망을 찾고 적성을 개발하려는 어린아이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직업 체험’이 어린아이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고정관념이 됐어요. 1년여 전 어린이를 위한 직업 체험 공원으로 알려진 '키자니아'는 어른들을 위한 직업 체험 행사 '키즈아니야'를 열어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 낸 바 있어요. 성인이 대상인 만큼 퇴근 시간에 맞춰 오후 시간대에 400명 한정 티켓을 판매했는데 오픈 되자마자 빠르게 매진됐답니다.
나아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참석할 수 있도록 오전에도 행사를 열어달라는 학부모 요청까지 이어졌는데요. 키자니아 측은 인기에 힘입어 2024년 4월과 6월 키즈아니야 시즌2, 시즌3를 운영했고, 행사 참석자들은 "다음 행사에 다시 와서 미처 하지 못한 직업 체험을 마저 하겠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어요.
# 어린 시절 즐겨보던 만화에 몰리는 2030세대
어린 시절의 전유물을 커서도 놓지 않는 이들도 있어요. 최근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디즈니와 마블 등 캐릭터가 그려진 어린이용 책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에요. 소셜미디어에서 자기 가방을 자랑하고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과 비교하는 사진을 게시하기도 하죠.
어린 시절 즐겨보던 만화를 활용한 기업 마케팅도 활발해요. 롯데월드는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극장판 개봉에 맞춰 '명탐정 코난: 매직시티(MAGIC CITY)' 행사를 개최했어요. 곳곳에 애니메이션 등장인물로 꾸민 포토존을 설치하고 추리물이라는 원작의 특성에 맞게 사건 현장을 재현한 체험 공간과, 테마파크를 돌아다니며 임부를 수행하는 세계관까지 만들어 놓았죠. 원작 만화가 연재 30주년을 맞이한 만큼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한 2030 소비자의 호응에 힘입어 관련 굿즈가 2주 만에 완판되기도 했어요.
부산 기장군에 자리한 호텔 마티에 오시리아는 밈으로 유명해진 '잔망루피' 캐릭터로 객실을 꾸몄는데요. 개장 이후 투숙률이 85% 이상을 유지하며 캐릭터의 힘을 과시하기도 했답니다.
# 유튜브·모바일 쇼핑 늘어난 4050, 온라인 게임 장악한 6070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에서도 세대 경계가 옅어지고 있어요. 시장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유튜브 앱을 사용하는 시간의 연령대별 격차가 지난 4년 사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자료에서는 유튜브를 가장 오래 사용하는 20세 미만 집단의 경우 월평균 2,546분, 가장 짧게 사용하는 40대 집단은 1,067분 사용하여 2.4배 차이가 났어요. 2024년 상반기에는 최장 시간 사용집단과 최단 시간 사용집단의 차이가 1.7배로 줄어들었습니다. 전 연령대에서 유튜브 사용 시간이 늘었지만 40대의 사용 시간이 더 큰 비율로 늘어나며 집단 사이의 격차를 좁힌 것입니다.
50대 이상의 모바일 쇼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요. 2024년 상반기 쿠팡 앱을 사용하는 50세 이상 소비자는 2019년 보다 3배 늘어났고, 이에 따라 쿠팡 앱 전체 사용자 중 4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로 올라섰어요.
세대 차이를 넘어선 것은 4050세대만이 아닙니다. 보통 60~70대는 온라인 게임을 전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또한 편견이에요. 일본에서 화제가 된 e스포츠팀 '마타기 스나이퍼스’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67세랍니다. 이 팀의 정식 가입 조건은 65세 이상이고, 60~64세 선수들은 '주니어'로 분류돼요.
이 팀이 유명한 것은 선수들 연령이 많아서만이 아닌데요. 팀 슬로건은 '손자에게도 존경받는 존재'로, e스포츠의 핵심 연령대인 1020세대에게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자랑해요. 특히 팀의 주 종목인 '발로란트' 게임은 빠른 반사신경이 필요한 1인칭 슈팅 게임 장르지만 마타기 스나이퍼스 선수들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정확한 슈팅을 보여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것을 입증했답니다.
# 무너진 젠더 경계, 확산되는 젠더플루이드·젠더리스
피부 관리에 진심인 젊은 남성과 친구들과 모여 소주잔을 기울이는 젊은 여성들. 중요한 인구사회학적 요소인 성별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그동안 사회적으로 견고하게 느껴지던 남녀의 성역이 무너지고 있어요.
# ‘젠더플루이드’, ‘젠더리스’ 패션 유행
남녀 화장실 표시에 '치마'와 '바지'가 사용될 만큼 패션은 성별을 구분하는 가장 대표적인 영역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패션이 성별 통합을 이끄는 영역이 되고 있어요. 몇 년 전부터 '젠더플루이드' 혹은 '젠더리스' 패션이 유행하면서 남성 연예인이 여성용으로 간주되던 스커트, 꽃무늬 제품, 클러치 같은 소품을 착용해 화제가 되기도 해요.
최근에는 운동의 인기에 편승해 여성들 사이에서 ‘블록코어(blokecore)' 스타일이 사랑받으며 젠더플루이드 경향이 강화되고 있답니다. 블록코어는 영국에서 사내를 가리키는 'Bloke'와 평범한 스타일을 뜻하는 'Nomcore'를 합친 말로 축구 유니폼을 일상복처럼 입고 다니는 남성들처럼 스포츠 유니폼 스타일로 꾸민 패션을 말해요.
반면 남성들은 레깅스 차림으로 운동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요가복 브랜드 ‘젝시믹스’는 2020년 남성 라인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는데 2023년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보다 남성 라인 판매량이 69% 증가했어요.
패션업계는 이런 소비자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며 성별의 경계를 지우고 있어요. 패션 브랜드 '던스트'는 일부 품목에서 '남성 재킷', '여성 셔츠' 같이 성별 구분을 없애고 XS, S, M, L, XL 등 사이즈로만 구분해요. 던스트에 따르면 오버핏을 원하는 여성은 라지(L) 사이즈를, 슬림핏을 원하는 남성은 스몰(S)이나 미디엄(M) 사이즈를 입으면서 성별 구분이 더 이상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매장도 통합되는 추세입니다. 2022년 나이키 코리아가 홍대에 처음 젠더플루이드 매장을 연 것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은 2023년 12월 월드몰과 부산 본점에 성별 구분 없는 통합 패션관을 선보였답니다. 현대백화점 역시 패션 부문 조직을 남성패션팀, 여성패션팀, 영패션팀 대신 트렌디팀, 클래시팀, 유스팀, 액티브팀으로 재편했는데요. 이 역시 성별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취향에 따른 분류가 더욱 중요해진 시장 환경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돼요.
# ‘음식의 젠더리스’ 현상 확산
남성과 여성의 간극은 식생활에서도 줄고 있어요. 흔히 남성은 디저트나 커피보다 주류를 여성은 주류보다는 디저트와 커피를 선호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최근에는 동성 친구들끼리 디저트를 즐기거나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고, 직접 제빵을 취미로 하는 남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술을 소비하는 일상도 변했어요. 질병관리청이 2012~2021년 사이 음주 행태 변화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한 번이라도 술을 마신 사람 가운데 한 달에 1회 이상 술을 마신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월간음주율이 남성은 85.8%에서 82.2%로 줄어든 반면, 여성은 60.9%에서 63.5%로 늘어났어요. 이러한 성별 차이는 20~30대에서 더 크게 감소했는데요. 20대에서는 월간음주율의 남녀 격차가 16.3%에서 7.4%로, 30대에서는 21.6%에서 8.2%로 모두 한자리 수대로 좁혀졌답니다.
# 스포츠 관람·운동 영역에서도 남녀 성역 사라져
스포츠 관람에서도 남녀 성역은 눈에 띄게 옅어졌어요. 스포츠 경기장을 찾는 사람은 남성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요즘 야구장 풍경은 사뭇 다르답니다. 한국야구위원회 KB0에 따르면 2024년 프로야구 티켓 구매자 가운데 54.4%가 여성이었고, 이는 2023년 보다 3.7% 포인트 늘어난 수치입니다.
야구뿐만이 아닙니다. 한국 프로스포츠협회에서 축구·야구·배구·농구 4대 스포츠의 팬 성별 비중을 조사한 결과, 여성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특히 응원하는 구단의 선수를 잘 알면서 유니폼까지 가지고 있는 진성 열성팬 가운데 여성 비율은 프로야구 63.8%, 남자 프로농구 78.4%, 여자 프로배구 70.3% 등 월등하게 많답니다.
스포츠 관람에서 나아가 스포츠를 직접 즐기는 여성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요.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축구 동호인 여성 선수는 2019년 말 3,190명에서 2024년 4월 기준 3,855명으로 20% 증가했어요.
운동 종목의 경계도 무너지고 있는데요. 바이브컴퍼니가 2030 여성의 운동 언급 내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이 많이 하는 운동으로 생각하는 '발레', ‘요가' 같은 몸매 관리 운동이나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의 언급량은 줄어든 반면, ‘클라이밍', '크로스핏'처럼 남녀 구분 없이 함께하는 운동과 '천국의 계단', ‘인터벌' 등 고강도 근력 증진 운동의 언급량은 늘어났어요.
근육량을 늘리려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프로틴 관련 식품 소비에도 성별 차이가 줄어들고 있어요. 편의점 CU의 2024년 프로틴 관련 상품 매출은 남성 고객 매출이 2023년 보다 33.7% 늘어난 반면 여성 고객 매출은 97.6% 폭증했어요.
옴니보어는 늘어난 기대수명과 이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순차적 인생 모형의 폐기 등 새로운 인생의 포트폴리오를 마주한 사람들의 모습을 반영해요. 역사상 가장 많은 세대가 공존하며 온라인을 통한 세대 간 교류가 활발해진 것도 옴니보어의 등장 배경입니다. 마케팅의 기본 중의 기본인 인구학적 기준에 의한 시장 세분화, 즉 '세그먼트’ 개념이 뿌리부터 흔들리면서, 이제 가치, 취향, 기분, 상황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통한 개별적 접근이 필요해졌어요. 폭넓은 세그먼트가 아니라 유효 시장의 핵심을 공략할 수 있는 무게중심(CoG)을 가진 마이크로 세그먼트를 찾아야 하는 것이죠. 개개인 역시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는 '퍼레니얼적 사고'가 필요해집니다.
자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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