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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전시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현대 미술과 전시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국립현대미술관을 잘 아실 것 같습니다. 특히 故 이건희 회장의 소장품이 서울관에 기증되면서 2021-22년 한동안 관람에 경쟁이 붙어 오픈런이 이어지며 직장인들의 평일 연차 사용을 불사하게 만들기도 했답니다.

 

1986년 과천관, 1998년 덕수궁관에 이어 2013년 개관한 서울관은 조선시대의 소격서, 규장각, 사간원이 있던 곳에 위치하였으며, 다양한 현대 미술에 관련된 서적들을 읽을 수 있는 아카이빙 라이브러리이자 매달 새로운 전시를 선보이는 복합예술 문화센터입니다.

 

우리는 하루하루 나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건들을 마주하고, 집중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이 전시는 이 관점을 사람에게서 즉, 나에게서 벗어나 사물에게로 시선을 옮겨 ‘모던 디자인적 사고’로 사물을 해석합니다.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물질과 개념의 확장, 사물이 들려주는 다채로운 이야기

• 위치 : 국립현대미술관 (종로구 삼청로 30)지하 1층 2,3,4 전시실

• 운영 : 매일 10:00 – 18:00 (수,토요일 야간개장 21:00) / 1월1일, 설날, 추석 휴관

• 티켓 : 개별관람권 2,000원 / 통합관람권 5,000원 (기획 전시 3개 이상 운영 시)

• 문의 : 02-3701-9500

 

크게 세 가지의 주제로 준비된 전시는 ‘사물의 세계’, ‘보이지 않는 관계’, ‘어떤 미래’ 3개의 소주제 아래 국내외 작가 및 디자이너 15팀의 작품 60여 점을 선보입니다. 영상과 이미지, 설치, 조각 등 다양한 형태로 준비되어 있으며 전시의 관람 순서는 4관부터 시작하여 2관으로 흐릅니다.

 

# 첫 번째, 4관 사물의 세계.

[사물을 재료나 물질로 해체해 보거나 다른 감각으로 바꾸어 우리 곁에 있음을 인지합니다]

오랜 시간 인간은 사물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로 여기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디자인하고 생산해 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디자인적 사고로 사물이 곧 물건이라고 여기게 되었는데요. 다소 시철학적일 수 있지만 전에서는 포스트 휴머니즘의 흐름에 맞춰 사물을 인간과 함께 이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존재로 바라보며 ‘인간 너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안합니다.

 

# 두 번째, 3관 보이지 않는 관계.

[사물은 인간의 쓰임을 받는 대상이 아닌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행위자]

얽히고설킨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자연, 기술, 경계, 과학의 영역에서 탐구한 작품들입니다. 사물은 건물, 교통, 에너지 공급과 같이 사회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시스템이나 서비스의 기본 요소이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데요. 해저 케이블, 하수도처럼 주변부로 밀려나거나 지면 아래로 감춰지기 때문이죠.

 

인간이 중심인 세상에서 사물은 마치 유령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사물은 우리의 삶에 관여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점에서 3관의 전시를 관람해 보세요. 통신망 장애가 생기거나 메신저 서비스에 장애가 생겼을 때 사회적으로 커다란 혼란이 발생하는 것처럼 3관에서는 사물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관여하고 있고, 영향을 미치는지, 인간은 사물을 어떻게 인지하는가에 대해 되짚어보며 사물에 대한 이해를 넓혀 봅니다.

 

# 세 번째, 2관 어떤 미래.

[기존의 범주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물을 경유하여 불가능한 것을 꿈꿔 봅니다.]

사물을 ‘물건(object)’이 아닌 ‘어떤 것(thing)’으로 해석해 봅니다.

 

‘사물의 세계’와 ‘보이지 않는 관계’가 물건=사물이라는 개념을 해체하기 위한 사전 연습이었다면 ‘어떤 미래’는 사물을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두기 위한 실험적 전시입니다. 오지 않은 시간보다는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인 낯선 시공간에 가까운 이 공간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도 모든 형식적인 제약도 사라진 모습을 마주합니다.

 

3부 ‘어떤 미래’에서는 다양한 존재들의 우연한 만남과 충돌, 그리고 이것이 불러오는 예상치 못한 전개를 통해 새로운 리얼리티를 구축하는 작업들을 만나게 됩니다. 공상과학 소설에 등장할법한 사물, 하이브 리드된 신체, 현재의 분류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생명체 등이 어우러지는 작품 속 세계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과 같은 형식적 제약들을 지우고 전시를 바라봅니다.

 

각 전시 공간에서는 직접 작품을 이동해 보고, 스크린을 움직여 보며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작품들이 곳곳에 준비되어 있어 관람객의 이해를 돕습니다.

 

잭슨홍의 [러다이트 운동회]는 1950-60년대 유행했던 장난감 로봇이 이 경기장의 외곽선을 만들고, 출처가 모호한 장애물과 공이 놓여 있습니다. 하나의 구기 종목이 아니라 여러 종목이 혼재된 게임인데요. 관람객은 자유롭게 공을 배치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봅니다. 경기장 외곽의 장난감 로봇을 인공지능 기술이라고 설정하고 이 공간에서 경기를 하는 관객들을 인공지능과 로봇의 몸속을 돌아다니며 시스템을 어지럽히는 바이러스가 됩니다. 사물과 인간의 역할이 뒤바뀌는 순간이랄까요.

 

2관을 마지막으로 전시 관람을 마치면, 전시관 바깥쪽에는 전시에서의 경험을 보다 흥미롭게 넓혀주기 위한 공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전시의 경험을 확장시켜주기 위한 공간인데요, 참여 작가의 인터뷰와 전시 관련 도서들이 아카이빙 되어 있습니다. 준비된 도슨트나 설명 없이 전시만 관람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느껴질 수 있는 전시이기 때문에 도슨트 타임이나 전시 설명을 참고해 관람하시면 더욱 풍성한 생각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평범하게만 여겨졌던 사물을 인간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다른 각도에서 유심히 살펴볼 수 있었던 전시 작품들로 구성된 전시였는데요. 전시 관람이 끝났다면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의 곳곳을 살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각종 도록을 포함한 다양한 예술서적을 만날 수 있는 ‘미술 책방’, 전시, 교육 등과 연계된 다양한 아트 상품을 판매하는 ‘미술 가게’ 를 둘러보며 흥미를 일깨워 보세요. 그 외에도 공간과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티하우스 오설록’과 ‘테라로사 커피’에서 잠시 음료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전시,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는 9월 18일까지 지하 1층 2-4 전시실에서 운영되는데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관련 전시 이벤트를 확인해 보시면 사전 예약자 50인을 대상으로 8월 21일 수요일, 전시와 연계된 무료 토크쇼 “인공지능으로 읽어낸 전시”가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내용을 보고 흥미가 생기신다면, 직접 토크쇼에 참여하여 더욱 풍성하게 관련 주제를 즐겨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전 접수는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에서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