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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도시 속 분주한 사람들, 한 발자국 뒤에서 관찰한 도시” <이경준 사진전 : 원 스텝 어웨이>

주말이 끝나면 어김없이 바쁜 하루가 시작됩니다. 여유로운 휴일이 다시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각자의 할 일을 해내는 도시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신없이 바쁘다가도 잠시 평화롭고 여유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전시는 우리의 일상을 가깝고도 먼 시선으로 담아낸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점의 개관작, <이경준 사진전 : 원 스텝 어웨이>입니다.

 

# 바쁜 도시 속 분주한 사람들, 한 발자국 뒤에서 관찰한 도시,

"이경준 사진전: 원 스텝 어웨이"

• 위치 :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14 그랜드센트럴A동 3F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 기간 : 23.10.27(금) – 24.03.31(일)

• 운영 : 10:00-19:00 (입장 및 매표소 마감 6시)

* 토/일/공휴일 휴무, 매월 첫 번째 월요일 휴관

• 문의 : 1522-1796

• 비용 : 성인/청소년/아동 공통 1인 15,000원

 

뉴욕 기반의 포토그래퍼인 이경준 작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본 도심 속 패턴을 사진에 담아내는데요. 특히 이번 전시는 전시 공간을 잘 활용하기로 알려진 그라운드시소의 네 번째 공간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보니 더욱 그 기대가 큽니다. 복잡하면서도 평화롭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도시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 전시를 함께 관람해 볼까요?

# CHAPTER 1. PAUSED MOMENTS

전시의 일상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빛을 머금은 아름다운 도시 풍경으로 시작합니다. 바쁜 일상 속 발걸음을 붙잡는 찰나이자, 동시에 땅 위의 모든 존재를 더 매력적으로 비추는 해의 시간. 그 순간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도시의 피사체들을 담았습니다. 혼란한 일상 속에서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황금빛 순간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둠 속 따뜻한 빛이 새어 나오는 도시의 밤으로 이어지는데요. 작가는 일상 속 평범한 피사체에 계절, 빛과 같은 우연이 선물한 재료들로 영화 같은 장면을 기록했습니다.

 

도시의 일상을 패턴으로 담아내는 뉴욕 기반의 사진작가 이경준은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보면 모든 것이 작은 점과도 같다고 말합니다. 그의 시선에 맞춰 복잡한 무늬 속 자그마한 점에 불과한 저마다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마주하는 고민들 역시 사소하고 가벼이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주로 생활해 온 서울과 뉴욕을 배경으로 곳곳의 일상을 담은 작품 250여 점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회색도시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순간부터 싱그러운 녹음과 함께 휴식하는 순간까지, 전시를 보는 동안은 도시의 특별한 순간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됩니다.

 

# CHAPTER 2. MIND REWIND

고층 빌딩들이 만들어낸 기하학적인 빌딩 숲,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교차로, 그리고 그 안에 작은 점으로 존재하는 이들. 사람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주요 무대가 ‘건물’이라고 생각한 작가는 건물에 시선을 맞추어 보기도 합니다. 건축물 주변의 선과 면이 만들어내는 기하학적인 패턴이 눈에 띄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가깝기보단 저 멀리서 새의 눈으로 바라본 것 같은 시선으로 담아낸 사진들이 펼쳐집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자유롭게 전환되는 우리의 삶을 재조명하며 사진에 집중해 보세요.

 

빼곡한 도심 속, 루프탑은 오아시스와 같이 느껴집니다. 수많은 인파와 소음으로부터 조금은 떨어져 있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죠. 작가 역시 본업을 하며 스트레스가 쌓일 땐 잠시 도시에서 벗어난 듯한 높은 공간에서 휴식을 갖곤 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루프탑이라는 공간에 대해 시선을 보내기 시작한 것 같기도 합니다. 도심과는 약간 떨어져 있을 수 있다는 심리감과 동시에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 보고 이해하기 위한 공간이기도 한 루프탑은 이중적인 의미로 다가옵니다.

건축물이 이루는 기하학적인 패턴은 비단 먼발치에서 바라본 버드 아이 뷰 뿐만이 아니라 건축물의 디자인에 따라서도 다양한 매력을 보여줍니다. 복잡한 구조물 사이 평온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딘가 모를 색다른 여유와 해방감을 선사하기도 하는데요. 이번에는 빌딩에서 벗어나 어딘가로 향하는 도시인의 모습에 집중해 봅니다.

 

도시를 커다란 면으로 보았을 때 그 속의 수많은 점들이 향하는 곳은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을까요? 가던 방향이 바뀔 때도 있고,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눈앞에 펼쳐질 새로운 풍경을 기대하며 또다시 한 발짝 내딛는 사람들을 사진에 담아내며 작가는 그만의 방식으로 메시지를 던집니다.

 

차선, 건널목, 신호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무심결에 내다본 창밖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걸어 다닙니다. 길 위를 부지런하게 걷는 도시인의 정수리는 좌표를 이리저리 헤매는 점들의 집합과도 같게 느껴지는데요. 사진을 찍을 구도를 정했다고 하더라도 거리 속 행인들의 움직임마저 카메라가 통제할 수는 없듯 사람들은 같은 배경에 속해 있을 뿐 저마다의 다른 이야기를 말하며 행복을 향해 걸어갑니다.

 

# CHAPTER 3. REST STOP

회색빛 사이 녹음 짙은 우리의 휴게소 역할을 하는 공간, 바로 공원들입니다. 바쁜 도시 일상 속에서 나만의 온전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평화로운 일탈 그리고 테라피와 같은 시간을 선물하기도 하죠, 작가에게는 카메라를 들고 공원을 산책하는 것이 바로 그런 시간이라고 합니다. 세 번째 챕터에서는 뉴욕의 녹음 짙은 아름다운 공원의 모습들이 등장합니다. 어느 사진을 보아도 평화로움을 뿜어내는 것 같은 사진이 가득한 이 공간은 잠시 앉아 움직이는 영상을 보며, 도시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녹 빛 이미지들을 보며 조용한 힐링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내리쬐는 햇볕과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공원에 머무는 그 순간만큼은 온 사람들의 표정이 평온합니다. 실내에 머물러야 했던 팬데믹 기간, 공원은 야외활동을 할 수 있었던 소중한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공원에서 여유와 행복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가끔씩은 어떠한 목적도 없이 공원을 걸으며 가볍게 셔터를 눌러 보곤 한다고 합니다. 도시에서 서로 다른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휴식을 위해 모이는 곳, 그 속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문득 지치고 힘들어 쉬고 있는 모습이, 또 다른 힘든 사람에게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겨울을 맞아 하얀색으로 물든 도처의 풍경, 숨 가쁘게 흘러가는 일과 속에서 숨겨져 있던 영화 같은 장면들을 선보입니다. 작가 이경준의 시선으로 담아낸 하얀 겨울의 모습들이 등장합니다. 항상 시끄러운 소음과 사건이 가득한 뉴욕도 눈이 내리면 고요한 평화가 시작된다고 하는데요. 이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강아지의 발자국이 만드는 하얀 겨울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느낌의 포근하고 따뜻한 풍경으로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모습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 CHAPTER 4. PLAYBACK

전시의 마지막 챕터에서는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을 조명합니다. 카메라의 하이 앵글 속에서 사람들은 작은 점에 불과한 것처럼, 우리의 고민 역시 한 발짝 멀리 떨어져 바라보면 그 무게가 한결 가벼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각자가 지닌 고민의 무게는 다르지만,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보면 생각보다 고민은 가볍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시장 한쪽 벽면에 비치된 종이에 걱정거리를 적어 투명한 아크릴 상자에 각자의 고민을 던져 보세요.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며 위안을 얻고, 들어올 때 보다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전시장을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이경준 사진전에서 보았던 여러 사진들로 만든 굿즈들도 구경하실 수 있답니다. 핸드폰 케이스와 엽서, 마스킹 테이프와 같은 기본적인 굿즈부터 달력, 거울처럼 이색적인 기념품들도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특히 작가가 찍은 작품들 중 전시되지 않은 미공개 사진들만을 모아둔 도록을 별도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많은 작품들 중 굿즈의 디자인으로 선정된 작품은 아무래도 작가 또는 기획자의 선택이 아닐까요? 사진전을 보며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던 작품을 굿즈로 만나면 감정의 끝이 통한 것 같은 기분에 묘한 즐거움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소개해 드린 전시는 어떠셨나요? 평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 그 모습을 멀리서 조망하면 각자의 고민은 보이지 않고 여유롭고 아름다운 모습만이 사진에 담기는 것을 보며 하나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전시였습니다.

 

석양에 빛나는 황금빛 빌딩 숲, 작열하는 햇살에 눈이 부신 초록빛의 공원 그리고 그 안의 작은 사람들. 도시 곳곳을 담은 그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그 속의 주인공이 되어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하는데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본 우리 삶 속에서 시야는 넓어지고, 고민은 가벼워지는 여유를 느껴보실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