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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스케일과 색채의 향연! 빛의 시어터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

한동안 미디어형 전시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1-2년 사이에는 정말 많은 미디어 전시들이 등장했습니다. 미디어 아트의 화려함과 동시에 몰입도까지도 함께 느끼고 싶다면 몰입도 높고 확실한 해석이 가능한 미디어 전시, 빛의 시어터,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을 관람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도슨트有)

• 전시일정 : 22.05.27(금) – 23.03.05(일)

• 운영시간 : 일~목 AM10:00 – PM08:00 / 금,토 AM10:00-PM 09:00 (입장마감 1시간 전)

• 전시장소 : 워커힐호텔 시어터(구 빛의 시어터)

• 티켓요금 : 성인29,000원 / 청소년 21,000원 / 어린이 15,000원

* 온라인, 현장발권 가능

*주차 3시간 6,000원 / 초과시 10분당 1,000원

 

1963년 개관한 ‘워커힐 시어터’는 오랜 기간 국내외 방문객에게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던 공연 문화계의 상징적인 공간이었는데요. 이 공간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고, 기존의 공간의 의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하여 지금과 같이 ‘빛’을 매개로 음악과 작품이 하나가 되는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 하였답니다. ‘빛의 시어터’ 라고 이름 붙은 이 전시 공간에서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확실한 선명도로 관람할 수 있는 명화의 아름다움 등을 통해 조금 더 몰입감 있는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어요. 특히 옛날 워커힐 시어터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전시장 입구 양 끝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와 리프트의 자리를 그대로 두어 과거의 흔적을 보존한 것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몰입형 전시 프로젝트인 ‘빛의 시리즈’는 프랑스에서 최초 시작된 프로젝트의 일부로, 사용이 중단된 채석장이나 벙커와 같은 오래된 장소를 100여개의 프로젝터와 수십 여개의 스피커를 설치해 탈바꿈하여 거장들의 예술 작품을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전시인데요. 국내에서는 2018년 제주도 성산 지역에서 시작한 ‘빛의 벙커’ 전시를 통해 숨겨진 벙커를 문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 시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기존의 공간을 그대로 살리면서 관람객들은 스스로가 정한 동선에 따라 전시를 관람함으로써 자신만의 전시를 즐길 수 있고, 동시에 그 전시의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죠, 이번 워커힐 호텔의 ‘빛의 시어터’는 두 번째 빛의 시리즈로 클림트의 명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20세기 황금빛 색채의 화가라고 불리는 오스트리아 회화의 거장 클림트의 명작이 이번 전시의 테마였는데요. 그의 대표작 ‘키스’를 비롯한 여러 작품들이 전시장의 벽과 기둥, 바닥 360도의 공간에 투영되는 화려한 광경과 웅장하게 울리는 음악소리를 통해 몰입도 있게 전시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골드 인 모션 전시가 약 30분간 이루어지고, 이후 10분간 펼쳐지는 이브클랭 인피니티 블루 전시가 이어집니다. 또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시어터의 숨겨진 공간들에서는 컨템포러리 쇼인 벌스/메모리즈 두 개의 영상도 각각 13분, 4분 동안 재생된다고 해요.

 

전시는 약 40분의 미디어 전시가 한 텀으로 반복해서 미디어가 재생되는데요. 빛의 시어터 어느 공간에서 관람하더라도 모두 다른 시각으로 명화들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확실히 다른 전시들과는 차별화되는 공간적인 매력이었습니다. 저는 정 중앙의 가운데에 앉아 순서대로 클림트의 작품들을 감상한 후에 전시가 한차례 끝나고 다시 한번 재생되기 시작할 때에는 빛의 시어터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각기 다른 공간에서 보이는 명화들을 관람했어요.

 

1. 비엔나의 신 고전 주의.

“어둠 속에서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이 서서히 등장하고 뒤이어 클림트와 마카르트의 신고전주의 ‘프레스코화’가 차례대로 나타나난다. 작품과 건물 간에 이어지는 이 대화는 부르크 극장(Burgtheater)의 기념비적인 천장 장식에서 절정에 도달한다. 신화적인 해석이 들어간 프란츠 마치(Franz Matsch)의 풍부하고 시적인 그림들은 과거 문명의 영광을 기리는 듯하다. 그에 반해 젊은 세대였던 클림트는 이와 같은 빈의 “세기말적인(fin de siecle)” 유행에서 벗어나 또 다른 예술적 접근을 시도한다.”

 

클림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은 아마도 <키스>가 아닐까 싶은데요. 클림트 하면 대부분황금빛의 그림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장식 회화로 시작해 건물 벽면과 천장화 등을 종종 그렸다고 해요. 도입부에서는 시어터의 모든 공간들에 각각의 작품들이 투영되면서 마치 하나의 궁전을 보는 것 같은 웅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2. 클림트와 빈 분리파

“1897년 빈 분리파 전시관은 예술 부흥을 목표로 하는, 새롭고 창의적인 비엔나 예술 운동을 위한 전시 공간이 되었다. 이 전시관의 유려한 외관은 황금으로 장식되어 호화로움을 더한다. 빈 분리파가 발생한 잡지의 표지와 전시의 포스터 등에 사용된 그래픽 디자인은 당시 새로운 소통의 수단으로 여겨지며 머지않아 예술 표현의 또 다른 표현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오스트리아 빈의 “아르누보(Art nouveau)”스타일에는 보다 차분하며 기하학적인 문양과 소재가 더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때에는 베토벤 교향곡의 음악과 함께 ‘빈 분리파’시절 그림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요. 빈 분리파는 기득권자들을 비판하기 위해 그가 만든 파로, 비슷한 시기 부조리에 저항했던 베토벤을 추모하기 위해 베토벤 제9교향곡을 회화로 재현한 벽화를 그렸다고 합니다.

 

3.클림트 : 황금기

“클림트는 빈 분리파 전시관 벽면에 <베토벤 프리즈(Beethoven Frieze,1902)>라는 작품명의 벽화를 제작하였다. 벽면을 황금으로 도색하여 장식주의의 특성을 더욱 강조했으며 이 시기 그의 화풍은 신고전주의에서 상징주의로 진화하게 된다. 황금장식과 원근법을 무시한 표현 방식은 클림트 황금기의 주요 특징으로, 대표작인 <아델르 블로흐-바우어의 초상(Portrait of Adele Bloch-Baurer, 1907)>과 <키스(The Kiss, 1908)>에도 잘 드러난다.”

 

황금이 어째서 높은 자들을 위해서만 쓰이는지 의문을 가진 클림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표현하곤 했습니다. 그는 용기는 황금으로, 인간다움은 에로티시즘으로 표현했다고 해요. 그의 대표작인 The Kiss 속 등장하는 여인이 누구인지 알려진 바는 없으나 학자들은 ‘에밀리 플레게’로 추정합니다. 그는 당시 사회적인 이유로 에밀리와 결혼할 수 없었던 그는 그녀의 구혼을 거절하고 평생을 미혼으로 살았다고 하는데요, 모든 작품들은 그냥 보아도 느껴지는 바가 많지만 그 당시의 배경이나 작가의 상황을 알고 보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도슨트를 이용하시는 것도 전시를 조금 더 뜻깊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에요.

 

4.클림트와 자연

“빈 분리파와 결별한 후 클림트는 자신의 회화 및 색채 연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새로운 주제로 ‘풍경화’를 선택했다. 이 시기 그의 직업은 인상주의 특징이 더해져 <양귀비 언덕(Poppy field, 19078)>과 같은 작품으로 구현되었다. 또한, 그는 호숫가 마을과 삼림 지대도 화폭에 담았다. 건물, 꽃밭, 나무 둥치, 나른하게 누워있는 사람의 모습 등을 묘사한 방식과 이에 동반된 서사를 잘 살펴보면 기하학적 형태에 대한 그의 애착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클림트는 인물 중심의 작품을 많이 작업했지만, ‘양귀비 언덕’과 같은 풍경화들도 보니 그만의 매력이 느껴졌어요.

 

5. 에곤 쉴레

“에곤 쉴레가 유럽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클림트와의 우정과 예술적 교감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쉴레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하고 개인적인 화풍 또한 발전시켰으며, 두 예술가가 서로에게 미친 영향은 이들이 그린 풍경화에서 분명하게 엿보인다. 무엇보다 쉴레는 인체구조를 관찰하는 능력이 뛰어났고, 인체를 기형적으로 표현하기도 하며 세밀한 연구를 이어나갔다. 인체를 묘사한 작품과 초상화는 그의 개인사를 반영하고 있다. 표현을 극대화한 초상화 시리즈가 지나간 후에는 서로 뒤얽힌 인체가 리듬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하며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시대순으로 화풍순으로 정리되어 보이는 여러 막들 중 다섯번째 막에서는 그의 유일한 제자였던 에곤쉴레의 그림이 잠시 등장했는데요. 보아왔던 클림트의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어두운 느낌이라 당황했는데 에곤쉴레의 작품이었습니다.

 

6.클림트와 여성 : 색채의 향연

“클림트는 점점 황금기 화풍을 버리고 색채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고유의 빛 표현을 통해 여성들을 화려하게 묘사하였다. 관능미와 당당함을 표현한 그의 여성 초상화에서는 의상과 배경 패브릭이 모티브와 혼재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호화로운 배경떄문에 떄로는 그의 작품이 추상화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여성성에 대한 이러한 회화적 찬사는 클림트가 여성에 얼마나 매료되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클림트가 그린 여성들의 초상화가 나오는데, 이들은 클림트의 뮤즈들입니다. 당시 1800년대는 여성들이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던 시대였다고 합니다. 이때 여성들이 클림트에게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의뢰하면 먼저 대화를 통해 상대를 파악했다고 해요.

 

예쁘게 초상화를 그려주는 것은 물론 대화를 통해 마음까지 풀어주니 얼마나 인기가 많았을지 상상이 됩니다. 일례로 클림트의 황금기 중반에 나왔던 여성의 초상화 중 한 작품은 손에 장애가 있는 여성의 초상화라고 하는데요. 클림트는 그녀와 대화를 나눈 끝에 ‘황금보다 당신이 더 빛난다. 조건보다 당신이 더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담아 초상화를 그려줬다고 합니다. 여러 사례들을 들어 보면 볼수록 전시를 통해 클림트에 대해 아는 것은 대표 작품밖에 없었던 저도 오히려 이 화가에 대해 더 궁금하게 하는 전시였습니다.

 

클림트 골드 인 모션 티켓을 끊으면 10분 정도로 펼쳐지는 미니 전시, 이브클랭의 인피니티 블루가 이어지는데요. 이브 클랭은 지중해의 하늘을 동경하며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온통 푸른 빛이 가득했던 이브클랭의 인피니티블루는 사실 그만의 색이라고 하는데요. 파란색이 하늘의 색이자 그에게는 정신적인 색이며 온전한 자유를 주는 색으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1960년 클랭은 아예 자신만의 물감을 개발해 IKB(International Kelin blue)라는 이름으로 특허까지 받은 최초의 화가인데요. 이후 그의 작품에서도 이 파란색이 자주 등장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브 클랭의 발자취를 따라 단색화로 시작해 몽환적인 분위기, 그의 색인 블루, 그리고 바디 페인팅까지 다양한 작품세계가 클림트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빛의 시어터는 지하 1층과 지하 2층 총 2개의 층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지하 1층으로 입장하게 되는데요. 지하 1층에서는 시어터 내부의 측면을 따라 놓인 브릿지를 따라 건너가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브릿지를 따라가다 보면 널찍한 반구형 공간인 ‘메자닌’이 펼쳐지는데요, 이곳에 가만히 서서 관람하면 보다 넓은 시각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메자닌에서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오면, 과거 스테이지로 쓰였던 무대들이 연결되는데요. 무대 밖 정면에서 봤을 때 가장 중앙 스크린 역할을 하던 돔 형태의 벽 안쪽은 미러룸으로 꾸며져 있어 직접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똑같이 밖에 재생되는 영상들이 벽면에 투영되고, 이 작품들이 거울에 그대로 비춰 작품 속에 내가 퐁당 빠진 것 같은 몰입감을 주는 공간입니다.

 

미러룸 외에도 빛의 시어터에는 매력적인 공간들이 많아 전시 내용 외에도 시각적인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지하 2층 무대 공간의 양쪽 벽면에는 각각 숨겨진 방이 있는데요, 그중 과거 분장실로 쓰이던 그린룸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그린룸은 과거 배우들의 대기실이자 분장실이었다고 해요. 이 장소는 배우들의 심신의 안정을 위해 벽을 초록색으로 칠해 그린룸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상당히 웅장한 느낌의 공간이고, 거울도 놓여 있어서, 거울에 비친 모습을 찍어도 멋있는 사진이 나왔어요.

 

그리고 분장실의 반대편에는 갤러리룸과 스튜디오로 들어가는 방이 있는데요. 갤러리에 앉아 있으면 바깥에 지나가는 미디어 속 작품들이 어느 작품을 이용해 송출하고 있는 것인지 원작에 대한 정보가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했다면, 이 갤러리룸에서 작품의 이름과 정보를 알아가실 수 있어요.

 

클림트와 이브클랭의 전시와는 또 다르게 이 작은 스튜디오 안에서는 몽환적인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는데요. 영화 제작자이자 작곡가인 토마스 반츠의 미디어 작품으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무한한 공간의 아름다움에 대해 강조하며 우주에서 인간의 역할에 대한 탐구를 표현했다고 합니다. 약 14분가량 보여지는 이 미디어 작품은 ‘벌스’라고 해요. 이어 4분 동안 ‘메모리즈’라는 미디어 작품이 송출되니까, 클림트와 이브클랭의 작품을 모두 관람했다면 꼭 스튜디오도 한번 들려보시길 바랍니다.

 

전시가 끝나고 나오면 연계된 빛의 라운지 카페 또는 아트샵을 10%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요. 중복 할인은 되지 않고 둘 중 한 곳에서 적용된다고 하니 아트샵을 먼저 살펴본 후 라운지 카페로 가면 조금 더 알뜰하게 할인 혜택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트샵에는 클림트의 여러 유명한 작품들을 주제로 한 포스터, 카드, 엽서, 쿠션 같은 리빙 용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클림트 에디션 와인과 아트샵 자체에서 소싱 한 도자기 컵들도 구매가 가능했어요.

 

조금 이른 시간에 카페 라운지를 찾으신다면 이렇게 맑은 하늘 뷰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어요. 전시가 늦은 저녁에 끝나 라운지를 찾는 시간에 이미 저녁이 되었다면, 이곳에서 창밖으로 한강 다리를 건너는 차량들과 건물들의 야경을 즐겨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빛의 시어터의 모든 전시를 감상하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될 거라 예상했는데, 여러 위치에서 움직여가며 전시를 관람하기도 하고, 한 공간에 멈춰서 정적으로 관람하기도 하다 보니 예상보다 더 긴 시간을 더 특별하게 보내게 되었어요. 일반적인 전시들 보다 특별한 미디어형 전시를 즐기고 싶으시다면 빛의 시어터,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 관람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