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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영감을 되찾을 요즘 대세 서울 전시회

3월이 가까워지면서 잠시 풀렸던 날씨가 다시금 추워졌습니다. 봄을 시샘하듯 꽃샘추위가 기승인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아무래도 자유롭지 못한 일상이 계속되다 보니 갈 만한 곳이 많지는 않아서 답답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럴 땐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전시회를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주말에는 사람이 몰리다 보니 보통 평일 오전을 이용해 전시회를 조용히 즐기곤 하는데요. 오늘은 2월에 다녀오면 좋을 전시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함께 보실까요?



# 우연히 웨스 앤더슨;어디에 있든, 영감은 당신 눈앞에 있다

장소 : 그라운드시소 성수(서울 성동구 아차산로17길 49A동 지하1층)

기간 : 21.11.27(토)~22.06.06(월)

시간 : 10:00~19:00

예매 : 성인 15,000원/ 청소년 12,000원

 

우연히 웨스 앤더슨은 그라운드 시소 성수에서 개최되는 사진전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펼쳐지는 300여 점의 대규모 전시로 유명세를 치렀죠. 특이하게도 우연히 웨스 앤더슨은 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풀어 보여주는 형태가 아닌 참여형 전시로 여행 사진 커뮤니티 속 유럽, 중앙아시아, 북미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수집된 웨스 앤더슨 느낌의 여행 사진을 골라내어 큐레이팅 한 전시에요. 사실 모르고 본다면 모두 웨스 앤더슨 감독이 직접 찍은 웨스 앤더슨 느낌의 사진전이라고 깜박 속을지도 모르는 수준 높은 퀄리티의 사진들이 가득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전시를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웨스 앤더슨 사진전은 앞서 언급되었다시피 웨스 앤더슨 느낌으로 찍힌 세계 각지의 여행 사진들을 선별한 전시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렇다면 웨스 앤더슨이 누구길래, 이런 주제로 전시가 펼쳐질까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은 영화 ‘부다페스트 호텔’의 영화감독이죠. 아마 영화 제목을 듣자마자 영화 속의 파스텔톤과 좌우대칭이 완벽한 장면들이 떠오르실 것 같아요.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보이는 ‘웨스 앤더슨’ 특유의 특색 있는 분위기와 강박적일 만큼 완벽한 수직, 수평이 맞는 좌우대칭이 완벽한 화면들이 유명하죠. 실제로 ‘부다페스트 호텔’은 최우수 각본상과 최우수 영화상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의 기반이 된 여행 커뮤니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Accidentally Wes Anderson(AWA)은 2017년 미국 브루클린에서 Wally &Amanda koval 부부가 여행 계획의 버킷 리스트를 구상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름이 말해주듯 현실 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 등장할 법한 장소를 포착하여 @ACCIDENTALLYWESANDERSON에 업로드를 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직접 찍은 사진은 물론, AWA가 ‘모험가’라고 부르는 전 세계의 팔로워로부터 제보받은 이미지들을 함께 피드에 올려 소통하며 계정을 운영해 나갔는데요. 이런 독특하고 매력적인 아카이브는 빠르게 성장해 팔로워 150만 명의 거대한 여행 커뮤니티로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 아마 사진전을 다 보고 나시면 당장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싶어지실지도 모르겠네요.

 

이 피드를 들어가 보면 웨스 앤더슨 감독이 찍었을 것 같은 느낌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대칭 구조와 시선을 끄는 강렬한 무늬, 알록달록 파스텔 색감이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볼 수 있어요. 대규모의 사진전으로 만나보는 AWA 전시의 특별한 점은, 사진을 보며 읽을만한 글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혹은 늘 지나다니던 곳에서 우연히 찍힌 아름다운 이미지 등에 얽힌 개개인의 이야기들이 상당히 가독성 좋게 적혀 있어요. 사진만 보기에도 마음이 가득 차는 느낌인데 옆에 적힌 글을 읽다 보면 사진전 자체의 느낌을 상당히 풍성하게 받아들일 수 있더라고요.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는 총 3가지의 큰 주제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어요.

 

Reminiscence ;회상

지난 여행의 추억을 환기한다.

파스텔 톤의 따뜻한 색조가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Journey ; 여행

여행의 모든 장면 속으로 뛰어들다.

대칭, 반복과 변주로 확대되는 전 세계 각지의 환상적인 장소로 여행이 시작된다.

Inspiriation ;영감

영감을 찾는 여정은 계속된다.

함께한 시간을 돌아보며 나의 일상을 재해석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동선이 어느 정도 자유로우면서도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지 않고, 각 주제에 맞게 전시된 그림들의 분위기를 쏙 빼닮은 컬러로 채색된 벽과, 아치형의 출입구들, 여행의 컨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티켓과 출구까지 만들어 컨셉에 충실하게 준비된 전시였는데요, 덕분에 같은 사진을 보더라도 더 몰입도 있게 흠뻑 빠져들어 즐길 수 있었어요. 전 세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우연히 웨스 앤더슨> 사진전, 2시간이 모자랄지도 모를 만큼 재미있는 요즘 가장 핫한 전시가 아닐까 싶어요. 전시 기간이 끝나기 전에 꼭 한번 다녀오시는 걸 추천해 드릴게요!




# 데이비드슈리글리 개인전

장소 : 서울 강남구 선릉로 807 K현대미술관 3F

기간 : 21.12.04 ~ 22.04.17

시간 : 10:00 ~ 19:00 (월요일 휴무)

예매 : 성인 20,000원 / 청소년 15,000원

 

자유분방함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전시로 추천하는 <데이비드 슈리글리 개인전>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예술적인 실험을 하는 영국의 일러스트 아티스트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작품들을 볼 수 있어요. 드로잉부터 조각, 애니메이션 등 다방면으로 재주를 보이는 아티스트이다 보니 작은 전시이지만, 알찬 느낌을 받을 수 있을 텐데요.

 

슈리글리는 영국 블랙 유머의 정수를 보여주는 21세기 가장 핫한 아티스트로 작품 속에 풍자와 유머를 적당하게 자유자재로 넣어 표현하는데요. 일상에서 일어나는 상황에서 영감을 받아 무심하고 단순하게 그림을 그려내고 그림의 위에 풍자적인 멘트를 적어 위트를 가장한 삶의 명암에 대해 메시지를 날리는 것을 보면 묘한 쾌감까지 느껴진다고 할까요? 이렇게 그려낸 드로잉들을 모아 드로잉북을 출판하게 되면서 유명세를 치르게 된 슈리글리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드로잉북 작가이기도 한데요. 그의 작품들은 한마디로 인스타그래머블한 작품들이라 젊은 세대들에게도 호응도가 좋고, 작가 자체도 SNS로 소통을 활발히 하며 작업을 전개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의 신작들은 SNS에서 먼저 공개되기도 한대요.

 

 

특히 K현대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슈리글리 전은 그의 초기 작품부터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들까지 총 1,200여 점으로 구성된 슈리글리 최대 규모 회고전으로 미술관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드로잉, 설치미술, 애니메이션 등을 만끽할 수 있었어요. 전시된 작품들의 해석은 벽에 코팅된 A4용지를 통해 읽어가면서 관람을 진행할 수 있어서, 어렵지 않게 전시를 즐길 수 있었죠. 유아적인 단순하고 귀엽게도 보이는 그림들과 어렵지 않은 영어 문장으로 제가 방문했을 때는 영어 유치원에서 단체로 관람을 온 것도 볼 수 있었어요.

전시장 속의 작은방처럼 구성된 공간. 누드모델을 드로잉하는 것과 같은 공간이 꾸며져 있었는데요. [라이프 모델]이라는 이름의 이 작품은 SNS 상에서 서로서로를 관찰하는 것을 누드모델을 드로잉하는 것과 유사한 행위로 보며 사회를 꼬집는 위트 있는 작품이라고 해요. 참여형 전시로 배치된 이젤에 앉아 다양한 색칠 도구로 직접 그림을 그리고 채색해서 벽에 붙일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아마 이전의 전시 관람객들이 붙인 듯한 그림 중에서도 상당한 수준급의 그림들이 많이 보이던데, 같은 모델을 두고도 정말 다양한 표현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더라고요. 슈리글리의 작품을 보러 왔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모두 다른 시선들을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묘미였습니다.

 

요즘 시대에 딱 어울리는 적당히 가볍고 유머러스하며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하는 메시지들을 던지는 슈리글리의 작품들 덕분에 재미있게 관람을 마치고 나올 수 있었는데요. 가볍게 보다가 생각이 깊어지기도 하는 의미 있는 전시였어요. 더욱이 이번 K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슈리글리 전에서는 이 전시 기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슈리글리의 특별 아트 상품들이 1층 굿즈샵에 마련되어 있어 리미티드 에디션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1층 굿즈샵 쇼핑을 빼놓지 않으시길 바랄게요!




# 필립 할스만 : JUMPING AGAIN

장소 : 서울 강남구 선릉로 807 K현대미술관 3F

기간 : 21.12.04 ~ 22.04.17

시간 : 10:00 ~ 19:00 (월요일 휴무)

예매 : 성인 20,000원 / 청소년 15,000원



<필립 할스만의 점핑 어게인>은 연예인부터 대통령까지 점프하고 있는 모습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어 유쾌함을 자아냈던 소형 전시인데요. 앞선 슈리글리전과는 달리 정해져 있는 포토존 외에는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고 해요. 입장 시 붙어 있는 안내문에서 포토존이 어느 위치인지 적혀 있으니 미리 확인하시고 참고하시면 좋겠죠?

 

필립 할스만은 라트비아 리가에서 태어나 독일 드레스덴에서 전기 공학 전공한 후 첫 사진 스튜디오를 오픈했는데요. 이후 파리에서 작업하며 낭만화된 초상화의 전통에서 벗어나 특유의 대담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로 악명을 얻었다고 해요. 전쟁 중 아인슈타인의 도움으로 뉴욕을 탈출해서 살바도르 달리와 함께 협업하기도 했고, LIFE와 보그 같은 인기 출판물 페이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상징적인 인물들의 초상화를 제작하면서 20세기 가장 중요한 사진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된 아티스트에요.

 

그는 살바도르 달리와 협업해 만들어낸 사진집 점프(1959년)를 제작하며 수많은 연예인과 정치가들의 점핑샷을 담아냈는데요. 그중에는 아인슈타인, 마릴린먼로, 오드리햅번, 그레이스 캘리, 살바도르 달리 등 유명 인사들의 점핑 샷이 대거 수록되어 있어 그의 이력에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필립 할스만은 점프를 하게 되면 점프해야 한다는 행동에만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그동안 얼굴에 쓰고 있던 가면은 벗겨지고 본연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타난다고 생각해 이런 점프샷을 찍기 시작했다고 해요. 실제로 전시장에서 사진을 보다 보면 인물들의 표정들이 신난 어린아이들같이 근심 걱정이 하나도 없어 보이더라고요. 오히려 사진을 찍지 못하다 보니 전시장의 사진들에 눈으로 집중하며 동작과 표정들을 더 주의 깊게 보게 된다는 장점도 있었네요.

 

특히 이 공간은 전설적인 작품 콜렉터인 페기 구겐하임이 모은 현대미술작품의 전시장인 ‘아트 오프 디스 센추리 갤러리’를 재현해놓은 공간인데요. 실제 아트 오브 디스 센추리 갤러리는 전시장 겸 다양한 예술가들의 만남의 광장&휴식 공간이었다고 해요. 독특한 쉐입의 원목 의자는 프레데릭 키슬러의 디자인인데요. 상당히 불편해 보였지만 실제로 앉으면 인체공학적인 형태 덕에 의외의 편안함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더라고요. 중간에 마련된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공간들에서는 사진도 가볍게 남겨줄 수 있으니 이왕이면 인증샷을 한 장쯤은 남기시길 바랄게요.



전시장 밖과 1층 등에 그려져 있는 필립 할스만의 점핑 사진들. SNS 보니까 이 사진들 앞에서 함께 점프하며 인증샷도 많이 찍으시더라고요. 저는 몸이 무거워 생각보다 높이 뛰지 못해서 결국 사진을 남기는 데 실패했지만, 이 글을 보고 방문하시는 여러분들께서는 점프샷에 성공하시기를 바라며 오늘의 전시 소개를 마무리할게요! 여러분은 어느 전시가 가장 가보고 싶어지셨나요? 소개해 드린 3개의 전시는 전시의 내용이 어렵지 않고, 이해하기 쉬워서 가벼운 마음으로 힐링하며 관람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2월에는 즐거운 문화생활의 달이 되시기 바라며, 또 다른 소식으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