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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돋는 계절, 봄내음 가득한 봄 반찬 레시피

요즘 부쩍 엉덩이가 들썩들썩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비슷한 때에 퇴근을 하지만 저녁 시간이 길어진 기분이고, 찬 기운 섞인 이른 봄바람에 괜히 마음이 일렁입니다. 전 세계가 끙끙 앓고 있어 너도나도 편치 않은 날들이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봄이 기꺼이 와주니 반갑고 고마울 뿐이죠.

글_김민경(푸드 칼럼니스트)

 

 

봄은 늘 코끝에 가장 먼저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새초롬한 바람에는 봄 내음이 섞여 있고, 온갖 자연 산물에서는 저마다 좋은 향이 납니다. 계절이 무색하다지만 봄에 맛볼 수 있는 것들은 단호히 제철을 지키는 편이죠. 지금 우리들 식탁에 봄나물을 가득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놓치고 말죠.

 

향긋함과 개성 강한 맛이 입맛 돋는 냉이와 달래는 봄에 앞서 나옵니다. 냉이는 잎이 작고 뿌리가 가는 것을 골라 물에 잠시 담가 흙을 불린 다음 꼼꼼히 씻어냅니다. 뿌리가 너무 굵은 것만 반으로 가르세요. 끓는 물에 소금 조금 넣고 살짝 데쳐 찬물에 헹궈 물기를 꽉 짠 후 양념에 버무리세요. 양념은 된장이나 고추장 어느 것을 넣고 주물러서 간을 맞춰도 모두 잘 어울려요. 마늘이나 파를 넣어도 좋지만 제 향이 좋으니 건너뛰어도 무난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냉이밥을 권하고 싶습니다. 살짝 데친 냉이를 잘게 썰어 다진 마늘 약간과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두세요. 잘 지어진 밥이 뜨거울 때 무친 냉이를 넣고 골고루 섞은 다음 덜어 먹죠. 돌김을 구워 냉이밥을 싸 먹어도 맛있고, 제육볶음이나 낙지볶음처럼 양념한 반찬과 곁들여 먹으면 봄의 꿀맛이 따로 없습니다.

 

달래는 알뿌리가 무르지 않고, 희고 깨끗한 걸 구입하세요. 뿌리 쪽에 뭉친 흙만 떼어내면 되기 때문에 냉이보다 손질이 쉬워요. 봄에는 달래장을 빼놓을 수 없죠. 잘게 썬 달래에 간장, 고춧가루, 설탕이나 매실액을 조금 넣고 잘 섞어 맛을 보세요. 너무 짜면 물이나 채소국물을 조금 넣고, 참기름(들기름)과 통깨 등은 입맛대로 넣으면 됩니다. 간장을 넣지 않고 달래에 고춧가루, 참기름(들기름), 통깨만 넣고 빡빡하게 만들어도 맛있어요. 달래장은 밥이나 국수에 곁들이고, 삶은 고기에 얹어 먹으면 산뜻하고 맛있어요. 튀긴 생선살이나 부침개도 찍어 먹고, 김이나 쌈채소에 밥과 함께 올릴 양념으로도 그만이죠.

 

달래장은 특유의 알싸하고도 산뜻한 맛, 아삭함, 향이 살아 있을 때 먹어야 하니 한꺼번에 너무 많이 만들지는 마세요. 장을 만들고 달래가 남았다면 여지없이 부침개를 만들어 보세요. 길쭉한 그대로 파전처럼 부쳐도 좋고, 잘게 썰어 감자나 새우살 등과 섞어 전을 부쳐도 맛있어요. 달래는 익으면 단맛이 정말 좋아지고, 향은 여전히 은은하여 입맛을 돋운답니다.

 

냉이와 달래는 된장 끓일 때 마지막에 얹어 살살 섞어 먹으면 향이 정말 좋아요. 청국장도 물론 잘 어울리고요.

 

산뜻하게 무침 반찬이 먹고 싶다면 봄동, 미나리, 돌나무, 참나물, 유채 등을 준비해보세요. 하나만 있어도 좋고, 섞어서 무쳐도 맛있죠. 고춧가루와 액젓을 조금씩 넣고 살살 버무려 먹으면 개운한 밥반찬이 되고, 도토리나 메밀묵과 함께 간장양념에 버무려 먹으면 이른 저녁 간식으로, 반주를 곁들이기도 좋죠. 이때 달래간장을 활용해보세요. 돌나물은 간편하게 초장에 버무려도 맛있어요. 봄동은 살짝 데쳐서 소금, 참기름, 통깨만 넣고 무쳐 먹으면 부드러우면서도 아삭함이 그만이죠. 떡국, 만둣국, 수제비, 칼국수 등을 끓일 때 마지막에 봄동을 넣으면 달큰하고 시원한 맛을 보태준답니다.

 

미나리는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거나 전으로 부쳐도 향기롭고, 봄 바지락이나 조갯살과 함께 기름에 살짝 볶아 내면 식감과 향이 좋은 반찬이 됩니다. 미나리는 봄철 꽃게나 조개류로 끓여 낸 탕에 수북하게 얹으면 시원하면서 아삭한 맛을 선사해요. 꽃게찜이나 해물찜에도 미나리가 빠질 수 없죠? 유채 역시 미나리처럼 요리해 먹으면 맛있어요.

 

오늘은 특별히 입맛 좀 돋워볼까 싶은 날이면 두릅이나 씀바귀가 좋습니다. 두릅은 살짝 데쳐 초장과 곁들여 먹어도 맛있지만, 오늘은 색다른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뜨거운 밥에 소금, 식초, 참기름 넣고 살짝 간을 하여 한입 크기로 뭉친 다음, 데친 두름을 길고 얇게 썰어 밥에 얹어 차려보세요. 이때 고추냉이 푼 간장을 준비해 콕 찍어 먹습니다. 공들인 것보다 훨씬 근사하게 완성되는 봄의 초밥입니다.

 

들판의 나물도 좋지만, 톳이나 미역 등 바다나물도 봄철에 먹어야죠. 비린 맛을 즐기지 않으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마늘, 파, 고추를 잘게 썰어 넣고 국간장이나 액젓에 조물조물 무치세요. 시원한 맛과 목넘김이 좋은 반찬이라 짜지 않게 간하여 한입 가득 맛보면 좋습니다. 깨끗이 씻은 미역의 부드럽고 넓은 잎 부분은 따뜻한 밥을 얹어 달래간장이나 초장 얹어 밥을 싸 먹어도 맛있어요. 잘게 썰어 마늘과 함께 기름에 볶아도 맛있고, 채 썬 무, 데친 콩나물, 미나리와 섞어 새콤하게 무쳐도 맛있답니다. 단단한 줄기는 오독오독 씹는 맛이 좋으니 먹기 좋게 잘라 초장과 함께 먹어도 좋아요.

 

 

봄은 자연도 깨어나지만 몸도 깨어나는 시기입니다. 겨울을 견디고 땅과 바다에서 여문 나물과 해조류는 독특한 향과 맛으로 우리를 흔들어 깨울 뿐만 아니라 여러 유익한 영양소도 공급하죠.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만큼 맛있고 지혜로운 방법이 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