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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알리는 과일, 싱그러운 딸기 이야기

요즘 시장에 나오는 딸기는 엇비슷해 보여도 저마다 다른 이름이 있어요. 이른 봄에 붉은색 탄탄한 몸집에 씨를 빼곡하게 채워 싱싱한 초록 모자를 단정히 쓰고 나오는 딸기. 그저 딸기라고 하면 재배한 밭딸기냐 저 혼자 자란 산딸기냐 정도일 줄 알았는데, 그런 단조로운 경계는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죠. 딸기 종자를 일컫자면 설향, 죽향, 매향, 두리향, 미소향, 금실, 킹스베리, 싼타, 금메리퀸, 베리스타, 비타베리 등으로 다양하니까요.

글_김민경(푸드 칼럼니스트)

 

 

우리가 자주 접하는 딸기는 국내 시장의 85%를 차지하는 ‘설향’이에요. 이는 ‘매향’을 계량한 품종이에요. 매향은 진주에서 주로 생산하는 딸기인데 저장하기 좋고, 운반해도 무르거나 상하지 않는 아주 강건한 딸기죠. 설향은 기존 딸기보다 훨씬 일찍 시장에 나와요. 사실 딸기는 봄을 알리는 열매였는데, 지금은 겨울 별미로 자리 잡아가고 있어요. 이름에 ‘눈(雪)’자가 있는 만큼 설향은 이른 겨울부터 빨갛고 달콤한 열매를 맺습니다. 당도가 아주 높고, 과즙도 많으며 새콤한 맛이 좋아 겨울처럼 상쾌하고 쨍한 맛을 선사해요.

 

‘죽향’ 역시 매향의 자손이니 설향과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딸기입니다. 담양에서 생산하는 고급 품종이며 달콤한 맛이 남다르게 좋아요. 현재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품종이죠. 시장에서 보기 힘든 ‘두리향’은 몸집이 단단하며 과즙이 풍부하고, 신맛은 적고 단맛이 좋아요. 재배되는 딸기지만, 야생 딸기 같은 맛이 매력적이죠. ‘미소향’은 단맛은 적지만 과즙이 아주 많고, 색이 매우 곱고 붉어요. 딸기라떼 같은 음료나 가공품을 만들 때 사용하기 좋은 품종이에요.

 

‘금실’은 매향과 설향을 섞어 만든 품종이에요. 독특하게도 복숭아향이 나며 달콤한 맛이 좋고, 11월부터 시장에 나오는데 평균 무게나 크기가 큼직해서 눈에 잘 띄죠. 홍콩으로 수출되는 인기 과일이에요. 복숭아향이 나는 것으로는 왕딸기 즉, 킹스베리도 있어요. 크기가 성인 여자 손바닥에 꽉 찰 만큼 크고 묵직해요. 잘 키운 것은 딸기 하나에 1만 원 정도라니 상상이 가나요? 생산량이 적지만, 특별하기에 여러모로 인기 있는 딸기라고 합니다. 크기로 보면 ‘아리향’도 만만치 않아요. 평균 무게가 25g이니 킹스베리 보다 큼직해요. 대체로 수출하는 종자라 우리 주변의 시장에서 만나기 어려운 점이 안타까울 뿐이죠.

 

딸기 특유의 빨강이 아닌 선홍색을 띠는 ‘비타베리’는 이름처럼 비타민C를 유난히 많이 함유한 딸기에요. 그리고 하얀색을 띄는 딸기도 있답니다. 바로 ‘만년설’이라는 딸기에요. 겉과 속이 모두 흰색에 가까운 핑크빛을 띠며 달콤한 맛과 향이 나요.

 

이렇게 각양각색 맛있는 한국 딸기는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도 많지만 수출용이 더 많다고 해요. 2005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딸기의 80% 이상이 일본 품종이었고, 그에 따른 로열티를 지급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땅에서 거둔 딸기 품종을 저마다 맛보기에도 쉽지 않을 만큼 다양해졌고, 대부분은 해외로 쭉쭉 뻗어 나가는 중이라고 해요.

 

딸기는 그저 베어만 먹어도 맛있죠. 분명 달콤한데 새콤하고, 부드럽지만 식감이 확실하고, 톡톡거리는 씨도 재밌죠. 채소 같기도 하고 과일 같기도 한 딸기의 상큼한 맛은 유제품과 아주 잘 어울려요. 리코타 치즈나 모차렐라처럼 우유 풍미가 진하게 살아 있는 치즈와 곁들여 샐러드로 먹어도 맛있고, 빵에 올려 즐겨도 좋아요. 빵과 곁들일 때는 마스카포네나 크림치즈와 더 궁합이 맞아요. 봄에 나오는 시금치를 톡톡 뜯어 딸기와 곁들여 요거트 드레싱을 만들어 샐러드를 먹어도 맛있어요. 유채, 비타민, 돌나물 등과도 잘 어울린답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볼 딸기 메뉴도 많지요. 식빵을 밀대로 얇게 민 다음 생크림을 발라요. 그 위에 딸기를 얹고 돌돌 말아요. 그대로 먹어도 좋고 냉동실에 잠깐 굳히면 더 맛있어요. 초콜릿을 녹여 딸기에 입혀 냉장실에 굳혀 먹는 재미도 좋죠. 또 한 가지 쉬운 딸기 디저트가 있어요. 딸기의 속을 적당히 파내고 연유를 부어 냉동실에 넣어 살캉살캉 얼려요. 꼬치에 꽂아 조금씩 녹여가며 그대로 한입 두입 먹어도 맛있고, 토스트나 팬케이크 위에 올려 먹어도 맛있어요. 연유 넣은 딸기를 믹서에 갈면 얼마나 맛있는 스무디가 될지는 상상에 맡길게요.

 

조금 색다르게 맛보고 싶다면 피자도우 위에 딸기와 루콜라, 치즈를 듬뿍 얹고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주르륵 뿌려 맛보세요. 바질 페스토를 군데군데 올려 먹어도 맛있고요. 행여 남은 딸기가 있다면 레몬 껍질, 레몬즙, 설탕과 버무린 다음 바닐라 빈을 섞어 형태가 남도록 오븐에 살짝 구워보세요. 딸기구이는 요거트, 아이스크림, 팬케이크 등과 곁들여 먹기 아주 좋아요. 딸기를 구울 때 바닐라 빈과 레몬을 빼고 발사믹 식초를 자작하게 뿌려 시럽처럼 졸여보세요. 소시지, 햄, 베이컨구이와 함께 곁들여 먹기 좋은 상큼한 소스가 된답니다.

 

딸기는 고운 색과 함께 달고, 시고, 풋풋하고, 상큼한 맛이 어우러진 다부진 맛 덩어리에요. 음료와 샐러드는 물론이며 브런치와 간식, 저장식과 고기 요리에도 다채롭게 어울리는 마법 같은 요리 재료이기도 하고요. 봄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딸기로 다양한 요리를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