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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식습관, 비건 라이프에 한 발 들여놓기

혹시 ‘방귀세(fart tax)’를 아시나요? 덴마크, 아일랜드, 에스토니아에 실제로 있는 세금인데, 다행히 사람이 아니라 소에 부과합니다. 풀을 먹고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인 소의 방귀에는 지구온난화의 요인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포함되어 있어요. 소 4마리가 방귀와 트림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매일 움직이는 자동차 1대와 맞먹을 정도라고 해요. 독일, 스웨덴 등에서는 붉은 고기에 ‘육류세(meat tax)'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베네수엘라는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 이용자들에게 공항 내의 신선한 공기를 ‘호흡세’라는 명목으로 부과하고 있어요. 이 모든 것이 우리가 공짜로 마구 사용한 ‘자연’의 값이 아닐까 싶네요.

글_김민경(푸드 칼럼니스트)

 

 

즐거운 마음으로 육류를 먹지만, 한편에 그늘이 드리우는 것은 사실입니다. 생명을 끊어 그 고기를 먹고, 가축의 사육과 도축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죠. 또한, 입은 즐거울지 몰라도 몸에는 불필요한 지방질과 노폐물을 쌓이는 중이라는 것도 모른 척할 수 없어요. 그래서인지 환경이나 건강 등의 이유로 채식을 선호하고 실천하려는 이들이 하나둘 늘고 있습니다.

 

# 당신의 채식은 어떤 유형일까요?

종교적 이유를 제외하고, 채식을 시작하는 계기는 앞서 말했듯 두 종류로 나뉘는 것 같아요. 하나는 아토피나 알레르기처럼 질환이 있거나, 다이어트 같은 건강상의 이유로, 다른 하나는 동물권 보호, 비인도적인 축산과 도축 제지, 환경 문제 해결 같은 신념에서 출발하죠. 첫 번째 부류는 채식을 선호하고, 두 번째 부류는 채식을 수호한다고 볼 수 있는데 채식을 실천하고 정보를 접할수록, 선호자에서 수호자로 옮겨가는 이들이 많아요. 채소를 먹다 보면 내가 먹는 식품의 고향과 뿌리, 자란 환경을 되짚어보게 되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가금류, 육류, 해산물의 사육과 포획, 도축 과정의 정보도 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베지테리언(vegetarian) 즉, 채식가는 섭취하는 식품의 종류에 따라 분류하는 기준이 있어요. ‘비건(vegan)’은 과일과 채소 외에 육류, 해산물, 달걀, 우유, 유제품 일체를 먹지 않는 완전 채식을 의미해요. 이보다 더 기준이 까다로운 ‘프루테리언(fruitarian)’은 과일과 견과만 먹어요. 하지만 영양 불균형을 피할 수 없으므로 프루테리언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완전 채식인 비건을 기준으로 먹을 수 있는 식품 종류에 따라 다시 갈래가 나뉘어요. 달걀을 먹는 ‘오보(ovo)’, 달걀 대신 우유와 유제품을 먹는 ‘락토(lacto)’, 달걀, 우유, 유제품을 모두 먹는 ‘락토 오보(lacto-ovo)’가 있어요. 조금 더 나아가면 달걀, 우유, 조류, 어류를 먹는 ‘폴로(polo vegetarian)’, 달걀, 우유, 어류를 먹는 ‘페스코(pesco vegetarian)’ 그리고 평소에는 비건을 실천하다가 경우에 따라 육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안(flexitarian)’이 있습니다.

 

# 채식으로 옮겨가기 좋은 한식, 우유 대신 아몬드 밀크

채식가는 아니지만 채식을 선호하는 편이며, 비건이 될 계획은 없지만 채식의 다채로움을 경험하고 싶다면 꽤 쉬운 방법이 여럿 있어요. 기본적으로 한식은 채식에 가깝습니다. 잡채나 비빔밥에 고기를 뺀다고 해도 맛이 부족할 일이 없죠. 쫄깃함을 포기할 수 없다면 ‘포두부’를 사용해보세요. 물기를 빼고 납작하게 누른 두부로, 온라인 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두부가 있다면 냉동실에 얼렸다가 해동 후 물기를 빼서 요리해도 폭신하니 맛이 좋고요. 국물 요리에는 흔히 쓰는 마른 멸치나 쇠고기 양지 대신 무, 대파 같은 채소와 다시마, 버섯을 활용하면 시원하고 맛있는 밑국물을 만들 수 있어요. 비빔국수는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등과 김치만 있으면 충분하죠.

 

우유나 치즈의 자리를 대신할 것을 찾는다면 견과류가 좋아요. 아몬드를 2시간 정도 불려서 물과 함께 곱게 갈아 면포에 걸러요. 즙은 고소한 음료가 되고, 면포에 남은 건더기는 쿠키나 팬케이크로 구워 먹을 수 있어요. 해바라기씨와 캐슈너트 등도 물이나 식물성 시럽, 기름류와 섞어 곱게 갈면 생크림을 대신할 수도 있으며, 달게 맛을 내 얼리면 아이스크림이 되기도 해요.

 

# 고기는 없는데 풍미는 그대로인 짜장과 미트소스

식물성 고기의 대표주자인 ‘베지미트’는 밀에서 추출한 글루텐으로 만들어요. 글루은 주로 밀, 보리 등의 곡식에 들어 있는 단백질로 끈기와 탄력이 좋아 쫄깃쫄깃한 맛을 선사하는데, 탄력 있는 빵의 비밀이 바로 글루텐이에요. 대두 단백질에 여러 가지 식물성 재료를 섞어 맛과 색상, 풍미, 영양소를 채우고, 양파, 버섯, 마늘, 다시마 등으로 맛을 좋게 하죠. 밀 글루텐을 거의 넣지 않고(식약청 기준으로 글루텐 프리는 1kg당 20mg 이하) 만드는 식물성 고기도 있어요. 글루텐을 소화하기 힘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글루텐 프리 식물 고기’인 셈이죠.

 

식물성 고기로 만든 즉석 짜장과 미트소스도 온라인으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짜장에 돼지고기가 빠지면 무슨 맛이 날까 싶지만, 사실 우리가 즐기는 건 콩으로 만든 춘장과 양파의 풍미라고 볼 수 있어요. 식물성 고기로 만든 짜장의 가장 좋은 점은 기름지지 않다는 것이죠. 입술에 겉돌던 기름기는 사라지고 고소한 풍미와 맛, 촉촉함은 그대로예요. 차갑게 식어도 굳지 않기 때문에 냉장실에 넣어 두었다가 뜨거운 밥에 와락 끼얹어 그대로 비벼 먹어도 맛있어요. 곱게 간 식물성 고기로 만든 라구소스도 마찬가지예요.

 

식물성 고기는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구할 수 있지만, 첫 요리에 도전하고 싶다면 ‘간 고기’부터 시작하세요. 손쉽게 짜장, 카레, 미트소스를 만들거나, 만두와 볶음밥 등에 활용하기 좋아요. 단, 식물 고기에서는 육즙이 나오지 않으니 대파, 양파, 버섯 등을 넣고 푹 끓인 채소물로 요리해야 더 맛있겠죠?

 

문득 채식이 단조롭게 느껴진다면, 향신료와 허브를 과감하게 곁들여보세요. 태국과 베트남 요리에 사용하는 고수, 타이 바질, 레몬그라스, 갈랑갈, 라임 카피르, 토종 고추 같은 향신 채소는 어떤 동물성단백질도 내지 못하는 환상적인 맛과 향을 음식에 선사하거든요. 채식의 역사가 길고 인구가 많은 유럽 음식을 보면 올리브, 케이퍼, 아티초크, 비트, 셀러리악, 병아리콩, 다양한 곡물과 씨앗, 견과류를 활용한 채식 요리가 많죠.

 

비건 라이프는 꼭 음식이 아니더라도 화장품, 의류, 소모품 등에서 시작할 수 있어요. 매일매일 비건 라이프를 실천하기 어렵더라도, 일상 속 작은 습관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작은 날갯짓이 모여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