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대세는 시공간 초월

카멜레존!

By동동이

 

책을 읽으며 맥주를 마시는 공간, 인문학 강의를 드는 호텔 공간, 기계가 멈춘 공장이 카페 공간으로 변신하더니 밤에는 술집으로 바뀝니다. 언젠가부터 색다른 공간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죠. 참신하게 변화한 공간들이 눈이 높아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오늘은 동동이가 원래 있었던 공간이 예전과 달리 낯설고 흥미로운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창의적 복합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는 ‘카멜레존’을 찾아봤어요.

 

 

▎재탄생 공간, '카멜레존'이란?

기존 용도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춰 새로운 곳으로 변신하는 공간을 '카멜레존(Chamele-zone)'이라고 해요. 카멜레존은 '카멜레온(chameleon)’과 공간을 의미하는 ‘존(zone)’을 합성한 신조어예요. 카멜레온이 주변 상황에 따라 색깔을 바꾸는 것처럼 공간이 기존 용도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춰 새롭게 변신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카멜레존은 다른 업종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버려졌던 공간을 다른 용도로 멋스럽게 재생시키기도 하며,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진화하기도 해요. 더 나아가 온라인과 결합된 공간으로 나타나기도 한답니다.

 

카멜레존이 창의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한 가지 용도로만 사용되던 공간에서 고객들이 다양한 가능성과 경험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공간들은 왜 카멜레존으로 변신하고 있을까요? 오프라인 공간이 변화를 꾀하기 시작한 데에는 ‘위기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죠. 디지털 경제의 약진으로 기존 소비 공간들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기능을 온라인에서 대체하거나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결국 위장술로 목숨을 지켜 나가는 카멜레온처럼, 오프라인 공간들 역시 약진하는 온라인 플랫폼과의 차별화를 위해 변화할 때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공간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하는 호텔과 같은 업종에서 특히 이러한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동동이와 함께 우리 주변에 대표적인 카멜레존을 살펴볼까요?

▎카멜레존 #1 도심 속 크리에이티브한 복합 공간, 사운즈 한남

<출처: ‘일호식 사운즈 한남점’ 네이버 플레이스>

 

한남동 제일기획 건물과 순천향대학병원 사이, 문화 힙스터들의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 있는데요. 영종도 네스트 호텔과 글래드 호텔의 디자인을 진행하기도 했던 제이오에이치(JOH)에서 선보인 신개념 공간 플랫폼 ‘사운즈 한남’입니다. 사운즈 한남은 도심 속 리조트를 뜻하는 '어반 리조트'를 콘셉트로, JOH에서 운영해온 브랜드와 레지던스, 오피스, F&B를 결합해 탄생시킨 복합공간이예요.

 

사운즈 한남의 ‘사운즈’는 JOH가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해 계획한 부동산 프로젝트인데, 지역의 부동산을 사들여 트렌디한 가게와 작은 광장, 레지던스 등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꾸며 그 지역에서 꼭 가보고 싶은 문화적 공간을 만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콰르텟 사운즈 한남점’ 네이버 플레이스>

 

이곳은 600평 규모의 평지에 다섯 개의 건물로 이뤄진 구조부터 유니크 한데, 일반적인 상업 시설처럼 높게 쌓아 올리지 않고, 넓게 퍼트려 놓은 것이 특징이예요. 뜨는 지역에 대규모 상업시설을 넣는 게 아니라 블록형 복합시설로 개발된 점이 도시 발전에 긍정적인 가능성으로 보입니다.

 

작은 광장을 중심으로 건물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심플한 건축과 회색 벽돌이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요. 유럽의 도시에서 흔히 나타나는 중앙 파티오를 중심으로 한 공간구조를 통해 입체적인 소통이 일어날 수 있게 했어요. 전체를 한 번에 예측하기 어려운 불규칙한 구조의 건물이라서 구석 구석을 탐험하는 재미가 있답니다.

 

<출처: ‘세컨드키친’ 네이버 플레이스>

 

사운즈 한남 안에는 14세대의 레지던스와 JOH의 오피스 그리고 유명 레스토랑과 와인 전문점, 서점 등 15여 개의 상점들이 어우러져 있어요. 사운즈 한남 내부를 ‘스틸북스’, ‘매거진B’, 가정식 식당 ‘일호식’, 다이닝 레스토랑 ‘세컨드키친’, 베이커리&델리 카페 ‘콰르텟’ 등 기존 JOH가 쌓아 올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콘텐츠들로 가득 채워 놓은 것이죠.

 

이렇듯 세련된 도시인의 취향을 잃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작은 마을과 같은 분위기를 형성한 것이 사운즈 한남의 특별한 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픈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카페와 백반집은 점심시간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적인 답니다.

 

 

▎카멜레존 #2 와이어공장에서 문화공장으로, 부산 F1963

<출처:F1963 홈페이지>

 

용도를 다한 후 흉물처럼 버려진 공간이 다른 용도로 탈바꿈하는 것도 카멜레존 트렌드의 한 부분인데요. 최근에는 이런 재생 건축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부산 수영만의 옛 고려제강 폐공장을 부산시와 고려제강이 손잡고 함께 되살려낸 ‘F1963’는 요즘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으뜸으로 꼽히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답니다.

 

1963은 고려제강이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처음으로 공장을 지은 해로 F1963의 “F”는 Factory를 의미해요. 1963년부터 45년간 와이어 로프를 생산하다가 가동을 멈춘 수영공장을 공장 형태나 골조 등을 살려 재단장해 2016년 9월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한 것을 계기로, 그린과 예술이 공존하고, 사람과 문화 중심의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죠.

 

옛 수영공장의 모습과 스토리텔링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세련되고 품격 있는 시설 구성과 다양한 편의시설을 구축해, 민관 협업의 성공적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높은 평을 받고 있습니다.

 

<출처:F1963 홈페이지>

 

하얀 파사드가 인상적인 F1963에는 와이어 공장 부분을 리모델링한 ‘F1963 도서관 아트라이브러리’, YES24가 운영하는 중고서점, 와이어 공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테라로사’ 카페, 맥주 브루어리와 양조장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요.

 

또 비워진 상자 집 3개가 있는데 비워졌기에 채우기도 좋아서 한때는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쓰였고, 지금은 갤러리와 문화 예술이 살아있는 창작의 산실이 되었답니다. 작은 식물원과 원예점 ‘뜰과숲’, 대나무밭으로 꾸민 ‘소리길’, 작은 텃밭도 어느 하나 그냥 지나칠 수가 없죠.

 

<출처:F1963 홈페이지>

 

F1963은 그동안 프랑스 리옹국립음향센터의 ‘사운드 아트’ 전시, ‘줄리안 오피 인 부산’ 전시, ‘금난새 베토벤 심포니 사이클’ 공연, ‘부산 리턴즈’ 전시 등 세계적 수준의 공연과 전시를 선보이며 관광 명소 및 지역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어요.

 

부산비엔날레가 치러진 공간에서는 파블로 피카소 전시가 치러지기도 했는데요. 전시장 풍경도 이채로와서 ‘머리 조심’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콘크리트 슬레이트와 그 위에 삼각형 형태로 가지런히 늘어선 마감재를 살린 지붕과 같이 일반 갤러리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어요.

 

<출처:F1963 홈페이지>

 

F1963은 ‘2018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최우수상까지 수상하며 부산의 ‘인싸’들이 자주 찾는 핫 플레이스로 다시 태어났는데요.

 

옛 공장의 흔적을 고스란히 살려 중정, 전시장, 공연장, 도서관, 카페 등으로 활용하며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와이어’ 공장은 이제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문화를 잇는 문화 공장으로 부산의 새로운 명소가 되고 있답니다. 부산에서 꼭 한번 들러 보아야 할 카멜레존임이 틀림없겠죠?

 

 

 

▎카멜레존 #3 서로 다른 업종이 손잡다, 이터널 저니

<출처: 아난티 코브 홈페이지>

 

오프라인의 대표적인 공간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는 호텔들의 변신도 주목할 만한데요. 호텔 업계에서는 호텔이나 레지던스를 '공간 플랫폼'으로 부르면서 워터하우스와 야외공연장, 해변 산책로, 서점을 함께 갖추고, 호텔 내부를 세트장처럼 구성해 나중에 다른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시설로 만들기도 합니다. 기존 일류 호텔들에서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대표적인 콜라보레이션 성공 사례로 힐튼 부산의 이터널 저니 서점을 꼽을 수 있어요. 힐튼 부산이 위치한 휴양 단지 ‘아난티 코브’는 그 자체로 다채로운 문화복합공간인데요. 아난티 코브에는 워터 하우스, 야외 공연장, 해변 산책로 등이 들어서 있어, 힐튼 부산의 투숙객들은 여행 중 단순히 잠만 자러 오기보다는, 머물며 휴식을 즐기러 오는 이들이 많답니다. 이터널 저니는 이러한 투숙객들의 특성에 맞게 서점의 기획과 운영을 섬세하게 고려해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어요.

 

이터널 저니는 아난티 타운에서 가장 큰 500여 평의 규모로, 서점을 기본으로 하되 디자인 소품을 파는 숍과 카페, 그리고 철마다 다양한 강연을 진행하는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해요. 기존에 경험할 수 없었던 문화적 컨텐츠를 접하며 나만의 취향, 감성, 라이프스타일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랍니다.

 

 

<출처: 아난티 남해 홈페이지>

 

이터널 저니 남해는 350평 규모로 부산보다 규모는 작지만, 콘텐츠는 더욱 강화해 놓았어요. 1층은 미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과 식료품관, 2층은 서점과 라이프스타일 섹션이 자리해 도서, 예술작품, 라이프스타일 아이템 등을 만나볼 수 있답니다.

 

먼저 1층 레스토랑과 식료품 섹션에서는 평소에 쉽게 접하기 힘든 식료품과 남해의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미식을 선보이는데, 특히 오픈키친이 돋보이는 레스토랑은 기간마다 테마를 정해 메뉴를 바꾸는 레스토랑이예요. 특산품인 마늘과 해산물을 더한 감바스와 랍스타 탈리아텔라 파스타, 남해 유자를 이용한 유자 타르트 등 이국적이면서도 건강한 음식을 대접해요.

 

2층으로 올라가면 총 8000여 권의 책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데요. 새롭게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섹션은 누군가의 집을 방문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꾸몄어요. 예를 들어 침실에서는 세기의 커플이었던 존 레넌과 오노 요코가 호텔방에서 평화 시위를 했던 스토리를, 서재에서는 프리다 칼로의 일기장을 통해 작가의 예술 혼을 표현해 놓았어요.

 

일단 짓고 나면 수십 년 동안 한자리에 있는 건축물은 그동안 고정불변한 개념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따라 건물의 아이덴티티가 유연하게 변화하는 추세죠.

 

이에 따라 지금까지 동동이와 둘러본 카멜레존과 같이 한 가지 용도로 설명하기 힘든 공간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규모 있는 카멜레존도 있지만 세탁소 카페, 편의점 노래방, 독립서점 공방, 수제 맥주 공부방과 같은 작은 카멜레존들도 동네에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답니다.

 

온라인 만능의 시대를 넘어 가상현실까지 코앞에 닥친 지금,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내기 위해 다채로운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오프라인 공간 ‘카멜리존’에서 다양한 가능성과 경험을 체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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