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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여행지의 성지, 삿포로에 가다

DB인재개발원 김민욱 사원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여주인공이 드넓은 설원에서 “오겡끼데스까~”라고 외치는 <러브레터>의 장면은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영화 이후 삿포로는 겨울의 상징처럼 되어 버린 여행지다. 실제로 삿포로는 적설량이 전세계 2위라는 통계가 있을 만큼 눈으로 유명한 도시다. 낮은 평균 기온 덕분에 요즘에는 여름 여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올 여름 서울이 때아닌 폭염으로 신음하고 있던 때 아내와 함께 여름 휴가지를 과감하게 삿포로를 정하고 3박4일간의 여정을 떠나게 되었다.


삿포로는 일본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섬인 홋카이도의 중심도시다. 일본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며, 인구수만 200만 명에 달한다. 메이지유신 이후 1869년부터 본격적으로 훗카이도가 개발되면서 탄생한 도시인데, 그 덕분에 전형적인 계획도시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도심이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이 나뉘어 있어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고, 교통도 잘 발달돼 있다. 인천공항에서 신치토세공항까지 2시간 30분 남짓. 거기서 급행 공항철도를 타고 40분만 달리면 삿포로역에 도착할 수 있다. 불과 3시간 만에 도착한 전혀 다른 공간에서 느끼는 설렘과 기대감은 다시 떠올려도 벅찬 기분이다.


▲삿포로 눈축제에 출품된 대형 얼음 조각상 <대만-구 타이중역>. 

삿포로 눈축제 기간 동안 오도리 공원에서는 세계 각국의 팀이 제작한 대형 눈 조각상들을 볼 수 있다.


    ▲삿포로의 T머니, 키타카 카드                                                            ▲삿포로 맥주축제 현장


(사진출처 : 삿포로시 공식관광 홈페이지)


1일차, 설렘 가득한 삿포로 야경 관람


도착하니 흐리고 비가 왔다. 실망감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3박 4일 동안 삿포로를 여행할 생각에 다시금 힘이 났다. 삿포로는 도쿄나 오사카처럼 ‘OO패스’ 등의 교통권이 따로 없다. 대신 지하철, 버스, 트램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IC카드(키타카)를 구매할 수 있다. 여행 첫날은 축제로 시작했다. 삿포로에서 가장 유명한 축체를 꼽으라면 역시 매해 2월에 열리는 눈 축제. 일본 최대의 겨울 축제인 삿포로의 눈축제는 국제 눈 조각 경연대회를 필두로 스케이트장과 눈썰매장 등 다양한 체험 코스가 마련된다.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독일의 옥토버페스트와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손꼽힌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삿포로를 찾은 건 여름. 눈축제의 아쉬움을 달래준 것은 다름 아닌 삿포로 맥주 축제다. 우리가 아는 그 삿포로 맥주의 원산지인 삿포로에서는 여름마다 맥주 축제가 열린다. 연인, 직장 동료, 가족 등이 함께 나와 맥주를 즐기는 일본인들 틈에서 우리도 흥에 취했다. 축제 현장에서 빠져 나와 우리는 오도리 공원 바로 앞의 삿포로TV타워로 자리를 옮겼다. 삿포로의 랜드마크인 삿포로TV타워 전망대는 유명한 야경명소다. 잘 정돈된 채 반짝반짝 빛나는 삿포로 시내 전경을 보기에 제격이다.


▲비에이의 아오이케, 파란 호수란 뜻이다.


 

▲후라노 꽃농장에서 셀카                                                   ▲역시 북해도는 해산물!


2일차, 후라노&비에이 일일 투어


삿포로 시내는 대부분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코스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편이다. 때문에 다소 아쉬운 사람들은 시외에 있는 오타루나 후라노와 비에이 쪽을 가는데, 우리 부부는 후라노와 비에이를 선택했다. 버스로 2시간 정도 이동해 꽃으로 유명한 농장인 팜토미타에 도착했다. 정원을 돌며 기념사진을 찍고 지역 특산물인 라벤더 아이스크림과 옥수수도 먹었다. 색다른 식감을 선사하는 옥수수는 정말 추천할 만하다 일본어로 ‘사계절의 언덕’이라는 뜻하는 ‘시키사이노오카’에도 들렀다. ‘막 찍어도 인생샷’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만큼, 드넓게 펼쳐진 언덕과 풍광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한국의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아오이케는 말 그대로 파란 호수다. 인근 지역 토양의 성분 때문에 자연적으로 파란색을 띤 호수는 자연의 신비를 그대로 담고 있다. 물의 색은 햇살과 온도,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고 한다. 볼거리들로 넘쳐 나는 삿포로 외곽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시내로 돌아 왔다. 이날 저녁은 게 코스 요리로 유명한 ‘카니쇼균’으로 갔다. 삿포로의 싱싱한 해산물 요리는 너무나도 맛있었다.


▲삿포로맥주박물관에서 맛볼 수 있는 3가지 맛의 삿포로 맥주.


▲맛도, 양도 마음에 쏙 드는 징기스칸 양고기


3일차, 삿포로 시티 투어


셋째 날은 삿포로 시내에 위치한 관광 명소 투어에 나섰다. 삿포로 개척사를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훗카이도 청사(아쉽게도 한국어 설명은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를 둘러보고, 훗카이도 대학교 캠퍼스로 걸음을 옮겼다. ‘여행가서 웬 대학교?’라고 할 수 있지만, 훗카이도 대학교는 여행 가이드북에 실릴 만큼 아름답고 여유로운 캠퍼스가 자랑이다. 여행지에서 잠깐의 여유를 만끽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삿포로맥주박물관이다. 특히 3가지의 삿포로 맥주를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샘플러가 가장 인기가 많은데, 축제나 시중에서 먹는 맥주와는 차원이 다른 깊은 맛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박물관이나 체험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맥주 맛을 보기 위해 찾는다고 한다. 또 근처에 있는 징기스칸 양고기집의 가성비 좋은 무한리필코스도 꼭 맛보고 올 것. 양고기의 특별한 매력에 푹 빠질 지도 모른다.


▲다른 일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트램. 시티투어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4일차, 나카지마 공원 산책 후 트램으로 마무리


오후에 귀국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 날이라, 다른 날에 비해 일정을 가볍게 잡았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곳은 바로 나카지마 공원. 수풀이 우거인 초록의 공원 사이에 호수와 서양식 건물이 있는 한적한 공원이다. 여행을 되돌아 보면서 차분하게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곧이어 스스키노역 인근에 위치한 니조시장으로 향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대규모는 아니지만, 해산물이 유명한 곳이라 갖가지 싱싱한 해산물을 볼 수 있다. 이곳에 있는 ‘오히소’라는 음식점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곁들인 밥을 먹었는데, 한국인의 입맛에도 딱 맞았다. 마지막 코스는 트램이었다. 일본 내 다른 대도시에서는 이미 모습을 감춘 트램을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돌면서 삿포로 곳곳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해산물시장인 니조시장에서 맛본 해산물 덮밥.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다.


삿포로의 일상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우리의 여행도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여행자는 떠나지만 사계절 내내 그 모습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을 삿포로에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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