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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이 만든 미술관 같은 커피하우스, 강릉 테라로사 커피공장

커피는 맛뿐 아니라 커피하우스의 인테리어, 디자인 같은 '공간의 미학'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그 가치가 완성됩니다. 오스트리아의 한 시인은 "네가 가는 카페가 어딘지 말해주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라고 말했어요. 프랑스의 살롱, 미국의 커피하우스에서는 활발한 토론과 교류가 이뤄지면서 문명의 꽃이 피기도 했죠. 강릉 테라로사 커피공장은 강릉을 커피의 고장으로 변모 시키고 전국에 이색적인 카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테라로사의 본거지입니다.

 

# 커피나무가 잘 자라는 붉은 땅 '테라로사(Tera Rosa)'

▲ 붉은 벽돌이 깔린 테라로사 입구 진입로

학산 테라로사(TERAROSA)는 강릉 시내에서 약간 벗어난 구정면 어단리에 둥지를 틀고 있어요. 시내버스가 두 시간 간격으로 오가는 외곽이지만 이곳을 찾는 외지인은 갈수록 늘고 있답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온 동네에 커피향이 진동해요. 이곳에서는 하루에 1.5톤가량의 원두를 볶고 있는데요. 로스팅 공장 옆 유리온실에는 제법 키가 큰 커피나무도 자라고 있어요.

 

'테라로사 커피공장'은 카페, 레스토랑에 커피를 공급하기 위한 로스팅 팩토리로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타 카페 역할까지 맡게 됐어요. 지금은 커피, 베이커리, 레스토랑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 테라로사 입구 기념품숍 맞은편 벽을 덮고 있는 담쟁이덩굴과 능소화 줄기

바람이 불어 흙을 깎는 풍화 작용은 땅을 차츰 붉게 물들게 해요. 스페인 라만차 지방처럼 붉은 땅 ‘테라로사(Tera Rosa)’에서는 커피나무가 잘 자라는데요. 이 아름다운 이름을 한국에 알린 예술가이자 건축가가 테라로사 김용덕 대표입니다.

 

# 외환위기 명퇴한 은행원의 커피하우스 도전

▲ 테라로사 카페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21년 동안 다니던 은행을 명예퇴직한 김용덕 대표는 1년을 보내고 속초에 돈가스 레스토랑을 차렸어요. 서울 유명 식당과 해외 맛집을 돌아다니다가 들렸던 일본 커피하우스에서 그 고급스러움에 깜짝 놀랐답니다.

 

국내 커피 시장의 95%를 동서 커피믹스가 장악하고 있던 시절, 일본은 오사카, 고베 같은 항구를 중심으로 고급 커피산업이 엄청나게 발전해 있었어요. 숯불로 생두를 볶는 고베 '하기하라' 커피점의 문화는 그에게 아직도 감동과 충격으로 남아 있어요.

 

김용덕 대표는 마흔 무렵인 2002년 강릉에 커피를 볶는 공장을 열고 일본에서 원료를 받아 로스팅을 시작했어요.

 

고급 커피 생두를 로스팅 해 팔며 바리스타 교육도 병행했는데요. 그에게 배운 문하생들이 강릉 일대에서 잇달아 카페를 창업했답니다.

 

여기에 2004년 혜화동 '가배 보헤미안'을 정리한 우리나라 1세대 바리스타 박이추 선생이 강릉으로 자리를 옮겨 가세하면서 강릉은 커피의 고장으로 빠르게 변모했죠.

 

# 커피박물관, 야외 공연장까지, ‘테라로사 빌리지'

▲ 야외공연이 열리는 테라로사 중정

테라로사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입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생두 재배부터 로스팅까지 모든 과정에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 만든 커피인데요. 세계 스페셜티커피협회(SCA) 평가에서 80점 이상을 받은 고급 원두를 사용해요. 세계 원두 생산량 중 7%만 스페셜티 커피로 인증받는답니다.

 

해마다 테라로사는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브라질 등 13개국에서 600톤의 스페셜티 커피를 수입하고 있어요. 매장에서 취급하는 원두들은 김용덕 대표가 직접 산지를 찾아다니며 고른 것들이랍니다.

 

▲ 테라로사 커피박물관

강릉 테라로사 커피공장은 테라로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전체적으로 테라로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김용덕 대표가 손수 도면을 그리고 3년에 걸쳐 지은 커다란 붉은 벽돌 건물은 커피 로스팅 기구 등이 전시된 박물관 형식으로 꾸며져 있답니다.

 

이 건물에는 카페, 베이커리, 레스토랑, 커피박물관, 도서관, 공연장 등이 들어서 있어요. 커피박물관은 우리가 한 잔의 커피를 마시기까지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곳이지요. 지구 반대편 커피 생산지에서 시작되는 커피의 여정을 영상과 회화로 실감나게 전달하고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관점에서 커피의 다양한 면모를 여러 예술가들과 협업해 흥미롭게 구성해 두었습니다.

 

또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심어놓은 아담한 중정에서는 야외 공연도 열려요. 그야말로 '테라로사 빌리지'라고 할 만하죠?

 

# 고유의 공간 미학을 갖춘 전국의 '테라로사'

▲ 테라로사 포스코센터점

테라로사는 공간 미학과 식음 문화의 융합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문화기업으로 성장해 왔어요.

 

테라로사는 예술적 인테리어로도 소문나 있는데요. 김용덕 대표가 직접 공간설계를 하기 때문에 매장마다 저만의 분위기가 있어요. DB금융센터 인근의 ‘테라로사 포스코센터점’을 비롯해 전국에서 특색 있는 직영매장 22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테라로사 수영점

부산 광안대교에서 멀지 않은 수영구 망미동에는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 동안 와이어로프를 생산했던 고려제강의 옛 수영공장 자리가 있어요. 방치돼 있던 이곳의 공장 형태와 골조를 살려 재단장해 2016년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만들었는데요. 이후 2017년 카페, 서점, 전시·공연장, 도서관을 갖춘 복합문화공간 ‘F1963’이 조성됐어요.

 

이곳에 자리 잡은 ‘테라로사 수영점’은 높고 웅장한 천장 아래 지붕 골조는 옛 모습 그대로인데, 공장 건물의 원형을 보전하면서 공장 기물을 작품처럼 곳곳에 꾸며 놓았습니다. 카페 내부 바닥과 테이블, 조리대는 공장에서 나온 녹슨 철판과 콘크리트를 재활용했어요. 또 공장 기계로 만든 설치 작품도 카페 공간에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고 있어요.

 

▲ 테라로사 노을공원점

서울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에는 2021년 5월 박영석 대장의 실종 10주기를 앞두고 개관한 '서울특별시 산악문화체험센터'이 있어요.

 

건물 곳곳에는 박영석 대장을 추모하는 공간과 전시물이 많은데요. 센터 안에 자리 잡은 '테라로사 노을공원점'은 박영석 대장을 기리는 뜻을 담아 공간을 디자인했어요. 중앙에 놓인 철제 테이블과 커피 바는 박 대장이 마지막으로 도전했던 안나푸르나 남벽의 해발고도 '8,091'를 기준으로 제작했다고 해요.

 

▲ 테라로사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점

# 강릉 테라로사 커피공장 방문팁

▲ 강릉 테라로사 커피공장

강릉 테라로사 커피공장은 강릉 시내에서 대중교통 101번 버스로 이동할 수 있어요. 이동시간은 30~50분 정도 걸리는데요. 하차 지점은 101번 버스 종점인 ‘학산 설래길’입니다.

 

강릉 기차역에서 101번 버스 출발 시간은 8:35, 10:35, 12:35, 14:35, 16:35, 18:35 2시간 간격으로 6번 있습니다.

 

강릉 고속/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는 하루 5번 이용할 수 있는데요. 버스 출발 시간은 8:53, 10:53, 12:53, 14:53, 16:53입니다.

 

강릉 시내에서 버스를 이용할 때는 신영극장 앞에서 101번 버스에 승차하면 돼요. 버스 출발 시간은 09:00, 11:00, 13:00, 15:00, 17:00입니다.

 

한편 테라로사 커피공장에는 야외 펫 존이 마련돼 있어서 반려동물과 여행 중에 함께 이용할 수 있어요.

 

강릉 테라로사 커피공장

• 주소: 강원 강릉시 구정면 현천길 7 테라로사 본점

• 영업시간

- 카페 09:00 - 21:00 (주문 마감 20:30)

- 레스토랑 09:00 - 17:00 (주문 마감 16:00)

• 주차안내 : 전용 주차장(무료)


▲ 테라로사 커피공장의 펫존

휴식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생각의 재료를 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면, 여행의 효용이 달라집니다. '평소와의 다름'과 '일상과의 단절'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다른 소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여행의 독점적 매력을 발견할 수 있어요. 일상의 단절로 생각에 숨 쉴 구멍을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다면 강릉 테라로사 커피공장을 찾아보세요. 낯선 공간에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고민이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차오르기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