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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학교와 DB손해보험의 10년 동행

 

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비장애인과 달리 장애인은 한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비장애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간적 한계 시각과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다른 조건을 가진 동등한 인격체’라는 인간적 다양성 시각이 있다. 장애인에게 관심과 도움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와 똑같이 능동적인 주체이고, 똑같은 권리를 가진 존재라는 인간적 다양성 시각이 중요하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가 계기가 돼 장애인을 동정과 봉사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 동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신스틸러

 

청각장애·다운증후군 배우들의 활약

 

2022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코다>의 제목 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줄임말로, 청각장애인 부모의 청인 자녀를 뜻한다. 유일하게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주인공 루비를 제외한 아빠와 엄마, 오빠를 연기한 배우들 모두 수어를 사용하는 실제 청각장애인이다. 아빠 역할을 연기한 트로이 코처가 2022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국내에서도 장애를 가진 배우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노희경 작가가 쓴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영옥의 다운증후군 쌍둥이 언니 영희 역할로 실제 다운증후군을 가진 배우 정은혜가 출연했다. 실제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는 캐리커처 화가이기도 한 정은혜는 한지민, 김우빈과 케미를 보여주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푸릉마을 오일장에서 커피를 파는 별이 역의 이소별 역시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로 수어와 말을 함께 사용하며 몰입도 높은 연기를 펼쳤다.

 

 

 

 

 

 

 

 

글러브

 

청각장애 야구부의 실화 바탕 영화

 

이에 앞서 강우석 감독의 영화 <글러브>는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충주성심학교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해 만들어졌다. 야구라는 운동은 타자의 배팅 소리가 선수들의 위치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동료나 상대편 그리고 공의 움직임을 눈이 아닌 귀로도 감지해야 한다. 그래서 청각에 장애가 있는 야구부가 야구를 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영화는 ‘웃음과 감동의 리얼 도전기’라는 설명에 걸맞게 ‘귀가 아닌 가슴’으로 하는 야구 이야기를 유쾌하고 뭉클하게 풀어냈다. 영화의 흥행을 계기로 청각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관심이 높아져 청각장애인도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한국 영화 최초로 한글 자막 상영이 결정되기도 했으며, 감동을 안은 관객들은 청각장애인과 장애인학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충주성심학교

 

국내 최초의 청각장애인학교 야구팀 창단

 

영화 속 충주성심학교는 1955년 4월 19일 충주성심농아학교로 설립되었다. 초대 교장으로 옥보을 신부가 취임해,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청각장애학생들이 스스로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품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에 교육목표를 두었다. 인공 와우와 보청기 활용을 극대화하는 의사소통능력의 신장, 개인 특성을 존중한 말과 수어의 혼용 등을 포함한 수준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2002년 9월에는 학교 체육 특성화 종목 육성의 일환으로 충주성심야구부을 창단했다. 국내 최초의 농아학교 학생 야구팀이다. 한화기 초중고 야구 대회, 전국 농아인 야구 대회, 고교 주말리그 지역권 참가, 미국 워싱턴 DC 걀라우뎃 대학교와 부속 초중고 학교에서 야구부 미국 체험 및 교류 학습 방문 등이 이루어졌다.

 

 

 

 

 

 

 

 

 

이해

 

결핍된 존재가 아닌 ‘다른 존재'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는 260만 명이 넘어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한다. 2020년 한 해 동안에만 새롭게 등록한 장애인 수가 8만 3000명에 이른다. 장애인 10명 중 5명은 지체장애(48.1%)이고 청각장애(13.2%), 시각장애(9.8%), 뇌병변장애(9.8%) 순으로 비중이 높다. 장애인 10명 중 6명(63.6%)은 경증 장애인이다.

 

‘동정’, ‘봉사’, ‘극복’은 한국사회가 장애를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이다. 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부모와 다른 아이들>에서 미국의 앤드루 솔로몬은 “대다수 청각장애인은 청각장애를 청능의 부재가 아니라 청각장애의 존재로 본다”며 “농문화는 하나의 어엿한 문화이자 삶이며, 언어이면서 미학적 특징이고, 신체적인 특징이자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지식이다”라고 말한다. 장애를 ‘결핍’이 아니라 그 자체로 고유한 하나의 정체성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행

 

DB손해보험, 충주성심학교에 10년째 후원

 

DB손해보험은 2013년부터 10년쨰 충주성심학교에 후원금과 장학금을 전달해 오고 있다. 이 후원금과 장학금은 야구부 활동 뿐 아니라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꿈과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용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충북사업단 임직원들은 교내 환경개선과 야구부 물품 지원에 참여하고 있고, DB프로미 농구단의 경기에 학생들을 초청하기도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장애는 불편한 것이며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닌 상생의 문화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장애의 개별 특성에 맞는 상황과 지원이 이뤄질 때 장애인의 사회진출이 더욱 탄력을 받고 가족들의 시름을 덜 수 있을 것이다. 꼭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장애인들이 더 다양하고 많은 자리에 설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